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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성] [음성읍 평곡4리-터골] 얌전한 새색시 수정산, 아늑한 치맛자락..

뚝섬 2015. 6. 3. 14:27

 

[수정산 아래 평화롭게 자리잡은 터골. 평곡4리는 수정산의 굴바위골, 멍에골, 성골, 청령끝 등의 산자락 사이에 형성된 아늑한 마을이다]

 

봄의 햇볕이 화사한 날 아침. 수정산 아래 아늑하게 자리한 터골을 찾는 발걸음이 가볍다. 충북선 음성역 앞을 지나 괴산으로 향하는 516번 지방도를 타고가다 평곡4리 버스정류장을 보고 마을 입구에 차를 세운다. 바로 옆을 지나는 철로변에 올라 마을을 바라다보니 이렇게 편안하고 아늑한 마을이 있나 싶다. 얌전한 새색시 수정산이 자리하고 그 치맛자락 아래 평곡4리 네 개 자연부락 중 가장 큰 마을 기곡(基谷), 순수 우리말로 터골이 자리하고 있다 

 

[터골마을 입구와 마을 안]

 

수정산 주변의  4개 부락 중 가장 큰 터골

 

마을 안으로 들어서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첫눈에도 잘 정리된 마을 안길, 큰 마당 저편의 우람한 당산수(堂山樹)와 조화롭게 어울린 주민의 가옥들에서 삶의 여유로움이 보인다

 

석조여래좌상이 있다는 농공단지 뒤편을 둘러보기 위하여 큰 마당을 가로질러 동구 밖으로 나간다. 멀리 수정산이 올려다 보이는 평곡4-1리 경계 직전에 목과 머리 부분만 세월의 이끼가 끼지 않은 흰 석조의 불탑이 동구 밖 어귀를 지키고 있다. 참으로 수난이 많은 부처님이다. 이 불상을 두고 터골주민과 수정산의 한 사찰이 한동안 소유권을 다투었다. 당시 한참 신문·방송에 오르내리고 충북도내 한 대학의 교수까지 나서는 등 치열한 법정분쟁까지 비화한 끝에 이 자리에 다시 모셨다한다 

 

[석조여래좌상]

 

거슬러 올라 고려시대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불상은 높이가 145cm, 어깨폭 61.5cm, 무릎폭 80cm이다. 사질이 많은 화강암으로 조성되어 각부의 마멸이 심하다. 머리 부분은 결실되어 최근에 새로 만들었고 결가부좌한 양 무릎 부위도 파손되었으며 양손도 결손되었다. 대좌는 없고 자연석으로 불단을 마련하고 안치하여 놓았다. 법의는 우견편단으로 양팔에 걸쳐 양 무릎을 덮은 듯하나 무릎부분의 결실로 옷 무늬는 볼 수없는 것이 유감이다.

 

언제 결실되었는지 모르지만 머리 부분 등 결실된 부분이 많아 문화재로서의 평가는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터골의 마을역사보다 더 오래 마을을 지키고 있던 부처님이라 주민들은 금년부터는 불상을 중심으로 마을축제로 발전시키기 위한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터골마을은 평곡4리를 구성하는 샛골(7가구), 섯밭탱이(5가구), 뒷골(5가구)과 함께 4개 자연부락 중 가장 큰 마을로 80가구, 240여 명의 주민이 터전을 이루고 있다. 마을 유래비에 따르면 처음 성주 도()씨가 정착하였다가 경주 주()씨가 거주하였고, 그 후에 천석꾼 은성 박재동씨가 살게 되면서 이어 해주 정(), 순천 박(), 의령 남()씨 등 3대 성씨가 대중을 이루어 더불어 살게 되면서 생겨난 마을이라 설명하고 있다.

 

터골이름의 유래는 샛골에 향교가 있어 유학의 고장이었으며 탑정골에는 큰절이 있었던 유적지가 있는 것을 근거로 터가 좋은 고을이라는 뜻으로 기곡(基谷)-터골이라 불리우게 되었다고 한다. 본래 음성군 동도면(東道面) 지역이었으나 1914년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약현리(藥峴里)·기곡리(基谷里)·토계리(兎溪里)·평촌리(平村里)의 일부와 남면의 하노리 일부를 병합하여 평곡리가 되었다. 1956 7 8일 음성면이 읍성읍으로 승격되었다.

 

음성읍이 지척.. 직장인 많고 주민 증가추세

 

북쪽에 수정산(393m)이 있으며, 남쪽 면의 경계에도 400m 내외의 높은 산이 있다. 또한 터골에서 한벌리로 가는 무네비고개가 있다. 구안천이 동쪽으로 흐르면서 소이면 근처에서 음성천과 합류하고 있다. 음성읍이 지척이어서 공무원 주민이 15가구, 농사일을 하지 않는 직장인이 25가구, 나머지 40여 가구가 농업에 종사한다. 농사는 벼농사와 사과, 복숭아 등의 과수원이다.

 

외지로부터의 유입인구로 가구 수가 느는 추세이며 다른 마을보다는 어린이와 젊은 층 주민이 많다. 초등학생이 8, 중학생이 4, 고등학생이 4명이며, 60세 이상된 주민은 대략 50여분, 최고령자는 93세이다. 또한 음성읍내에서 가깝고 주변 경관이 좋아서인지 오랜 기간 공무원 생활에서 은퇴한 분이 경작하는 분재원이 있고, 도시에서 귀촌을 하여 청정 재래식품을 만드는 분도 있다. 특히 고추장, 된장 등 전통식품을 알음알음 지인과 인터넷을 통하여 공급하는 강혁희씨는 “자연발효시킨 무색소, 무방부제”의 여러 밑반찬을 수정산농원 브랜드로 연간 7000여만 원 정도의 적지 않은 직거래 판매액을 올리고 있다 

 

[수정산농원]

 

마을임원인 이장-노인회장-부녀회장 들의 장기근속(?)도 눈에 띈다. 다들 터골 토박이로 음상옥 이장은 2002년부터 계속 연임을 하여 14년째, 박노신 노인회장은 2008년부터 7년째, 안정례 부녀회장은 2010년부터 5년 째 마을을 위하여 일하고 있다. 마을출신 중에 사회적, 경제적으로 크게 뛰어난 사람은 없지만 고위 공무원은 다수 있다고 한다. 모두들 평범하게 살아가는 평범한 서민들이다. 마을 행사인 대동계는 매년 년말 연례행사이고, 이때에 마을 임원도 선출한다. 또 바쁘지 않은 시기를 택하여 참석 가능한 주민들이 단합 관광을 한다.

 

마을 앞자락 어귀에 음성농공단지에 몇 기업이 있지만 마을 주민과는 별다른 소통이 없을 뿐만 아니라 마을을 위한 특별한 지원도 없다. 단지 마을 뒷켠의 한 연료생산업체로부터 약간의 후원금이 있어 주민단합대회 때 충당을 하고 있다.

 

마을 앞 구안천 변에는 500년 수령으로 추정되는 큰 버드나무가 우람하게 서있다. 나무의 둥치가 예사롭지 않고, 한눈에 보아도 오랜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다. 보호수로 지정이 되었음직 한데 잡초더미 속에 쓰레기 등과 함께 허술하게 방치되어 있다. 구안천 물길을 정비하면서 물길에서 멀어지고 주변정리가 않되어 아쉽다. 주변을 정리하고 정자와 몇 개의 벤치라도 설치한다면 훌륭한 주민의 휴식공간이 될 것 같다 

 

[수령 500년으로 추정되는 구안천 변의 버드나무]

 

편안하게 보이는 마을에도 아쉬움은 있다고 한다. 평곡에서 오르는 수정산 등산로 정비, 빠듯한 마을회관 냉난방비 예산, 마을 안팎의 농로 개보수 등.. 하지만 터골 주민들은 조급해하지 않는다. “시간이 가면 언젠가는 해결되지 않겠시유..?

 

 

우리동네 사람들

 

음상옥 이장(57)

터골에서 태어나 한 번도 외지로 나간 적 없으며 앞으로도 터골에서 살겠다는 순수 토박이. 터골에 5가구가 거주하고 있는 죽산 음씨로, 2002년부터 2년 임기의 이장직을 7번째 연임하고 있다. “주민의 좋은 협조에 항상 감사”한다는 음 이장은 적지 않은 벼농사와 500그루의 사과 과수원을 경작하고 있다. 술을 즐기지만 일정량을 넘기지 않는다. 마을 주민 모두로부터 신임을 받고 있는 장기근속 이장이다. 어머니를 모시고 있으며, 부인과의 사이에 3녀로 장녀만 출가하였다.

 

박노신 노인회장(78)

2008년부터 노인회장직을 맡고 있다. 평곡4리 노인회에는 53명의 회원과 6명의 노인회 임원이 있지만, 예산관계로 노인회에서 주관하는 특별한 행사는 없다. 터골 토박이로 올해까지만 노인회장 직을 맡고 그만 사임하겠다는 그는 음성 게이트볼협회 부회장도 맡고 있다. 매년 11월에서 다음해 4월까지 노인회가 주관하여 마을회관에서 중식을 함께 하는데, 이때에는 2명 씩 당번을 정하여 봉사를 한다.

 

안정례 부녀회장(71)

1주일에 3회 국민건강공단에서 관리하는 9개월 코스의 노인댄스교습을 주관하고 있다. 과수원을 경작하며 틈나는 대로 수영으로 건강관리를 하고 있다. 부녀회 회장이면서 노인회 회원으로써 노인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마을을 위하여 봉사를 하는 삼인방(이장-노인회장-부녀회장) 중 한사람. 돌아가신 할아버지는 20년 이상 음성군이장단협의회장을 역임하였다고 한다.

 

                                                                                                                                                                                                                    -음성자치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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