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곡면 문촌1리, 웃오갑마을은 감곡면사무소에서 동쪽으로 약 7km 지점에 위치한 자연마을이다. 동쪽으로는 충주시 앙성면, 서쪽으로는 상우리, 남쪽으로는 사곡리, 북쪽으로는 경기도 여주시와 충북 감곡면의 도계를 이루는 오갑산이 자리하고 있다.
감곡은 본래 감미곡면(甘味谷面)과 거곡면(居谷面)을 합쳐 감곡(甘谷)이라 했다. 지명에서 보여주듯 감곡에서 생산되는 과실류는 당도가 매우 높아 전국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특히 감곡에서 재배되는 ‘햇사레’ 복숭아는 맛과 색택(色澤)이 뛰어나고, 당도는 14~15도로 타 지역산보다 월등히 높으며 표피가 얇고 수분이 많다.
가락동농수산물시장에서 최고가로 형성되는 상위 5개의 복숭아가 전부 문촌리에서 출하된 것이라 하니 문촌리의 복숭아에 대하여서는 두말할 여지가 없다. 문촌1리 전체 마을주민 60가구 중 54가구가 복숭아 재배를 하고 있고, 최근 마을 위쪽에 골프장이 들어서면서 과수농가 면적이 많이 줄었지만 문촌1리의 한해 복숭아 출하금액이 17~8억 원을 넘었었다.
여주시, 충주시와 맞닿은 음성군 북동의 끝마을
[오갑산 산자락 앞으로 복숭아 전국 제일의 마을이자 ‘유림의 마을’인 웃오갑이 평화롭게 자리를 잡고 있다]
웃오갑, 또는 상오갑(上梧甲)이라는 마을이름은 오갑산 바로 밑에 있다하여 그리 불리웠다. 아래 오갑은 오궁리에 속해 있다. 본래는 충주군 거곡면 지역이었으나 1906년(고종 43) 음성군에 편입되었다. 1914년의 행정구역 개편 때 상오리(上梧里)·신촌리(新村里)·장평리(壯坪里)·판요리(板腰里)·문암리(文岩里)를 병합하여 문암의 문자와 신촌의 촌자를 따서 문촌리라 하고 감곡면에 편입되었다.
마을 북쪽으로 자리한 오갑산과 남, 서쪽으로 보이는 원통산과 국망산의 모습이 꽤나 우람하다. 오갑산에서는 7년 전 큰 산불이 발생하여 임야 6,000여 평이 소실되었었다. 마을 어귀를 지나는 중부내륙고속도로와 38번 국도만 없었다면 깊은 산중의 정적감이 감돌았을 분위기이지만 두 도로를 오가는 차량들의 소음으로 그러한 분위기는 아쉽게도 옛날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
두 도로 아래를 지나 마을 안으로 들어서면 오갑산에서 흘러내려오는 작은 개울 옆에 수백 년은 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느티나무가 듬직하게 자리하고, 당산수 그늘 아래 마을 할머님 몇 분이 한가로이 세월을 낚고 있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온다. 개울 좌우로 마을이 형성되어 있다. 개울 바로 옆에 있는 마을경로당에서 이한규 이장, 임호순 노인회장, 이범규 마을총무와 자리를 하며 마을 이야기를 듣는다.
마을의 전체가구 수는 60호에 주민은 120명 정도이다. 최근 4가구가 이곳으로 이주를 하였다. 다른 마을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연령층이 낮다. 60세 이상 이하가 40대 60에, 초중고생은 8명. 주민 대다수가 복숭아 과수농사를 하고 있다. 예부터 주민들의 교육열이 높아 현직 교수(임정혁, 교통대 고분자공학), 박사(이상은, 미생물학), 예비역 장성(신철균, 육군 소장), 건설회사 대표(신재균) 등 각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인물 들이 이곳 출신이다.
‘꼿꼿한 유림의 뜻’을 받들다
또한 옛날에도 마을과 관련된 뛰어난 유학자가 있었으니 직재(直齋) 이기홍(李箕洪) 선생이다. 경로당 옆 개울 건너 마을 가운데 있는 복숭아밭 뒤편으로 직재공을 봉안한 옥산사가 자리하고 있는데, 주자(朱子), 송시열(宋時烈) 선생을 함께 배향하고 있다.
[직재공 이기홍 선생과 주자(朱子), 우암 송시열(宋時烈) 봉안하고 있는 옥산사. 2003년 음성군향토문화유적 제16호로 지정되었다]
본래 괴산군 연풍면에 있던 문산서원이었으나, 흥선대원군 때 서원 철폐령으로 폐쇄되자 40여 년 뒤인 1908년 사액서원의 철폐를 애석하게 생각한 유림과 후손들이 이기홍 후손의 세거지인 음성군 감곡면 오갑마을로 옮겨 재건하였다. 1983년 전주이씨 봉산군파 종친회에서 중건하였고, 1995년 신축되었다. 2003년 음성군향토문화유적 제16호로 지정되었으며, 매년 3월 중정일(中丁日)과 9월 중정일(中丁日)에 음성향교 유도회와 종중이 주관하여 제사를 올리고 있다.
직재공은 덕양군(德陽君, 중종의 5번째 아들)의 5대손으로 어려서부터 지혜가 뛰어나 수년 만에 사서삼경을 모두 읽었다. 1665년 송준길(宋浚吉)에게 학문의 요결을 배우고, 우암 송시열에게 『근사록(近思錄)』 등을 배웠다. 1687년에 효릉참봉이 되었으며, 1689년 기사환국(己巳換局)으로 송시열이 죄를 받고 제주도로 귀양가자 동문 40명과 스승을 변론하다가 회령으로 귀양갔다 5년 만인 1693년에 풀려났다.
1694년 시강원자의, 1695년 종부시주부, 1696년 서연관, 지평에 제수되었으나 모두 사직하고, 통천현감에 임명되어 부임하였다. 1698년 장령, 1700년 청풍부사로 부임하여 정사와 교육에 매진하였다. 1702년 장령을 사직하고, 충청북도 연풍군(지금의 괴산군) 문산(文山)에 정착하여 수락당(壽樂堂)을 짓고, 권상하(權尙夏)와 경사를 강론하였다. 이후에도 여섯 번이나 집의(현재의 감사원장과 유사한 직책이나 보다 권한이 광범위하고 강력하였던 보직)에 임명되고, 장악원장(궁중음악 및 무용 총괄)에 임명되었으나 모두 출사하지 않았다.
이렇듯 마을의 자랑거리가 있는 웃오갑마을이 몇 가지 마을현안 때문에 속을 끓이고 있다. 하나는 마을 어귀의 두 대형고가도로를 지나는 차량의 소음문제. 2년 전 이장이 중심이 되어 도로공사 측에 방음벽 설치를 요청하였지만, 설치기준인 70dB 이하인 65dB로 측정이 되어(기자가 조사한 바로는 주간 65dB, 야간 55dB) 방음벽 설치가 무산되었다. 주민들이 숙면을 하는 심야시간대가 아닌 오후 3시 경 측정을 한 것에 대하여 주민들은 아쉬움을 갖고 있다.
다른 하나는 조만간 마을 북쪽 높은 오갑산 구릉지대 일대에 들어서는 골프장이다. 현재까지 마을을 위한 혜택은 전혀 없이 마을 개울의 오염과 가뭄에 취약한 마을이 그나마 지하수까지 고갈이 되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
10여 기업체가 마을에 들어와 있지만 마을과는 전혀 교류가 전혀 없다. 업체 존속기간도 그다지 길지 않아 자꾸 업주가 바뀐다고 이장이 귀띔을 한다. 대략 2~30여 명의 외국근로자가 공장기숙사에 기거를 하고 있는 것으로 어림을 한다.
1960년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TV연속극 ‘여로’의 촬영지였던 웃오갑마을이 주민의 바램대로 좀 더 평화롭고 풍요로운 마을이 되길 기원하며 마을을 떠난다.
우리동네 사람들:
이한규 이장(55):
웃오갑에서 태어나 (대학 4년)과 군대 3년을 제외하고는 문촌리를 떠난 적이 없다. 슬하의 2남 모두 대학원을 마쳤거나 이번에 진학을 한다. 항상 마을 일에 앞장서며, 주민 모두로 부터 성실하고 능력있는 이장이라는 평가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지자체로부터 마을의 ‘복사골작목반’을 위한 지게차를 확보했고, 마을 전 주민이 TV시청료를 면제받게 하는 등 행정능력도 뛰어나다. 건립되어 34년을 넘겨 콘크리트 안 철근이 다 드러난 마을다리를 이장 임기 중 새로이 놓는 것이 그의 당면 과제. 농한기 때에는 등산과 여행을 즐긴다.
임호순 노인회장(76):
강릉출신으로 7세 때 할아버지가 이곳 웃오갑으로 이주하였다. 슬하에 3남1녀를 두었으며, 막내 아들은 충주 교통대 교수(임정혁)로 재직 중이다. 30년째 웃오갑에서 복숭아 과수원을 하고 있으며 규모는 1,300평이며, 시간이 날 때는 게이트볼을 즐긴다.
이범규 총무(72):
웃오갑 출신으로 중학교 졸업 이후 고등학교, 대학교, 대학원을 서울에서 다녔다. 대학원 수료 후 삼부토건에 입사하여 94년 고향으로 귀촌할 때 까지 해외공사 영업, 수주, 관리 등 해외영업을 총괄하였다. 1,200평 정도의 시설 토마토를 재배를 하며, 많을 때는 한해 1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슬하에 2남으로 모두 타지에 나가 회사생활을 하고 있다.
-음성자치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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