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산업혁명에 비견될 사건.. 그런데 왠지 으스스하다"] 2살 인공지능, 5000년 인간 바둑을 넘다-'알파고'에 묻는다

뚝섬 2016. 3. 10. 07:56

[인간 인공지능 두뇌전쟁]

-낙관·비관 교차한 각계 반응

김명자 "기술의 가치가 인간의 가치를 압도하는 게 아닌가 두려워"

이어령 "알파고를 만든 사람도 인간본질적으로는 인류의 승리"

 

9일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 벌인 바둑 대결에서 3시간 30분 만에 열세를 인정하고 돌을 던지자 대한민국은 충격과 함께 복합적인 감정에 휩싸였다. 기계가 인간의 지능을 넘어섰다는 흥분과 함께 기계에 맞선 인류의 '우세선'이 무너졌다는 두려움이 혼재했다.

알파고의 이번 승리가 인류사에 획을 긋는 '사건'이란 점에는 이견이 없었다. 주경철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는 "알파고가 승리한 세상이 유토피아일지 디스토피아일지는 모르겠지만 농업·산업혁명에 비견할 만한 인류 역사의 거대한 전환기를 본 듯한 느낌"이라고 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차기 회장인 김명자 전 환경부 장관은 "과학자이자 한 인간으로서 예상보다 훨씬 빨리 인공지능이 발전한 것 같아 흥분된다"면서도 "이번 알파고의 승리로 기술의 가치가 인간의 가치를 압도하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운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소설가 이문열씨는 "기계가 인간을 압도하는 것은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으스스하다"고 했다. 문학평론가인 김병익 문학과지성사 상임고문은 "인간이 유일하게 지능을 가진 존재라는 자부심이 깨어질 때가 되었다"고 했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은 "인간의 패배가 충격적이지만 본질은 인류의 승리란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알파고를 만든 사람도 인간이므로 인간과 인간의 대결이었을 뿐"이라고 했다. 그는 "인공지능이 스스로 인공지능을 만드는 특이점(singular point)을 넘어설 때가 인공지능이 실질적으로 인간을 넘어서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지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는 "인공지능 덕분에 사람이 편리해진다 해도 '사람의 속도'로 살지 못하는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기술 발전을 중단할 수는 없으니 사람이 기계를 어찌 부릴지 고민하는 자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소설가 김주영씨는 "바둑도 사람의 일부분인데 사람 냄새가 나지 않는 쪽이 이겨 섭섭하다"고 했다.

시민들이 받은 충격도 컸다. 서울 종로구 관수동의 국일기원에서 대국을 지켜본 남모(76)씨는 "알파고는 이 9단에게 맞서 섬뜩할 정도로 냉정하게 수를 받아쳤다" "인간으로서 자존심 상하고 충격적인 일"이라고 했다. 김모(75)씨는 "알파고가 간간이 정석에서 찾아볼 수 없는 특이한 수를 뒀을 때 '컴퓨터의 실수'일 거라 생각했는데 결과를 보니 수십수를 내다본 계산이었던 것 같아 두렵다"고 했다.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기술의 진화'를 확인했다며 환영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김진형 소장은 "알파고의 승리를 보며 인류의 과학기술이 한 걸음 더 진전했다는 생각에 과학자로서 통쾌하고 자랑스러웠다"고 했다.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는 "오늘은 '기계의 시대'가 열리는 역사적인 날"이라고 했다. 카이스트의 알고리즘 동아리 ''의 고지훈(·2학년)씨는 "놀랍다. 인공지능 분야를 더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했다.

9단의 패배가 결정되자 SNS(소셜네트워킹서비스)와 인터넷 게시판에는 충격과 불안, 놀라움과 꺼림칙한 반응을 담은 글들이 속속 올라왔다. 한 누리꾼은 '얼마 안 가 영화 터미네이터에서 보던 '인간 대(
) 사이보그'의 전쟁이 벌어지는 세상이 오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나 작년 미국 국방부가 주최한 '로봇공학 챌린지'에서 15위를 차지한 로보티즈 김병수 대표는 "과학기술은 인류의 적절한 통제가 이뤄지는 한 인류를 위협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 조선일보(16-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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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이세돌에 1국 승리… 소설가 복거일 특별기고]

"인류의 마지막 희망이었던 바둑마저 무너져 큰 충격

기계가 인간 능가하는 궁극적 승부는 이미 정해진 길

30년 후엔 모든면에서 사람 뛰어넘는 지능 나올 것"

"기계가 사람보다 빨리 달린다고 100m 경주가 시들해지나"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 첫판을 이겼다. 인공지능이 사람의 지능을 빠르게 추월하는 추세를 걱정한 사람들이 마지막 희망을 건 분야들 가운데 하나가 바둑이었으므로 문화적 충격은 작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궁극적 승부는 이미 정해진 터였다. 설령 이번 대전들에서 전패(
全敗)하더라도 알파고가 멀지 않은 장래에 인간 기사들을 이기리라는 것은 확실했다.

장기든 바둑이든 고스톱이든 게임이라 부르는 것들은 본질적으로 '계산 장치'. 그리고 계산이야 인공지능이 사람의 지능보다 훨씬 낫다. 서양 장기에서 인공지능이 최고수를 이긴 것은 벌써 여러 해 전이다. 10대 후반의 기사들이 이름 높은 바둑 고수들에게 흔히 이기는 현상도 그 나이의 사람이 계산을 가장 잘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은 빠르게 사람의 지능을 보강하고 대치한다. 이미 여러 분야에서 특히 진료와 법적 판단에서 전문가 체계(expert system)라 불리는 인공지능이 자리를 잡았다. 전문가 체계는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고하는 규칙들과 자료들을 정리해서 스스로 판단할 뿐 아니라 스스로 배우는 능력까지 갖춰서 새로운 상황에 적응한다.

이런 추세에서 상징적 사건은 이미 40년 전에 나왔다. 19세기 중엽 수학자들은 '4색 추측'을 내놓았다. 맞닿은 구역이 같은 색이 아니도록 지도를 칠하는 데는 네 가지 색깔들로 충분하다는 얘기다. 이 추측의 증명은 보기보다 힘들어서 1976년에야 나왔다. 그러나 증명 과정이 너무 방대하므로 컴퓨터 프로그램만이 따라갈 수 있다. 인공지능이 수학적 증명의 본질적 부분이 된 것이다.

인공지능이 우리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어 왔지만, 우리 사회에선 그것의 성격에 대한 논의가 드물었다, 당장 일자리들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주로 얘기한다. 알파고의 선전은 인공지능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나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인공지능은 왜 그리도 혁명적인가?

생명체들은 환경에 적응하면서 생존한다. 그렇게 적응하는 기본적 수단은 유전자들에 담긴 지식으로 본능이라 불린다. 환경에 빠르게 반응하기 위해서 동물들이 발전시킨 뇌에 담긴 지식은 지능이라 불린다. 사회에 존재하는 지식은 문화라 불린다.

인공지능은 말 그대로 사람의 뇌에 자리 잡은 지능을 보완한다. 사람의 지능이 만든 기술이지만 다른 기술들과 달리 지능과 같은 수준에서 작동한다. 여기에 인공지능의 혁명성이 있다.

 

그래서 기계들에 인공지능이 장착되면 기계들은 자율성을 지니게 된다. 무인 항공기나 '운전자 없는 자동차'는 이런 추세를 잘 보여준다. 지금까지는 기계들이 사람의 근육을 보강하거나 대치했지만, 인공지능이 장착된 기계들은 사람을 완전히 밀어낸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사람의 뇌는 거의 바뀌지 않는다는 사정이다. 사람의 뇌는 이미 생존에 필요한 수준보다 9배가량 커서 출산이 무척 힘들고 위험하다. (사람은 다른 유인원들보다 뇌가 3배가량 크고, 유인원들은 원숭이들보다 뇌가 3배가량 크다.) 반면 인공지능의 용량은 제약이 없다. 그리고 한 가지 일을 잘하는 인공지능들을 한데 융합하는 일이 어려운 것도 아니다.

이런 추세의 끝은 모든 면에서 사람들을 뛰어넘는 인공지능의 출현일 것이다. 현재 전문가들의 평균적 예측은 2040년경에 그런 초지능(
超知能)이 나오리라고 본다. 초지능이 나온 세상에서 생태계에 군림하는 사람의 지위는 불안할 수밖에 없다. 초지능이 자신을 낳은 인류에 호의적이리라는 보장도 없다. 실제로 많은 석학들이 인공지능의 연구를 자제하자고 주장한다. 그런 제안은 부질없지만 그들이 고뇌하는 문제들은 우리도 성찰해야 한다.

그러면 바둑의 장래는? 알파고가 사람보다 잘 둔다 해서 애기가들이 수담(
手談)을 마다할 리는 없다. 기계가 사람보다 훨씬 빨리 달린다고 100m 경주가 시들하거나 우사인 볼트의 인기가 줄지 않는다. 그래서 이창호나 이세돌의 일화들은 오래 전설로 남을 것이다.

 

-소설가 복거일, 조선일보(16-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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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이세돌'과 인공지능 '알파고',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체스 챔피언과 컴퓨터가 1967년 첫 대결을 벌인 이후 50년간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업그레이드 된 인공지능은 계속해서 인간에게 도전장을 내밀었고 1997년엔 체스, 2011년 퀴즈 대결에서 인간은 인공지능에 무릎을 꿇었다.

 

기계가 인간을 이기는 데 체스는 30, 퀴즈는 7년이 걸렸다. 체스보다 훨씬 복잡한 바둑은 향후 50년간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길 수 없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알파고는 이를 비웃듯 지난해 10월 프로 바둑기사 판후이 2단을 50으로 꺾고, 이세돌 9단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이세돌 9단은 이번 대국에 임하는 소감에 대해 “이번 경기가 인공지능의 시작점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역사적인 순간에 제가 선택된 것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9단은 이어 “알파고가 지난해 10월 판후이 2단과 치른 대국을 볼 때 그다지 저와의 승부를 논할 정도의 기력은 아니었다”며 “제 생각에는 3 2는 아니고, 5 0이나 4 1 승부로 제가 이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은 서울 광화문에 위치한 포시즌스 호텔에 마련된 특별 대국장에서 3 9일부터 15일까지 5번에 걸쳐 진행된다”며 “이번 대국은 인공지능 세계와 바둑계 모두 다 기대하고 있는 역사적인 순간”이라고 말했다.

 

이세돌은 누구

 

12세이던 1995년에 프로로 입단했다. 어릴 때 성장한 곳이 비금도여서 '비금도 소년'이라는 수식어를 달며 각종 언론 매체에 오르내렸다. 20세에 역대 최연소로 9단에 올랐으며, 2000년에는 32연승을 기록하여 '불패 소년'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2003년에는 이창호 9단을 누르면서 바둑 최강자가 되었다. 통산 천 번이 넘는 승리를 기록했고 세계대회에서는 18번이나 우승했다.

 

알파고는 무엇

 

구글이 소유한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프로그램으로 2015 10월에는 유럽의 바둑 챔피언 판후이(Fan Hui) 2단을 상대로 공식 대국에서 승리했다. 5번 진행된 대국 모두 알파고의 승리로 끝났다. 사람이 만든 인공지능 시스템이 프로 바둑 기사를 능가하는 실력을 갖추게 됐음을 입증한 셈이다.

 

대국 규칙

 

이번 대국은 백돌을 잡은 기사에게 덤 7.5집을 주는 중국 바둑 규칙에 따라 진행된다. 덤은 선착 효과로 먼저 두는 흑돌이 유리하기 때문에, 백돌을 잡는 기사에게 불리함을 집으로 보상해주는 규칙이다.

시간 규정의 경우 이세돌 9단과 알파고가 제한 시간 2시간을 각각 갖게 되며, 2시간을 모두 사용한 후에는 1분 초읽기가 3회씩 주어진다. 이를 통해 대국은 4~5시간 정도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 연구의 역사

 

인공지능 연구는 끓어올랐다가 갑자기 식는 패턴을 반복해왔다. 1950년대 후반부터 1960년대까지 컴퓨터로 특정 문제를 푸는 연구가 활발하게 일어나 1차 붐을 맞았다. 복잡한 현실의 문제는 과학자들의 의욕만큼 풀리지 않았고 인공지능 연구는 냉각기를 맞았다.



1980년대 ‘지식’을 컴퓨터에 학습시키는 접근법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며 인공지능 2차 붐에 돌입했지만, 방대한 지식을 관리하는 현실적 문제에 부딪치며 다시 한번 좌절을 맞았다.

 

1990년대 중반 이후 검색 엔진과 인터넷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며 ‘딥러닝’이라는 새로운 기계학습법을 바탕으로 인공지능 3차 붐이 시작됐다.

 

인공지능 '알파고' 어떻게 바둑 두나

 

데이비드 실버 구글 딥마인드 리서치 담당 과학자도 1월말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바둑의 규칙은 간단하지만, 경우의 수가 너무 많아 컴퓨터가 감당할 수 없었다”면서 “경우의 수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줄이느냐, 즉 탐색 범위를 얼마나 축소하느냐가 알파고 알고리즘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결국 무한대에 가까운 바둑에서의 경우의 수를 마치 인간이 사고하는 방식처럼 어떻게 줄여나가느냐가 기계(인공지능)의 바둑 수행 능력을 끌어올리는 핵심이다. 알파고는 검색 알고리즘으로 몬테카를로 트리탐색(Monte Carlo Tree Search)을 채택하고, 여기에 심층신경망 기술을 접목했다.

 

인간의 뇌는 수십, 수백 층의 신경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데, 이를 모방한 알고리즘이 ‘심층 신경망(deep neural network)’이다. 알파고는 ‘정책망(policy network)’과 ‘가치망(value network)’이라는 2개 신경망으로 구성됐다.

알파고는 정책망과 가치망이라는 2개의 신경망을 활용해서 바둑을 둘 때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줄여나간다. 정책망을 통해 어떻게 바둑돌을 어디에 두는 것이 가장 가능성이 높은 지(좋은 수인지) 판단하게 된다. 이어 가치망은 각 수에 대한 흑돌, 백돌의 승률을 평가한다.


 

즉 정책망은 알파고가 돌을 놓는 위치를 선택하게 하고, 가치망을 통해 그 수가 백돌과 흑돌 중 누구에게 더 유리한지 판단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조합하면 컴퓨터가 처리해야 할 경우의 수(탐색 범위)를 크게 줄일 수 있게 된다.

이런 신경망 구조를 가지고 있는 알파고는 딥러닝 기술로 바둑 기량을 스스로 연마해왔다. 구글이 바둑 프로 기사의 대국을 프로그램화해 3000만개의 수를 알파고에 입력하고 스스로 대국을 진행하도록 훈련한 것이다.

 

딥러닝을 통해 알파고는 사람으로 치면 1000년이 걸리는 100만 번의 대국을 4주 만에 소화했고, 상대방의 수를 예측하는 확률을 44%에서 57%까지 끌어올렸다. 또 알파고는 총 500회 바둑 프로그램과의 대국 중 단 1번을 제외한 모든 대국에서 승리했다. 그리고 판후이(Fan Hui) 2단과의 5번의 대국에서 모두 승리했다. 컴퓨터가 프로 바둑 선수를 이긴 최초의 경기였다.

 

누가 이길까

 

문병로 서울대 컴퓨터공학부 교수

 

컴퓨터 알고리즘 분야의 권위자 문병로 교수는 “100년 내 인간을 이기는 바둑 알고리즘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해 왔지만, 알파고 등장 이후 제 주장을 접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세돌 9단이 알파고(인공지능)의 추격을 따돌리려면, 평소 이 9단 스타일 대로 판을 확정짓지 않고 수를 여기저기 흩트려 놓은 후 각각의 관계를 이용한 승부를 걸어야 할 것입니다.”라고 했다.

 

이번 대국에서 알파고가 유리한 점은

 

“끝내기로 가면, 알파고가 어떤 프로보다 유리하다. 끝내기는 경우의 수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좁은 영역의 전투에서는 알파고가 유리하다는 뜻이다. 인간은 잠깐 딴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멀쩡하게 한집 반 이기는 바둑을 끝내기에서 잘못 둬서 반집으로 지기도 한다. 컴퓨터는 좀처럼 그런 실수를 안한다. 이세돌이 만약 정석으로 플레이해서 각 구역의 판세를 확정시킨다면, 이 역시 판이 단순해지는 것이므로 알파고가 유리하다.

이세돌, 판을 흩트리면 낙승, 끝내기로 가면 패

 

그렇다면 이세돌 9단이 이번 대국에서 유리한 점은

 

“원래 이세돌 9단은 여기저기 판을 벌여놓고 각 영역을 완결시키지 않는 상태에서 마지막에 각각의 관계를 이용해 승부를 뒤집는 스타일이다. 이런 스타일로 두면, 알파고가 여기를 계속 둬야 할 지 저쪽으로 가야할 지 판단의 문제가 생긴다. 직관에 바탕을 둔 추상화한 사고가 이번 대국에서 중요하다. 이세돌이 어지러운 중반에서 우세를 점하고 있어야 한다. 패도 알파고가 따라오기 힘든 영역이다. 패를 해소하는 것이 이득인가 아닌가를 판단하는 것은 전체 형세를 볼 줄 알아야 가능하기 때문에 컴퓨터한테는 쉬운 판단은 아니다. 특히 초중반 패의 경우 컴퓨터가 판단하기 어렵다. 

 

정두석 KIST 선임연구원

 

“첫 대국은 무조건 이세돌이 이길 겁니다. 마지막 5번째 대국은 어떻게 될지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이전 대국에서 이세돌 9단의 변칙 바둑을 알파고가 학습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국을 할 때마다 알파고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지켜보는 것도 중요한 관전포인트입니다. 그래도 이세돌 9단이 5판 모두 이기지 않을까요.” 정두석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전자재료연구센터 선임연구원(사진)은 나노신경망 전문가이다.

 

이번 대국의 핵심 관전 포인트는 무엇인가

 

“이번 세기의 대결에서 가장 흥미를 끄는 것은 과연 누가 이길 것인가, 몇 대 몇으로 이길 것인가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번 대국이 모두 끝난 뒤 알파고가 얼마나 발전했을지가 더 궁금하다. 알파고는 이세돌 9단에게 져도 남는 장사다. 이세돌 9단이 워낙 변칙 바둑을 잘 두는 것으로 알려져 세계 최고의 변칙 바둑 고수에게 학습을 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 1인자의 변칙 바둑 기술 데이터를 얻어 가는 것이다. 그래서 4번째, 5번째 대국에서 알파고가 이전 판에 비해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핵심 포인트다.

첫 대국 이세돌 승… 5번째는 장담 못해

 

5번째 대국에서 이 9단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보나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의 변칙 바둑을 이미 학습한 상태에서 대결하기 때문이다. 겨우 몇 판 둔 것만으로 알파고의 기력이 달라질 수 있을까 의아해하는 경우도 있는데 알파고가 이전에 대결한 상대와 이세돌 9단은 차원이 다르다. 강화학습 전략을 통해 엄청나게 업그레이드된 상태에서 제5국을 치를 것으로 본다.

 

인공지능이 결국 인간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보나

 

“이 주제와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나올 것이다. 바둑 같이 경우의 수가 있는 몇 개의 분야에서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뛰어넘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거기까지다. 전자계산기는 사람보다 훨씬 빨리 계산을 할 수 있다. 그렇다고 전자계산기가 인간을 뛰어넘었다고는 하지 않는다. 계산 분야에서만 사람보다 낫다고 할 수는 있다.

 

정수현 명지대 교수 

 

"알파고가 지금까지 대국을 둔 것만 놓고 보면 이창호 9단과 스타일이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세돌 9단은 변수가 많은 바둑을 두고 전투형 스타일인데, 1판 정도 질 수도 있겠지만 결국 4 1로 승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수현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는 프로 9단의 바둑기사이면서 세계 최초로 바둑학과를 만든 장본인이다.

 

알파고, 이창호 9단과 스타일 유사…
이세돌, 4 1로 승리할 것

 

이세돌 9단의 승리를 점쳤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

 

“알파고가 판 후이 2단과의 대국 이후 지금까지 계속해서 공부를 많이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번에는 이세돌 9단이 이길 것으로 전망한다. 바둑이라는 게 고수들 세계에서는 미묘한 부분이 있다. 상대편의 전략, 기풍, 바둑 스타일에 따라서 대비하는 전략이 다르다. 형세 같은 것도 최선이 아니어도 어떤 길을 택하기도 하는데, 알파고가 그런 것까지는 못할 것으로 본다.

 

이세돌 9단은 어떤 플레이를 펼칠 것이라 생각하나

 

“일반적으로 컴퓨터는 정석 플레이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상대방이) 정석 플레이를 하면 이에 대해서는 충분히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세돌 9단은 정석에서 벗어난 스타일로 나갈 것이다. 원래 그의 바둑 스타일이 그렇기 때문에 변칙적으로 둘 것이다. 알파고와 판 후이 2단의 대국을 보니까 판 후이 2단은 변칙 수를 두면서 경기를 했는데, 자기가 (변칙 수에) 걸려든 내용도 좀 있었다. 이세돌 9단은 그런 쪽에서는 달인이기 때문에 판 후이 2단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봐야 한다.

 

김석원 SW정책연구소 책임연구원

 

“이세돌 9단이 변칙적인 플레이로 아무리 흔들어도 알파고는 계산대로만 움직일 것입니다. 오히려 이런 흔들리지 않는 모습에 인간이 당황할 수 있습니다.” 김석원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책임연구원(사진) 1990년 초 기호추론 기반의 인공지능을 연구했으며 영상솔루션 기업 아이큐브 부사장(CTO)을 거쳐 국가연구기관인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서 융합SW정책실장을 맡고 있다.

 

변칙 플레이로 흔들어도 알파고는 계산대로만 움직일 것

 

이세돌의 스타일을 고려할 때 강점은

 

“이세돌은 파격적이고 공격적인 수를 많이 둔다. 인간이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흔들릴 수가 있다고 하는데, 이세돌은 세계적인 대회에 많이 참가했기 때문에 멘탈(정신력)도 굉장히 강하다. 대체로 이세돌이 이길 것으로 본다. 이세돌이 이기더라도 구글이 손해보는 것은 없다. 이세돌과 같은 파격적인 스타일의 고수와 바둑을 두는 경험 자체가 알파고한테는 소중한 경험이기 때문이다. 만약 알파고가 단 1승이라도 챙길 경우 알파고가 얻는 인지도 효과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이세돌의 변칙 플레이에 알파고가 동요할 가능성은

 

“판후이 2단이 알파고와 대국을 마친 뒤 가진 인터뷰에서 알파고가 보수적이고, 침착했으며 벽에다 두고 바둑을 두는 느낌이었다고 밝혔다. 이 인터뷰를 읽고 알파고는 후반으로 갈 수록 계산이 더 정확해지고 끝내기도 강한 느낌일 것이니 ‘마치 어릴 때의 이창호 9단이랑 두는 느낌이 아닐까’ 라고 생각했다. 상대방이 흔들기를 해도 이창호 9단이 흔들리는 적을 본적이 있는가. 어린 이창호는 흔들기의 명수인 조훈현 9단과의 대결에서 돌부처같이 침착하게 두어 좋은 결과를 냈다. 소프트웨어인 알파고는 이세돌이 변칙 플레이를 해도 계산대로만 움직인다. 오히려 이런 흔들리지 않는 모습에 판 후이가 당황했을 수도 있다.

 

-구성= 뉴스큐레이션팀, 조선닷컴(16-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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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9단과 알파고 간의 세기의 대결을 앞두고 독자들이 궁금한 내용 11가지를 소개한다.

① 이번 대국이 한국에서 펼쳐지는데, 왜 한국 바둑 규칙이 아닌 중국 바둑 규칙인가

알파고가 개발되고 난 뒤 지난 18개월 간 훈련하면서 적용했던 기본적인 바둑 규칙이 중국 방식이었다. 따라서 한국 바둑 규칙에 따라 대국을 임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 부분은 이세돌 9단 측과 협의 하에 진행됐다.

② 제한 시간이 대국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 이렇게 시간 제한을 둔 이유는 무엇인가

시간 규정은 구글 측과 이세돌 9단 측의 상호 합의를 통해 결정된 것이다. 경기 시작과 함께 두 기사에게 전체 수를 둘 수 있는 시간이 각각 2시간씩 주어진다. 각 수를 둘 때마다 2시간 내에서 원하는 만큼의 시간을 쓸 수 있다. 2시간을 모두 사용하는 기사는 초읽기에 들어간다. 1분기 초읽기는 3회씩 주어진다.

1분 초읽기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

60
초 이내에 착수하면 60초 초읽기 3회가 그대로 유지된다. 60초 이후 119초 이내에 착수하면 초읽기 1회를 잃게 돼 2회만 남는다. 120초 이후에 착수하면 2회의 초읽기 기회를 잃게 되고 1회만 남는다. 초읽기 기회가 1회만 남은 상태에서 60초 이내에 착수하지 못하는 경우 시간패 처리된다.

④ 대국 장소는 왜 포시즌스 호텔로 결정했나

최대한 전문 프로 바둑 기사들이 대국하는 환경과 유사하도록 대국 장소를 준비하기 위해 이 호텔을 선택했다. 자연광이 많이 들어오는 좋은 방으로 마련했으며 조용한 환경에서 대국이 진행된다.

⑤ 알파고는 서울에서 어떻게 대국을 진행하나

알파고는 대국이 진행되는 동안 구글 클라우드상에서 겨루게 된다. 실제 알파고 서버는 미국 중서부에 위치한다. 알파고와 서버가 빠른 속도로 연결될 수 있도록 포시즌스 호텔 쪽과 준비를 할 것이다.

⑥ 이세돌 9단은 실제로 누구와 바둑을 두나

모니터 상으로는 이세돌 9단과 알파고가 대국을 두는 것처럼 나타난다. 실제로 이세돌 9단과 대국을 하는 사람은 아자 황이다. 아자 황은 알파고의 리더 프로그래머이자 아마 6단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 아자 황이 바둑 대국 환경에 익숙하기도 하고, 알파고를 다루는 데 있어서도 매우 익숙하다.

⑦ 알파고는 어떤 약점을 가지고 있나

알파고는 실제로 몇 가지 약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대국이 열리기 전인 지금 시점에서 이 부분을 미리 말씀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 알파고가 약점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라도 이세돌 9단과 대국을 하고 싶었다.

다만 알파고는 지금까지 주어진 도전들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왔다. 알파고의 대국 수행능력이 높아진 만큼, 스스로 학습해서 다른 도전 상대를 이겨나가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세돌 9단과 같은 최고 상대와 대결하고 싶었다.

⑧ 이세돌 9단은 어떻게 연습하나

컴퓨터와의 대국을 준비하는 것은 어렵지만, 현재는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잠들기 전 1~2시간 정도 컴퓨터와 대국하는 것을 가상으로 준비하고 있다.

⑨ 이세돌 9단이 생각하는 알파고의 기력은

알파고가 판후이 2단과 겨룬 5번의 대국을 몇 번 더 봤다. 지금 알파고의 기력을 봤을 때는 선 정도에서 왔다갔다 하지 않을까 그렇게 예상하고 있다.

⑩ 알파고라는 인공지능이 기존의 슈퍼컴퓨터와 다른 점은 무엇인가

바둑은 경우의 수가 워낙 많기 때문에 컴퓨터가 무조건 무작위 대입방식으로 처리해서는 승리하기 힘들다. 전 세계에 가장 좋은 슈퍼컴퓨터가 있다고 하더라도, 또 앞으로 더 나아진다 하더라도 바둑은 경우의 수가 워낙 많아 그걸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알파고는 정책망과 가치망이라는 2개의 신경계를 활용해서 바둑을 둘 때 가능한 모든 경우의 수를 줄여나간다. 정책망을 통해 어떻게 바둑돌을 두는 것이 가장 가능성이 높은지 판단하게 된다. 이어 가치망은 흑돌과 백돌 양쪽에게 이 바둑돌을 놓는 수가 얼마나 좋은지 알려준다.

실제로 ‘딥블루’라는 슈퍼컴퓨터가 카스파로프를 꺾은 경우를 바둑에 대입해보면 알파고는 한 수를 두기 위해 검색해야 하는 경우의 수가 무한대가 아닌 10만개 정도 수준으로 줄어든다. 이는 슈퍼컴퓨터가 검색하는 2억개와 비교하면 많이 추려진 것이다. 프로 바둑 기사의 경우 한 수를 둘 때 1000개 미만의 경우의 수를 고려한다고 한다. 인간에 비하면 알파고가 검색해야 하는 수가 엄청 많은 거지만, 슈퍼컴퓨터에 비하면 크게 줄어든 것이다.

⑪ 해설은 하나

이번 대국은 영어와 한국어로 공식 해설이 각각 진행된다. 영어 해설은 500번의 프로 대국에서 승리하며 서양인 중 유일하게 프로 9단을 획득한 마이클 레드먼드(Michael Redmond) 9단이 담당한다. 한국어 해설은 세계대회 그랜드슬램을 기록한 현 국가대표팀 감독 유창혁 9단을 비롯해 김성룡 9, 송태곤 9, 이현욱 8단이 순차적으로 담당한다.

이세돌 9단과 구글 알파고 간 5국 대국 일정은 ▲3 9(1) 3 10(2) 3 12(3) 3 13(4) 3 15(5)으로 모두 오후 1시에 시작된다. 대국은 구글 딥마인드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되며, 국내에선 바둑 TV를 통해 또 중국과 일본 등지에선 TV를 통해 중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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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에 묻는다

 

35년 전 암산왕 처녀 이춘덕이 도쿄에서 전자계산기와 붙었다. 그곳 주산교재연맹이 마련한 '1회 계산 기능 세계 제일 결정전'에서였다. 사칙연산을 까다롭게 엮은 여섯 종목에서 참가자들은 전자계산기나 주판을 써도 됐다. 100억 단위 숫자를 열 줄로 늘어놓고 덧셈·뺄셈을 하는 문제도 60개 출제됐다. 이춘덕은 암산으로만 한 문제 평균 1.3초라는 놀라운 속도로 정답을 냈다. 전자계산기 코를 납작하게 누르고 우승했다.

 

지난달 미국에서는 골프 로봇이 다섯 샷 만에 파3 홀인원을 했다. 확률로 따져 프로보다 600배 나은 솜씨다. 도쿄대가 만든 '가위바위보 로봇'은 사람 손 모양을 순식간에 알아채고 다 이겼다. 인간도 만만하진 않다. 독일 탁구 챔피언은 로봇과 붙어 119로 역전승했다. '축구의 신()' 메시는 로봇을 세워놓고 승부차기를 해 세 골 중 한 골을 넣었다. 그러나 머리 쓰는 체스·루빅스큐브·퀴즈쇼에서 컴퓨터는 인간을 눌렀다.  

 

오늘부터 세계 정상 이세돌과 구글 컴퓨터 알파고가 다섯 차례 '세기의 바둑 대결'을 펼친다. 바둑은 인류사 5000년을 거쳐 가장 정교하게 다듬어진 게임이다. 인간이 밀린다면 과학사()를 다시 써야 한다. 바둑을 넘어 '인간 대 기계' 싸움에 승패를 건 셈이다. 인공지능(AI) 비즈니스도 새 지평을 연다. 미국 도박 사이트가 가상 화폐 비트코인을 걸고 내기판을 벌이고 있다. 어제 오후 6시까지 6156으로 알파고 우세다.

 

바둑은 포석, 중반 전투, 끝내기가 다 중요하지만 형세 판단을 앞설 순 없다. 한 집이라도 불리하면 판을 흔들어 변화를 꾀하고, 유리하면 변화를 막고 판세를 굳혀야 한다. 알파고에 묻고 싶다. "판을 흔드는 승부수를 던질 줄 아는가?" 알파고는 발 빠른 수와 발 느린 수, 그 미묘한 차이를 알까. 상대를 유혹해 나의 작은 돌을 버리고 큰 집을 얻는 사석(捨石) 작전을 펼 수 있을까. 때로 선선히 돌을 거두는 예의를 알까.

 

알파고는 인간을 흉내 낸다. 그것도 초능력자를 따라 한다. 이번 대결은 이세돌이 벌써 밑졌다. 다섯 번 다 이겨도 상금이 13억원이다. 구글은 이미 수백, 수천 배 광고 효과를 거뒀다. 중국 기사 판후이는 알파고에 50으로 지긴 했어도 앞서 가진 비공식 경기에서는 두 번 이겼다. 이세돌은 그런 스파링 기회도 갖지 못했다. 그러나 설혹 인간이 져도 인간이 창조한 바둑이다. 지름 2.2㎝ 바둑돌을 두 손가락에 가볍게 끼워 주목(朱木) 바둑판에 딱, 하고 올려놓는 맛을 알파고가 알 리 없다.

 

-김광일 논설위원, 조선일보(16-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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