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山野(草·木·花)]

[진달래] 척박한 땅서도 수백 년 살아... 문학 속에서 우리 민족 '끈질김' 상징해

뚝섬 2016. 4. 4. 15:28

요즘 전국 볕 바른 산기슭에는 분홍빛 진달래꽃이 한창이랍니다. 진달래는 꽃샘추위에도 새잎보다 먼저 꽃망울을 내밀어 큼직한 꽃을 흐드러지게 피우는 식물이지요. 진달래꽃 덕분에 겨우내 황량했던 산과 들이 화사한 봄빛을 입고 생기를 되찾아요. 예로부터 진달래는 개나리와 함께 봄소식을 전하는 꽃나무로 여겨졌답니다.

진달래는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삶과 함께했어요. 새콤달콤한 특유의 맛을 가져 떡을 빚거나 부침개를 지져서 봄철 입맛을 돋우는 간식거리로 즐겨 먹었고, 고운 빛깔에 향내가 그윽하니 술을 담그기도 했죠.

우리의 생활과 밀접한 진달래는 시의 소재로도 참 많이 쓰였어요. 대표적인 시는 김소월 선생님이 1925년 발표한 '진달래꽃'이겠지요.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우리다.//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우리다.//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 이 시는 진달래꽃을 소재로 사랑하는 임을 보내는 심정을 아름답게 표현했어요.


▲전국 3대 진달래 군락지 중 한 곳인 전남 여수시 영취산에 진달래가 아름답게 피었어요. 진달래와 모양이 비슷한 철쭉(오른쪽)은 개화 시기가 달라요. 진달래는 4월 잎이 나기 전 꽃이 피는 반면 철쭉은 잎이 난 후 대개 5월에 피지요. /박중춘 제공

 

산림학자들은 진달래를 2차림(2次林) 식물이라고 불러요. 2차림 식물이란, 자연 상태의 숲인 1차림이 산불·산사태·벌목 등으로 파괴된 곳에 잽싸게 뿌리를 내리고 무리 지어 사는 식물이라는 뜻이에요. 헐벗은 산을 푸르게 가꾸는 고마운 존재이지요. 우리나라에 진달래가 많다는 것은 한때 헐벗었던 곳이 그만큼 많았다는 증거이지요. 진달래는 참 소중한 산림자원이지요.

진달래는 척박한 땅에서도 억척스레 뿌리를 내리고 이웃 식물과 다투지 않고 수백 년을 거뜬히 산답니다. 혹독했던 일제 치하와 6·25 전쟁을 겪고도 끈질기게 산업과 문화를 발전시킨 한국인과 닮지 않았나요? 그래서 진달래꽃은 문학 속에서 우리 민족의 끈질김과 고향에 대한 향수를 상징해요. 1926년 아동문학가 이원수 선생님이 작사한 '고향의 봄'에도 진달래가 고향을 그리는 향수의 상징으로 등장해요.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역사학자이자 시조시인인 이은상 선생님은 진달래를 헐벗은 강산을 아름답게 가꾸는 꽃나무로 그린 시조 '조선, 풍미(
風味)의 진달래'를 남겼어요. "산의 꽃 진달래 산마다 피는 진달래/ 우리 나란 산의 나라 진달래 피는 나라/ 봄이면 남북강산에 이어 피는 진달래//저 산에 접동새 우네 접동새 울면 진달래 피네/ 바위틈 모래 흙이 거칠어도 메말라도/(이하 생략)."

진달래과에 속한 진달래와 철쭉은 겉보기에 매우 비슷하지요. 하지만 먹을 수 있어 '참꽃'으로 불리는 진달래와 달리, 맛이 써서 먹을 수 없는 철쭉은 '개꽃'이라고 불린대요. 둘은 꽃을 피우는 시기도 딴판이에요. 진달래는 4월에 잎보다 먼저 꽃을 피우지만, 철쭉은 오뉴월에 잎을 낸 뒤 그다음 꽃을 피운답니다.

-기획·구성=김지연 기자/박중환·식물 칼럼니스트, 조선닷컴(16-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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