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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틸레버.. 처마 끝, 튀어나온 발코니] [마리나베이샌즈]

뚝섬 2024. 3. 13. 11:42

[캔틸레버.. 처마 끝, 튀어나온 발코니] 

[마리나베이샌즈 Marina Bay Sands]

 

 

 

캔틸레버.. 처마 끝, 튀어나온 발코니

 

교통 표지판… 한쪽만 고정, 다른 쪽은 허공에 떠있어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새로 지은 초고층 빌딩 '원 자빌(One Za’abeel)'. 두 건물을 연결하는 공중 통로는 바깥쪽이 허공에 떠있는 '캔틸레버' 구조예요. /Hufton+Crow

 

지난 2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원 자빌(One Za'abeel)'이라는 특별한 건축물이 들어섰습니다. 건축설계 회사 니켄세케이는 각각 높이가 305m과 235m에 이르는 초고층 빌딩을 짓고, 지상 100m 높이에 두 건물을 가로질러 연결하는 통로 '링크(The Link)'를 만들었어요. 통로 한쪽 끝은 건물 밖으로 툭 튀어나와 허공에 떠 있는데, 그 길이가 67.5m에 달한대요. 이처럼 한쪽 끝만 고정하고 다른 쪽은 아무것도 받치지 않은 보(가로 기둥) 구조물을 '캔틸레버(cantilever)' 또는 '외팔보'라고 합니다. 원 자빌은 세계에서 가장 긴 캔틸레버 빌딩이 됐습니다.

이렇게 길쭉한 캔틸레버를 건물에 만들려면 복잡한 건축공학이 필요해요. 캔틸레버는 양끝을 지지하는 일반적인 보에 비해 보를 구부러지게 하는 힘인 '굽힘 모멘트(Bending Moment)'를 4배 이상 받거든요. 총무게는 같다고 가정했을 때 캔틸레버 길이가 2배로 늘어나면 굽힘 모멘트는 최대 16배까지 증가한답니다. 이런 큰 힘을 지탱할 수 있으려면 건물 자체가 거대해야 하고 보가 고정된 한쪽 끝부분에도 구조 보강을 해야 합니다. 튼튼한 건축 재료도 필요하기 때문에 근대 건축에서 철골 구조를 쓰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가능해진 방식입니다.

캔틸레버는 중력에서 벗어나려는 인간의 꿈을 실현해 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에요. 싱가포르의 마리나베이샌즈 호텔은 건물 꼭대기에 있는 340m 길이의 기다란 배 모양 구조물인 '스카이 파크'로 유명해졌는데요, 배가 건물에서 튀어나온 캔틸레버 부분은 66.5m에 달해 원 자빌 이전에는 세계 최장 길이를 자랑했어요.

소소한 규모의 캔틸레버는 우리 주변에서도 볼 수 있어요. 알고 보면 건물 지붕에 삐져나온 처마 끝, 현관의 차양, 아파트에 튀어나온 발코니가 캔틸레버 구조죠. 고속도로를 지나갈 때 보이는 교통 표지판도 한쪽만 고정한 캔틸레버랍니다. 또 항공기 날개도 있죠. 날개로 하늘을 가르며 날아가야 하는 항공기는 몸체에만 고정된 캔틸레버 날개가 큰 힘을 버텨줘야 해요.

 

우리나라에도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캔틸레버 건축물이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바로 부산에 있는 '영화의전당'입니다. 지붕이 물결치듯 비틀어져 하늘로 솟아 있는 모습이 장관인데요, 그 한쪽은 단단한 원통이 지지하고 다른 한쪽은 기둥 하나 없이 자유롭게 공중에 떠있는 캔틸레버 지붕이에요. 기네스북이 '세계에서 가장 긴 캔틸레버 지붕'으로 공인했답니다.

-전종현 디자인·건축 저널리스트, 조선일보(24-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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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나베이샌즈 Marina Bay Sands

 

'피사의 사탑'보다 10배 기울어진 싱가포르의 상징- 세계 최고 난이도의 건축물

 

마리나베이샌즈(Marina Bay Sands) 복합 리조트는 싱가포르의 새로운 성장 동력의 하나로 추진된 초대형 프로젝트다. 2511객실 규모의 마리나베이샌즈호텔과 5만 4000명을 수용하는 컨벤션센터, 2000석 규모의 극장 2개, 아시아 최대 규모의 카지노, 연꽃을 닮은 아트뮤지엄, 싱가포르 대중교통 수단의 핵심인 MRT, 쇼핑센터, 1만명을 수용하는 야외 공연장 등으로 구성된다.

사업 발주처인 샌즈그룹의 CEO 셀던 아델슨은 이 놀라운 설계(jaw-dropping design)를 “싱가포르의 미래 경제를 위한 촉매제”라고 표현했다.

 

쌍용건설이 2010년 6월 싱가포르에서 준공한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


피사의 사탑보다 10배 더 기울어져

2010년 6월 준공한 마리나베이샌즈호텔은 대지면적 2만 3400㎡, 연면적 30만 2171㎡ 에 지상 55층 3개 타워로 구성된다. 지상 약 200m 높이에서 3개 타워의 옥상을 연결하는 스카이파크(Sky Park), 그리고 저층부를 관통하는 아트리움(Atrium)로 있다. 미국의 모세 샤프디(Moshe Safdie)가 설계했고 우리나라의 쌍용건설이 시공했다.

이 건물은 싱가포르에 처음 카지노를 도입했다 점과 함께 독특한 건물 구조 때문에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최대 경사가 피사의 사탑보다 10배나 기울어져 있다. 또 3개 동(
棟)의 55층 꼭대기에 대형 구조물인 스카이파크를 올린 것은 공학적으로도 매우 믿기 힘든 모습이다. 영국의 세계적 구조설계회사로 유명한 아룹(Arup)사조차 “전 세계에서 가장 짓기 어려운 프로젝트”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2007년 입찰 당시 총 14개의 글로벌 건설사들이 참여했지만 쌍용건설과 일본, 홍콩, 프랑스 등 4개사로 좁혀졌다. 이 중 2개 사는 시공법을 찾지 못해 중도 포기했다. 나머지 1곳도 공기 단축을 위한 공법을 제시하지 못했다. 결국 쌍용건설이 48개월의 공기를 27개월로 단축하는 신공법을 제시해 최저가를 제시하지 않고도 시공업체로 선정되는 쾌거를 거뒀다.

이 호텔은 싱가포르의 관문이라는 상징성을 보여주기 위해 건물 각 동의 측면 ‘들 입(
入)자형 구조로 형상화해 지면에서 최대 52도의 경사로 기울어진 동측 건물이 지상 70m(23층)에서 서측 건물과 만나 55층까지 올라가는 구조로 설계했다. 이런 구조의 건물 3개 동이 나란히 건축되고 옥상의 스카이파크는 거대한 선박 모양으로 그 길이만 340m에 달한다. 면적은 축구장 2배 크기로 무게도 6만t에 달한다. 수영장 3개와 전망대, 레스토랑, 스파를 갖추고 있다. 마리나베이샌즈호텔은 현존하는 건축물 중 가장 난이도가 높은 건물로 꼽힌다.

스카이 파크에 설치된 약 9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전망대는 보잉 747 여객기 전장과 맞먹는 70m 정도가 지지대 없이 지상 200m에 돌출된 외팔 보(cantilever) 구조를 하고 있다.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 꼭대기에 있는 스카이 파크의 수영장. /마리나베이샌즈호텔 제공


교량에 쓰던 특수공법 사용

이탈리아에 있는 피사의 사탑보다 10배 정도 더 기울어진 호텔을 짓기 위해 쌍용건설은 교량 건설에 쓰던 특수 공법을 사용했다. 휘어진 건물 지하에 고정점을 만들어 놓고 건물이 안쪽으로 쓰러지지 않게 아래에서 쇠줄로 잡아당기면서 층(
層)을 높여간 것이다. 여기에 휘어진 건물 안쪽 세 곳에 가설 구조물을 설치해 버팀목 역할을 하도록 했다. 이 두 가지 공법을 함께 사용한 것은 쌍용건설이 세계 최초다.

공기 단축을 위한 공법도 동원했다. 대표적인 게 지하 흙막이 공사다. 지하 흙막이 구조에는 도넛과 땅콩 모양으로 생긴 가설 벽체(D-Wall)을 적용했다. 또 지하의 토압(
土壓)을 스트러트(버팀대) 없이 지지해 지반의 안정성과 공간을 확보하고, 자재와 장비 진입이 원활해져 주요 공정인 타워 골조공사와 동시에 지하층 공사를 진행할 수 있었다.

 

2008년 12월 골조 공사가 한창인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 현장.


지상에서 만든 스카이 파크는 무게 6만t에 길이 347m, 폭 37m, 높이 16.4m에 달한다. 면적도 약 1만 2000㎡이다, 문제는 이렇게 무거운 ‘옥상공원’을 휘어진 건물 위에 올리는 일. 일직선 건물은 무게를 견디는 힘이 강하지만 기울어지고 갈라진 하층부는 힘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쌍용건설은 트랜스퍼 트러스(Transfer Truss) 공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이 공법은 휜 건물에 적용되는 무게를 곧게 선 옆 건물로 분산하는 기술이다. 트러스에 사용한 부재는 80㎜ 철판 2개로 이루어졌다. 600㎜ 두께의 벽체 내부에 설치되고 콘크리트를 부어 일체화한다. 200t 이상의 무게를 가진 한 개의 트러스는 30개의 유닛으로 분리해 들어올린 후 조립했다.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은 세계 최고 난이도의 건물로 꼽힐 만큼 시공에 어려움이 많았다.

 

매우 높은 난이도의 공법을 요구하는 이번 프로젝트에 세계 유수 건설업체들도 기술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 사업을 국내 건설사가 공기까지 단축해 가면서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난이도가 높은 공사였던 만큼 완성된 건물이 보여주는 신선한 충격은 이를 건축한 건설업체의 기술력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 고급 기술만이 가질 수 있는 마케팅 효과를 누릴 수 있게 됐다.

 

-김우영 건설산업硏  연구위원, 조선닷컴(17-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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