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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여행 붐’ 유탄 맞은 제주] [관광 대국 일본]

뚝섬 2023. 3. 1. 08:57

[‘일본 여행 붐’ 유탄 맞은 제주] 

[관광 대국 일본] 

 

 

 

일본 여행 붐’ 유탄 맞은 제주

 

일본·동남아 등 근거리 국가를 중심으로 해외여행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23일 오전 인천공항에서 일본으로 향하는 승객들이 탑승수속을 하기 위해 줄 서 기다리고 있다. /뉴스1

 

1942년 문을 연 제주공항은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여객공항 중 하나다. 1시간당 항공기가 활주로를 뜨고 내리는 횟수인 슬롯(SLOT) 35회에 달한다. 143초마다 대씩 이착륙하고 있다는 뜻이다. 고밀도 슬롯 운영 덕에 지난해 제주공항 이용객이 3000만명에 달했다. 코로나 사태 이전인 2019년보다 100만명 이상 많은 것이다. 제2 제주공항 건설론이 힘을 받을 만했다.

 

지난해 10 일본이 외국인 관광객 입국을 허용하면서 상황이 180 달라졌다. 연필과 볼펜, 쌀과 밀가루 등 서로 대신할 수 있는 상품을 대체재(代替財)라고 하는데, 관광 수요 면에서 제주와 일본은 대체재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제주행 관광객이 11월 -4%, 12월 -7%, 올 1월 -10% 등 매달 격감 추세인 반면 1월 중 일본을 찾은 국내 관광객은 57만명에 달했다. 방일 외국인 38% 한국인이었다. ‘대한민국 도쿄시라는 말도 나왔다. 역대급 엔저(円低)도 일본 여행 붐을 뒷받침하는 요소다.

 

그러자 저비용 항공사(LCC)들이 제주행 항공편을 일본으로 돌리기 시작했다. 시장 선점을 위해 일본 중소도시 직항편을 늘리고, 왕복 99000원짜리 티켓을 앞세워 마케팅에 나섰다. 반면 1월 중 제주행 항공편 좌석은 1년 전에 비해 30만개나 줄었다. 좌석이 귀해지자 항공료가 급등했다. 주말 제주 편도 항공료가 15~19만원 선까지 뛰었다. 코로나 절정기 때 커피값 티켓(편도 4000원)까지 등장했던 걸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제주 서귀포시가 지역구인 국회의원이 “제주행 항공료가 너무 뛰었다”며 정부에 대책을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제주 관광 산업도 먹구름이다. 제주신라 호텔 1박 숙박료가 70만~80만원에서 40만원대로 떨어지고, 숙박료를 10만원대로 내린 특급 호텔도 등장했다. 바가지 가격으로 원성이 높았던 렌터카 가격도 연일 폭락세다. 1년 전 하루 18만원이던 중형차 대여료가 11만원대로 떨어지고, 하루 3만원대 렌터카도 등장하고 있다.

 

▶반면 해외여행 열기는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 베트남 다낭 경우 한국 여객기가 하루 90편씩 뜨고 내려경기도 다낭시 불릴 정도다. 3·1절에 목·금 휴가를 붙여 닷새 연휴를 일본에서 보내겠다는 관광객 때문에 일본행 항공편이 일찌감치 동났다. 2019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금지로 전국을 뜨겁게 달궜던 일본 불매 운동은 어디 갔나 싶다. 여행 커뮤니티에선 “역사와 사생활은 별개” “그래도 3·1절인데..”라는 약간의 공방이 있다고 한다.

 

-김홍수 논설위원, 조선일보(23-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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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 대국 일본

 

요즘 대학생들 사이에 일본은 '알바해서 여행 가는 나라'로 통한다. 열 이유 제쳐 두고 일단 싸다. 총각인 후배가 작년 여름 오사카를 다녀왔다. 비행기 삯이 10만원도 되지 않았다. 하룻밤에 10만원쯤 내고 비즈니스호텔에 묵었다. 그런데 올여름 제주도 2박 3일 여행엔 60만원을 썼다. 그는 "앞으로 제주 갈 돈 있으면 일본에 가겠다"고 했다.

▶골프 애호가들도 일본으로 몰린다. 세 밤 자는 골프 여행인데 항공·숙박·그린피 모두 합해 80만~90만원 상품이 수두룩하다. 도착 첫날 9홀, 둘째·셋째 날 27홀씩, 마지막 날 18홀, 총 81홀을 돌고 리조트에서 먹고 잔다. 제주 골프 여행 패키지도 비슷한 가격대가 있다. 그러나 일본에 다녀온 한 60대 남성은 "부부 동반으로 여행 가서 취향껏 골프를 하거나 관광할 수 있으니 제주보다 일본이 낫다"고 했다.

  

▶작년 한 해 일본에 간 한국인 관광객은 714만명으로 재작년보다 40% 넘게 뛰었다. 인구 5100만명 중 714만명이라니 놀라운 숫자다. 올 7월까지는 462만명으로 지난해보다도 14.5% 늘었다. 중국인이 735만명으로 1위인데, 우리가 근소하게 2위다. 일본은 2003년 '관광 입국(觀光立國)'을 내건 뒤 꾸준히 진흥책을 펴왔다. 그 결과 외국인 관광객이 10년 전보다 네 배나 불어 연 3000만명에 이른다. 2030년 6000만명이 목표다. 

 

▶일본에 한국인 관광객이 느는 건 20~30대 젊은 층이 급증한 때문이다. 저비용 항공 노선이 많아지면서 서울~제주보다 싼 표가 나온다. 엔저(円低)도 겹쳤다. 서울서 4100원인 스타벅스 아메리카노가 오사카에선 320엔, 3220원쯤이다. 젊은 관광객은 주로 도쿄에 몰린다. "도쿄는 어딜 가나 새롭고 깔끔하고 고풍스럽다"는 반응이다. 일본 첨단 문화가 집중돼 있어 "세계 최고를 한자리서 본다"는 느낌도 든다고 한다.

▶아직 서른이 안 된 여자 후배는 해마다 혼자 1박 2일 일본 벚꽃 여행을 떠난다고 했다. 왕복 10만원짜리 티켓으로 가서 실컷 벚꽃 구경하고 맛있는 것 먹고 다음 날 돌아온다. 일본의 관광 몸집이 커진 비결은 어찌 보면 단순하다. 정직하고 친절하며 깨끗하고 질서가 잡혀 있다. 문화·역사 명소도 유럽에 버금간다. 서울에선 지난 7월 인천공항에서 강남까지 외국인을 태워주고 186만원을 받은 콜밴이 적발됐다. 도쿄에선 손님을 태우고 가던 택시 기사가 지도를 볼 때는 미터기를 끈다.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한현우 논설위원, 조선일보(18-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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