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山野(草·木·花)]

[사랑의 열매] [호랑가시나무]

뚝섬 2024. 12. 23. 05:57

[사랑의열매]

[호랑가시나무]

 

 

 

사랑의 열매 

 

호랑가시나무.

 

식물의 공기 정화 기능에 대해 처음으로 본격 실험을 진행한 건 미 항공우주국 나사(NASA)였다. 우주선에서 장기간 지내야 하는 우주인들이 건강을 잃지 않으려면 공기 정화가 무엇보다 중요했기 때문이다. 나사는 10년 연구 끝에 1989년 아레카야자, 관음죽, 스킨답서스 등 50종의 실내 식물의 공기 정화 능력이 탁월하다고 발표했다. 과장됐다는 지적도 있지만 여전히 실내 식물을 고르는 기준으로 이 연구 결과가 쓰인다.

 

▶제주도 곶자왈 부근에선 빌레나무가 자생하고 있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2018년 이 빌레나무가 실내 미세 먼지를 20%가량 줄인다는 실험 결과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미세 먼지가 극성을 부릴 때여서 생소한 빌레나무가 포털 사이트 검색어 순위에 오를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정부는 이 나무를 화분에 심어 교실에 보급하는 시범 사업을 하고 있다.

 

▶국립생물자원관은 22일 실내 공기 질을 개선하는 자생식물 15종을 추가 공개했다. 자생식물들과 나사가 공기 정화 식물로 인정한 스킨답서스를 비교 실험한 결과 호랑가시나무, 섬초롱꽃, 산수국, 꿀풀 등 15종이 미세 먼지,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s) 제거에 효과적임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특히 호랑가시나무는 스킨답서스보다 시간당 미세 먼지 제거량이 1.4배, 총 초미세 먼지 제거량이 2배 많았다고 했다. 자원관은 호랑가시나무 열매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사랑의열매’로도 알려졌다고 소개했다.

 

사랑의열매는 1970년대 초부터 성금을 모금할 때 상징으로 사용했다. 2003년 2월 산림청은 백당나무를 이달의 나무로 선정하면서 나무 열매가 사랑의열매와 닮았다고 했다. 그런데 이번엔 생물자원관이 호랑가시나무 열매가 사랑의열매와 닮았다고 한 것이다. 제주도에서 자라는 식물 산호수·자금우 열매도 정말 사랑의열매와 똑같이 생겼다. 다만 처음 이 상징을 디자인한 분은 우리나라 야산에 자생하는 산열매를 형상화했다고 했다. 특정 열매를 본뜬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공동모금회가 진행하는 연말연시 모금액은 22일 현재 2820억원이 모아져 사랑의온도탑이 62.7도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목표액은 지난해보다 3.4% 오른 4497억원이다. 아직은 대기업들이 예년 수준으로 기부하고 있지만 불경기와 비상계엄, 탄핵 정국까지 겹쳐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공동모금회는 노심초사하고 있다. 특히 일반 시민들의 기부가 목표 달성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한다. 지금처럼 어렵고 뒤숭숭할 때일수록 따뜻한 마음이 더 모아졌으면 좋겠다.

 

-김민철 논설위원, 조선일보(24-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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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가시나무

 

새해의 시작을 축하하며 사람들은 카드를 주고받아요. 한 해 동안 고마웠던 마음을 담아 '해피 뉴 이어(Happy New Year)' 같은 문구를 정성껏 적고, 양옆으로 큰 가시가 뾰족뾰족 나 있는 반질반질한 잎사귀와 빨갛고 탐스럽게 익은 열매를 알알이 그려 넣어요.

바로 연말연시 카드 디자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식물, 호랑가시나무죠. 유럽과 미국에서는 키가 큰 '구주호랑가시나무'나 '미국호랑가시나무'가 널리 퍼져 있어요. 연말연시 추운 겨울에도 생기가 돌고 붉은 열매를 갖고 있죠. 서양에서는 호랑가시나무가 겨울에도 초록빛을 잃지 않는 귀한 상록활엽수인 데다 잎이 예수의 가시관을 닮아 오랫동안 연하장 카드에 활용해왔어요. 

 

호랑가시나무는 이파리 끝부분에 가시가 돋아요. 가시가 호랑이 발톱을 닮았다고‘호랑이발톱나무’라고 불렀다는 얘기도 있어요.

 

호랑가시나무는 우리나라 남부 지방과 중국에서도 자라요. 최대한 크더라도 5m 정도밖에 자라지 않는 키 작은 나무랍니다. 나무 밑동부터 틈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잎이 많은 게 특징이죠. 잎은 커다랗게 발달한 가시 때문에 둥글다기보다 길쭉해 보여요. 검지 길이 남짓한, 찔리면 꽤 아픈 뾰족하고 두꺼운 잎이 빼곡하죠.

사람들은 커다란 가시와 호랑이를 연결 지어 호랑가시나무라는 이름을 붙였답니다. 호랑가시나무 어린잎의 뾰족한 가시가 마치 호랑이 발톱처럼 생겨 '호랑이발톱나무'라고 부르기도 했고요. 호랑이가 등이 가려울 때 잎에 등을 문질러 긁는다고 '호랑이등긁기나무'라고도 했답니다. 일부 지역에선 새해에 호랑가시나무 가지를 집에 걸어 악귀를 물리치는 풍습도 있었대요.

호랑가시나무의 독특한 잎 모양은 살아남기 위한 방어 전략에서 나왔어요. 초식동물에 이파리를 먹히기 쉬우니 가시를 키워 못 먹게 한 거죠.

호랑가시나무를 자세히 살펴보면 한 나무에도 가시가 양옆으로 선명하게 드러난 잎과 가시가 전혀 없는 밋밋한 잎사귀가 같이 붙어 있어요. 가시가 있는 잎이 어린잎, 가시가 없는 잎이 나이 든 잎이에요. 어린잎은 연해서 초식동물의 먹이가 되기 쉬우니 가시를 만들고, 나이 든 잎은 가시를 점점 퇴화시키기 때문이랍니다.

특이하게도 우리나라엔 호랑가시나무 중에서 가시가 거의 없는 '완도호랑가시나무'가 있답니다. 이 나무는 호랑가시나무와 감탕나무가 자연적으로 교배돼 발생한 잡종 나무예요. 뾰족뾰족한 호랑가시나무 잎과 가시 없이 밋밋한 감탕나무 잎의 성질이 합해져 가시가 작고 잎도 둥근 편이랍니다. 워낙 특수한 환경에서 우연히 발생한 나무라 희귀종이에요.

 

-최새미 식물 칼럼니스트, 조선닷컴(19-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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