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산-산행이야기]

[예고 없는 살인자, 겨울 아침등산을 노린다] '술 마신 다음 날 겨울 산행'은 매우 위험.. [가슴통증 오면 119 불러 병원 가세요]

뚝섬 2019. 1. 12. 06:50

[돌연사 18000] [] 안녕하세요, 돌연사라고 합니다… 저는 추운날 아침 주로 나타나죠
당신 혈관이 오그라들기 때문에 심장 가는 피가 막히기 쉽거든요

 

지난달 16일 아침 경기도 남양주에 살던 회사원 김모(48)씨는 산행에 나섰다. 하루에 담배를 한 갑씩 피우고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술자리를 가지곤 했던 김씨가 '운동하자'는 취지로 나선 등산길이었다. 그런데 산을 오르는 도중 가슴이 뻐근하고 심하게 숨이 찼다. 조금 쉬고 나니 괜찮길래 끝까지 산에 올랐고 집에도 잘 돌아갔다. 그러나 다음 날 아침 출근길 아파트 1층 출입구를 나서다 쓰러졌다. 이웃 주민이 119에 신고해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그는 숨졌다.

김씨처럼 2017년 한 해 급성 심장 정지로 갑작스레 사망한 사람이 2만명에 육박한다고 질병관리본부가 9일 밝혔다. 김씨처럼 ▲담배를 피우고, 술을 즐기고, 평소에 운동을 자주 하지 않는 사람이 ▲추운 겨울 새벽·아침에 추위에 갑자기 노출될 경우 특히 위험이 컸다. 전문가들은 "평소 아무런 건강 문제가 없던 사람도 처음 발생한 심장 문제로 사망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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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자살보다 무서운 돌연사


그럼에도 돌연사 위험이 일반인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는 게 문제다. 성인 돌연사는 대부분 급성 심장 정지가 원인일 경우가 많다. 질병관리본부 통계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급성 심장 정지로 병원에 실려간 사람은 29262명인데, 이 중 결국 숨진 사람은 25859명이다. 여기에서 ▲교통 사고, 추락, 화재, 자살 시도 등으로 급성 심장 정지가 온 사람 ▲각종 병의 말기 증상 등으로 심장이 멎은 경우 ▲영아돌연사 증후군 등을 제외한 18261명이 일반인들이 말하는 '돌연사'로 죽음을 맞이한 경우다.

 

이는 사실상 우리나라 사망 원인 1위다. 모든 암을 다 합치면 암으로 인한 사망자(78863)가 가장 많지만, 암을 종류별로 나눠서 보면 급성 심장 정지보다 사망자가 적었다. 암 중에 가장 많은 폐암 사망자(17980)도 급성 심장 정지 사망자보다 적었다. 간암(1721), 대장암(8766), 위암(8034)으로 죽는 사람보다 급성 심장 정지 사망자가 많다.

또 자살(12463)보다 무서운 게 급성 심장 정지였다. 국토교통부 등이 나서 해마다 '더 줄이겠다'고 캠페인 하는 교통사고 사망자(5028)보다는 3.6배나 많았다. 대중은 '메르스' 같은 감염병을 두려워하지만 2017년 각종 감염병·기생충성 질환으로 숨진 사람을 모두 합쳐도(7986), 돌연사 한 사람의 절반이 안 된다. 국회와 정부가 암, 자살, 교통사고, 각종 감염병을 줄이겠다고 노력하고 있지만, 사실은 훨씬 더 많은 사람이 심장에 생긴 문제로 가슴을 움켜쥐고 쓰러져 숨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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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습관 바꾸는 것이 최선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이나 심장질환이 있는 사람이 '위험군'인 것은 사실이지만 누구에게 급성 심장 정지가 닥쳐올지는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장기육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전조 증상이 없다가도 급성 심근경색 등이 생기는 사람이 30~40% 정도 된다" "별안간 심장에 문제가 생겨 쓰러질 수 있다는 것이 무서운 부분"이라고 했다. 법의학자인 이윤성 전 서울대 의대 교수는 "특정한 질환이 없는데도 급성 심장 정지로 사망하고 이 중에는 부검을 해도 사망 원인을 못 찾는 경우도 있다" "이전까지 한 번도 문제가 없다가 처음으로 생긴 심장 문제로 갑자기 사망할 수도 있다"고 했다.

심장 문제로 인한 돌연사는 '예측은 어렵지만 막아볼 수는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고혈압·당뇨 등 ''이 생긴 다음에 약을 먹고 대응할 것이 아니라, 생활습관을 고쳐 만성질환·심장질환이 생기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WHO(세계보건기구) "당신의 심장을 지키기 위해선 금연·절주하고, 건강한 음식을 먹고, 스트레스를 줄이고, 운동을 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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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조심해야 하는 시기는 겨울철이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허혈성 심장 질환(급성 심근경색·협심증 등) 사망자 수는 겨울철이 여름철보다 월평균 300명가량 더 많다. 급성 심근경색 등으로 2017 1월 사망한 사람(1333)이 같은 해 8(1044)보다 289명 더 많았던 것이다. 겨울철 갑자기 밖에 나가 추위에 노출되면 혈관이 좁아지거나 막히면서 심장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이해영 서울대 순환기내과 교수는 "겨울철에 실외로 나갈 때는 따뜻하게 입고 마스크도 쓰는 것이 좋다" "추운 아침이나 새벽에 조깅·등산을 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했다. 특히 술을 마신 이후에는 혈압이 올라가기 때문에 '술 마신 다음 날 겨울 산행'은 매우 위험할 수 있으니 삼가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홍준기 기자/남정미 기자/손호영 기자, 조선일보(19-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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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시간 전 신호옵니다, 가슴통증 오면 119 불러 병원 가세요

 

얼마나 빨리 대응하느냐가 중요
일본선 흉통때 80% 119 전화, 한국선 흉통으론 거의 안 불러

 

흔히 '돌연사'란 말을 쓰지만 정말 돌연한 죽음은 없다. 전문가들은 "급성 심장 정지 대부분이 한 시간 전에 신호가 온다"고 했다. 가슴이 답답하고 쥐어짜는 듯한 느낌이 대표적이다. 사람에 따라 가슴이 아니라 목부터 배꼽까지 통증을 느끼거나 호흡곤란, 오심 및 구토, 발열 증상이 오기도 한다. 2006 3월 사망한 개그맨 김형곤씨도 사망 직전 복통을 호소했지만 실은 심장이 문제였다.

평소 고혈압·당뇨가 있거나 비만·흡연자 등 심혈관 질환 위험군은 이 경우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 흉통이 아닌 경우 심장 질환이라고 생각 못해 일을 키우는 이가 많다.

정명호 전남대 순환기내과 교수는 "통증이 20분 이상 지속되면 혈관이 좁아지는 불안정 협심증, 30분 이상 되면 혈관이 완전히 막히는 심근경색증일 수 있다" "한 시간 이내에 구급차를 불러 병원에 오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미국 심장학회에서는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경우 병원 도착 30분 안에 혈전 용해제를 사용하고, 90분 안에 관상동맥 중재술을 시행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얼마나 빨리 대응하느냐에 따라 생존 여부가 갈리기 때문이다.

국내 현실은 이와 다르다. 전남대 등 국내 병원 연구팀이 2011~2015년 급성 심·뇌혈관 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들을 연구해보니 증상 발생 후 병원에 도착하기까지 구급차를 이용한 환자 그룹은 평균 7.6시간, 그렇지 않은 환자 그룹은 24.9시간이 걸렸다. 구급차를 타면 병원 도착이 빠를 뿐 아니라 차 안에서 심폐소생술(CPR) 등 응급처치를 받을 수 있고, 병원 도착 후 응급 시술까지 걸리는 시간도 훨씬 짧았다.

문제는 구급차를 부르는 환자가 소수라는 점이다.

전남대팀 등이 분석한 환자 중 구급차를 탄 환자는 다섯 명에 한 명(22.6%)이고, 나머지는 아파도 참다가 자기 차 몰거나 가족 차 혹은 택시에 실려 왔다. 정 교수는 "일본은 흉통이 생기면 80%119를 누르는데, 한국은 팔·다리 다치면 119 불러도 흉통으로는 안 부른다"고 했다.

 

-남정미 기자/손호영 기자, 조선일보(19-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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