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산-산행이야기]

[육산(陸産)과 악산(嶽山)] 왜 다르게 형성됐을까?

뚝섬 2019. 4. 9. 06:22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육산은 지리산이고, 대표적인 악산은 설악산, 월악산, 주왕산 등이다. 실제로 지리산에 가면 온통 흙으로 된 산이라는 사실을 금방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어머니의 산’이라 한다. 물론 그렇게 부르는 다른 이유가 많지만 일단 여기서 논외의 부분이라 그냥 넘긴다

 

마찬가지로 설악산에 가면 온통 바위투성이다. 공룡능선, 서북능선 등 설악산은 완전 암벽뿐이다. 등산로도 돌길 위다. 미끄럽기도 하지만 무릎과 발목 골절, 나아가 허리에까지 무리를 준다. 같은 산인데 왜 이렇게 다르게 형성됐을까?  

 

지리학에서는 육산陸産을 토산, 악산嶽山을 골산이라 한다. 토산과 골산의 차이는 기본적으로 융기隆起에 의해서 만들어 진다. 판이 부딪히면서 얼마나 들어 올려졌나에 의해 다르게 나타난다. 많이 들어 올려졌으면 흙이 쓸려 내려가면서 암벽만 남게 된다. 또 비가 내리면서 융기된 부분이 쓸려 내려간다

 

세계에서 대표적인 악산이 히말라야다. 히말라야는 엄청난 속도로 융기했기 때문에 완전히 악산으로 형성됐다. 더욱이 높이 올라갈수록 흙을 찾아볼 수 없다. 엄청난 속도로 융기와 동시에 비가 내리면 흙이 쓸려 내려감으로써 암벽만 고스란히 남게 되는 것이다. 반면 한반도와 같이 1,000년에 1㎝ 정도씩 융기한 지형은 상대적으로 덜 악산이다

 

융기와 더불어 지질의 영향에 의해서도 육산과 악산으로 다르게 형성된다. 화강암 지질은 전부 골산에 가깝다. 암석의 광모입자가 굵다. 관악산이나 인왕산 같은 경우, 암석 광물입자가 금방 드러난다. 풍화작용으로 마사토로 변질된다. 빗물에 의해 수시로 쓸려 내려가기 때문에 산사태의 위험도 거의 없다

 

반면 육산은 대개 변성암 계열이다. 변성작용으로 입자가 매우 조밀하다. 등산을 하다 가끔 바위가 가로나 세로 줄이 있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그런 밴드가 있는 암벽들은 대개 변성암이다. 육안으로 입자를 보기가 쉽지 않다. 오랜 기간 풍화작용을 하면 고운 흙이 나온다. 침식 때는 고운 흙들은 서로 응집력이 매우 강하다. 빗물에 잘 안 씻겨 내려간다. 침식이 안 되고 남아 있다. 하지만 균형이 무너졌을 때 대형 산사태는 대부분 육산에서 발생한다. 몇 년 전 발생한 우면산 산사태는 전형적인 변성암 계열이기 때문이다. 강한 빗물과 훼손으로 흙들의 응집력을 무너뜨렸기 때문에 엄청난 토사가 쓸려 내려온 것이다.

 

따라서 골산은 대형 산사태가 별로 안 나고, 육산은 산사태가 많이 난다고 볼 수 있다서울대 박수진 지리학과 교수는 "산지를 개발하거나 등산로를 조성할 때도 산의 지질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산사태 예방에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정원 편집장/사진 C영상미디어, 월간산(19-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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