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산-산행이야기]

[남양주 수종사의 풍광] 서거정(徐居正), "수종사에서 바라본 강물 풍경이 해동 제일"

뚝섬 2019. 4. 29. 07:37

아름답고 장엄한 풍경을 보는 것도 공부이다. 책만 보는 게 공부는 아닌 것이다. 좋은 풍경을 보면 세상 출세 욕구가 줄어든다. 풍경 중에서도 강물이 흘러가는 모양을 보는 게 인상적이다. 특히 두 줄기의 강물이 합수(合水)되는 장면은 장관이다. 강은 풍수에서 재물을 상징하고, 농사의 물을 대고, 물동량이 왔다 갔다 하는 젖줄에 해당한다. 강물마다 미네랄 함유량도 다르다. 통과하는 암반층과 지층이 다르기 때문이다. 두 줄기의 강물이 합해지는 장관을 보여주는 지점이 바로 남양주시의 '두물머리'이다. 다산기념관이 자리 잡고 있는 지세를 지도에서 찾아보니까 둥그렇게 튀어나와 있다. 돌출돼 있는 게 흡사 사람 머리 같다. 바로 이 지점에서 남한강 물과 북한강 물이 합쳐지는 것이다.


                                                                                          [운길산 중턱 수종사 너머의 양수리 두물머리.. ]



이 두 강물이 합쳐지는 모습을 조망하는 지점으로는 인근의 수종사(水鐘寺)가 뛰어나다. 운길산(雲吉山·610m) 중턱의 해발 400m 지점에 자리 잡은 수종사는 천년 고찰이다. 수종사에서 보니까 강물이 3개나 보인다. 남한강, 북한강, 그리고 아래쪽에서는 보이지 않던 경안천까지 보인다. 경안천은 경기도 광주 쪽에서 내려오는 물이다. 이렇게 보면 '세물머리'인 것이다. 3개의 강물이 합수된다는 것은 3군데의 인심과 물류가 합해지면서 만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조선시대까지만 하더라도 이 강물마다 화물과 사람을 싣고 돛단배들이 떠다녔을 테니까 그때가 훨씬 더 장관이었을 것이다.

 

수종사 산신각 터에서 바라보니 이 강물 세 군데가 다 보인다. 옛날 같으면 강포귀범(江浦歸帆)의 풍광이었지 않았나 싶다. 30년 동안 수종사에서 주석한 주지 동산(東山·59) 스님에 의하면 조선 초기 서거정(徐居正) "수종사에서 바라본 강물 풍경이 해동 제일"이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돛단배는 안 보이지만 이제는 다리가 4개나 서 있는 풍경이 보인다. 강물을 가로지르는 용담대교, 양수대교, 전철 다니는 철교, 자전거 다니는 다리 등이다. 삼각주로 보이는 양수리에는 카페, 음식점, 아파트, 여관의 모습이 오밀조밀 내려다보인다. 인간 삶의 모습이다. 수종사는 물도 좋다. 초의선사(草衣禪師)도 다산 선생 만나려고 수종사에 머물렀었는데 '()하고 같이 먹으면 수종사 물이 천하일품이다'라고 찬탄한 바 있다. 수종사 터는 청룡은 약하고 백호 줄기에 힘이 들어가 있다. 그 백호 줄기에 자리 잡은 응진전, 산신각 터는 암반에서 올라오는 기운이 짱짱하다.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콘텐츠학, 조선일보(19-04-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