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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과의 사투’ 벌인 뉴욕 한인 사장] [잠과 실수]

뚝섬 2023. 5. 13. 05:45

[‘잠과의 사투’ 벌인 뉴욕 한인 사장]

[잠과 실수]

 

 

 

잠과의 사투’ 벌인 뉴욕 한인 사장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2022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숲속 꿀잠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잠을 자고 있다. /뉴스1

 

뉴요커들의 눈물 속에 폐업한 샌드위치집 ‘스타라이트 델리’ 사장 김정민씨를 지난 1일 만나 살아온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마음 아렸던 것은 그가 평생 ‘잠과의 사투’를 벌였다는 점이었다. 그는 가난한 미국 이민 1세대다. 청년 시절 여럿이 쪽방 하나를 빌려 번갈아 쪽잠 자며 막일을 했고, 이후 자녀 셋을 키우며 14시간씩 식당을 하느라 39년간 매일 4시간밖에 눈을 붙이지 못했다. 한밤중 퇴근 땐 몸을 가누기 힘들어, 오후부터 일터에 합류한 아내가 운전대를 잡았다고 했다. 담담한 그의 말을 듣다가 “저도 자식 넷을 둔 부모님이 얼마나 고단했을지, 제 아이를 키워보고서야 알았습니다” 했더니, 김씨가 “아이고 그랬군요”라며 빙그레 웃었다.

 

한국에서든 미국에서든 부모들은 자식 키우는 기쁨만큼이나 그 바닥 모를 피곤함에 관해 대화를 채우곤 한다. 뉴욕의 한 응급실 의사는 “10년간 30시간 교대 근무에 야근을 밥 먹듯 했지만, 아이가 태어난 뒤 겪은 우리 부부의 수면 부족은 차원이 달랐다”고 말했다. 일할 때 일하고 쉴 땐 푹 쉬어도 되는 업무와 달리, 육아는 365일 24시간 몸과 마음의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더라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이 미국에 본인 또는 부모님을 위해 많이 사가는 물품이 천연 수면호르몬 보충제인 멜라토닌이다. 미국에선 멜라토닌이 건강기능식품이라 처방 없이 살 수 있다.

 

서구에선 부모들의 부족한 잠에 대해 많은 연구를 하고 주의를 환기한다. 영국·독일 연구팀이 영유아 부모 5000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부모들은 자녀가 태어나 6세가 때까지 절대적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 학령기 이후에도 부모의 수면 부족은 만성화된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성인의 하루 적정 수면 시간을 7~9시간으로 보는데, 컬럼비아대 연구에 따르면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미국인이 63%라고 한다. CDC 수면 부족을 비만과 당뇨, 심장질환과 우울증 각종 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보고 있다.

 

CDC의 지난해 조사에선 6시간 이하의 절대적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비중이 높은 연령대가 25~44세(36.4%)로 가장 많고, 그 다음이 45~64세(34.5%)로 나타났다. 자녀 교육과 직장에서의 업무 부담이 가장 높은 나이대에 수면의 질과 양이 가장 저하된다는 해석이다. 필요 수면 시간 충족률은 유아기까지 높다가 40~50대에 최저치를 찍고 노년에 다시 올라가는 ‘U’자형을 그리는데, 이는 심리학계에서 보는 인간의 행복도 패턴과 유사하다고 한다.

 

마음 편히 잠들지 못하는 것은 누군가를 보살피고 책임져야 하는 이들에겐 숙명과 같은 영광의 상처일 것이다. 성숙한 어른들이 묵묵히 감내하는 고단함이 쌓여 다음 세대를 키워낸다. 우리는 모두 거기에 빚지고 산다.

 

-뉴욕=정시행 특파원, 조선일보(23-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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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과 실수

 

몇 해 전 제가 학회에서 만난 유럽 심리학자 한 사람이 이런 농담을 했어요. "당신네 한국 사람들은 우리 유럽에 놀러 오면 말이죠, 복장만 관광객이고 하는 행동은 완전히 일하러 온 사람 같아요. 놀러 온 사람들이 도대체 왜 새벽 4시부터 죄다 일어나서 돌아다니는 거죠?"

예리한 지적입니다. 열심히 살고 부지런히 일하는 한국 문화에서는 근면 성실이 '선(善)'입니다. 그 반대인 게으름은 악(惡)이죠. 오죽하면 악당을 불한당(不汗黨)이라고 하겠습니까. '땀 안 흘리고(不汗) 먹고사는 패거리(黨)'라는 뜻이죠.

물론 근면과 성실은 참 좋은 가치입니다. 그렇다 보니 잠자는 시간마저 아까워하니 문제죠. 부지런한 것과 가장 거리가 먼 상태가 잠을 자는 것 아니겠습니까. 오죽하면 한국에서는 남을 이렇게 나무랍니다. "너 지금 잠이 오냐?" 수십 년 동안 고3 수험생에게 농반진반으로 하는 말도 '사당오락(四當五落)'입니다. 하루에 4시간 자며 공부하면 합격하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속설입니다.

 

잠이 부족한 사람일수록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하거나 평소 억눌러 왔던 나쁜 습관이 무심코 나올 가능성이 높아요. /게티이미지뱅크 

 

그런데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사람에게 '지금 잠이 오냐'고 말할까요. 일 처리를 바보같이 하거나 시험에서 어이없는 실수로 문제를 틀린 사람을 질타할 때 씁니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왜 그런 실수를 했을까요. 질문을 조금 바꿔보겠습니다. 어떤 사람들이 밤에 잠이 오지 않을 정도로 '이불킥'을 할 실수를 많이 할까요?

여러 연구를 살펴보면 그 전날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사람들이 주로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합니다. 수면이 부족하면 자율신경계와 전두엽의 연결성이 떨어져 부적절한 행동이 제어되지 않기 때문이죠. 그렇다 보니 제대로 못 잔 사람들은 나쁜 습관을 제어하기 어렵습니다. 수많은 카메라가 자신을 비추는 상황에서 코를 후빌 수도 있고, 취업이 걸린 면접 장소에서 자기도 모르게 다리를 꼬거나 턱을 괴게 됩니다.

시험을 보다가 답안을 잘 작성해 놓고는 시험 끝나기 직전에 틀린 답으로 고쳐서 내는 학생들이 있습니다. 그래놓고 나중에 채점할 때 망연자실해지죠. 이것도 잠 때문일 때가 많습니다. 잠을 줄이며 공부했고, 남아 있는 집중력을 모두 발휘해 시험문제를 풀었는데 시험 막바지로 갈수록 자제력이 떨어지는 겁니다.

잠을 자면서 뇌에 기억이 통합·저장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잠을 제대로 못 자면 판단력, 자제력, 창의력이 평소만 못해진다는 연구도 많고요.

2017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인은 하루 평균 수면시간(7시간 41분)이 조사 대상이었던 18개 국가 중 가장 짧았습니다. OECD 평균은 8시간 22분이었죠. 한국 직장인 평균 수면시간은 6시간 6분에 그쳤고요. 중요한 회의나 발표 혹은 시험 전날 충분히 자는 건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김경일 아주대 심리학과 교수, 조선일보(19-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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