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국내]

[통영] [좌도 매화] [우도 해초비빔밥]

뚝섬 2020. 3. 15. 06:11

좌도 매화 

 

봄꽃이 여기저기서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봄이 봄이 아니다. 그래도 오는 것을 어찌 막을까. 봄꽃 중 으뜸은 매화다. 엄동설한을 뚫고 피어나는 꽃이라 많은 사람이 매화를 노래하고 그렸다. 매화가 일찍 피는 곳은 남쪽 바다에 있는 섬이다. 동백이 뚝뚝 땅에 떨어져 바닥을 물들이고 멍게가 바다를 붉게 물들일 때면, 어김없이 욕지도·노대도·좌도 등 통영의 섬에서는 매화가 꽃을 활짝 피운다. 육지보다 보름 정도 이른 시기다.

 

 

통영의 매화 여행으로 으뜸은 좌도이다. 통제영이 자리한 한산도 좌측에 있다고 해서 좌도라 했다. 이 섬에는 동좌리와 서좌리 두 자연 마을이 있다. 작은 섬이 매화와 인연을 맺은 것은 일제강점기다. 어족 자원이 풍부한 통영 바다를 탐하던 일제는 작은 섬에도 일본인 어민들을 이주, 정착시켜 수산자원을 약탈했다. 이들이 매화를 심었다. 지금 좌도를 하얗게 물들인 매화는 새마을운동이 한창이던 시절 주민 한 분이 하동에서 가져와 심은 것이라고 한다.

고구마로 끼니를 해결하던 시절 주민들은 매화나무를 텃밭이나 집 안에 몇 그루씩 심었고, 비탈밭을 개간해서 심기도 했다. 해안으로 밀려온 거머리말이나 모자반 등 해초를 걷어다 넣고, 여름에는 산에서 풀을 베다가 퇴비를 만들었다. 농약도 하지 않는 매실은 주인의 정성으로 토실토실 주렁주렁 열렸고, 품질이 좋아 인기가 좋았다. 지금처럼 대규모로 굴과 멍게를 양식하기 전이라 매실은 좌도의 큰 수입원이었다. 덕분에 초등학교를 졸업한 아이를 시내로 유학 보내고 시집·장가도 보냈다. 세월이 흘러 매화나무는 굵어졌지만 어머니는 나이가 들고 허리가 굽어 산비탈을 오르며 돌볼 수가 없다. 대규모 매화 농장처럼 화려함은 없지만 좌도 마을의 매화는 부모님을 보는 듯, 지긋한 고향 향기가 난다.
 

 

거름을 주고 가지도 잘라주며 돌봐주지도 못하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매화꽃이 활짝 피었다. 하얀 매화꽃 사이로 울긋불긋 지붕과 바다가 어우러져 한 폭 그림이다. 매년 잊지 않고 꽃을 피우는 네가 항상 고맙다. 널 보며 또 한 해를 시작한다.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조선일보(20-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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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도 해초비빔밥

 

늦겨울 붉은 동백꽃이 뚝뚝 떨어질 때면 생각나는 섬 밥상이 있다. 통영에서 배 타고 한 시간을 가야 하는 작은 섬 우도의 해초비빔밥이다. 우리나라는 비빔밥이 많다. 전주비빔밥·진주비빔밥·안동비빔밥·통영비빔밥처럼 지역 이름을 붙인 비빔밥이 있고, 멍게비빔밥이나 낙지비빔밥처럼 주재료를 앞에 세우기도 한다. 물론 후자도 멍게비빔밥은 통영, 낙지비빔밥은 목포와 무안 등이 유명하다.

 

우도는 통영시 욕지면에 있다. 큰 마을, 작은 마을 합쳐 20여 가구가 산다. 우도와 출렁다리로 연결된 연화도나 이웃 욕지도는 섬이 무너질 정도로 많은 사람이 오가지만 우도는 낚시인이나 관심을 갖는 섬이었다. 2002년 몸이 불편한 부모님을 모시려고 30대의 김강춘·강남연 부부가 우도로 들어왔다. 모두 칠순에 이른 노인만 사는 섬이었다. 물속에서 해산물을 채취하는 것은 고사하고 수영도 못하는 강씨는 마을 할머니들에게 물때를 익히고 갯바위 해초를 뜯었다. 남편은 우도의 아들이 되어 주민들의 발이 되었다. 강씨는 뜯어 온 해초로 밥상을 차려 마을 어르신들과 나누어 먹고 어쩌다 찾은 여행객에게도 내놓았다. 이게 소문나면서 전국에 우도 해초비빔밥으로 알려졌다.

 

해초는 미역, 톳, 우뭇가사리, 파래, 서실, 세모가사리, 모자반 등 그때그때 갯바위에 자라는 것을 뜯어 준비한다. 이번 주말에 받은 밥상〈사진〉이다. 밥은 톳과 따개비를 넣어 지었다. 비빔용 해초는 세모가사리, 모자반, 미역, 톳 무침이 준비되었다. 국은 굴을 넣은 미역국이다. 반찬으로 파래무침, 거북손, 해초전, 생선전, 파김치, 배추나물, 갓김치, 멸치볶음, 고들빼기김치, 배추김치, 그리고 가운데 양념장을 끼얹은 청어구이가 자리를 잡았다. 막걸리를 먹고 싶은 걸 꾹 참았다. 강씨가 차려준 해초 밥상을 남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잠시 후 깜박 잊었다며 아침 일찍 산에 들어가 뜯어 왔다는 살짝 데친 머위도 내 왔다. 모두 섬과 바다에서 나는 것으로 차렸기에 밥상도 착하고 값도 착하다. 부부를 꼭 닮았다. 우도로 들어오는 길에 있는 동백꽃 터널은 덤이다.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조선일보(20-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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