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世界-人文地理]

[발레리노] [마흔 살 발레리나 강미선] [발레(ballet)]

뚝섬 2025. 2. 11. 06:13

[발레리노]

[마흔 살 발레리나 강미선] 

[발레(ballet)] 

 

 

 

발레리노

 

19세기까지만 해도 발레의 주역은 여성이었다. 발레리나들은 토슈즈를 신고 발끝으로 서는 ‘푸앵트’로 객석을 사로잡았다. 영화 ‘빌리 엘리어트’는 ‘발레 하는 남자’를 보는 세상의 시선을 담은 작품이다. 영국의 가난한 광부가 권투 챔피언이 되라며 아들을 복싱 학원에 보낸다. 그런데 아들이 춤을 추고 싶어 하자 “발레는 남자가 할 게 아니야!”라며 화낸다. 영화는 빌리가 남자 무용수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싸워가며 왕립 발레단원으로 성장하는 내용이다.

 

▶1909년 파리 샤틀레 극장 무대에 선 러시아 무용수 바츨라프 니진스키는 남성 무용의 예술적 아름다움을 처음으로 대중에 각인시킨 발레리노다. 파리의 관객들은 그의 작은 키(163㎝)를 보고 비웃었다. 니진스키는 공연 내내 다른 무용수보다 목 하나 높이 도약해 허공에 오래 머물렀다. 마치 중력의 지배에서 벗어난 듯 힘차고 우아한 동작으로 무대를 지배했다. 그 후 많은 변화가 이어졌다. 남녀 2인무인 파드되에서 여성을 깃털처럼 들어 올리는 발레리노 비중이 전보다 더 높아졌다. ‘지젤’에서 발레리노가 32번 도약하며 앙트르샤(제자리에서 점프해 두 다리를 앞뒤로 교차하는 기술)를 선보일 때면 객석에서 탄성이 터진다.

 

▶발레리노는 극한 직업이다. 베테랑도 앙트르샤를 할 때면 20회쯤부터 숨이 거칠어진다. 멀리뛰기 하듯 낮게 수평으로 날면서 다리를 교차하는 브리제도 발레리노만의 기술이다. 힘든 내색을 보여선 안 되니 등·엉덩이·허벅지를 쉼 없이 단련해야 한다. 등과 발목, 발가락에 통증을 직업병처럼 달고 산다. 발레리노의 역동적이면서도 우아한 동작은 이런 피땀의 결과다.

 

▶니진스키는 아홉 살 때 엄마 손에 이끌려 상트페테르부르크 황실 발레학교에 들어갔다. 이재우·한성우 등 우리나라 스타급 발레리노들도 그렇게 어머니 손을 잡고 발레에 입문했다.

 

16세 소년 발레리노 박윤재군이 8일 세계적 권위의 로잔 발레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콩쿠르 강국의 위상을 다시 보여준 쾌거다. 그러나 콩쿠르는 등용문일 뿐이다. 훗날 프로 발레단에 들어가게 되면 ‘코르 드 발레’라는 군무(群舞) 단원부터 시작해 자신을 증명해야 한다.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의 김기민, 네덜란드 국립 발레단의 최영규 등 세계적 발레단의 수석 발레리노도 모두 그 과정을 밟았다. ‘마린스키의 왕자’로 불리는 김기민은 지난해 서울을 찾아 파리오페라 발레단 최초의 동양인 에투알(수석 무용수) 박세은과 멋진 파드되 무대를 펼쳤다. 박윤재군이 이런 발레리노의 맥을 잇기를 기대한다.

 

 

-김태훈 논설위원, 조선일보(25-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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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살 발레리나 강미선

 

몸을 쓰는 직업에는 전성기가 있다. 스포츠와 공연예술이 그렇다. 극한의 체력에다 가혹한 다이어트까지 요구하는 발레는 그중에서도 제약을 심하게 받는 분야다. 발레 영화 ‘블랙 스완’에 출연했던 배우 내털리 포트먼은 발레리나 몸매를 만들기 위해 그렇지 않아도 마른 몸에서 9㎏을 더 덜어냈다. 잠시 맛본 발레리나의 삶이 얼마나 혹독했던지 영화 개봉 후 “일주일만 더 이렇게 살았으면 미쳐버렸을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많은 무용수가 “무대에 서고 싶어도 더는 안 된다”며 발레를 그만두는 나이가 대략 마흔 전후다. 세계 5대 발레단 중 하나인 파리오페라발레단(POB)이 정년을 42세로 정한 이유이기도 하다. 영국 로열발레단과 러시아의 마린스키, 볼쇼이 단원도 40~42세 사이에 무대를 떠난다. 세르비아 국립발레단이 정년을 50세로 연장하자 발레단원들이 힘들어 못 한다며 들고일어난 적도 있다.

 

▶유니버설 발레단(UBC) 소속 수석 무용수 강미선은 1983년 3월생으로 올해 마흔이다. 그가 발레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의 최우수 여성 무용수상을 수상했다. 한국인으로 다섯 번째 수상이지만, 마흔을 넘겨 이 상을 받은 이는 강미선이 처음이다. 앞서 수상한 강수진은 32세, 김주원은 28세, 박세은은 29세였고 김기민은 24세였다. 게다가 워킹맘이 수상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라고 한다.

 

▶마흔의 벽을 넘겨 무대에 서는 발레리나가 없지는 않다. 올해 환갑인 이탈리아 발레리나 알레산드라 페리는 여전히 현역이다. 53세에 내한해 14세 줄리엣 역할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러시아에선 발레리나 마야 플리세츠카야가 1995년 만 70세로 볼쇼이 극장 무대에 서는 기록을 세웠다. 한국인 중엔 강수진 국립발레단장이 49세이던 2016년 독일 슈투트가르트 오페라극장에서 고별 무대를 가졌다.

 

▶강미선이 어느 인터뷰에서 마흔 워킹맘으로 무대에 서는 각오를 이렇게 밝혔다. “나이 먹으니 골반이 굳고 허리도 전처럼 꺾이지 않았어요. 꺾이지 않으면 별수 없죠. 연습으로 꺾어야죠.” 발레 무용수에게는 ‘클래스’라는 명칭의 워밍업이 필수다. 고난도 동작이 포함돼 있어 임신한 무용수에겐 권하지 않는다. 강미선은 출산 2개월 전까지도 클래스에 참여했고 엄마가 되고 석 달 만에 몸 만들기에 나섰다. 그걸 본 문훈숙 UBC 단장이 여성 주역 무용수의 체력 소모가 가장 큰 것으로 악명 높은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맡겼다. 마흔 살 발레리나 강미선이 땀의 소중한 가치를 곱씹게 한다.

 

-김태훈 논설위원, 조선일보(23-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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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ballet) 

 

붉은 치맛자락을 흔들며 아름다운 여인 '키트리' 역의 무용수가 발랄하게 무대에 등장하네요. 스페인풍 부채로 유혹하듯 춤을 추다가 카리스마 넘치는 매혹적인 포즈로 관객의 시선을 붙잡아요. 고전 발레 가운데서도 가장 유쾌하고 화려한 작품으로 손꼽는 '돈키호테' 중 '키트리의 베리에이션'의 한 장면이에요.

최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무대에서 열린 '2020 대한민국발레축제―한국을 빛내는 해외무용스타 초청공연'에서는 '돈키호테' 공연을 선보였어요. 오늘은 우아하고 아름다운 종합예술, 발레에 대해 알아보도록 할게요.

앙리 2세의 왕비가 들여온 '발레'

발레 '돈키호테'는 19세기 말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처음 공연됐습니다. 프랑스 출신 무용수이자 '고전 발레의 아버지'라 불리는 마리우스 페티파(1818~1910)가 러시아 황실의 초청을 받고 황실 발레단을 총지휘하며 만들었어요. 세르반테스의 원작 소설 '돈키호테'와 이름은 같지만 이야기는 다소 달라요. 페티파는 일찍이 스페인을 여행하며 보고 들었던 경쾌한 민속춤과 음악을 극중 정열적인 이발사 '바질'과 선술집 딸 '키트리'의 뜨거운 사랑 이야기로 다시 태어나게 했죠. 원작 속 돈키호테와 그의 충복 산초 판사는 이 무대 위에서 두 연인 이야기의 조연 정도로 다루어집니다.
 

마린스키 극장에서 공연된 고전 발레 ‘백조의 호수’의 한 장면이에요. 남녀 주인공이 선보이는 2인무 ‘그랑 파드되(grand pas de deux)’는 발레 공연의 백미로 꼽혀요. /크레디아

 

최초의 발레는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 궁정 연회에서 추던 춤으로 추정돼요. 발레(ballet)라는 용어 역시 '춤을 추다'를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ballare'에서 유래하였죠. 이것이 전 유럽으로 퍼져 나가게 된 것은 피렌체 출신의 카트린 드 메디치(1519~1589)의 남다른 발레 사랑 덕분이었어요.

르네상스 시기 이탈리아 학문과 예술의 최대 후원가였던 메디치 가문의 딸 카트린은 1533년 프랑스 국왕 앙리 2세와 결혼했어요. 왕비가 된 그녀는 프랑스 왕실에 조국의 궁정 발레를 소개했지요. 마침 카트린이 결혼한 16세기 프랑스 궁정은 '코트댄스' '궁정댄스'라 불리던 사교댄스가 유행 중이었어요. 카트린이 이탈리아에서 가져온 우아한 춤과 프랑스에서 유행하던 궁정댄스가 만나 지금의 발레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첫 기록은 1581년 '왕비의 발레 코미크'

기록으로 남아 있는 최초의 발레는 1581년 프랑스 국왕 앙리 3세(앙리 2세의 아들) 때 파리 궁정에서 결혼 축하연으로 공연된 '왕비의 발레 코미크'입니다. 프랑스 절대왕정 시대를 열었던 '태양왕' 루이 14세 역시 유명한 발레 애호가였어요. 그는 재능이 뛰어난 예술가를 궁정으로 초청하고 아낌없이 지원했고 본인 스스로도 발레리노(발레 남자 무용수)로 나서길 즐겨했죠. 1661년 무용가 양성기관인 왕립무용학교(Académie Royale de Dance)까지 설립해 무용수 교육에 많은 관심을 쏟았어요. 이것이 현재 프랑스 국립음악무용아카데미인 파리국립오페라(Opéra de Paris)의 전신입니다.

춤과 음악, 미술이 어우러진 종합예술

발레는 대사 없이 무용만으로 주제와 줄거리를 표현하는 극무용입니다. 극적인 내용을 설명하는 부분은 마임(무언극·동작과 몸짓만으로 표현하는 것)으로 표현을 해요. 그래서 발레를 춤과 마임, 음악과 미술이 어우러진 종합 예술이라고 하죠.

보통 발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발끝으로 아찔하게 서 있는' 발레리나일 텐 데요. 발끝으로 서서 고난도의 춤을 능숙하게 추기 위해서는 수년간의 고된 훈련을 거쳐야 해요. 세계적인 발레리나 강수진의 굳은살 박인 발가락 사진이 한때 유명세를 탄 적이 있는데, 이 사진 한 장으로 우리는 그녀의 피나는 노력을 짐작할 수 있어요.

발레 감상을 하려면 발레 용어를 알아두는 것이 좋아요. 발레에는 많은 무용수가 등장하는데, 이들을 크게 '솔리스트'와 '코르 드 발레'로 나눌 수 있어요. 솔리스트란 발레에서 중요한 역할을 연기하는 주연 무용수를 의미하고, 코르 드 발레는 뒤에서 군무를 추는 무용수를 가리키죠. 코르 드 발레는 발레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면서 솔리스트를 돋보이게 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고전 발레에는 주인공인 솔리스트(남성 제1무용수와 여성 제1무용수)를 돋보이게 하는 춤인 '그랑 파드되(grand pas de deux)'가 있어요. 남녀 주연 무용수가 사랑을 표현하는 2인무인 '그랑 파드되'는 아다지오, 베리에이션, 코다의 세 부분으로 구성됩니다.

'아다지오(느리게)'는 여성 무용수의 춤이 돋보이는 무대예요. 남성 무용수의 지탱을 받은 여성 무용수가 느리고 우아하게 춤을 추죠. '베리에이션(변화)'은 남녀가 떨어진 채 여성이 먼저 춤을 추고, 이어서 남성이 빠르고 경쾌한 음악을 타고 춤을 춥니다. '코다(마지막 절)'는 남녀가 함께 어우러져 빠른 템포로 춤을 추며 극을 최고조로 이끌어요. 오는 18~26일 서울 충무아트센터에서 유니버설발레단의 '오네긴'이 무대에 오르니 이번 기회에 발레의 정수를 감상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고전 발레의 3대 걸작]

 

고전 발레란 17세기부터 19세기 말까지 주로 공연된 발레로, 보통 20세기 현대 발레와 비교해서 쓰는 말이에요. 프랑스 무용수 마리우스 페티파가 완성한 '그랑 파드되'를 도입한 게 특징이지요. 19세기 러시아에서 초연된 '백조의 호수(1877년 초연)' '잠자는 숲속의 미녀(1890년)' '호두까기 인형(1892년)'을 보통 '고전 발레의 3대 걸작'이라 일컫는데, 모두 '러시아의 국민 작곡가' 차이콥스키가 작곡과 편곡을 맡았고, 페티파가 안무를 짰답니다.

 

-최여정 '이럴 때 연극' 저자/기획·구성=박세미 기자, 조선일보(20-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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