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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기부왕’의 못 이룬 노벨상 꿈] [노벨 과학상 1호.. ]

뚝섬 2023. 9. 15. 06:05

[‘100세 기부왕’의 못 이룬 노벨상 꿈] 

[노벨 과학상 1호가 될수 있다, 이들이라면]

 

 

 

‘100세 기부왕’의 못 이룬 노벨상 꿈

 

故 이종환 삼영화학그룹 명예회장 /조선일보 DB

 

13일 별세한 이종환 삼영화학그룹 명예회장이 임종 직전 남긴 말이 “관정 장학생 가운데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는 걸 보지 못해 아쉽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 회장은 평생 모은 재산 1조7000억원을 자신이 설립한 장학재단에 출연한 ‘기부왕’이었다.

 

▶1923년 경남 의령군 태생의 이 회장은 마산중학교 시절 일본인 학생들 틈에서 일제 지배를 경험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고 호기롭게 일본 메이지대 유학길에 올랐지만 일본 유학은 순탄치 않았다. 1944년 대학 2년을 수료하자마자 학병으로 끌려가 사선(死線)을 넘었다. 귀국 후 사업차 세계 각국을 다니면서 나라의 흥망성쇠가 과학기술에 달렸음을 절감했다.

 

▶이 회장이 사재를 털어 2000년 설립한 관정이종환교육재단은 아시아 최대 규모 장학재단이다. 장학생의 80%를 과학 분야 인재 선발에 집중했다. 이 회장은 자서전에서 “의대, 법대, 상경대학생을 외면하고 이공계 학생 중심으로 장학금을 지급하는 이유는 개인의 명예와 이익, 취업을 목적으로 하는 학문보다는 우리나라 국민 전체를 먹여 살릴 수 있는 과학 기술을 연구하는 이공계가 더 먼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일본보다 노벨상을 더 많이 받는 나라가 될 때 가슴속 응어리가 풀리지 않겠나”라고도 했다. 지금까지 배출된 장학생이 1만2000명, 박사 학위를 받은 장학생이 750여 명이다.

 

▶2011년부터 2020년까지 과학 분야 노벨상(생리의학상·물리학상·화학상) 수상자 79명을 분석했더니 이들이 노벨상 연구 업적을 쌓는 데까지 평균 19.1년 걸렸다. 수상자 연령은 평균 69.1세였다. 2017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배리 배리시 미국 캘리포니아공대 교수는 61세 때 시작한 연구로 81세에 상을 받았다. 2019년 노벨화학상 공동 수상자인 존 구디너프 미국 텍사스대 교수는 97세에 사상 최고령자로 수상했다. 과학 분야 노벨상은 시간이 충분히 지나 검증된 연구 업적에 주어진다. 그래서 2000년 이후 수상자 대부분이 1990년대 이전의 성과를 기초로 한다. 그만큼 기초과학 연구에는 축적의 시간도 필요하다.

 

▶우리가 기초과학에 투자하기 시작한 것은 20년 남짓하다. 관정 장학생이 배출된 역사도 비슷하다. “관정 장학생이 노벨상 수상자가 되기를 바란다”는 ‘100세 기부왕’의 꿈이 그의 생전에는 이뤄지지 않았으나 그의 뜻을 꾸준히 이어갈 수만 있다면 언젠가 실현될 날도 올 것이다.

 

-강경희 논설위원, 조선일보(23-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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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원·本紙 선정, 젊은 과학자들

 

2020년 노벨 과학상(물리·화학·생리의학상) 수상자가 가려졌지만 올해도 한국인 수상자는 없었다. 현택환 서울대 석좌교수가 화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된 게 전부다. 노벨 과학상은 1901년부터 올해까지 32국에서 624명이 받았다. 미국·영국·독일·프랑스·일본이 수상자를 수백~수십명 배출했다. 중국에서 3명, 인도에서 2명이 나왔고, 터키·모로코·룩셈부르크·파키스탄인도 한 명씩 받았다. 하지만 120년간 한국인 수상자는 한 명도 없었다.

 

 

그래도 한국 과학의 미래는 있다. 한국의 경제 규모나 교육수준은 선진국에 많이 근접했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율은 이미 세계 최고다. 여기에 묵묵히 연구에만 몰두하며 세계 과학계 주목을 받는 40대 젊은 과학자들이 있다.

 

13일 본지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함께 신소재, 인공지능(AI), 의학 등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젊은 과학자 6명을 선정했다. 한림원은 국내 과학기술 분야 석학들이 회원인 국내에서 가장 권위 있는 과학자 단체다.

 

남기태(43)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인공 광합성 등 생명체의 원리를 모방한 신소재를 연구하고 있다. 김형범(45) 연세대 의대 교수는 유전자 가위의 효율을 인공지능(AI)으로 예측한 의과학자다. 서창호(42) 한국과학기술원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는 자율주행차 충돌 예측 시스템 등에 AI를 적용하고 있다. 김범경(42) 연세대 의대 교수는 B형 간염에 의한 간암 발생을 예측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했다. 최제민(43) 한양대 생명과학과 교수는 자가 면역 질환 연구에서, 박호석(43) 성균관대학교 화학공학부 교수는 안전하고 높은 성능의 에너지 저장 장치 개발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

 

한민구 한림원 원장은 “국내 젊은 과학자들 가운데 10년 이내에 노벨상급 궤도에 오를 사람이 많다”면서 “정부와 기업이 장기적으로 잠재력 있는 연구자들을 밀어주면 곧 구체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유지한 기자, 조선일보(20-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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