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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 이어폰과 열쇠고리가 회춘했다] [웨어러블 기기]

뚝섬 2024. 3. 24. 05:53

[유선 이어폰과 열쇠고리가 회춘했다] 

[웨어러블 기기] 

 

 

 

유선 이어폰과 열쇠고리가 회춘했다

 

서랍 속 잠자던 물건들
트렌디한 ‘패션’으로 부활
 

 

배우 한소희(왼쪽)는 유선 이어폰을 주로 쓰는 연예인으로 꼽힌다. 오른쪽 사진은 바지에 키링(열쇠고리)을 단 모델 겸 방송인 주우재. /소셜미디어

 

#1. 배를 드러내는 검은색 니트티와 찢어진 청바지, 손에는 가죽 재킷을 들고 머리에는 선글라스를 올린 배우 한소희가 지난달 2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보석 브랜드 메종 부쉐론 2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그녀의 귀에는 수백만 원짜리 부쉐론 귀걸이가 걸려 있었으나, 더욱 눈에 띄는 건 귀에서 허리까지 내려오는 ‘유선 이어폰’이었다.

 

#2. ‘남친룩(남자 친구 옷)’의 대명사 모델 겸 방송인 주우재가 방문하는 편집숍마다 찾는 건 키링(열쇠고리)이다. 열쇠에 걸기 위해서가 아닌, 바지에 장식으로 걸기 위해서다. 지난주 그는 유튜브로 올해 봄 가죽 재킷 연출법을 선보이면서 바지마다 어울리는 키링 장식도 함께 보여줬다.

 

콩나물처럼 생긴 에어팟, 귀를 덮던 맥스 등 무선 이어폰을 사느라 버려둔 유선 이어폰이 있다면 다시 꺼낼 일이다. 집 대문은 비밀번호나 카드키로 바뀌었지만, 서랍 속에서 잠자는 키링도 찾아볼 때다. 유선 이어폰과 키링, 잊힌 물건들이 ‘패션’으로 부활했기 때문이다.

 

유선이 더 트렌디하다

 

유행을 이끄는 건 유명 연예인들이다. 그래서 그들을 ‘트렌드 세터(유행을 선도하는 사람)’나 ‘힙스터(문화적 코드를 공유하는 젊은이)’라 부른다. 유선 이어폰을 주로 쓰는 연예인으로는 한소희뿐 아니라 아이돌그룹 블랙핑크 제니와 로제, 걸스데이 출신 배우 혜리, 배우 문가영과 정유미, 이나영 등이 있다.

지난해 10월 유튜브 채널 촬영을 위해 뉴욕에 온 배우 정유미의 유선 이어폰을 본 배우 이서진이 “이어폰이 왜 이래”라고 묻자 정유미는 “MZ들은 다시 이걸 쓴다”고 답한다. 배우 혜리는 가방을 공개하는 유튜브에서 유선 이어폰을 꺼내고는 “다들 무선 이어폰으로 갈아탈 때도 나는 꿋꿋하게 유선 이어폰을 썼다. 진짜 10년 넘게 쓴 것 같다. 죽지 않고 여전히 잘 작동한다”고 말했다.

 

MZ들이 다시 유선 이어폰을 찾은 이유 중 하나는 수명이다. 에어팟 1세대가 처음 출시된 건 2016년 12월. 그때 사서 지금까지 쓰고 있는 사람은 없다(있더라도 극소수일 것이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에어팟 배터리 평균 수명은 약 2년. 2020년 에어팟 맥스가 출시됐을 때 샀어도 지금쯤이면 배터리 수명이 정상적이지 않다. 장기간 비행기를 탈 때면 에어팟과 에어팟 맥스, 유선 이어폰까지 챙겨야 마음이 편하다.

 

분실이 잦은 것도 유선 이어폰으로 돌아간 이유 중 하나다. 특히, 음악을 듣다 잠들면 귀에서 떨어진 한쪽을 찾느라 애를 먹어야 한다. 무선 이어폰 분실을 막기 위해 두 개를 잇는 줄로 된 액세서리가 나오자 사람들은 “이럴 거면 왜 무선으로 갔느냐. 유선 이어폰이 기술적으로 더 우월하다는 증거”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최근 출시된 스마트폰과 이전 스마트폰, 태블릿 PC와 노트북 등은 모두 단자 타입이 다를 수 있기에 여러 기기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다양한 단자의 유선 이어폰을 사야 한다. Z세대의 백화점 다이소에는 모델별로 나온 휴대폰 케이스처럼 브랜드와 모델별 유선 이어폰들이 진열돼 있다. 다양한 유선 이어폰들을 줄이 엉키지 않게 보관하려고 ‘이어폰 파우치’를 구매하는 사람도 많다.

 

바지와 가방에 다는 키링

 

키링 유행은 옷과 가방으로 나뉜다. 패션 브랜드 스투시·슈프림 등에서 나온 키링은 바지에 단다. 검은 공에 숫자 8이 적힌 스투시 8볼 키링 등은 제품을 찾을 수 없을 만큼 인기였다. 키링 자체가 무겁고, 여러 키링을 함께 거는 것이 유행이라 “걷기 불편하지만, 폼생폼사라 참는다”는 말도 나왔다.

 

캐릭터 인형 등이 달린 키링은 주로 가방에 단다. 친구나 연인 사이에서 ‘우정템’이나 ‘커플템’으로도 인기다. 아이돌 그룹들은 굿즈(기념품)로 키링을 제작하는 경우가 많아, ‘나는 ΟΟΟ의 팬이다’를 나타내는 증표로 사용되기도 한다. 지난달 2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리움미술관에서 개막한 필립 파레노 전시에서도 기념품 중 하나로 키링을 제작했다.

 

털실이나 노끈으로 직접 인형을 만들어 키링을 제작하는 사람도 많다. 일명 ‘모루 인형 키링’이다. 올해 초 서울 압구정에 있는 나이키 익스피리언스 스튜디오에선 ‘나이키 티셔츠를 입은 나만의 모루 인형 만들기 체험’ 이벤트가 열렸다. 이렇게 만든 키링은 ‘나만의 애착 인형’이 되기도 한다. 유물처럼 이름만 남아 있던 키링이, 쓸모를 잃었던 유선 이어폰과 함께 트렌디한 패션 아이템으로 부활했다. 회춘이다.

 

-이혜운 기자, 조선일보(24-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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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어러블 기기

 

최근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로봇을 착용한 장애인이 사이배슬론 2020 대회에서 세계 1위에 올랐습니다. 사이배슬론은 신체 일부가 불편한 장애인들이 웨어러블(wearable·입는) 로봇과 한 몸이 되어 겨루는 대회예요. 대회에서 선보인 웨어러블 로봇은 허리부터 다리를 감싸 하반신이 마비된 사람도 기계 힘으로 일어서게 한대요. 로봇이 아닌 간단한 웨어러블 기기들은 이미 우리 생활 속에 들어와 있어요. 웨어러블 기기는 입거나 몸에 착용해 휴대할 수 있는 정보 통신 기기인데요. 스마트 시스템을 갖춘 안경, 시계, 옷 등이라고 보면 돼요. 미국 시장조사 기업 가트너는 올해 글로벌 웨어러블 기기 시장 규모를 520억달러 수준으로 추정했습니다. 지난해 410억달러보다 약 27% 성장하는 거예요. 

 

몸에 입는 컴퓨터

 

한국 월드컵 축구 대표팀은 2018년 러시아월드컵을 앞두고 웨어러블 기기를 입고 훈련했습니다. 스포츠 브라와 비슷한 전용 의류에 스마트 기기가 장착돼 있었죠. 자력계와 가속도 센서, 회전량을 측정하는 자이로스코프까지 탑재됐어요. 부상을 막으려고 데이터를 측정해 선수들 몸에 무리가 가는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서였어요. 인공위성 55개와 통신해 50초 이내에 선수들의 움직임을 감지했습니다. 선수가 얼마나 높이 뛰었는지, 어떤 속도로 달렸는지, 다른 선수와 얼마나 세게 부딪혔는지 등 400개가 넘는 지표를 측정할 수 있었대요.

 

고기능성 섬유에 정보 통신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웨어도 있습니다. 옷 안에 발열, 운동량 측정, 질병 진단 등 첨단 기술을 적용했죠. 일본 섬유 기업인 도레이는 전기신호를 실어나르는 섬유를 만들어 심장이 건강하게 뛰고 있는지 측정할 수 있는 옷감을 만들었어요. 삼성은 옷소매에 칩을 넣어 디지털 명함을 주고받거나 스마트폰을 다룰 수 있는 정장을 공개했습니다. 청바지를 만드는 기업으로 유명한 리바이스는 구글과 손잡고 옷을 만지면 스마트폰을 조작할 수 있는 재킷을 만들었어요.

 

스마트 장식품도 많아요. 허리에 차고 있다가 당겨지는 힘을 읽어 과식을 했는지 알려주는 등 몸의 변화를 감지하는 벨트도 발명됐어요. 화면을 달아 스마트폰 화면을 볼 수 있는 여성용 팔찌도 있죠.

 

심장 기능 측정하는 시계

 

가장 대중적인 웨어러블 기기는 스마트워치예요. 손목은 사람들이 아주 오랫동안 무엇인가를 차 왔기 때문이에요. 스마트워치는 올해 8600만대가 팔릴 전망이라고 해요. 스마트워치는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고 그 기능을 이용할 수 있는 시계예요. 전화를 받을 수 있고,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는 것도 됩니다. 작은 카메라가 달려 있기도 해요.

트레일블레이저 미드나잇

스마트워치로 우리 몸의 정보를 수집해 건강관리가 가능한데요. 지난 6일 애플은 자사 스마트워치인 애플워치를 이용해 심전도 검사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운영체제를 업데이트했어요. 심전도 측정은 심장이 뛰면서 생기는 미세한 전류의 흐름을 읽어내는 겁니다. 병원에서 손목과 발목을 집게로 잡고 잠시 동안 복잡한 그래프를 읽는 것을 경험해본 사람도 있을 거예요. 심장이 고르게 뛰지 않는 부정맥이나, 심장이 살살 뛰는 심방세동 등의 이상 현상을 찾아낼 수 있어요. 최근엔 헤모글로빈 속에 들어 있는 산소의 비율을 측정하는 혈중산소포화도 기능을 더했죠. 대학과 의료 연구 기관들은 이렇게 확보한 우리 몸의 정보들을 연구해요. 예컨대, 어바인 캘리포니아대 등은 애플워치의 혈중산소포화도 측정 기술로 혈중 산소량과 코로나 바이러스의 연관 관계를 파악하는 등의 연구를 하고 있죠.

 

실시간 번역하는 이어웨어

 

올해 가장 주목받는 웨어러블 기기는 이어웨어입니다. 귀에 걸거나 착용하는 방식인데요. 한마디로 블루투스 이어폰을 말해요. 단순히 무선으로 소리만 전달하는 게 아니라 컴퓨터가 필요한 여러 기능을 더하고 있다는 점에서 웨어러블 기기에 속해요.

 

구글은 ‘픽셀 버즈’란 이름의 이어폰을 개발했어요. 구글의 음성 비서인 구글 어시스턴트를 불러올 수 있을 뿐 아니라 실시간 번역 기능으로 상대방이 하는 말을 동시에 우리가 알아들을 수 있도록 통역해줍니다. 미래를 다루는 영화들에서 나오는 것처럼 언어 장벽을 이어폰으로 허무는 것이죠.

 

애플의 에어팟은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아도 음성으로 정보를 검색하거나 콘텐츠를 재생할 수 있는 음성 비서 기능을 갖췄어요. 주변 소음을 줄여주는 노이즈 캔슬링, 스마트폰 위치를 파악해 고개를 돌릴 때 소리가 화면 방향과 거리에 따라 실제처럼 들리는 공간오디오 기술 등도 개발했죠. 이어웨어 기기는 올해 7000만대나 팔릴 전망이래요.

 

웨어러블 기기는 스마트폰처럼 세상을 바꾸고 있어요. 다만 이제 사람들이 원하는 건 신기한 제품이 아니라 실제 나에게 꼭 필요한 도구라는 거예요. 웨어러블 기기의 관심이 최고조로 달했던 2012~2013년엔 기술적 한계 때문에 주로 신기한 물건이란 인상만 줬죠. 이제는 센서와 배터리, 디스플레이 등 웨어러블 기기에 필요한 기술들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발전했습니다. 생활에 쓸모가 있게 된 거죠. 기술 발전과 함께 조만간 우리 삶을 더 편리하게 할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들이 등장할 거예요.

 

-최원국 기자/최호섭 IT칼럼니스트, 조선일보(20-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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