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ICT-Animal9]

[‘가짜 뉴스 골드러시’] [우후죽순 유튜브 ‘거짓의 城’]

뚝섬 2024. 3. 4. 06:45

[‘가짜 뉴스 골드러시’] 

[우후죽순 유튜브 ‘거짓의 城’]

 

 

 

‘가짜 뉴스 골드러시’

 

축구 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가짜 뉴스로도 매스컴을 자주 탄다. 지난해 9월 축구 경기 참여차 이란을 방문했을 때, “호날두가 이란 여성 팬 머리에 입맞춤한 탓에 99대의 태형을 선고받았다”는 뉴스가 떴다. 가짜 뉴스였다. 여성 장애인 화가를 만나 격려한 장면이 그렇게 둔갑했다. 비슷한 시기 모로코 지진 땐 “호날두가 모로코 마라케시의 자기 소유 최고급 호텔을 이재민을 위해 개방했다”는 뉴스가 나왔는데, 역시 가짜였다.

 

스포츠 스타, 연예인, 정치인 등 유명인들이 가짜 뉴스의 제물이 되는 것은 조회수를 올려 경제적 이득을 취하기 좋기 때문이다. “송가인 임신, 충격”, “82세 박근형 투병 숨기고 촬영 강행하다 끝내 안타까운 일생” 등 명예훼손성 가짜 뉴스가 끊임없이 만들어진다. 목적은 돈이다. 10분 분량 유튜브 영상에 광고가 붙고 200만 뷰를 얻으면 200만원 정도의 이익을 얻는다. 가짜 뉴스 비즈니스를 미국에선 ‘모욕 산업’이라고 부른다.

 

▶‘가짜 국뽕 콘텐츠’도 단골 메뉴다. ‘한국어가 유엔(UN) 공식 언어로 채택됐다”, “삼성, 파산 직전 애플 인수”, “손흥민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진 해리 케인” 같은 뉴스들이다. 심지어 전쟁 소식도 먹잇감이 된다. 요즘 유튜브에선 우크라이나 군인이 로켓포로 러시아 헬기나 전투기를 격추시키는 장면, 이스라엘 군인이 하마스 장군을 체포하는 가짜 뉴스가 자주 등장한다.

 

해법을 고민해야 할 정치권마저 가짜 뉴스의 상업 논리에 포획돼 있다. 2022년 민주당 김의겸 의원과 한 유튜브 매체가 ‘윤석열·한동훈 청담동 술자리’ 가짜 뉴스를 퍼트려 재미를 본 사례가 대표적이다. 화제가 된 덕에 김 의원은 후원금 한도 1억5000만원을 쉽게 채웠다. 해당 유튜브 매체는 한동훈 당시 법무장관 아파트에 잠입해 노크하는 장면까지 찍어 후원금인 ‘슈퍼챗’을 쓸어 담았다.

 

아시안컵 축구대회에서 손흥민 선수에게 주먹을 휘두른 이강인 선수가 가짜 뉴스 먹잇감이 됐다. ‘파리 생제르맹(PSG) 방출 임박’, ‘이강인 가족회사 공중분해 위기’ 등 이강인 관련 가짜 뉴스가 361개나 만들어졌다. 조회수가 6940만 회에 달해 가짜 뉴스 제작자들이 7억원대 이익을 얻었을 것으로 보인다. 오픈AI가 몇 초 만에 진짜 같은 동영상을 뚝딱 만들어 주는 소라(SORA) 서비스를 선보였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유튜브에서 ‘챗GPT 골드러시’ 시대가 열렸다”고 했다. 사기꾼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 될까 걱정스럽다.

 

-김홍수 논설위원, 조선일보(24-03-04)-

____________

 

 

우후죽순 유튜브 ‘거짓의 城’

 

헛소문의 성(城)을 쌓는 재료는 거짓이 아니라 사실인 경우가 많다. 2016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터진 ‘피자 게이트’가 그랬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 캠프의 선대본부장 이메일이 해킹으로 공개됐는데, ‘치즈’ ‘피자’란 단어가 유독 많았다. ‘치즈 피자’는 미국에서 아동 성착취물을 뜻하는 은어다. 그러자 코밋 핑퐁이란 피자 가게 지하가 힐러리 측 정치인들의 아동 성착취 아지트란 소문도 퍼졌다. 가게 주인이 ‘나는 랑팡(L’Enfant·어린이)을 사랑한다’고 새긴 티셔츠를 입는다는 증거까지 더해졌다. 한 청년이 응징하겠다며 가게에 난입해 총을 난사했다. 그런데 지하실이 없었다. 티셔츠 입은 이도 ‘랑팡’이란 상호를 쓰는 인근 술집 주인으로 드러났다. 

 

▶총을 난사한 청년은 극우 정치 유튜브의 열혈 구독자임이 밝혀졌다. 단편적 팩트를 짜깁기해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채널의 신자였던 것이다. 저술가 김내훈은 책 ‘프로보커터’에서 이런 엉터리 유튜브 제작자들을 프로보커터(도발자)라 명명한다. ‘도발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이란 의미다. 교통사고 현장에 어김없이 나타나는 견인차처럼 사회적 이목을 끄는 현장을 찾아다닌다고 해서 ‘사이버 레커’로도 불린다.

 

▶서울 반포 한강공원에서 숨진 채 발견된 손정민씨 사건도 이런 이들의 타깃이 됐다. 손씨 사건을 다룬 유튜브 채널만 3000개가 넘는다. ‘반진사’(반포 한강 사건 진실을 찾는 사람들)란 사이트도 개설됐다. 보름 만에 회원 3만명을 넘어섰다. 이들은 진실을 요구하지만 정작 퍼 나르는 것은 가짜 뉴스다. ”여자 문제이고 분실된 휴대전화에 여자 사진 등 결정적인 증거가 있다는 점괘가 나왔다”는 주장을 편 무속인 유튜버도 있다. 이런 동영상이 30만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했다.

 

▶말도 안 되는 뉴스인데 사람들은 지갑까지 연다. 생각이 비슷한 사람들을 찾아내 연결하는 추천 알고리즘과 ‘좋아요’가 돈이 되는 수익 구조가 그 바탕에 있다. 손씨 사건을 다룬 한 유튜버는 라이브 방송 한 편으로 600만원을 벌었다고 한다. 한 달간 3800만원 번 사례도 있다.

 

▶인터넷 검색창에 유튜브 수익’이라고 치면 ‘무조건 돈만 보고 유튜브 키우기’ 같은 광고가 뜬다. ‘좋아요 50개에 월 4만원' 상품을 내건 업체도 등장했다. 보다 못했는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 ‘좋아요’ 숫자를 사용자가 가릴 수 있는 기능을 탑재하겠다고 발표했다. 유튜브도 이를 채택해야 한다. 미디어라면 당연히 지켜야 할 사회적 책무다.

 

-김태훈 논설위원, 조선일보(21-06-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