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도 술·담배처럼 경고문 붙여야]
[초중생 시속 100km 운전 생중계조차 방치하는 빅테크들]
[광란 질주 SNS로 생중계한 초등생, 이러다 큰일 날 것]
[막장 폭력에 수백만 조회수, 유해 콘텐츠 해방구 된 유튜브]
[이렇게 쿨하다고? 이별·이혼도 웃음 소재 되는 유튜브 세상]
[취재 현장의 ‘무법자 유튜버’]
[한쪽에만 붙는 '노란 딱지']
SNS에도 술·담배처럼 경고문 붙여야
올해 1월 미국 상원 법제사법위원회는 아동 성 착취물 확산에 대한 빅테크의 책임을 추궁하는 청문회를 열었다. 증인으로 출석한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방청석을 향해서 “누구도 겪어선 안 되는 일이었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날 방청석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괴롭힘을 당하거나 우울증이 유발돼 자살한 자녀를 둔 부모들이 앳된 모습의 자녀 사진을 들고 침묵시위를 하고 있었다. 기절할 때까지 숨을 참는 ‘블랙아웃 챌린지’ 영상을 찍다 사망한 자녀를 둔 부모도 있었다. 울음을 삼킨 채 방청석을 지킨 부모들은 SNS가 어떤 비극을 초래했는지 침묵으로 증언했다.
▷2010년대 들어 미국에선 10대 청소년의 우울, 불안, 자해가 급증했다. SNS가 대중화된 시기와 일치한다. SNS의 위험성에 대한 각성이 일어나며 이를 규제하려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미국 공중보건 최고책임자인 비벡 머시 의무 총감은 17일 뉴욕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술과 담배처럼 SNS에 청소년 건강에 치명적이라는 경고를 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주치의’로 불리는 의무 총감의 이 같은 발언은 빅테크에 아동 보호 책임을 부과하는 법안 통과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청소년 정신 건강도 응급 상황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그 원인 중 하나로 SNS가 지목된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우리 청소년 10명 중 7명이 SNS를 사용한다. 청소년기는 전두엽이 완성되지 않아 충동이나 감정 조절에 미숙하다 보니 SNS의 부정적인 영향이 극대화된다. 하루 3시간 이상 SNS를 사용하는 청소년은 우울증, 불안과 같은 정신 건강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두 배로 늘어난다. 또래 압력에 취약해 마른 몸을 동경하며 거식증을 앓거나, 자해나 자살 같은 유해 콘텐츠에도 쉽게 중독된다.
▷3년 전 메타가 10대 여학생들에게 인스타그램이 악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의 내부 연구 보고서를 은폐하고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사실이 내부 고발로 폭로됐다. 청소년 정신 건강에 덜 해로운 알고리즘 모델을 적용하면 이용자 수가 줄어들 것을 우려한 것이다. 이는 미국 42개 주가 메타를 대상으로 ‘청소년 중독을 유도하도록 설계했다’며 소송에 나선 배경이 됐다.
▷SNS를 끊을 수 없는 건 개인의 의지가 부족해서라기보다 뇌의 쾌락 중추를 자극하는 알고리즘 탓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빅테크들이 돈벌이를 포기하고 스스로 알고리즘을 바꿀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머시 의무 총감은 “자동차 사망 사고가 늘자 안전벨트를 도입했던 것처럼, SNS에도 안전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도 SNS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할 방안을 공론화할 때가 됐다.
-우경임 논설위원, 동아일보(24-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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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생 시속 100km 운전 생중계조차 방치하는 빅테크들
초등학교 6학년생(12)이 동네에서 알고 지내던 중학교 2학년생(15)과 아버지 차를 몰고 나가 인천 송도동 일대 도로를 달리다 경찰에 붙잡혔다. 두 학생은 20분간 시속 100㎞까지 속도를 내며 13㎞를 운전하는 장면을 소셜미디어(SNS)에 생중계했고 이를 시청한 시민이 경찰에 신고했다. 미성년자들이 무면허로 아찔한 질주를 했다니 큰 사고 날 뻔했다 싶어 놀라고, 이 불법 장면을 고스란히 생중계했다니 그 도덕적 무지함에 두 번 놀라게 된다.
온갖 자극적 콘텐츠가 넘쳐나는 SNS에서도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이 무면허 운전이나 집단폭력 같은 범죄 현장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라방, 즉 라이브 방송이다. 지난해 11월 대전에서는 고교생 5명이 또래 여학생을 가둬놓고 성폭행하는 장면을 SNS 라방으로 내보내는 사건이 벌어졌다. 같은 해 1월 대구에서는 중학생 2명이 친구 1명을 모텔에서 폭행하고 성희롱하는 모습을 생중계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SNS에 자신을 노출하는 일은 조회 수로 먹고사는 인플루언서뿐만 아니라 SNS에서 받는 관심을 중요한 자산으로 여기는 디지털 네이티브에게도 생활화된 지 오래다. 문제는 반(反)사회적 콘텐츠까지 여과 없이 유통되면서 시청자들에게 정신적 외상을 입히고 10대들을 중심으로 모방 범죄를 부추긴다는 점이다. 지난해 4월 서울 강남에서 10대 여학생이 SNS 라방을 켜고 투신하는 사건이 발생한 후 자살 관련 신고가 30% 폭증한 적도 있다. 10대들이 가해자가 돼 남에게 피해를 주면서도 그게 잘못인 줄도 모르는 건 더욱 우려되는 문제다. SNS에서 워낙 흔하게 접하다 보니 도덕적 감수성이 무디어졌을 것이다.
현행법상 SNS가 범죄 현장을 방송해도 해당 범죄를 관련법으로 처벌할 뿐 플랫폼 업체에 책임을 물을 방법은 없다. 플랫폼 사업자가 유해 콘텐츠를 빠르게 걸러내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어길 경우 무거운 과징금이라도 물려야 한다. 동네 구멍가게 불량식품은 단속하면서 반사회적인 콘텐츠로 떼돈을 버는 양심 불량 빅테크들을 방치할 수는 없다.
-동아일보(24-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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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란 질주 SNS로 생중계한 초등생, 이러다 큰일 날 것
지난 1일 밤 초등학교 6학년생이 아버지 소유의 그랜저 차량을 몰래 갖고 나와 두 살 위 중학교 2학년생과 함께 운전하는 모습을 SNS 라이브 생방송했다. (SNS 갈무리) /뉴스1
10대 중학생과 초등학생이 인천에서 한밤에 시속 100km로 무면허 운전하는 모습을 소셜미디어(SNS)로 생중계하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초등학생이 아버지 차량 열쇠를 몰래 들고 나와 이런 일을 벌였다고 한다. 이들은 번갈아가며 운전했고 시속 100km까지 속도를 내는 모습을 SNS 라이브 방송으로 내보냈다.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한 시청자의 신고로 이들은 범행 2시간 뒤 붙잡혔지만 이런 일이 아무런 통제 없이 실시간 방송된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다.
이와 비슷한 사건은 전에도 있었다. 작년 4월엔 10대 여학생이 서울 한 고층 건물에서 SNS 라이브 방송을 켜 놓은 채 투신했다. 당시 수십 명의 사람이 동시 접속해 이 장면을 지켜봤다고 한다. 사람의 고통과 참담함, 위험천만한 상황을 흥미 위주로 소비하는 일이 아무 제한 없이 벌어지는 것이다. 작년 11월 대전에선 고등학생들이 또래 여학생을 감금한 채 성폭행하면서 이를 SNS로 생중계한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이런 일들은 그 자체로도 심각하지만 다른 청소년들의 모방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 이미 그런 상황일 수도 있다.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은 국내에서 소셜미디어 가입 연령 제한 등 사실상 아무런 규제가 없기 때문이다. 글로벌 빅테크들이 운영하는 국내 소셜미디어는 만 14세 이상부터만 서비스에 가입할 수 있다는 내부 규정을 두고는 있다. 하지만 가입 신청을 받으면서 태어난 연도만 물어볼 뿐 다른 인증 절차가 없어 얼마든지 14세 이상이라고 속여서 가입할 수 있고 실제로 그런 일이 많다고 한다.
미국 유타주는 청소년들의 소셜미디어 가입·사용 시간을 제한하는 법을 올 3월부터 시행하는 등 미국과 유럽에선 정치권이 앞다퉈 소셜미디어 연령 제한 입법을 하고 있다. 우리도 소셜미디어 가입 연령을 높이고 가입 절차를 엄격하게 할 필요가 있다.
콘텐츠 규제도 필요하다. EU는 작년 8월부터 글로벌 플랫폼 기업에 대해 불법 유해 콘텐츠를 의무적으로 제거하고 이를 어길 경우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디지털서비스법을 시행하고 있다. 얼마 전엔 불법 유해 콘텐츠에서 어린이를 보호할 세부 방안을 제출하라고 유튜브와 틱톡에 요구하기도 했다. 우리도 글로벌 플랫폼 기업에 자율 규제를 강제하는 방향으로 관련 법을 정비해야 한다.
-조선일보(24-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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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 폭력에 수백만 조회수, 유해 콘텐츠 해방구 된 유튜브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는 사진./유튜브 갈무리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지난해 유튜브에 올라온 ‘술방(술 먹는 방송)’ 영상 중 조회 수 상위 100개를 모니터링했더니 99개에서 폭음·욕설 등 문제 장면을 발견했다고 한다. 영상마다 폭음과 만취 장면이 평균 2번 이상, 욕설과 폭력 등 장면이 최소 1번 이상 있었다는 것이다. 지난달에도 남녀 유튜버들이 술을 마시며 저급한 성적 대화를 하는 영상도 올라왔다. 이 중 청소년 연령 제한을 설정한 영상은 하나도 없었다. 실제 술방이 진행될 때 채팅창에 자신을 ‘초등학생’이라고 소개한 채팅이 올라온 경우도 있었다. 청소년들이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는 것이다.
이뿐 아니다. 경찰이 올해 파악한 조직폭력배 유튜버만 12명에 달했다. 이들은 영상에서 조폭 입문 과정을 비롯해 공갈·협박·난투극 등 각종 범죄 무용담을 늘어놓는다. 이들이 수년간 지속적으로 올린 이런 영상물만 5546개였다고 한다. 이런 영상은 조회 수가 수백만에 이른다. 모방 범죄를 부추기는 것은 물론 청소년들에게 불법 폭력 행위가 미화될 우려가 크다. 하지만 처벌 근거가 없어 경찰이 입건한 사례는 한 건도 없다고 한다.
이런 유튜브 방송이 판칠 수 있는 것은 조회 수나 구독자 수에 따라 광고 수입을 배분하는 구조 때문이다. 내용이야 어떻든 많이 보기만 하면 돈을 버니 더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영상을 만들고 규제도 느슨하다. 유튜브뿐만 아니라 각종 소셜미디어에도 인종과 젠더 혐오 등을 조장하는 유해 콘텐츠들이 쏟아지고 있다.
이런 영상과 콘텐츠들은 불법의 경계를 애매하게 넘나드는 경우가 많아 현행 법 체계상으로 제재를 가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기업의 자체 규제에만 맡겨 놓을 수는 없다. 이대로 방치하면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은 지금의 운영 방식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EU는 올해 8월부터 글로벌 플랫폼 기업에 대해 불법 유해 콘텐츠를 의무적으로 제거하고 이를 어길 경우 거액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디지털서비스법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달엔 유튜브와 틱톡에 불법 유해 콘텐츠에서 어린이를 보호할 세부 방안 제출을 요구하기도 했다. 우리도 하루빨리 도입해야 할 제도다.
-조선일보(23-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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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쿨하다고? 이별·이혼도 웃음 소재 되는 유튜브 세상
유튜브로 눈 돌리는 연예인
자극성 경쟁의 늪에 빠지다
1990년대 연인이었던 수퍼모델 출신 이소라와 개그맨 신동엽이 20여 년 만에 만나 술을 마시며 대화하고 있다. 이소라가 개설한 유튜브에 첫 게스트로 신동엽이 출연한 것. 댓글은 “이게 어른들의 세상인가” “멋지다”와 “이건 선을 넘었다” “신동엽 부인 너무 쿨하다” 등 반응이 엇갈렸다./유튜브
한때 공개 커플이었던 수퍼모델 출신 이소라와 개그맨 신동엽이 술을 마시며 회포를 푸는 장면을 볼 수 있을 것이란 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하지만 이런 일이 일어났다. 헤어진 지 20여 년 만에 재회한 두 사람은 불콰해진 얼굴로 마주 앉아 “우리가 그때 결혼했어도 2~3년 만에 무조건 이혼했을 것”이라며 농담을 주고받았다. 신동엽은 결혼해서 아이도 둔 유부남. 그는 이소라의 성인 비디오를 막아주려 일부러 대마초를 흡연, 구속됐다는 금기시돼 온 치명적 루머까지 제 입으로 꺼내며 “내가 한 것이지, 이소라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며 스스로 망가지는 일도 자청했다. 쉰을 넘은 나이, 지천명이라고 했던가. 성인(聖人)의 경지로 들어선 것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방송계에선 “유튜브가 이렇게 무섭다”는 말이 나온다. 이 영상은 이소라가 연 개인 유튜브 ‘슈퍼마켓 소라’의 첫 회로 올라와 히트를 쳤다. 15일 현재 조회 수 700만 돌파를 앞두고 있다. 민망함을 참는 대신 서로 이득(?)을 엄청나게 본 것. 이소라 본인도 “요즘 MZ세대는 나를 못 알아본다”고 할 정도로, 어쩌면 한물간 연예인이 유튜브를 시작하면서 이 정도 관심을 받기는 어렵다. 그래서 더 뜨겁고 자극적인 소재를 선택했던 것 아닐까. 아무튼 그 결과는 매우 성공적이다.
이런 일은 유튜브에서 비일비재하다. 연예인이 이런저런 규제가 여전히 심한 TV에서 벗어나 유튜브로 활동 영역을 넓히면서 신비주의를 아예 깨버리고 있다. 이별이나 이혼 같은 일이 흔한 소재가 됐고 이보다 선정적인 것을 누가 먼저 발굴하냐를 두고 경쟁하는 판이다. 이혼한 가수 이상민과 이혜영은 유튜브의 단골 게스트다. 재혼한 뒤 TV에서 자주 모습을 볼 수 없던 이혜영은 전 남편 이상민에게 거침없다. “내 이야기 좀 그만하라”고 핀잔을 주던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걔는 뭐 있었냐” “그 XX는 완전 저돌적, 그래서 넘어갔다” “이상민 너, 아휴. 왜 이렇게 결혼도 못 하고. 내가 가슴이 아파” 등의 말을 쏟아냈다. 이혜영이 출연한 유튜브는 회당 조회 수가 적게는 10만회, 많게는 200만회를 기록했다.
이혼한 가수 이상민과 이혜영
이별, 이혼뿐 아니라 과거 불미스러운 일 때문에 방송 일을 쉬었던 연예인에게 유튜브는 재기의 발판이 된다. 그래서 때론 과감하고 때론 감성을 자극한다. 걸그룹 ‘쥬얼리’ 출신인 예원은 2015년 한 TV 프로그램에서 배우 이태임에게 “언니, 저 맘에 안 들죠?”라고 하며 싸우다가 막말 논란에 휩싸여 오래 자숙했다가, 얼마 전 유튜브 ‘노빠꾸탁재훈’에 나와 털털한 모습을 보였다. 이 영상 조회 수도 700만회.
결혼, 육아로 한동안 연기 활동을 쉬었던 한가인도 작년 유튜브 ‘문명특급’에 출연해 “’돌아이끼’가 좀 있죠. 어떻게 숨겼냐고요? 회사에서 엉뚱한 짓 할까 봐 막은 것 같아요”라며 예상외의 주책을 부렸다. 남편인 배우 연정훈을 향해선 “답답허네” “안 맞아, 안 맞아”를 연발했다. 한가인의 ‘일탈’은 ‘홈런’을 쳤다. 조회 수 600만을 넘겼다.
이 밖에 내숭 이미지인 배우 신혜선, 한선화 등도 지인 유튜브에 출연해 얼굴이 빨개질 때까지 술을 먹고 목젖이 다 보이도록 웃었다. 욕도 스스럼없이 하고,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는 일도 유튜브에선 매일 일어난다. 꽁꽁 감춰져 있던 연예인의 사생활과 민낯을 보며 시청자는 환호한다. 그래서 스타들이 유튜브로 모여들고 있다. 연예인은 잘나가는 유튜브에 출연할 때 최대 5000만원까지도 지불한다고 한다.
성역 없는 유튜브에 대한 걱정도 많다. 솔직함이 아닌 선을 넘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술도, 욕도 규제가 없고 토크에 상한도, 하한도 없다. 모든 건 조회 수로 귀결된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돈이다. 더 핫한 게스트, 더 진한 얘기가 나와야 조회 수가 터지고, 그래야 비싼 광고가 붙는다”며 “연예인들도 이제 뒤광고가 아니라 유튜브에선 대놓고 앞광고를 하지 않나. 맥주, 소주뿐 아니라 돈만 되면 다 하는 게 트렌드”라고 했다.
이소라와 신동엽도 20여 년 만에 만났지만, 광고를 위해 맥주 켈리와 소주 진로이즈백을 마시며 숙취 해소제까지 나눠 먹어야 했다. “나 깜박 속을 뻔했어. 이거 PPL이지? 너 진짜 (광고) 자연스럽게 한다. 하하.” “응, 내가 유튜브 하니까 첫날부터 어마어마한 게 붙더라고.”
-김아진 기자, 조선일보(23-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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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현장의 ‘무법자 유튜버’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이 12년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2020년 12월 12일 아침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교도소 입구에서 조두순의 출소를 생중계하려는 유튜버들이 모여있다. / 오종찬 기자
지난달 23일 조국 전 장관의 아내 정경심 교수의 선고 공판이 열리던 날 서울중앙지법 앞에서는 정 교수의 지지자들과 반대자들 간에 고성이 오고 갔다. 몸싸움 직전까지 갈 정도로 상황은 점점 격해졌다. 현장에 모여든 유튜버 수십명은 경찰의 질서유지선을 넘나들며 이 모습을 생중계하고 있었다. 곳곳에서 유튜버가 진행하는 즉석 인터뷰도 이어졌다. 몸싸움을 주도하던 사람은 유튜버들에게 바로 캐스팅됐다. 격앙된 목소리로 상대 진영을 비판하면 유튜브 댓글 창에는 시청자들의 수많은 댓글이 주르르 달렸다. 이는 조회수만큼 돈을 받는 유튜버들의 수익으로 이어진다. 요즘 취재 현장의 흔한 풍경이다.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이 형기를 마치고 출소했던 날은 마치 유튜버들의 ‘잔칫날’ 같았다. 조두순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예고한 유튜버들 때문에 그가 출소하는 서울남부교도소에서부터 경찰의 철통같은 경호가 시작됐다. 조두순이 탄 차량이 나오려 하자 수십명이 교도소 앞에 드러누웠다. 그중 일부 유튜버들은 바닥에 누운 채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연신 멘트를 쏟아냈다. 이를 제지하는 경찰과의 몸싸움도 서슴지 않았다. 경찰에게 붙잡혀 저지선 밖으로 끌려나가는 순간조차 셀프 카메라를 찍으며 유튜브 생중계에 열을 올렸다.
조두순 집이 있는 안산은 상황이 더 심각했다. 조두순이 안산보호관찰소에서 나올 때 그가 탄 관용차에 유튜버들이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달려들었다. 거친 욕설과 함께 관용차를 걷어찼고 차량 위에 올라가 발을 구르기도 했다. 조두순 집 앞으로 찾아온 유튜버만 150여 명. 짜장면을 시켜 먹는 유튜버도 있었고, 그걸 지켜보던 다른 유튜버가 ‘개념이 없어서 때려주겠다’라며 주먹을 휘두르는 장면이 그대로 유튜브에 나갔다. 이들이 상식을 뛰어넘는 과격한 행동과 거친 말을 내뱉는 것은 오로지 조회수 때문이다. 남들보다 자극적이어야 조회수가 올라간다고 믿는다. 조두순을 끝까지 잡고야 말겠다던 유튜버들은 며칠 만에 집 앞에서 모두 사라졌다. 조두순으로는 더 이상 조회수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현장에는 달려드는 유튜버들 때문에 경찰 몇 개 중대가 동원되는 경우가 많다. 유튜브를 찍기 위해 현장을 난장판으로 만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뉴스를 접하는 독자들에게 돌아간다. 현장 상황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기자들은 질서를 만들고 현장에 개입하지 않는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포토라인이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경찰이나 주최 측과의 약속이기도 하다. 물불 가리지 않는 일부 유튜버의 문제점은 질서를 순식간에 무너뜨리고 현장을 훼손하는 데 있다. 그들은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지만, 단지 조회수를 올리기 위한 퍼포먼스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취재 현장이 더 이상 무법자 유튜버들의 쇼를 위한 무대가 돼서는 안 된다.
-오종찬 기자, 조선일보(21-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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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만 붙는 '노란 딱지'
작년 4월 미국 유튜브 본사에서 한 이란계 여성이 총기를 난사해 4명이 다쳤다. 범행 직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 여성은 유튜브가 자신이 올린 영상의 조회 수를 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채식주의와 동물 학대 반대 같은 영상을 올렸을 뿐인데 이른바 '노란 딱지'가 붙어 광고 수익을 올리지 못한다고 했다. 이 사람은 자신이 유튜브에서 아랍어를 쓴 뒤로 그런 일이 벌어졌다며 유튜브가 자신을 차별한다고 말해왔다.
▶이용자 수 19억 명, 매일 동영상 조회 수 1억 건, 1분마다 400시간 분량의 새 동영상이 업로드되는 유튜브는 말 그대로 '세상의 모든 주장'이 올라오는 곳이다. 그만큼 영향력도 크지만 동시에 부작용도 크다. 저질 영상과 표절, 가짜뉴스, 유튜버들끼리 살벌한 싸움도 벌어진다. 인기를 끌 만한 영상을 올려 광고로 돈을 버는 데 저널리즘의 원칙이 발붙이기는 어렵다.
▶테러단체 선전 영상에까지 광고가 붙게 되자 유튜브는 2017년 8월 '노란 딱지' 제도를 도입했다. 폭력과 선정성, 무책임한 정치 선동 등을 걸러낸다는 취지였다. 문제 영상에 노란색 '$ 마크'가 붙으면 조회 수가 아무리 올라도 광고가 붙지 않는다. 이 제도가 생기자 조잡한 영상에 자극적 제목을 단 일부 유튜버가 사라지는 효과를 보기도 했다. 그러나 엉뚱한 영상에 노란 딱지가 붙는 일이 일어나기 시작해 이에 반발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한 국내 유튜버는 "왜 내 영상에 노란 딱지가 붙는지 납득할 수 없다"며 눈길을 걸어가는 영상을 올리고 "이 영상에도 노란 딱지가 붙나 보자"며 시위를 하기도 했다.
▶현 정권을 비판해 온 한 유튜브 채널이 올리는 영상마다 노란 딱지가 붙자 '방송 테스트'라는 글씨만 나오는 영상을 올려봤다. 2분 만에 노란 딱지가 붙었다고 한다. 이 채널은 "구글코리아가 정권 눈치를 보느라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우리 영상에 무조건 노란 딱지를 붙이고 있다"고 했다. 야당은 정부 비판 유튜브 채널 중 13개가 이유도 모른 채 노란 딱지를 받고 있다며 구글코리아를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고발하겠다고 했다 .
▶구글코리아는 "정치적 의도와 상관없이 인공지능이 문제 영상을 1차로 걸러내고 사람이 다시 선별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방송 테스트' 영상까지 걸러낸 이유는 설명하지 않고 있다. 한국은 어떤 기업이든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나라다. 구글코리아의 노란 딱지는 의심을 살 만하다. 친정부 유튜버가 노란 딱지를 불평했다는 소리는 들어본 적 없다.
-한현우 논설위원, 조선일보(19-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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