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팔봉(水周八峰):
달천을 따라 수주팔봉으로 가는 길
“이 땅 물맛 중 최고는 충주 달천이요, 다음은 한강 우중수요, 셋째는 속리산 삼타수다.” 고려 말의 학자 이행은 달천의 물맛을 최고로 꼽았다. 물맛이 달아 ‘감천(甘川)’ ‘달래강’이라 불리기도 한 달천은 지금도 충주 시민의 식수원으로 귀한 대접을 받는다. 속리산 천왕봉 인근에서 발원해 충북 내륙의 산과 들을 적시며 수려한 계곡을 만든 달천은 충주에 이르러 그 품을 넓히고 충북의 2대 평야 중 하나인 달천평야를 만든다. 충주의 젖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충주시의 남쪽과 서쪽을 감싸듯 흐르는 강. 나이 지긋한 충주 시민이라면 강가에서 고기를 낚고 다슬기를 줍던 추억 하나쯤 있을 게다. 물론 달천이 상수원 보호 구역으로 지정되기 전 일이다. 충주 시내에서 달천을 거슬러 오르다가 달천교 지나 살미면 향산리에 이르면 물줄기는 신비한 세상으로 이끄는 안내자가 된 듯 또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산 그림자 넉넉히 담은 너비에 깊이를 짐작하기 어려운 물빛에 짧은 감탄사가 터진다. 천연기념물로 보호되는 수달을 비롯해 다양한 동식물이 서식하는 곳이다. 싯계마을이 있는 이 구간은 생태계 보호 구역으로 지정되었다. 물길을 따라 한가로이 드라이브를 즐기다 보면 너른 물줄기가 ‘ᄃ’자로 산자락을 휘감고 돈다. 강 건너편에 병풍처럼 서 있는 산자락의 바위 능선이 바로 수주팔봉이다.
왕의 꿈에 나타난 수주팔봉
수주팔봉을 풀어쓰면 ‘물위에선 여덟개봉우리’다. 달천변을 따라 길게 늘어선 암봉은 송곳바위, 중바위, 칼바위 등 각기 이름도 있다. 가장 높은 칼바위는 493m에 이른다. 파노라마를 펼치듯 고개를 돌려가며 봐야 수주팔봉 전체를 가늠할 수 있다. 마치 대형 스크린 앞에 선 듯 깎아지른 암봉들이 그려내는 장관에 압도된다. 달천으로 흘러드는 오가천의 물길이 수주팔봉 가운데 로 떨어지며 팔봉폭포를 이룬다. 오가천 물길을 막아 농지로 만들기 위해 인공으로 만든 폭포다. 인간의 필요에 따라 몸 한가운데가 잘려나간 셈이다. 수주팔봉이 온전한 모습이던 조선 철종 때 이야기다. 어느 날 왕이 꿈에 여덟 개 봉우리가 비치는 물가에 발을 담그고 노는데, 발밑으로 수달이 왔다 갔다 하는 것이었다. 마치 한 폭의 그림 속으로 들어가 신선이 된 듯했다. 그 꿈이 현실처럼 생생해 영의정을 불러 얘기했다. 실제로 이런 곳이 있을까? “충주의 수주팔봉이 바로 그런 곳입니다”라는 이조판서의 말에 왕이 직접 충주까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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