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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핑’모드 전공의 8800명을 어찌할 것인가] .... [외과醫 없는 나라]

뚝섬 2024. 4. 3. 09:03

[‘탕핑’ 모드 전공의 8800명을 어찌할 것인가] 

[생명 살리고 중병 고치는 필수 의료 ‘내·외·산·소’가 흔들린다]

[외과醫 없는 나라]

 

 

 

‘탕핑’ 모드 전공의 8800명을 어찌할 것인가

 

대량 징계 눈앞에도 무대응 지속
30세 전후 MZ세대… 정책엔 민감
교수 말도 안 듣고 의협도 불신
생명 다루는 면허 의미 되새겼으면
 

 

전공의 이탈 1주일… 그래도 병원을 지키는 사람들 - 2월 26일 서울 시내에 있는 대학병원에서 의료진 한 명이 소파에 앉아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주요 병원 100곳의 전공의 1만2000여 명 중 1만명 이상이 사직서를 제출(23일 기준)한 상태다. 이에 남아있는 의료진에게 업무가 가중되고 있다. /연합뉴스

 

‘탕핑(躺平)’은 가만히 누워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뜻의 중국 신조어다. 중국의 저성장, 실업난 등에 지친 젊은 세대가 소극적으로 저항하는 모습이다. 대학 캠퍼스나 길거리에 드러누운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자포자기 심정을 표현하는 중국 젊은이들도 있다. 이런 젊은이들을 ‘탕핑족’이라 부른다. 중국 정부는 이 현상이 국가 미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비상이 걸려 있는 상태다.

 

이번 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의 특징 중 하나는 전공의들이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공의들을 대표하는 단체가 있고 대표도 있지만 정부와 대화에 응하지 않는다. 2일 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이 전공의들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한다”고 밝힐 정도였다. 전공의들이 탕핑 전략을 쓰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중국 젊은이들처럼 그냥 집에서 쉬거나 여행 다니며 시간을 보내는 전공의가 많다고 한다.

 

처음엔 이전 집단 휴진 때마다 정부가 각 병원 전공의 대표들을 처벌 표적으로 삼아서 몸 사리기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있었다. 그런데 그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정부가 여러 차례 “대표단 구성은 법 위반에 해당하는 집단행동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밝혀도 요지부동이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전공의들이다. 이들이 정부와의 협상 등 대화 테이블에 나서지 않으면 의·정 갈등 실타래를 풀기 어렵다. 그래서 정부가 전공의에게 대표단을 구성해 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지만 답이 없다. “우린 대표가 없다”고 얘기한다. 사회적 관심을 집중시키는 집단행동 당사자들이 대화는 물론 접촉마저 거부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이들은 정부는 물론 의사협회도 믿지 않는 분위기다. 2020년 집단 휴진 때 의협이 정부와 막판 협상에서 전공의들을 배제했다는 논란의 후유증 때문이다. 교수들이 환자를 떠나면 여론 지지를 받기 힘드니 일단 돌아와서 얘기하자고 설득해도 안 듣는다고 한다. 정부가 2000명 증원을 물리더라도 떠난 전공의들이 100% 돌아올 것 같지 않다는 얘기도 들린다. 기본적으로 부유한 집안 출신이 많고, 과거보다 전문의에 대한 욕심이 줄어드는 등 과거 전공의들과 또 다르다는 것이다. 다만 평생 의업에 몸담아야 하기 때문에 누구보다 정부 정책에 민감하다고 한다.

 

지금 전공의들은 20대 후반에서 30세 전후의 MZ세대다. 낮은 임금에 주 평균 80시간이라는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며 우리나라 상급종합병원 운영을 떠받쳐 온 직군이다. 미래 의료를 이끌어갈 ‘매우 중요한 자산’이기도 하다. 이들이 전문의 이후를 보며 격무를 견뎠는데 정부가 의대 정원을 한꺼번에 2000명이나 늘린다고 하니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고 한다. 정부와 의료계가 진작 이들의 근무 여건을 개선했어야 했다.

 

이런 가운데 전공의들에 대한 대량 징계가 점점 다가오고 있다. 업무 개시 명령을 위반하고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 8800명에 대해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진행하고 있는데, 현재 3차 사전 통지 중 2차를 발송한 단계다. 윤 대통령은 1일 담화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할 수밖에 없다”며 대량 징계를 진행할 것임을 밝혔다. 이대로 시간만 흘러가면 의대생 대량 유급도 막을 길이 없다.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면서 중증·응급 환자에 대한 배려를 전혀 하지 않은 점은 놀라운 일이었다. 그래서인지 전공의들에게 세상이 자기들 뜻대로만 돌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한 번쯤은 보여줄 필요가 있다는 여론도 적지 않다. 이들이 ‘탕핑’ 모드에 있는 동안 국가에서 생명을 다루는 면허를 준 의미를 되새겼으면 좋겠다.

 

-김민철 논설위원, 조선일보(24-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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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살리고 중병 고치는 필수 의료 ‘내·외·산·소’가 흔들린다

 

입원 전담의 있는 병원 36곳뿐… 수요의 10%만 확보해
자부심 추락에 낮은 의료수가, 중증 질환 기피 겹쳐 ‘내리막길’
암환자 느는데 외과의 수는 줄기만… “10년내 ‘수술대란’ 올 것”

 

서울의 한 대학병원 내과 병동에는 야간에 내과 의사가 없는 날이 많다. 통상 내과 전공의가 돌아가면서 병동 당직을 서지만, 의사가 부족하다. 여성 전공의 한 명은 출산 휴가 중이다. 병실 입원 환자를 돌보는 입원 전담 의사도 부족하여, 낮에만 근무한다. 교수들이 야간 온 콜(on-call) 당직을 서며 처치를 내리지만, 응급 상황에 취약한 상태다. 명색이 대학병원인데, 야간에는 무의촌이 된다.

 

흔들리는 ‘내·외·산·소' 필수의료

 

의료계에서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는 필수의료 진료과로 분류된다. 진료과 이름 앞 글자를 따서 내·외·산·소는 메이저(major)로 불린다. 그만큼 ‘내외산소’가 환자 생명을 살리고 중병을 고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 그런 필수의료가 의료진 부족, 중증 질환 기피, 자부심 추락, 낮은 의료 수가 등으로 흔들리고 있다. 코로나19 감염병 사태로 병원들이 지쳐가는 사이 필수의료 인프라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병동 환자 처치 의사 부족 현상은 내과 전공의 수련 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줄이고, 전공의 주 80시간 근무가 적용되면서 수년 전부터 예견됐다. 이에 각 병원이 입원 전담 의사를 구하려고 했으나, 3교대 야간 근무, 월급 격차 등을 이유로 내과 의사들의 지원이 많지 않았다. 김영균 내과학회 이사장은 “입원 전담 의사를 둔 병원이 전국에 36개밖에 없고, 필요 인원의 10%(249명) 정도만 확보돼 있다”며 “병원에 내과 의사가 없다 보니 응급실에 오는 환자의 52%가 심장, 호흡기 등 내과 전문 진료 증상임에도 제대로 처치가 안 되거나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내과 세부 전공을 선택하는 전임의 과정에서 내시경 시술로 개업하기 좋은 소화기내과에 전체의 33%(139명)가 몰렸다. 암 치료를 하는 혈액종양내과에는 30명, 코로나를 진료하는 감염내과는 29명에 그쳤다. 필수의료 안에서도 양극화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충남의 한 대학병원은 지원자가 없어 췌장·담낭 분야 외과 교수를 2년째 뽑지 못하고 있다. 논문과 수술 건수 등 조교수 요건을 갖춘 젊은 외과 의사가 적기 때문이다. 이우용 외과학회 이사장은 “전공의도 없는 상태에서 야간 응급 수술도 하고 논문도 써야 하는데 누가 외과 교수를 하려고 하겠느냐”며 “특히 지방 의대는 빈자리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한 해 신규 외과 전문의 수는 2009년 212명에서 올해 143명으로 줄었다. 그 사이 수술 수요가 많은 암 환자는 18만여명(2008년)에서 24만여명(2020년)으로 늘었다. 한 해 의사 배출이 2000여명이던 1990년대에 신규 외과 의사는 200명을 넘었다. 지금은 의사 배출이 3300여명 수준인데도 150명이 안 된다. 의사를 늘려도 외과 기피가 해결되지 않으면 외과 의사 수는 늘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우용 이사장은 “현재 50대 외과 의사들이 은퇴하는 10년 후부터는 그나마 있던 외과 의사가 수술실을 대거 떠나면서 수술 대란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외과학회 실태 조사에서 외과 의사 50%가 “다시는 외과를 안 하겠다”고 응답했다. 외과 수술 행위 156개 중 149개가 외과 수술에 주는 가산율 30%를 줘도 원가에 못 미치는 의료 수가를 받고 있다.

 

산과·소아과 중증 환자 볼 의사 부족

 

요즘 밤에 대학병원 응급센터에 가면, 소아과 의사 진료받기가 힘들다. 아예 “○○시 이후에는 소아과 의사가 없다”고 써 붙여놓은 대학병원도 있다. 그 시간 이후에 응급실로 실려오는 경련 발작 아기도 응급의학과 의사가 보고 끝낸다. 지난해 소아과 전공의 지원율이 30%대 떨어지면서 야간 응급 진료에 나설 소아과 의사가 없기 때문이다. 교수들이 번갈아 가며 당직 콜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보건복지부에서 소아 전문 응급센터로 지정받은 병원 9곳도 소아과 의사 부족과 설비 미비 등으로 4곳이 중도 탈락하고 현재 5곳만 운영되고 있다. 소아 전용 중환자실을 운영하는 대학병원이 서울에서도 절반 정도다. 나머지는 어른 중환자실서 병상 몇 개를 빌려 쓰고 있다. 지난해 소아 감염, 심장, 신장, 중환자 관리 분야를 전공하겠다고 나선 소아과 의사가 전국적으로 한 명도 없었다. 은백린 소아청소년학회 이사장은 “병원 소아과 진료의 95% 이상이 건강보험”이라며 “국가 의료보험 정책을 잘 따르는 필수의료과가 손해보고 불이익을 받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분만 인프라가 절반 이상 사라진 산부인과는 새로운 고민에 직면하고 있다. 산부인과 외래에 임신 관리를 받으러 오는 산모들 대부분이 초산임에도 30대 중·후반이다. 전체 출생 건수는 줄었지만, 고위험·고령 산모는 되레 늘어났다. 35세 이상 산모가 2009년에는 전체의 15.4%이던 것이, 2019년에는 33.4%로 늘었다.

 

그만큼 고위험 분만을 처리할 숙련된 산부인과 수요는 늘었지만, 신규 산부인과 의사 배출이 매년 110명 안팎에 그치면서, 고위험 산모를 처치할 조교수급 교원이 급감했다. 향후 10년간 조교수급 산부인과 의사가 54% 줄어들 전망이다. 50대 후반에서 60대 초반의 베이비붐 세대 의사들이 줄줄이 은퇴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고위험 산모 진료가 부실해지면서, 분만 의료 수준을 나타내는 모성사망비(신생아 10만명당 임신이나 분만 관련 산모 사망률)는 9.9로 OECD 회원 36국 중 24위다. 분만 사고로 인한 의료 소송 배상액은 1억~3억원에 이른다. 이필량 산부인과학회 이사장은 “일본처럼 무과실 분만 사고에 대한 배상은 정부가 해야 한다”며 “주요 거점 모자보건센터와 분만병원으로 지역 고위험 산모들이 모이게 하는 공공 이송 체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우용 외과학회 이사장은 “필수의료 분야 의료 수가가 정상화되어야 하겠지만, 이 분야 의사들이 국민 생명을 지킨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조선일보(21-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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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과醫 없는 나라 


대학병원에는 펠로(fellow)로 불리는 의사들이 있다. 전공의(레지던트)를 마치고 세부 분야 의술을 1~2년 더 연마하는 의사들이다. 그런데 요즘 대형병원 외과에는 전공의로 들어오는 의사가 없어 펠로가 온갖 잡일을 다 맡아서 한다. 낮에 수술과 진료를 하고 야간 당직까지 한다. 주 80시간 근무제가 적용되는 전공의와 달리 펠로는 수면 부족 때문에 늘 부스스하다. 펠로가 아니라 '펠노예'라는 푸념이 나온다.  

▶'이국종 아이러니'라는 말이 있다. 이국종 아주대병원 센터장이 영웅이 될수록 젊은 의사들은 외과를 기피한다는 역설이다. 이국종 센터장은 '닥터 헬기'에 올라타 응급 환자를 살리는 활약으로 영웅이 됐다. 하지만 집에도 못 갈 정도로 격무에 시달리고 교수실에는 컵라면 빈 통이 쌓여간다. 이순신을 추앙하지만 내가 이순신이 되고 싶지 않은 게 인간 심리다.


▶대학병원 외과·산부인과·흉부외과 등 수술실에서 간호사가 의사와 함께 메스를 잡은 지 오래됐다. 이들은 전문의가 하는 수술을 거든다. 그래서 'PA(Physician Assistant·의사 보조)'라고 부른다. 외과계 전공의가 부족해 10여 년 전 시작된 현상이다. 의료법상 간호사 직무 영역을 넘는 불법 소지가 있지만 이미 그런 간호사가 전국에 3500여 명이나 된다. 전공의들은 PA가 수술 교육 기회마저 뺏는다고 불만이다.  

▶올해도 어김없이 외과 기피가 반복됐다. 지난주 마감된 전국 병원의 내년도 레지던트 지원에서 외과는 177명 정원에 147명 지원에 그쳤다. 내년부터 외과 수련이 4년에서 3년으로 짧아져 인기가 오를 것으로 예상했으나 기대에 못 미쳤다. 산부인과·비뇨의학과·흉부외과 등도 크게 미달이다. 반면 개업하기 좋은 성형외과·피부과·안과와 고령 환자가 느는 정형외과는 정원을 넘겼다.  

외과 기피는 의료 수가가 낮아 고생하는 것에 비해 보상이 작아 벌어지는 현상이다. 중증·응급 수술이 많아 의료분쟁에 휘말릴 우려도 크지만 보완하는 제도가 없다. 일본도 10여 년 전 비슷한 이유로 의사들의 외과 지원이 줄었다. 그러자 2009년 '일본에 외과 의사가 없다는 것을 근심하고 행동하는 모임'이라는 비영리법인이 발족했다. 시민 홍보와 의료정책 보완이 이뤄지면서 외과 인기는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중이다. 의료계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국민 건강권 차원에서 대응해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에서 외과가 사라지는 것을 뒤늦게나마 걱정하고 행동하는 모임'이라도 생겨야 할 것 같다.  

-김철중 논설위원·의학전문기자, 조선일보(18-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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