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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생부터 평생 담배 못 사” 英 초강력 금연법 논란] ....

뚝섬 2024. 4. 19. 06:20

[“2009년생부터 평생 담배 못 사” 英 초강력 금연법 논란]

[뉴질랜드도 영국도 ‘담배 퇴출’]

[버려지는 꽁초 年320억 개]

[“금연이 제일 쉽다, 수백 번도 더해봤다”]

[북한과 담배]

[말보로 퇴출 선언]

[국민에게 담배 선물했던 박정희 대통령]

[담뱃값 인상 한달, 끊으셨나요?]

['치사해서'라도 담배 끊어야겠다.. ]

 

 

 

“2009년생부터 평생 담배 못 사” 英 초강력 금연법 논란

 

올해 15세인 2009년생부터는 평생 담배를 살 수 없도록 한 초강력 금연법이 최근 영국 하원에서 1차 표결을 통과했다. 리시 수낵 총리가 추진한 법인데 여당인 보수당 의원들은 대거 반대하거나 기권하고 야당인 노동당이 압도적으로 찬성했다. 노동당은 “보건정책의 획기적인 진전”이라고 평가한 반면 보수당에선 “개인 자유를 침해하는, 보수당답지 않은 정책”이란 비판이 거세다. 리즈 트러스 전 총리는 작심 발언을 했다. “국가가 시민의 일거수일투족을 간섭해선 안 된다. 경찰국가를 넘어 유모국가로 가자는 것인가.”

▷‘비흡연 세대법’이라고 불리는 이 법은 2009년생이 담배 구입 가능 연령(18세)이 되는 2027년부터 허용 연령을 한 살씩 올려 평생 못 사게 막자는 것이다. 흡연자를 처벌하는 건 아니고, 담배를 판 상인에게 벌금을 물리는 방식이다. 영국에서는 무상의료 시스템이 흡연으로 인한 질병을 치료하느라 과부하에 걸리면서 강력한 금연법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커져 왔다. 이런 목적으로 쓰이는 예산이 연간 28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 돈을 의사 채용과 병상 확충에 쓰면 다른 환자들이 의사를 기다리는 기간을 단축할 수 있어 금연법에 대한 서민들이 지지가 높다.

▷수낵 총리는 술 담배를 하지 않고 일주일에 하루는 금식할 정도로 자기관리에 철저한 정치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가 단지 건강에 대한 소신 때문에 여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금연법을 밀어붙이는 건 아니다. 사회복지 축소와 부자 감세 등 반서민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영국 역사상 최단기(44일)로 물러난 전임자(트러스 전 총리)의 실책이 그의 결단에 한몫을 했다. 게다가 야당인 노동당(45%)에 대한 국민의 지지율이 보수당(26%)보다 크게 높다 보니 중도·서민층의 지지를 얻으려는 목적도 있어 보인다.

 

▷이번 금연법이 발효되려면 하원의 최종 표결에 이어 상원까지 통과해야 한다. 작은 정부와 자유방임주의를 표방해온 보수당의 반대가 만만찮아 시행을 장담하긴 이르다. 흡연을 통제하면 담배 암시장이 난립하고, 전자담배 수요만 자극할 것이란 우려도 많다. 뉴질랜드 진보의 아이콘인 저신다 아던 전 총리(노동당)도 같은 내용의 금연법을 추진했지만 지난해 보수당으로 정권이 넘어간 뒤 법이 폐기될 위기에 놓였다.

▷“(시가 애호가였던) 윈스턴 처칠 전 총리를 배출한 보수당이 담배를 금지하려 한다니 미친 짓이다.” 보리스 존슨 전 총리는 수낵 총리를 저격하며 처칠을 소환했다. 처칠은 “나는 시가를 피우지 않는 사람을 믿을 수 없다. 시가는 생각의 동반자이자 실패의 위로자”란 말을 남길 정도로 골초였다. 하지만 그는 오랜 흡연으로 인해 폐질환과 고혈압에 시달리다가 뇌졸중으로 사망했다. 처칠의 경우는 금연법 도입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반증이기도 하다.

-신광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4-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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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도 영국도 ‘담배 퇴출’ 

 

17세기 조선 실학자 이익이 ‘성호사설’에서 지적한 흡연의 폐해는 오늘 기준으로 봐도 정확하다. ‘안으로 정신을, 밖으로 눈과 귀를 해친다. 머리카락이 세고 얼굴이 창백해진다. 이가 빠지며 살이 깎이고 노쇠해진다’ 등 10대 해악을 꼽았다. ‘냄새가 독해 신명과 통할 수 없고, 재물을 축내며, 종일 담배 구하기에 급급해 잠시도 쉬지 못한다’고도 했다. 사회생활과 재산 형성에 문제를 일으키고 니코틴 중독에 빠진다는 뜻이다.

 

▶흡연의 해악은 더 이상 논란 여지가 없다. 다만 일부에서 ‘세금 많이 내는 애국자’ 논리로 흡연을 합리화한다. 4500원짜리 담배 한 갑에 세금이 3300원을 넘고, 2021년 기준 연 3조5500억원이 담배 소비세로 걷힌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흡연이 세수 이상의 비용을 발생시킨다고 반박한다. 세계보건기구는 흡연에 따른 전 세계 사망자가 2030년엔 800만명에 이르고, 질병 치료와 화재 등에 따른 사회·경제적 비용은 연 1조달러를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각국 정부가 걷는 담배 관련 세금은 2013~14년 기준 2690억달러에 불과해 수지 타산도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금연 캠페인을 넘는 더욱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그래서 힘을 얻는다. 뉴질랜드가 먼저 칼을 빼 들었다. 2027년에 성인이 되는 2009년 1월 1일 출생자부터 담배 판매를 영구 금지하는 법안을 작년 말 통과시켰다. 위반하면 우리 돈 1억원이 넘는 벌금을 맞는다. 영국도 같은 내용의 법안 도입을 검토하고 나섰다. 성공하면 두 나라는 30년 뒤 환갑 넘은 노인 일부만 담배를 피우는 사실상 담배 청정국이 된다.

 

▶금연법이 미국 금주법(禁酒法) 전철을 밟으리라는 비관론도 있다. 1919년 미국이 도입한 금주법은 밀주 제조 성행, 밀주업자와 단속 공무원의 뇌물 결탁 같은 부작용 때문에 폐지됐다. 금연법도 담배 암시장만 키운다는 전망이다. 하지만 이는 두 나라의 금연법이 금연 대상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담배는 일단 중독되면 끊기가 매우 어렵다. 필자도 담배를 끊을 때 “이렇게 힘들 줄 알았으면 시작도 하지 말걸” 하는 후회를 몇 번이나 했다. 두 나라 법은 이런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기존 흡연자 금연보다는 청소년들이 흡연으로 들어서는 길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우리 흡연율은 15.9%로 OECD 평균(16%)과 비슷하다. 뉴질랜드는 8%로 우리의 절반 수준인데도 장기적이지만 확실한 금연의 길을 가겠다고 천명했다. 우리도 이 방식을 적극적으로 검토했으면 한다.

 

-김태훈 논설위원, 조선일보(23-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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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는 꽁초 年320억 개 

 

공초(空超) 오상순 시인은 생전에 담배를 하루 100개비 넘게 피워 ‘꽁초’로도 불렸다. ‘나와 시와 담배’라는 시에선 ‘나와 시와 담배는/ 이음동곡(異音同曲)의 삼위일체’라 찬미했다. 김소월도 애연가였다. ‘나의 긴 한숨을 동무하는/ 못 잊게 생각나는 나의 담배!’라고 시에 썼다. 담배의 해로움에 무지했던 시절의 세태가 글에 남긴 흔적들이다. 건강에 미치는 해악이 알려지면서 이제 흡연을 미화하는 작품은 드물어졌다.

 

▶예나 지금이나 꽁초 공해는 여전히 큰 사회적 골칫거리다. 우리나라에서 길에 버려지는 꽁초가 한 해 320억개에 이른다는 뉴스가 나왔다. 연간 소비되는 담배의 절반이라고 한다. 나라 밖도 다르지 않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집계해보니 전 세계 한 해 생산되는 담배 6조개비 가운데 4조5000억개비가 함부로 버려진다.

 

▶담배꽁초는 도시 미관을 망가뜨릴 뿐 아니라 안전까지 위협한다. 화재를 일으키고 거리의 빗물받이에 쌓여 홍수 피해도 가중시킨다. 해안과 바다를 더럽히는 대표적 쓰레기도 꽁초다. 미국의 한 환경단체가 지난 30년간 해변 쓰레기를 수거했더니 1위가 꽁초였다. 우리나라 해안 쓰레기도 담배꽁초가 21%로 가장 많다. 꽁초 주성분인 플라스틱은 미세 플라스틱이 되어 생선에 쌓였다가 인간의 식탁에 오른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꽁초 투기를 막기 위한 대책이 쏟아진다. 서울시는 현행 5만원인 꽁초 투기 과태료를 20만원으로 올리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는 꽁초를 모아오면 1g당 20원씩 현금으로 주는 보상 제도를 도입했다. 꽁초 20개를 모아 와야 새 담배를 살 수 있게 하자는 아이디어도 등장했다. 담배를 팔아 돈 버는 담배 제조사나 담뱃값의 73%를 세금으로 걷는 정부가 책임지고 꽁초를 회수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근본적 대책은 결국 흡연자의 인식이 바뀌는 것뿐이다. 한국에선 외면당하는 휴대용 재떨이가 일본에선 정착했다. 규제가 강해서가 아니라 남에게 폐 끼치지 않는 사회 분위기의 힘이다. 심리학에선 꽁초 투기를 막기 위해 ‘깨진 유리창 법칙’을 이용하자고 한다. 멀쩡한 유리창에는 돌을 던지지 않지만 깨진 유리창을 보면 자기도 돌을 던지고 싶어지는데, 뒷골목 등 꽁초 상습 투기 지역에 화단을 조성하면 방지 효과가 있다고 한다. 한때 꽁초만큼 흉물스러웠던 것이 길바닥에 널린 ‘껌딱지’였다. 그런데 껌을 아무 데나 뱉지 않는 패턴이 정착되며 자연스레 퇴출됐다. 꽁초 투기도 그렇게 사라지게 해야 한다.

 

-김태훈 논설위원, 조선일보(23-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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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이 제일 쉽다, 수백 번도 더해봤다”

 

세금 12조원 내는 한국 흡연자 불가촉천민 취급 받지 않나
10
6 실패하지만 잃을 것도 없다, 다시 도전을!

 

사실, 진작 금연에 도전했어야 할 이유는 백만 가지쯤 됐다. 나이가 들수록 몸이 예전 같지 않아지면서 흡연이 몸에 무리를 준다는 게 실감이 됐다. 폐활량이 줄어 몇 ㎞만 달려도 숨이 가빴고, 목도 자주 잠겼다. 담배를 피우며 잡담하던 무리에서는 계속 이탈자가 생겼다.

 

밤중에 담배를 사기 위해 편의점을 찾아 배회하는 것도 몹시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었다. 슬리퍼를 끌고 적막한 거리를 걷노라면 이 해롭고 보잘것없는 물건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실망감이 파도처럼 몰려왔다.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젊은 시절 소문난 애연가였으나, 작가로서 체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생각에 담배를 끊고 수영과 달리기를 시작했다. 바둑기사 조훈현은 한 번 대국에 ‘장미’ 담배 세 갑을 피우는 골초였으나 애제자 이창호에게 연패하자 단숨에 담배를 끊었다. 이런 결기가 비범한 사람과 평범한 사람을 가른다.

 

가족들에게도 흡연은 면목 없는 일이었다. 한 번도 출세하라고 잔소리한 적 없는 어머니는 고향에 내려갈 때마다 “이제 담배 끊어야지” 당부했다. 경제적 부담도 만만치 않았다. 지금껏 태워 날린 담뱃값을 모으면 국산 중형차 또는 대형차 한 대 값은 족히 될 것이다. 그 돈으로 초기에 비트코인에 투자했더라면 어땠을까.

 

수많은 이유에도 여태껏 단 한 번도 금연에 도전하지 않은 건 내심 실패가 두려웠기 때문이다. 금연에 도전하지 않는다면 나는 흡연자일 뿐이지만, 금연에 도전해 실패하면 나는 나약한 흡연자가 된다. 그렇게 될 것이라는 예감이 있었고, 그런 현실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다 얼마 전 금연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은 건 현존하고 급박한 위기가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난생 처음 스페인에 여행 갈 일이 생겼는데, 환승 시간을 합쳐 비행 시간이 스무 시간이 넘었다. 그 긴 시간 동안 금단의 고통을 이겨낼 자신이 없었다. 미리 예행연습이라도 하지 않으면 큰일 나겠다 싶었다. 어느 주말, 디톡스 한다는 기분으로 밥과 담배를 끊었다. 처음에는 담배 생각이 절실했으나, 24시간쯤 지나자 배고픔이 흡연 욕구를 압도했다. 하루를 버티자 해볼 만하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하루만 더 해보자고 버텼더니 어느새 일주일이 됐다.

 

이 금연기는 결국 실패로 끝난다. 스페인에서 첫 이삼일은 잘 버텼으나, 결국 담배에 다시 손을 대고 말았다. 굳이 핑계를 대자면, 스페인이 그토록 흡연자 친화적이라는 걸 모르고 방심한 탓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거리와 카페에서 수다를 떨며 담배를 피웠고, 그 곁을 지나는 사람들도 눈살을 찌푸리거나 손사래 치지 않았다. 고민하고 망설인 끝에 어느 바닷가 방파제 위에서 담뱃불을 붙였다. 공기는 상쾌했고, 햇살은 따사로웠다.

 

그렇게 해서 나는 다시 서울의 뒷골목에서 다른 흡연자들과 함께 담배를 피우는 신세가 됐다. 한 해 세금 12조원을 내고도 한국에서 흡연자들은 불가촉천민 같은 대접을 받는다. 금연하지 못한 탓에 이런 취급 받는 것이 새삼 분하고 처량하게 느껴졌다.

 

서울대 산학협력단이 2019년 성인 남성 흡연자 466명을 조사했더니, 흡연자 3 1명은 금연에 도전할 생각을 아예 하지 않았고, 금연에 도전한 사람 10 6명은 금연에 실패했다. 그만큼 금연은 마음먹기도 어렵고, 실행은 더 어렵다. 그래도 서울시 흡연 인구가 10 만에 3분의 1 줄어든 보면 어려운 도전에 성공하는 사람들이 얼마든지 있다.

 

그러니 나도 다시 도전할 것이다. 이미 한 번 실패했으니, 더 잃을 것도 없다. 미국의 문호 마크 트웨인은 “세상에서 제일 쉬운 게 금연이다. 나는 수백 번도 더 해봤다”고 하지 않았는가.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끝내 금연에 성공할 모든 이들에게 용기와 행운이 함께하기를.

 

-최규민 기자, 조선일보(23-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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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담배

 

비흡연자에게 중국은 지옥이다.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도 모자라 유모차에 있는 아기에게 “귀엽다”며 담배 연기를 내뿜어 경악했다는 한국 엄마들 사연이 요즘도 맘카페에 올라온다. 중국의 축소판이 북한이다. 식당, 상점, 호텔 등 실내 흡연을 당연시한다. 워낙 만연해 담배가 신분의 척도로 쓰인다. ‘건설’ ‘7·27′ 같은 고급 담배는 당·정·군 간부쯤 돼야 태운다. 최고로 치는 건 로스만, 던힐 같은 영국 담배다.

 

▶김정은은 지독한 골초다. 병원, 학교, 유치원뿐 아니라 각종 총포 등 인화물질 천지인 무기고에서도 불붙은 담배를 쥔 채 지시를 내린다. 10대 때 이미 골초였다. 김정일의 전속 요리사였던 일본인은 “2000년 어느 날 정은이가 검지와 중지를 세워 입에 댄 채 나를 향해 ‘이거 하러 가자’고 해 이브생로랑 담배를 나눠 피운 적이 있다”고 했다.

 

▶얼마 전 담배를 쥔 김정은 옆에 딸 김주애가 성냥갑을 들고 있는 사진이 나왔다. 4년 전 김정은이 하노이행 기차에서 잠시 내려 담배를 피울 때 김여정이 재떨이를 들고 서있던 모습을 연상시켰다. 정보 당국자는 “담배꽁초에 묻어 있는 김정은 생체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한 목적”이라고 했다. 김정은의 흡연은 정보기관의 관심사다. 담배가 식별되면 타르·니코틴 함량을 알 수 있고, 축적된 정보 자산을 통해 하루 흡연량을 추산한다. 다른 정보들과 융합하면 건강 상태와 잔여 수명을 예측할 수 있다.

 

▶한때 짝퉁 양담배는 짝퉁 양주, 위조지폐, 마약, 무기류와 함께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품목이었다. 인민군 산하 회사 정권 차원에서 대량으로 생산하다 보니 품질이 괜찮았다. 가격은 저렴해 전 세계 범죄 집단이 앞다퉈 찾았다. 현지 판매처 역할을 한 것이 북의 해외 공관이다. 많게는 매년 10억 달러를 벌었다. 이것이 핵·미사일 개발과 김정은 통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

 

▶미국 법무부가 던힐 담배로 유명한 BAT에 대북 제재 위반 혐의로 벌금 6억2900만달러를 부과했다고 밝혔다. BAT 자회사를 통해 2007~2017 북에 담배 재료를 42800만달러어치 판매해 북한군 소유 담배회사에 7 달러의 이익을 안겼다는 것이다. 북은 ‘짝퉁 던힐’ 등을 만들어 해외에 판매한 것으로 추정된다. 범행 시기가 2017년까지인 것은 그해부터 전방위 대북 제재가 본격 가동됐기 때문일 것이다. 이후 북의 돈줄은 가상화폐 탈취 사이버 해킹이 됐다. 이것까지 틀어막는다면 폭주를 늦출 있을 것이다.

 

-이용수 논설위원, 조선일보(23-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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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보로 퇴출 선언 

 

이른바 ‘양담배' 수입이 금지됐던 시절, 미국산 말보로는 흡연자들에게 가장 인기 있던 담배였다. 해외의 친지나 유학생들이 한 보루씩 갖고 들어오면 얻어 피우려 법석 떨곤 했다. 영화 ‘타짜’의 조승우, ‘영웅본색’의 주윤발, ‘천장지구'의 유덕화 등이 피우던 담배이기도 했다. 우리뿐 아니었다. 공산주의 붕괴 후 옛 소련에선 ‘빨간 말보로' 한 상자면 안 되는 일이 없었다. 지금도 북한에선 세븐일레븐이나 말보로 같은 외국 담배가 화폐처럼 통용된다고 한다.

 

▶말보로는 거친 남성적 이미지를 주지만 1924년 미국에서 출시됐을 때는 여성용 담배였다. 그러다 1950년대부터 야성적 모습의 카우보이를 등장시킨 ‘말보로맨' 광고 덕에 남성의 상징으로 여겨지며 판매가 급증했다. 전 세계에 흡연 붐을 일으킨 초대 ‘말보로맨’ 로버트 노리스는 정작 비흡연자였다고 한다. 실제 카우보이였던 그는 담배 광고가 자식들한테 안 좋은 영향을 준다는 생각에 10여 년 만에 모델 활동을 중단하고 평범한 농장주로 살다가 90세까지 장수했다.

 

▶말보로를 만드는 세계 최대 담배 회사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PMI) 최고 경영자가 “10년 안에 영국 담배 진열대에서 말보로가 사라지게 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웰빙 붐으로 담배 시장이 정체되자 고심 끝에 내놓은 전략이다. 그러나 담배 자체를 없애겠다는 것은 아니다. 이 회사가 내세우는 비전은 ‘담배 연기 없는 미래‘다. 연초를 태우는 궐련형 대신 전자담배를 팔겠다는 것이다. 필립모리스가 개발한 아이코스는 출시 5년 만에 7조원 가까운 매출을 올렸다. 이 회사는 전자담배가 몸에 덜 해롭다는 논리를 펴지만 금연 운동가들은 유해한 것은 마찬가지라며 이 전략도 맹렬하게 비판한다.

 

▶10년 뒤 말보로 담배가 지구상에서 완전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영국 아닌 미국 시장 판권을 가진 필립모리스 USA는 ‘말보로 퇴출’ 운운하지 않는다. 이 회사의 모기업은 오히려 새로운 성장 사업을 찾겠다며 대표적인 ‘죄악 산업’인 마리화나 회사 지분을 45%나 인수했다. PMI의 ‘담배 연기 퇴출’ 전략 역시 이익 극대화를 위한 영리 목적에 다름 아니다.

 

▶PMI는 덴마크의 의료용 껌 제조업체, 영국의 의료용품 업체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헬스케어 사업 부문도 확장하고 있다. 담배 회사가 건강 산업을 한다니 아이러니처럼 비치기도 한다. 자동차 회사가 ‘가솔린차 생산 중단’을 추진하고, 중동 산유국이 ‘탈석유 시대’에 대비한다며 원자력발전소를 세우는 세상이다. 생존을 위해서라면 기꺼이 주력 제품도 버리는 것이 기업 생리다. 말보로 퇴출 선언이 연기 뿜는 담배의 종말을 예고하는 신호탄일지도 모른다.

 

-강경희 논설위원, 조선일보(21-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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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에게 담배 선물했던 박정희 대통령

 

1977년 8월 1일, 경남 통영 한산도의 이순신 장군 유적지인 '제승당' 등을 돌아보던 박정희 대통령이 수루(戍樓)에서 걸음을 잠시 멈췄다. 충무공이 '한산섬 달 밝은 밤에' 혼자 앉아 '깊은 시름'하셨다는 곳이다. 이곳에서 대통령이 즉석 지시를 내렸다. "금연 푯말을 치우고 재떨이를 비치해 놓도록 하시오. 관람객들이 경내를 한 바퀴 돌아보고 이 수루에 올라 경치를 내려다보며 담배 한두 대쯤 피우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경향신문 1977년 8월 11일자)

오늘의 정부는 국민이 담배를 끊게 하려고 온갖 애를 다 쓰는데, 40년 전엔 전혀 달랐다. 국가 최고지도자가 유적지의 금연 푯말 대신 재떨이를 놓으라고 지시한 사실은, 얼마나 '흡연 친화적'이었는가를 보여준다. 고(故) 박정희 대통령은 상당한 애연가였다. 1960년대 후반 베트남전 파병을 앞두고 고민하며 연방 줄담배를 피울 땐 육영수 여사가 따라다니며 재떨이를 열 번이나 비운 일도 있다.

 

애연가였던 고(故) 박정희 대통령은 국민에게 담배를 즐겨 선물하는 ‘흡연 친화적’ 인물이었다. 사진은 1973년 여름, 대통령 휴양지인 거제시 저도의 해변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담배를 물고 있는 박 대통령.

 

광복 후 1970년대까지 대통령이 연말연시 등을 맞아 군 장병이나 어려운 처지의 국민에게 가장 흔하게 보낸 선물이 담배였다. 12월이면 담배 공장은 '대통령 하사 연초'를 특별 제조하느라 바빴다. 1957년 제1회 '발명의 날' 기념식에서 수상한 발명가 572명이 이승만 대통령으로부터 받은 기념품도, 1964년 서독의 한국 광부들이 고국에서 찾아온 박정희 대통령의 감동적 연설을 들은 뒤 받은 선물도 모두 담배였다. 박 대통령은 청와대를 방문한 상이용사에게 성냥으로 직접 담뱃불을 붙여 주기도 했다.

정부가 흡연에 관대하던 시절, 담배 연기 없는 사무실은 거의 없었다. '담배 연기 싫어요'라는 표어를 붙여도 허사였다. '금연' 표지가 붙은 버스에선 운전기사가 '솔선'해서 담배를 피워댔다. 1950~1960년대 국회의원들은 의사당에서도 마음대로 흡연했다. 한때 의사당 내 금연 규칙을 만들었지만 애연가 의원들은 "예배당이야? 담배도 못 피우게" 하며 계속 연기를 뿜었다. 1957년 3월엔 보다 못한 이기붕 국회의장이 본회의장에서 "담배 좀 피우지 말라"고 주의를 주는 일도 있었다. 신문은 "국회의 금새(물건 값)가 (불량 학생 흡연 단속하는) 고등학교 교실 정도로 떨어져 버렸다"고 꼬집었다. 제3공화국 국회에서는 아예 의사당 금연이 해제됐다. 해마다 연초에 대통령이 국회를 찾아와 연두교서를 발표할 때면 야당 의원들은 거의 전원이 담배를 물고 자욱하게 연기를 뿜어댔다. 그러나 10월 유신 직후인 1973년 3월 개원한 9대 국회 때부터 새 국회법에 따라 본회의장 흡연이 전면 금지됐다.

'흡연자들의 천국'에 종지부를 찍은 이는 김영삼 대통령이다. 1996년 6월 1일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른 공공시설의 흡연 단속이 시작됐다. 그때부터 오늘까지 정부는 흡연자들 설 땅을 계속 좁혀가고 있지만 간단치 않다. 담뱃갑에 혐오 그림을 넣으면 그림을 가려주는 케이스가 나오고, 전면 금연 빌딩을 늘리면 역전 광장들이 인근 직장인들의 '담배광장'이 되어버리고 있다. 따져 보면 광복 후 애연가들의 호시절이 50여년이었던 데 비해, 금연 정책의 시대는 20여년밖에 안 된다. 정부가 담배와의 전쟁에서 고전 중인 까닭은 금연 시대보다 훨씬 길었던 흡연 친화적 시대의 거대한 관성이 버티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김명환 前 조선일보사 사료연구실장, 조선일보(17-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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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뱃값 인상 한달, 끊으셨나요?

 

담배는 중독 값 올리면 흡연자 줄지만 의지만으론 끊기 어려워

전문가·보조제 도움 필요 결국 습관이 좌우

금연 1년 이상 지났어도 는 니코틴의 맛 못잊어.. 흡연욕구 강한 순간을 다른 습관으로 넘겨야

 

"이제 진짜 담배 완전히 끊어볼랍니다."

지난 27일 오후 6시쯤 서울 하월곡동의 성북구 보건소 금연클리닉. 50대 초반의 남성은 의자에 앉자마자 결연한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20대 중반 군대에서 담배를 배웠고, 40대엔 9년 동안 끊은 적도 있는데 일 년 전부터 다시 하루 30개비 정도 담배를 피우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보건소 금연상담사는 그에게 "충분히 금연에 성공할 수 있다. 최선을 다해 도와드리겠다"고 했다. 양란 금연상담사는 "이분은 올 들어 1648번째로 우리 금연 클리닉에 등록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1월 등록자는 363명이었던 걸 감안하면 올해 담배를 끊겠다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금연 열풍'은 전국적인 현상이 됐다. 보건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전국 보건소 금연클리닉에 등록한 사람은 27일 현재 14만6100여명. 지난해 같은 기간의 약 4배 수준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보통 연초에 금연을 결심하는 사람이 많은데, 올해는 담뱃값이 인상되고 모든 음식점·커피숍 등으로 금연구역이 확대되면서 금연하겠다는 사람들이 예년보다 더 많아졌다"고 말했다.

2013년 우리나라 성인 남성 흡연율은 42.1%. 오는 2020년까지 29%로 낮추겠다는 것이 정부 목표다. 이런 상황에서 금연클리닉 등록자 급증은 일단 청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를 비롯한 사회 일각에서는 금연이 그렇게 쉽게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금연클리닉 등록자 급증이 곧 급격한 흡연율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속단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중독 분야 전문가인 김대진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6개월 정도 지나 인상된 담뱃값에 적응이 되고 내성이 생기면 금연했다가도 다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라며 "중독이란 게 그만큼 무섭다"고 말했다.

미·영 등 외국에서도 담뱃값 인상으로 흡연율 낮춰

금연하겠다는 사람이 갑자기 늘어난 가장 큰 요인은 담뱃값 인상이다. 2005년 이후 10년 만에 한 갑에 2000원이 올랐다. 담뱃값 인상은 서민층이나 청소년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성북구 보건소 관계자는 "작년까지만 해도 담배를 끊겠다는 사람들은 주로 주변 권유나 건강 등을 이유로 들었는데, 올해는 경제적 이유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말했다.

외국에서도 담뱃값 인상으로 담배 소비가 줄고 흡연율이 떨어진 사례가 꽤 많다. 영국의 경우, 1992년 한 갑당 평균 2.08파운드였던 담뱃값을 2011년 6.63파운드까지 올렸다. 같은 기간 담배 판매량은 857억 개비에서 420억 개비로 절반 이하가 됐다. 성인 흡연율은 2000년 27%에서 2010년엔 20%로 떨어졌다. 영국의 담뱃값은 요즘 한 갑당 11파운드(약 1만8000원) 정도다. 미국도 2009년 담배 가격을 평균 22% 올렸고, 성인흡연율은 2008년 20.6%에서 2010년 19.3%로 낮아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캐나다·프랑스·일본·멕시코·터키·우크라이나·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도 담뱃값을 올리자 흡연율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담배 한 갑 가격(6.4달러)에 비하면 아직도 국내 담뱃값은 낮은 편"이라고 했다.

음식점·호프집 등으로 금연구역을 대폭 늘리고 정부와 지자체, 사회단체 등이 다양한 금연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도 금연 추세를 뒷받침하고 있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담배 피우는 사람들이 상당히 궁지에 몰린 상태"라며 "'이런 대우를 받으며 담배를 피워야 하나'라며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는 사람도 많더라"고 말했다.

정부는 앞으로 금연치료제나 금연보조제 처방을 받으면 병·의원 상담료와 약값의 70%를 건강보험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국립암센터 명승권 박사는 "혼자 힘으로 금연하겠다고 하는 사람이 6개월 이상 금연에 성공할 확률은 4% 안팎에 불과하지만, 전문가와 금연 상담을 하는 경우엔 11%로 높아지고, 약물치료를 하면 17~26%까지 치솟는다"고 했다.

올 상반기 중엔 담뱃갑에 흡연 경고 그림을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전 세계적으로 경고 그림을 도입한 나라는 77개국이고, 내년 4월 유럽연합(EU)이 동참하면 경고 그림 도입 국가는 100여 개국으로 늘어난다. 복지부 관계자는 "경고 그림 도입도 국제적인 흐름 중 하나"라고 했다. 서울시 의회에선 시내 모든 거리에서 흡연을 금지하는 조례도 최근 발의됐다.

담배로 생긴 '쾌락 기억'은 평생 지워지지 않는다

사회 전체적으로 금연 열기가 뜨겁지만 이와 무관하게 흡연을 고집하는 사람들도 많다. 국민건강증진법은 밀폐된 공간에 환풍 시설과 재떨이를 갖추되 테이블과 의자는 뺀 '흡연실'은 허용했다. 최후의 보루는 남겨준 셈이다. 이에 따라 음식점이나 주점 등을 중심으로 흡연 부스를 설치하는 곳도 늘고 있다. 일부 지자체나 대학들도 간접흡연 방지를 명목으로 흡연공간을 따로 마련하는 경우가 있다.

기존 담배 대신 니코틴을 흡입할 수 있는 대체재도 다양해졌다. 작년 말 이후 전자담배 구매가 크게 늘었고, 인터넷 쇼핑몰을 중심으로 직접 담배를 말아 피울 수 있는 '롤링 토바코' 등도 인기다. 한 보건 전문가는 "담뱃값이 오르면 다른 방법이 생기는 게 마치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푸는 풍선 같다"고 말했다.

담뱃값이 인상된 지 한 달 정도 지나면서 이미 금연을 시도했다가 실패한 사람도 나오고 있다. 담배를 피운 지 5년 됐다는 30대 회사원은 "한 3주 잘 참았는데 흡연량을 조금 줄이면 부담도 크지 않을 것 같아 다시 피우기로 했다"고 말했다. 국립암센터 금연콜센터 관계자는 "전화하신 분 중 43% 정도는 한 달도 안 돼 담배를 다시 피우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흡연자들이 담배를 끊지 못하는 건 니코틴의 강력한 중독성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니코틴의 중독성은 어떤 마약에도 뒤지지 않는다"고 했다. 김대진 가톨릭대 교수는 두 가지 근거를 들었다. 우선, 뇌에 도달하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 필로폰(히로뽕)은 뇌 도달 시간이 17초인데 니코틴은 5~7초다. 흡입 횟수도 많다. 김 교수는 "담배 한 개비당 흡입 횟수는 평균 10번으로 하루 한 갑이면 200번이고 일 년이면 7만3000번이다. 그만큼 뇌가 반복적으로 니코틴에 노출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니코틴의 영향은 실체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뇌 속에는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있는데 니코틴이 이 도파민의 수치를 높이는 역할을 한다힘들고 스트레스받을 때 담배를 피우면 마음이 안정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대진 교수는 "몸속에 들어간 니코틴은 20~40분 정도 역할을 하고 길어도 한 시간을 넘지 않는데, 그때가 되면 금단 현상이 생기고 담배를 원하는 강력한 욕구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런 신체적 중독보다 더 무서운 건 정신적 중독(의존)이다. 서홍관 교수는 "금단 현상은 금연 후 48시간이 가장 심하고 일주일이면 거의 사라진다. 하지만 정신적 의존은 정말 오래간다"고 말했다. 흡연가들은 "한번 담배를 피우면 금연은 불가능하다. 평생 참는 것일 뿐…"이라고 말하는데 전문가들은 "근거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담배를 피웠을 때 만들어진 행복한 기억, 즉 '쾌락기억'의 존재 때문이다.

산 정상에 오르거나 승진을 해서 최고의 성취감을 느꼈을 때, 소중한 사람을 잃어 슬펐을 때, 둘도 없는 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보낼 때, 성관계를 가졌을 때, 술을 마셨을 때 등 모든 희로애락의 순간에 담배를 피웠던 기억이 평생 뇌 속에 남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와 비슷한 상황이 되면, 금연한 지 1년이 됐던 10년이 됐던 담배에 대한 유혹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흡연과 금연의 갈림길, 결국 '습관'이 좌우한다

전문가들은 담배를 끊은 지 3~6개월은 돼야 어느 정도 금연이 안정화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한다. 한 달 정도는 "첫 단추를 잘 끼운 정도"라는 것이다. 하지만 6개월, 1년이 돼도 방심하면 안 된다. 담배를 피운다는 건, 니코틴 흡수와 쾌락기억의 되살림 이외에도 생활 습관, 문화와도 깊이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서홍관 교수는 "가장 좋았던 순간에 차를 마시고, 산책을 하고, 식사 후에 양치질하고, 기분 전환을 위해 간단한 운동을 하는 등 흡연 대신 다른 습관을 몸에 익혀야 한다. 그래야 진정으로 금연의 길에 접어들게 된다"고 했다.

금연했다가 뜻하지 않게 한두 개비 피우게 됐을 때는 '재발'이 아닌 단순 '실수'로 가볍게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다. 김대진 교수는 "1년이나 금연했는데 술 마시다 한 개비 핀 걸 갖고 실패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며 "이건 잠깐 실수한 거고 난 여전히 금연 상태에 있는 것이라고 스스로 용기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장일현 기자, 조선일보(15-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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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사해서'라도 담배 끊어야겠다..

 

일본 어느 이름난 초밥 요리사가 고백했다. "담배 피우는 손님에게 나갈 음식은 아무래도 건성으로 만들게 된다"고. 한국의 '초밥왕' 안효주도 "일부 요리사는 흡연 손님에게 최상의 요리를 내지 않는다"고 말한 적이 있다. 아무리 싱싱한 재료로 정성껏 차려 봐야 제 맛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람 혀에는 맛을 느끼는 돌기, 미뢰가 많게는 8000개 솟아 있다. 담배를 피우면 미뢰 수가 줄고 돌기가 납작해져 미각이 무뎌진다.

▶10여년 전 담배를 끊고서 당장 두드러지게 바뀐 것이 밥맛이었다. 니코틴에 절어 있던 미뢰가 살아나면서 먹는 음식마다 놀랍게 맛있었다. 그 바람에 몸무게가 10%쯤 불었다. 금연이 낳은 단 하나 '부작용'이고 나머지는 '만사형통'이다. 담뱃값 안 들고, 가래 사라지고, 숙취 덜하고, 주변은 깔끔, 기분은 상쾌해지고, 비행기에서 안절부절못할 일이 없고…. 인생 후반기에 제일 잘한 결정이 금연이지 싶다. 

▶담배 끊고 몇 년 동안은 담배 피우는 꿈을 꾸곤 했다. 머리가 띵하도록 깊이 들이마시는 꿈이다. 애써 끊은 담배를 다시 피우다니, 낙심하다 잠이 깬다. 군대 다시 가는 꿈 비슷한 악몽이다. 아침에 일어난 뒤나 식후 흡연 욕구는 가셨지만 지금도 몸이 피곤하면 가끔 담배 생각이 난다. 니코틴 중독이라는 게 이리도 질기다. '흡연은 뇌에 LP 레코드판 홈 같은 자국을 영원히 남긴다'는 얘기가 실감 난다.

객초(客草)라는 말이 있었다. 손님을 맞으면 먼저 담배부터 권하는 '미덕'을 가리켰다. 이젠 담배 인심이 사나울 수밖에 없다. 담뱃값이 평균 2000원 오른 새해 첫날 담배 판매가 작년 정초의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고 한다. 사둔 담배들이 있기도 하겠지만 '홧김에' 끊거나 덜 피우는 탓도 클 것이다. 구멍가게에 가치담배도 다시 등장했다. 예전 학교 앞 오징어 다리 튀김집이나 버스 정류장 토큰 판매소에서 개비로 팔던 낱담배다.

▶게다가 카페·맥줏집·PC방마저 흡연 금지 구역이 됐으니 애연가들이 더욱 심란할밖에. 이웃 눈치 보느라 아파트 베란다는 물론 집 안에서도 담배 피우기 쉽지 않은 세상이다. 김동인은 '연초(煙草)의 효용'이라는 글에서 '생각 막혔을 때 한 모금 연초가 생각을 틔운다'고 했다. 신문기자 중엔 담배 한 대 피워야 기사가 써진다는 사람이 많다. 그래서 유난히 담배 끊기 어려운 직업이다. 우리 사무실 여남은 식구에서 흡연자가 절반을 넘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새해 들어 한 명도 안 남았다. '치사해서'라도 담배 끊어야겠다고들 아우성치는 을미년이다.

 

-오태진 수석논설위원, 조선일보(15-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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