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隨想錄] 370

[혼자 외국어를 공부하는 시간] [불안감을 키우는 과도한 자기 감찰]

혼자 외국어를 공부하는 시간 누구에게나 실패하는 목표가 있다. 내게는 외국어 공부가 그렇다.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기만 했는데 올해 코로나 때문에 여러 일이 취소되면서 영어 공부로 그 시간이 채워졌다. 그렇게 잘 외워지지 않는 단어나 표현을 암기하며 공부법에 대한 자료를 살폈다. ‘윌리엄 글래서’는 우리가 ‘읽는 것’에서 10%, ‘듣는 것’에서 20%, ‘보는 것’에서 30%를 배운다는 걸 발견했다. ‘보는 것과 듣는 것을 동시에 하는 것’으로는 50%를 배운다. 얘기인즉, 결국 책을 읽는 것으로는 배움의 10%만 남고, 들은 것은 20%, 보는 것으로는 30%만 우리 뇌에 남는다는 뜻이다. 인상적인 건 우리가 토론에서 70%까지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가장 많이 배울 수 있는 건 타인 가르치기인데, ..

[바텐더의 세계] [오늘 사는 게 지겹다고요?]

바텐더의 세계 바텐더는 바에서 일하면서 손님을 맞이하는 사람. 어두운 조명 속에서 음료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 직업인이다. 예전에는 그저 맥주를 따르고 위스키를 부어주는 정도의 역할이었다. 후기 산업사회로 접어들어 얼음이 대중화하고, 칵테일을 발명하면서 바를 위한 도구들도 생산했다. 바의 혁명이었다. 비싸지 않은 기본 술을 여러 재료와 혼합해서 맛있게 마시는 법을 고안한 것이다. 톰 크루즈 주연의 ‘칵테일(Cocktails·1988)’은 바텐더의 화려한 기술과 쇼를 보여주는 ‘플레어(flair)’를 처음으로 소개했다. 이 영화 이후 세계적으로 바가 더욱 유행했고, 바텐더의 역할도 커졌다. 조 아라키(城 アラキ) 원작의 ‘바텐더’는 술을 소재로 만든 대표 만화다. 바의 세계를 잘 묘사했지만 실제로는 손님..

[儒家를 키운 건 8할이 墨家]

기원전 중국에 수많은 대사상가가 나와서 경쟁하던 시대가 있었다. 이른바 제자백가 시대다. 그 제자백가 시대를 연 사람이 유교의 종사 공자다. 그 공자의 첫 번째 반대자이자 비판자가 있는데 바로 겸애를 말한 묵자다. 공자가 등장하고 묵자가 공자를 비판하면서 사상사가 시작되는데 묵자는 본래 공자의 학문을 배웠다고 한다. 하지만 공자 사상의 한계와 단점을 보고 말았고 결국 유가에서 독립해 나가 묵가라는 사상운동 집단을 이끌었는데 당시 한비자가 말했다. 양대 현학이라고. 공자의 사상을 따르는 사람들의 유가와 묵자의 사상을 따르는 묵가가 천하의 사상계를 양분하고 있었다고. 그만큼 두 사상 집단은 치열하게 경쟁했는데 팬이 안티로 돌변하면 더 무서운 법일까? 본래 공자의 학문을 배운 사람답게 그는 공자 사상의 약점과..

[힐링을 파는 사람들]

뭐든 상품화하는 세일즈 시대, 혜민도 수완 좋은 장사꾼 ’마음 치유' 판매상들 넘쳐나.. 같이 신음하며 치유 않고 고통만 써먹는 건 商道 아냐 누구나 어느 정도는 자신을 판매하며 살아간다. 어떻게 팔지는 알아서 정하는 것이다. 실제 가치와는 무관하게 스스로를 잘 팔리는 상품으로 만드는 것도 능력이다. 정도의 차이일 뿐, 냉소적으로 말해 모두 장사꾼이다. 최근 ‘혜민’이라는 승려가 대중의 분노를 샀다. 으레 승가(僧伽)에게서 기대하는 청빈한 삶과 다소 거리가 먼 이른바 ‘풀(full) 소유’의 생활 방식 때문이었다. TV 예능 화면 속에서, 그가 누리는 서울 삼청동 2층 저택의 여유로운 삶은 그가 입은 법복과 초현실적인 대비를 이루고 있었다. 여기에 그의 금전적 애착을 고발하는 억하심정 섞인 여러 공격이 ..

[기생충부터 아우님까지... 혜민·현각·불교 모두 패배자다]

[기생충부터 아우님까지... 혜민·현각·불교 모두 패배자다] [혜민스님] [현각과 조계종] 기생충부터 아우님까지... 혜민·현각·불교 모두 패배자다 대중 앞에서 떠들썩한 마당 펼치고 개인적 ‘통화’로 화해했다면 깨달음을 놓고 겨룬 것도 아닌 이 과정을 불교적이라 볼 수 있나 현각 스님과 혜민 스님/조선일보 DB 심야의 대타협인가. 지난 15일 큰 논란을 낳았던 현각 스님의 혜민 스님 ‘저격’은 만 24시간이 지나지 않아 일단락되는 모양새다. 현각 스님은 16일 오전 자기 페이스북에 “'아우님' 혜민 스님과 70분간 통화했다”며 “사랑, 상호 존중, 감사의 마음을 나눴다”고 밝혔다. 현각 스님은 영어로 쓴 이 글에서 ‘아우님’만 한글로 써서 강조했다. 사실상 화해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15일 오전부터 1..

[백양사 七星殿] [山神靈 전설]

백양사 七星殿 고대인들이 생각할 때 북두칠성은 하늘에 매달려 있는 거대한 시계라고 여겼다. 그러므로 북두칠성은 시간의 신이다. 자신의 명이 짧다고 여기거나 수명을 연장하고 싶은 사람은 칠성공을 드렸다. 조폭도 명이 짧은 직업에 해당하므로 칠성을 좋아하게 되어 있다. 칠성신앙으로 유명한 전각이 전남 백양사(白羊寺)의 칠성전(七星殿)이다. 각(閣)보다 한 급 위의 건물에는 전(殿)자를 붙인다. 여기 칠성전이 영험하다. 1980년 5·18 때 군인들에게 끌려가 고초를 당하다가 풀려난 뒤에 머리 깎고 백양사로 출가한 의연(60) 스님은 칠성전 부전(副殿)을 맡았다. 토속신앙을 하찮게 여기던 그에게 어느 날 오른쪽 손목에 북두칠성 모양 붉은 반점이 7개 생겼다. 그 영험에 깜짝 놀란 의연은 까불지 않게 되었다. ..

[철벽같은 아내… 남편은 그렇게 팔순 老母 집으로 들어갔다]

/일러스트= 안병현 배우자를 맞아들일 때 우리는 ‘동고동락(同苦同樂)’을 약속합니다. 그러나 당장 그 네 글자 안에서도 남편과 아내 생각은 엇갈립니다. 남편이 ‘동고’를 마음에 새길 때, 아내는 ‘동락’을 기대합니다. 깨어진 기쁨과 외면당한 고통. 부부는 각자의 꿈에 갇힌 채 오늘 밤도 한 이불을 덮습니다. 홍여사 _______________________ 집마다 노인들이 걱정인 요즘입니다. 저희 부부 역시 자식들의 걱정을 듣고 있는 노년이지만, 저희는 또 혼자 계시는 아흔 살의 장모님이 걱정입니다. 근래에 부쩍 기력도 달리시고, 인지 능력도 떨어지셔서 더 이상은 혼자 지내시게 둘 수 없을 것 같으니 말입니다. 6남매 중 누구든 장모님을 모셔야 할 상황. 이럴 때, 형제 많은 집은 사정이 좀 나을 줄 알..

[“인생을 아느냐” 묻던 386 선배들에게]

죄책감 없이 수업 빠지며 대학시절 보낸 사람들은 IMF세대 고뇌 이해 못해 '영끌'하는 30대 못마땅? "생활을 아느냐" 되묻고파 대학 시절 ‘학점의 여왕’이라 불렸다. 1학년 1학기 때 전 과목 A+를 받았다. 학과 모임에서 한 선배가 "얘가 바로 그 ‘학점의 여왕’이에요” 했더니 대학원생이던 386 선배가 눈을 가늘게 뜨며 “너는 인생을 모르는구나” 했다. 학생의 본분은 공부인데, 왜 인생을 안다느니 모른다느니 하는지 어리둥절했다. 돌이켜보면 세대 차이였다. 바람이 맵차던 1998년 1월, 대학 입시 면접에서 교수는 “IMF가 무엇의 약자인지 아느냐”고 물었다. IMF 외환 위기로 온 나라가 난리였다. ‘인터내셔널 머니터리 펀드(International Monetary Fund)’가 답이었지만 “인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