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隨想錄] 370

[당신이 기다리는 ‘고도’는 무엇입니까?]

당신이 기다리는 ‘고도’는 무엇입니까? 몽파르나스 묘지의 베케트 “알았더라면 작품에 썼을 것”  임영웅이 연출한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의 한 장면. 자기 삶조차 통제할 수 없는 무력한 상황에 갇힌 현대인을 그렸다. /극단 산울림 파리의 마지막 밤, 잠 못 이루고 뒤척이던 침대에서 나와 방 안을 서성이길 몇 시간째. 창밖으로 눈을 돌리니 새벽 빛을 등지고 개선문의 웅장한 실루엣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투둑투둑, 밤새 내린 비가 그칠 줄 모르고 창문을 두드립니다. 공항으로 떠나기 전까지 남은 세 시간, 호텔에서 몽파르나스까지 천천히 걸어가면 30분 남짓이니 시간은 넉넉하네요. 우산을 챙겨 들고 거리로 나섰어요. 커피 한 잔을 손에 들고 지하철역으로 사라지는 중년의 남자, 물 묻은 낙엽을 무겁게 쓸어내는 청..

[‘스위스 시계’ 구한 이민자… ] [손목시계와 七星] [남자의 시계]

[‘스위스 시계’ 구한 이민자… 중요한 건 혈통인가 정신인가] [손목시계와 七星] [남자의 시계]    ‘스위스 시계’ 구한 이민자… 중요한 건 혈통인가 정신인가 스위스 시계 산업  올해 4월 스위스 앙시의 시계 공장에서 제롬을 만났다. 매년 제네바에서 고급 시계 박람회가 열린다. 제롬은 때맞춰 잡힌 시계 공장 견학 응대 담당자였다. 제롬은 위블로라는 회사에서 일했다. 그는 얼굴이 까만 아시아인이었지만 동양계 서양인에게 대뜸 출신을 묻는 건 예의가 아니다. 제롬에게는 그럴 필요도 없었다. 그는 영어와 프랑스어에 둘 다 완벽한 최고의 안내자였다. 그의 존재 자체가 스위스 시계 전통의 계승이기도 했다. 그 전통이란 이민자의 활약이다. 제롬이 일하는 위블로 역시 이민자가 발전시켰다. 위블로는 스위스 고급 시계..

[우리는 우주만큼 귀한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주인공입니다]

우리는 우주만큼 귀한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주인공입니다 부처님오신날 인터뷰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  월정사 전나무 숲에 서면 몸과 마음이 맑아지는 느낌이 든다.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은 “종교에 관계없이 많은 국민이 찾아와 몸과 마음을 쉬어갈 수 있는 산사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봄날의 오대산은 공기까지도 초록빛처럼 느껴졌다. 지난주, 월정사 입구 전나무 숲길에서는 이슬비를 맞으면서도 맨발로 걷는 이들이 보였고, 외국인 단체 순례객도 눈에 띄었다. 월정사~상원사 10㎞ ‘선재길’을 걸으려, 부처님 진신 사리를 모신 적멸보궁 참배하려, 월정사의 다양한 수행 프로그램에 참가하고자 오대산을 찾은 이가 작년에만 125만명에 이른다. 정념 스님은 2004년 월정사 주지를 맡은 후 20..

[부처의 바다] [108배에 방석이 땀으로 흥건… 속세를.. ]

[부처의 바다] [108배에 방석이 땀으로 흥건… 속세를 떠올릴 겨를이 없었다    부처의 바다 [우정아의 아트 스토리]스기모토 히로시, 부처의 바다, 1995년, 젤라틴실버프린트, 가변크기, 개인소장. 사진이란 영원을 위해 찰나에 집중하는 예술이다. 일반적으로 셔터가 열렸다 닫히는 속도는 125분의 1초. 그 사이 사물에서 반사된 빛이 필름에 박히면 그 순간 모습만큼은 오랫동안 두고 볼 수 있다. 사라지는 것들을 간직하고픈 욕망이 빚은 기술이 카메라라면, 일본 출신 사진가 스기모토 히로시(杉本博司·1948~)의 ‘부처의 바다’는 고통 없는 삶을 갈구하는 바람을 담은 것이다. 스기모토는 12세기에 창건한 교토의 사찰 본당 산주산겐도(三十三間堂)에 안치된 관세음보살상 1001기를 여러 사진에 담았다. 관세..

[도둑질한 딸에게 매 한번 들지 않던 젊은 엄마의 지혜]

도둑질한 딸에게 매 한번 들지 않던 젊은 엄마의 지혜 도둑질에 몰두한 어린 딸엇나가지 않게 잡은 비결은? 초등학교 1학년 때, 도둑질에 몰두했었다. 동네 가게에서 파는 간식이 먹고 싶어서 집에 굴러다니는 동전을 찾고 아빠 양복 주머니를 뒤지다, 급기야 엄마 지갑에 손을 댔다. 처음엔 심장이 쿵쾅거렸지만 한 번 더 해 보니 별거 아니구나 싶었다. 더는 집에서 주울 돈이 발견되지 않아 구멍가게에서 물건을 슬쩍하기로 했다. 가게 아줌마가 한눈판 사이, 당시에 유행하던 레몬 분말 과자를 바지 주머니에 몰래 집어넣었다. 계산을 치르지 않고 가게를 빠져나오니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가게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듯 천천히 걷다가 집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렸다. 아무도 따라오지 않는구나, 성공! 생애 처음 성공한 도둑질..

[당신을 구원할 영웅은 당신뿐이다] [대한민국은 왜 200년 전.. ]

[당신을 구원할 영웅은 당신뿐이다][대한민국은 왜 200년 전 꼰대 독일 철학자에 빠졌나] [정치권 말싸움]    당신을 구원할 영웅은 당신뿐이다  [윤평중의 지천하 3] 가히 ‘쇼펜하우어 신드롬’이다. 국내 성인 10명 중 6명이 지난해 1년간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현실(문체부 ‘2023 국민 독서 실태’)임에도 쇼펜하우어 책은 수십만 권 팔렸다. 그의 화두가 한국인의 마음 깊은 곳을 건드렸다. 쇼펜하우어(1788~1860)는 고통의 본질을 설파한 철학자다. 그래서 정년 퇴임 직전인 2020년 2학기, 나의 마지막 강의라는 생각으로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학생들과 함께 읽었다. 코로나 사태로 힘든 젊은이들의 아픔을 공감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학생들은 친구나 교수도 만날 수 없었고 캠퍼스에 갈..

[그의 행복을 질투할수록 작아지는 나의 행복] [금수저들이 왜?] ....

[그의 행복을 질투할수록 작아지는 나의 행복] [금수저들이 왜?] ['흙수저'라 좋다, 불평등한 세상에 무릎 꿇지 않아야 청춘이다.. ]   그의 행복을 질투할수록 작아지는 나의 행복 [강용수의 철학이 필요할 때] 우리 속담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말이 있다. 이것을 근거로 한국인이 세계에서 시기와 질투가 가장 많은 민족이라는 자조적인 한탄이 생겨나기도 한다. 물론 잘못된 편견이다.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자살률이 가장 크게 증가한 시기는 경제적 성장이 폭발적으로 이루어졌던 1990년부터다. 가난할 때보다 풍족할 때 자살이 늘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자신을 파멸에 이르게 하는 정신적 고통의 가장 큰 원인은 배고픔이 아니라 상대적 박탈감의 증가라는 뜻이다. 누군가가 승자가 되면 누군..

[천국에선 뭘 할까?] [천국과 지옥]

[천국에선 뭘 할까?] [천국과 지옥]    천국에선 뭘 할까? [김대식의 미래 사피엔스]  AI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주고 코딩을 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 멀지 않은 미래에 생성형 AI가 탑재된 로봇들이 호텔, 식당, 공장에서까지 일하기 시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육체적 노동과 지적 노동, 그리고 예술과 창작까지 모두 기계가 하는 시대에 인간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초거대 실업률, 사회적 갈등 그리고 폭동과 혁명. 대부분 SF 영화나 소설들은 인공지능 시대를 ‘디스토피아’로 표현한다. 디스토피아적인 상상이 나쁘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분명히 우리가 상상하고 준비해야 할 시나리오들 중 하나다. 하지만 다른 미래도 가능하다. 경제학자 케인스는 1931년 “우리 손자 손녀들이 누릴 경제적 가능성”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