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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DC] [폭탄 돌리기의 끝, ‘코인 재앙’이 임박했다]

뚝섬 2023. 5. 11. 09:05

[CBDC] 

[폭탄 돌리기의 끝, ‘코인 재앙’이 임박했다]

 

 

 

CBDC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

자금 세탁·탈세 추적할 수 있다

 

작년 6월 서울 서초구 빗썸 고객센터에 표시된 가상화폐 시세 그래프. 이렇게 단기간에 가치가 급변하는 민간 디지털 화폐와 달리 각국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CBDC는 변동성이 작아요. /김지호 기자

 

Q. 지난달 한국은행이 "CBDC 모의 실험이 모두 정상적으로 작동했다"고 발표했어요. CBDC는 무엇인가요?

A.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화폐예요. CBDC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디지털 화폐이지만, 발행 주체가 각국 중앙은행이라는 점이 달라요. 중앙은행이 보증하는 디지털 화폐인 셈이죠. 우리나라 중앙은행은 한국은행이고, 일본은 일본은행, 중국은 인민은행, 유럽연합은 유럽중앙은행(ECB)입니다. 미국은 연방준비제도(Fed)가 그 역할을 합니다.

비트코인, 이더리움 같은 민간 디지털 화폐는 가치 변동성이 매우 커요. 하지만 CBDC는 각국 현금(한국 원화, 미국 달러, 중국 위안, 일본 엔, 영국 파운드 등)과 동일한 가치를 갖기 때문에 변동성이 크지 않습니다. 물론 환율에 따라 또는 시간이 흐르면서 가치가 달라지기는 하지만, 가치가 단기간에 큰 폭으로 변하는 민간 디지털 화폐에 비하면 안정적이죠. 또 중앙은행이 법정 화폐로 가치를 보장하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아요.

CBDC의 좋은 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우선 중앙은행 입장에서 화폐를 발행하는 비용과 관리 비용이 줄어요. 국가 간 송금과 환전도 훨씬 수월해질 거라고 해요. 가장 큰 장점은 어디에 돈을 썼는지 내역을 투명하게 관리할 수 있다는 점이에요. 현금은 사용한 곳을 추적하기 어렵지만, CBDC는 화폐마다 식별 코드가 있어서 어디에 썼는지 확인이 가능합니다. 불법 자금 조성이나 자금 세탁, 탈세 등 범죄 행위를 막을 수 있죠. 특히 국가가 보조금을 지급할 때 그 돈을 제한된 목적으로 사용하도록 설계하는 것이 가능해요. 현금으로 지원금을 주면 돈을 쓰지 않고 저축하거나 유흥 목적으로 쓸 수 있는데 CBDC를 사용하면 정책 효과를 높일 수 있어요. 하지만 CBDC는 개인 정보를 침해할 우려가 있어요. 그래서 투명한 내역 관리가 가능하면서도 개인 정보를 보호할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CBDC를 최초로 사용한 나라는 카리브해 작은 섬나라 바하마입니다. 2020년부터 도입했다고 합니다. 중국에서도 CBDC 사용이 활발해요. 인민은행이 디지털 위안화를 발행해 디지털 위안화 1위안과 지폐 1위안이 같은 가치를 갖습니다. 현재 800만 곳이 넘는 점포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CBDC를 도입하지 않았지만, 실험은 마친 상태예요. 한국은행이 2017년 9월 CBDC 연구를 시작해 2021년 본격적으로 시스템을 만들었고, CBDC를 제조·발행·유통·결제·송금하는 모의 실험을 했는데 잘 작동했다고 해요. 유럽연합은 2026년까지 디지털 유로를 발행하겠다고 밝혔고, 미국도 디지털 달러 발행을 검토 중입니다.

-김나영 양정중 사회과 교사, 조선일보(23-0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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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 돌리기의 끝, ‘코인 재앙’이 임박했다

 

[박정훈 칼럼]

폭탄 돌리기 끝에 어떤 재앙이 올지 상상만으로도 끔찍한데
청와대도, 금융위도 못 본 척 눈감고 있다
이토록 무책임한 정부를 본 적이 없다
 

 

암호 화폐 사태의 불편한 진실은 이 문제가 세대 논쟁의 함정에 빠져있다는 점이다. 이른바 ‘꼰대’ 프레임이다. 코인 열풍에 올라탄 2030세대는 기성세대의 이해력 부족이 문제라고 한다. 위험성을 경고하는 지적엔 기술 진보에 무지한 ‘꼰대’ 딱지가 붙기 십상이다. 정치 공학도 작용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암호 화폐 이슈의 정치적 폭발성에 긴장하고 있다. 500여만명의 거대한 투자자 집단을 잘못 건드렸다가 역풍 맞을 것을 두려워한다. 문 정권이 암호 화폐를 투명인간 취급해온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 결과 한국의 암호 화폐 시장은 언제 파국이 와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에 이르렀다.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하고도 기이한 시장이 됐다.

 

서울 한 암호화폐 거래소의 시세 표시판. 중국 정부의 암호화폐 사용 단속등의 영향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20일 하루새 30% 가까이 급락했다. /뉴시스

 

기자는 암호 화폐 찬성론자다. 블록체인 신기술로 무장한 암호 화폐들이 4차 산업혁명의 금융 엔진 역할을 할 것으로 믿는다. 그러나 현실은 이상과 거리가 멀다. 디지털 화폐 혁명의 꿈은 어디로 가고 탐욕과 광기와 방종이 판치는 거대한 투전판이 됐다. 묻지 마 투기 열풍이 불어닥친 암호 화폐의 대부분은 말 그대로 ‘쓰레기’와 다름없다. 9700여종에 달한다는 암호 화폐 중 신뢰할 만한 우량 코인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비트코인·이더리움 딱 두 개 정도만 살아남을 것이라는 극단적 비관론마저 있다. 대다수는 실체도 가치도 없는 쓰레기 잡코인이란 것이다.

 

문제는 어떤 것이 쓰레기인지, 투자가로선 가려 낼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금융 당국이 어떠한 공적 기준도 제시하지 않은 채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4년 전 암호 화폐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주식처럼 공인된 투자 시스템을 만들었다. 엄격한 기준에 따라 거래소를 승인해주고, 거래소가 제대로 된 코인만 상장시키도록 했다. 한국 정부는 아직도 암호 화폐를 금융 상품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법적으론 화장지, 볼펜 같은 일반 공산품과 똑같이 취급받는다. 아무나 5만원만 내고 구청에 통신 판매업자로 등록하면 코인 거래소를 차릴 수 있다. 거래소들이 엉터리 코인을 상장해 유통시켜도 걸러낼 방법이 없다.

 

없는 자식’ 취급하니 정확한 실태 파악부터 불가능하다. 온갖 허접한 코인들이 난무해도 정부는 눈먼 깜깜이 신세다. 거래소가 몇 개나 있는지조차 정확하게 모른다. 사기가 판치고 범죄가 벌어져도 속수무책이다. 시세 조종을 해도, 허위 공시를 해도, 있지도 않은 유령 코인을 거래시켜도 변변히 처벌조차 못한다. ‘금융 상품’이 아니어서 단속할 법령이 없기 때문이다. 시골 할머니들이 단골 미용실 권유로 단체 투자했다가 날리고, 퇴직금이며 전세 자금을 털어 넣었다는 식의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개입할 수 없다고 한다. 금융 상품이 아니란 이유다. 이게 정부인가.

 

코인 광풍은 ‘다단계 판매’에 다름 아니다. 먼저 산 투자자가 뒤에 온 투자자에게 계속 떠넘기며 손실을 눈덩이처럼 부풀리는 구조다. 폭탄 돌리기는 매수자가 나올 동안만 가능하다. 그러나 언제까지 계속될 수는 없다. 가격 상승에 대한 믿음이 깨지는 순간 붕괴할 수밖에 없다.

 

오는 9월 24일은 코인 폭탄에 불을 댕기는 날이 될 것이다. 이날부터 거래소 신고 제도가 실시되기 때문이다. 은행에서 실명 확인 계좌를 발급받는 등의 요건을 못 갖추는 거래소는 문을 닫아야 한다. 그토록 손 놓고 있던 정부가 자금 세탁 방지를 이유로 마지못해 제도를 도입하며 은행들에 심사 책임을 떠넘겼다. 그런데 자격 요건을 충족할 거래소는 몇 곳 되지 않는다. 227개로 추정되는 국내 거래소 대부분은 문을 닫아야 한다. 이들 거래소에 상장된 많은 잡코인들이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된다는 뜻이다.

 

폭탄 돌리기가 멈추는 순간,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는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9월 24일이 가까워지면서 인출 러시가 빚어지고, 못 빠져나간 투자자들이 아비규환에 빠질 것이다. 폭탄을 떠안은 피해자는 수만 명을 넘어 몇 십만, 몇 백만 단위에 이를 수도 있다. 가정 파탄이며 청년 파산 등의 사건들이 이어질 것이다. 비관 자살자가 속출할지도 모른다. 2000년대 초 닷컴버블 붕괴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사회적 재앙이 벌어질 것이 틀림없다.

 

이 재앙의 시나리오는 예정된 미래다. 얼마나 세게 터지느냐의 문제일 뿐 피할 도리가 없다. 오랫동안 문제를 방치한 정부의 무책임함이 코인 사태를 탈출구 없는 벼랑으로 몰아넣었다. 그렇지만 어느 누구도 분명하게 파국을 경고하는 사람이 없다. 전문가들은 ‘꼰대’로 공격당할까 봐 주저하고, 정부는 정치 논리에 함몰돼 못 본 시늉을 하고 있다.

 

재앙을 피할 수 없다면 차선은 피해를 최소화하는 일일 것이다. 정부가 솔직해져야 한다. 폭탄 돌리기의 끝이 다가왔음을 인정하고 공적(公的) 권위를 담아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 시한폭탄의 초침이 째깍째깍 굴러가는데 청와대도, 금융 당국도, 눈 감고 앉아 재앙을 맞겠다는 투다. 이렇게 무책임한 정부를 본 적이 없다.

 

-박정훈 논설실장, 조선일보(21-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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