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經濟-家計]

[한국 일자리가 미국으로 가버렸다고?] ....

뚝섬 2023. 5. 8. 09:51

[한국 일자리가 미국으로 가버렸다고?]

[토론 잘하는 ‘영업사원’은 없다]

[두 달 만에 50억달러 적자, 30년 對중국 무역흑자 끝나나]

 

 

 

한국 일자리가 미국으로 가버렸다고?

 

[시론]

美에 짓는 이차전지·전기차 공장, 예전이라면 中에 세웠을
한국 일자리가 사라진게 아니라 시장선점 위한패스트트랙

 

작년부터 지속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무역수지 적자를 보면 언제 수출이 호조로 돌아설까 조바심이 난다. 특별히 지난 30년간 한국에 꾸준히 폭의 흑자를 안겨주었던 중국 무역이 올해는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도 있다. 대 중국 흑자의 감소는 사실 2019년 이전부터 예측이 되었다. 바로 중국이 한국의 강점 산업이라 있는 여러 제조업 분야에서 기술 자립에 성공하고 이차전지와 전기자동차, 인공지능과 소프트웨어 플랫폼 등의 기술 분야에서는 한국을 앞서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중국의 인구 우위와 중국 젊은이들의 엄청난 노력을 안다면 사실 그동안 한국이 누렸던 무역흑자가 기적이라 생각한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한국이 지난 30년간 중국에 지속적으로 흑자를 이룰 있었던 배경은 중국이 한국과 일본의 중간재를 받아서 미국으로 완제품을 수출하였기 때문이다. 2001년 약 800억달러에 불과하였던 중국의 대미 상품수출초과는 매년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무역 분쟁이 촉발된 2018년에는 약 4,200억달러가 되었으며 이는 지속되기 힘든 무역 불균형이었다. 이에 더불어 타이완과 홍콩 문제 등이 갈등을 더 키운 계기가 되었다. 미중 무역 갈등은 진영의 블록화를 불러왔으며 우리나라에도 스트레스가 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국제 정치 상황이 어떻게 바뀌더라도 과거의 중국 무역흑자는 이상 지속되기 어렵다는 것은 분명하다. 상황의 모면이 아니라 위기를 기회로 바꿀 장기적 비전과 리더십이 절실하다.

 

한국과 비슷하게 중국에 중간재를 팔아 흑자를 내던 나라가 타이완인데, 타이완의 경우도 중국의 추격에 시달리지만 그래도 형편은 훨씬 낫다. 한국 산업의 강점 분야인 휴대폰과 LCD 등의 전자제품, 자동차, 철강, 조선 등의 산업은 중국 정부가 육성하는데 성공한 산업 구조와 매우 유사하지만, 타이완의 TSMC로 대표되는 반도체 제조업은 중국에 비해 훨씬 높은 기술 격차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프랑스와 독일의 중국 시장 점유는 탄탄한데 바로 중국 기업이 따라잡기 힘든 명품 브랜드가 있기 때문이다. 삼성의 휴대폰은 중국 시장에서 이제 존재감이 없지만 애플의 아이폰은 잘 팔리고 있다.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과 함께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등의 분야에서 미국 공장 건설과 투자 협정이 맺어졌다. 일부 중국의 반발도 있고 국내에서는 한국의 일자리를 미국으로 이전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있다. 물론 중국은 아직도 많은 한국 기업에 중요한 시장이다. 그렇지만 분명한 사실이 있다. 한국의 중국에 대한 일방적인 중간재 수출이 회복될 가능성은 없다 점이다. 오히려 게임과 콘텐츠 분야에서 중국 정부의 예측하기 힘든 허가제에 대해 지속적으로 해결을 주문해야 한다.

 

우리가 미국에 세우는 반도체와 이차전지, 전기자동차 공장은 경쟁력 있는 중국 기업을 견제하려는 미국 정부로부터 얻은 패스트 트랙(fast track)이며 분야의 경쟁력 제고와 시장 선점을 위한 귀중한 시간 벌기 기회라 생각한다. 엄밀히 따진다면 한국의 일자리가 미국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중국에 있어야 일자리가 미국에 생기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50년 전에 미국의 자본과 기술을 받아 산업화를 시작했다면 이제는 자본과 기술을 미국으로 수출하는 아주 의미 있는 현장이기도 하다. 선진국에 대한 일방적 공산품 수출이 아니라 제조와 연구의 상호 협력 새로운 정책을 설계하여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이 국내의 산업 구조 개편과 교육, 연구 등의 혁신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

 

-성원용 서울대학교 전기정보공학부 명예교수, 조선일보(23-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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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잘하는 ‘영업사원’은 없다

 

[천광암 칼럼]

“NO라고 말할 수 있는 日” 후회한 소니 회장
때 기다리며 ‘경제대국’ 토대 닦은 덩샤오핑
中, 아직은 ‘美+日’보다 큰 韓 무역상대국
할 말 ‘다’ 하려면 시간 벌며 中의존도 낮춰야

 

영업사원의 세계에는 다음과 같은 격언이 있다. 토론에 이기면 상담(商談)이 깨진다.’ 그도 그럴 것이 상담(商談)은 공통의 이익을 확인하고 다듬어 가는 과정이다. 반면 토론은 생각의 차이를 드러내는 과정이다. 서로의 주장이 맞부딪치고 결과로써 승자와 패자가 갈린다. 비록 옳은 말이라도 자신을 이기려 들거나 아픈 곳을 찌르는 영업사원에게 물건을 사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국가 간의 비즈니스도 다르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를 계기로 한국과 중국 간의 관계가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마치 ‘상담(商談)의 시대’에서 ‘토론의 시대’로 옮겨가는 듯한 양상이다. 공동의 이익보다는 대만 문제나 ‘장진호 전투’처럼 상호 입장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이슈가 전면에 부상했다. 주고받는 말의 수위도 예사롭지 않다.

옳고 그름의 문제를 따지자면, 윤 대통령이 틀린 말을 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다만 국익의 관점에서 필요한 말인지 필요하지 않은 말인지, 이득이 되는 말인지 손해가 되는 말인지에 대해서는 숙고해볼 여지가 많다.

 

우리에게 중국은 대체 가능한 시장인가.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2001년만 해도 중국(홍콩 포함)과의 무역이 한국의 전체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5% 정도였다. 미국 일본 두 나라와의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33.2%)에는 절반도 못 미쳤다. 하지만 2007년 그 비중이 22.8%로 미국과 일본을 합한 비중(22.7%)을 추월했다. 지금도 중국이 미국과 일본 두 나라를 합한 것보다 규모가 큰 무역상대국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이런 중국을 대체하는 시장을 찾는다는 것은 매우 어렵고 오랜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다음으로 한중 간의 교역은 일대일 수평적인 관계인가. 2020년을 기준으로 중국과의 무역액을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대(對)중국 무역의존도는 16.3%에 이른다. 이에 비해 중국의 대한(對韓) 무역의존도는 1.9% 정도 수준에 불과하다. 통상 갈등이 빚어졌을 때 한국은 중국보다 8배 이상의 고통을 각오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안보 문제와 달리 무역마찰에는 동맹인 미국도 이렇다 할 우군이 되지 못한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갈등 이후 롯데 등 한국 기업들이 받았던 보복 조치와 한국 문화콘텐츠에 대한 한한령의 전개 양상만 떠올려봐도 알 수 있는 일이다.

아직 ‘노(NO)’를 할 만한 실력을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대놓고 상대를 자극하는 것은 위태로운 행동이다. 모리타 아키오 소니 창업주 사례가 반면교사가 될 만하다. 모리타 창업주는 뛰어난 국제감각으로 ‘워크맨’ 등 숱한 마케팅 신화를 쓴 경영인이다. ‘일본 주식회사’의 ‘대표 영업사원’이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손색이 없는 인물이지만 말년에 돌이키기 어려운 큰 실수를 했다. 1989년 극우 인사인 이시하라 신타로와 더불어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일본’이라는 책을 쓴 일이다.

 

이 책은 당시 소니의 컬럼비아영화사 매입으로 일본에 대한 경계심을 키워가던 미국을 크게 자극했다. 모리타 창업주 자신도 이 책을 쓴 일을 후회한 나머지 영문 번역본에는 자신의 이름과 원고를 모두 빼도록 했다. 하지만 때늦은 후회였다. 일본의 반도체 산업을 쑥대밭으로 만든 미국의 ‘보복’도 이 책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

힘이 부족할 때는 자신을 내세우지 않으면서 실력을 키우는 것이 지혜다. 과감한 개혁개방으로 ‘경제대국’의 토대를 닦은 덩샤오핑이 좋은 본보기다. 1990년대 초 소련 붕괴를 앞두고 어수선한 상황에서 중국이 국제사회의 리더로 나서야 한다는 안팎의 요구에 덩샤오핑이 내놓은 답은 도광양회(韜光養晦)였다. 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실력을 키운다는 뜻으로, 덩샤오핑이 부연한 해석은 다음과 같다. ‘도광양회는 우리나라의 기본 상황과 국제적 역량을 대비하는 현실에서 출발해 큰 뜻을 품고 또 약점을 잘 감추면서, 일에 매진하는 것이다. 아울러 자신을 과시하는 것, 스스로 표적이 되는 것, 스스로 지른 불에 타 죽는 것을 피하는 것이다.’

미국이 국운을 걸고 중국과의 ‘디커플링’을 추진하는 현실에서, ‘탈(脫)중국’은 동맹인 한국으로서 상당 부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선택이다. 그러나 우리 스스로 나서서 중국의 ‘타깃’이 될 이유는 없다. 중국도 미국을 상대로 할 말을 하기까지는 30년의 도광양회가 있었다. 아직은 토론보다 상담(商談)이 필요한 때다.

-천광암 논설주간, 동아일보(23-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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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만에 50억달러 적자, 30년 對중국 무역흑자 끝나나

 

지난 30여 년간 줄곧 흑자를 냈던 대(對)중국 무역이 올 들어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 1~2 대중 무역 적자는 50 억달러로, 무역 상대국중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천연가스와 원유 수입국인 호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교역보다 적자 폭이 컸다. 중국산 제품의 수입은 변화가 없었지만 대중 수출이 1 대비 30% 가까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가 이어지면 연간 무역수지가 1992 수교 이후 처음으로 적자로 전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중국 수출 부진은 이미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중국의 수출액은 세계 1위였다. 중국의 수출이 늘어나면 중국에 중간재와 부품 등을 수출하는 우리의 대중 수출도 같이 늘어나 서로 윈윈하는 무역 구조였지만 지난해엔 이런 모습이 나타나지 않았다. 중국은 재작년까지 우리의 무역 흑자국 1~3위에서 빠지지 않았지만 작년엔 이 순위가 22위까지 내려갔다. 코로나 봉쇄 탓으로만 돌리긴 어려운 구조적 요인이 함께 있다고 봐야 한다.

 

중국은 이제 우리와 같은 수출 품목을 놓고 서로 경쟁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은 배터리 소재인 정밀화학, 무선통신 부품 중간재 분야에서 지난 2 연속 두자릿수 수출 증가세를 보였다. 중국 전체 수출의 절반이 중간재였다. 이상 우리 중간재를 받아 완성품을 수출하는 보완 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중국의 만성 적자 품목인 자동차도 전기차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지난해 처음으로 흑자를 기록했다. 자동차 수출액도 우리를 넘어섰다. 첨단소재, 컴퓨터·통신 등 하이테크 9개 분야 중 7개에서 중국의 흑자가 확대되거나 적자가 축소됐다. 수출 자급도를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반면 우리 경제는 소재 원료 등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중국산 수입을 줄이기 쉽지 않다. 이차전지 배터리를 만드는 데 필요한 전구체, 수산화리튬의 중국 수출 물량 가운데 57~76%가 한국으로 향한다. 반도체도 전체 수출의 40%가 중국으로 가지만,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저사양 시스템 반도체 등의 물량도 전체 수입액의 30%가량 된다. 중국이 저가·범용 제품이 아닌 고부가 가치 분야에서도 우리의 턱밑까지 올라온 것이다. 중국과의 기술 경쟁력 격차를 유지하지 못하면 한국 경제는 자리가 급격히 좁아진다.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조선일보(23-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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