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파워… 中 대외 결제서 달러 첫 추월]
[美 금리 인상에 韓·中·日 ‘3차 환율전쟁’ 시작됐다]
[1년 새 직원 연봉 1000만원 올린 대기업들, 지나치지 않나]
위안화 파워… 中 대외 결제서 달러 첫 추월
“왜 우리는 자국 통화로 무역할 수 없는가. 달러가 세계 무역을 지배하는 상황을 끝내야 한다.” 지난달 중순 중국을 국빈 방문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상하이 신개발은행에서 이같이 말했다. 중국과 브라질의 ‘탈(脫)달러’ 밀착을 보여주는 상징적 연설이었다. 두 나라는 양국 간 교역과 금융 거래에서 달러 대신 위안화와 헤알화를 이용하고, 달러 결제망인 ‘스위프트’ 대신 중국이 만든 금융결제망을 쓰기로 했다.
▷브라질처럼 중국과의 거래에서 위안화를 사용하는 국가가 늘면서 미국의 달러 패권에 맞서 중국이 추진해온 ‘위안화 출해(出海·국제화)’가 가시적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3월 중국의 대외거래에서 위안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48%로 집계됐다고 블룸버그 산하 경제연구소가 분석했다. 2020년 사실상 0%였던 위안화 결제 비중이 급속도로 늘어 사상 처음 달러를 추월한 것이다. 이 기간 달러 결제 비중은 83%에서 47%로 고꾸라졌다.
▷위안화 몸값을 높인 결정적 계기는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금융 제재로 고립된 러시아가 달러, 유로 대신 택한 게 위안화였다. 전쟁 이전만 해도 러시아 수출대금에서 위안화 결제 비중은 1%도 안 됐지만 이제 16%에 달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3월 중-러 정상회담 직후 “러시아는 아시아, 아프리카, 중남미 국가와의 결제에서도 위안화 사용을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인 중국은 특히 중동 국가들과 손잡으며 ‘페트로 위안’의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3월 사우디아라비아 국영은행에 첫 위안화 대출을 내줬고, 아랍에미리트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대금 결제를 처음 위안화로 했다. 반대로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는 중국 룽성석유화학의 지분 인수를 위안화로 결제하기로 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제안한 대로 사우디와 중국 간 석유 거래마저 위안화로 결제된다면 1975년 이후 원유 결제는 달러로만 한다는 ‘페트로 달러’ 체제에 심각한 균열이 생기는 셈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달러 중심 국제통화 체계에 의문을 제기한 중국은 2009년 위안화 국제화를 국가 정책으로 삼았다. 최근 미중 패권 전쟁이 심화되고 팬데믹 이후 이어진 ‘킹달러’에 신흥국들의 불만이 쌓이면서 위안화 국제화가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위안화가 달러를 대체하는 수준으로 지배력을 키우기엔 갈 길이 멀지만 ‘출해’ 속도만큼은 예사롭지 않다. 한국도 말로만 ‘원화의 국제화’를 부르짖을 것이 아니라 경제와 외교가 일체가 된 종합전략을 세우고 지속적으로 실천해 나갈 필요가 있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와 같은 재앙을 두 번 다시 겪지 않기 위해서도 ‘원화’의 힘을 키워야 한다.
-정임수 논설위원, 동아일보(23-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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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리 인상에 韓·中·日 ‘3차 환율전쟁’ 시작됐다
[김기훈 전문기자의 Special Report]
환율전쟁
미국이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잡기 위해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세계 주요 수출국인 한국·중국·일본 등 동북아 3국이 ‘환율전쟁’을 시작했다. 한·중·일 환율전쟁은 1994년과 2015년에 이어 세 번째이다. 한국은 미국에 발맞춰 금리를 인상하며 환율 안정화 정책을 쓰고 있는 반면, 중국과 일본은 미국과 달리 금리를 인하하거나 저금리를 유지해 환율 상승을 유도하는 상황이다.
환율 정책은 각국 기업들의 수출 가격경쟁력과 직결된다. 환율 정책에 실패하면 2~3년 뒤 수출 기업들의 경영 사정이 어려워지고 달러 부족과 기업 도산으로 이어지면서 1997년처럼 외환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외환 전문가들은 2020년 코로나 사태 발생 이후 엔저(환율 상승) 정책을 써 왔던 일본에 맞서, 중국이 올 들어 위안화 가치 급락(환율 상승)을 용인하고 있는 점을 주목한다. 한국은 미국에 동조하고, 수출 경쟁국인 중국·일본과는 반대로 가면서 한·중·일 환율전쟁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평가한다.
먼저 시작한 일본
한·중·일 3국 가운데 고환율 정책에 가장 먼저 시동을 건 것은 일본이다. 일본 엔화는 코로나 사태가 발생한 2020년 1월에 1달러당 108.7엔으로 시작해 1년간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그러나 2021년 이후 상승하기 시작, 지난 6월 20일 현재 135엔을 기록하면서 1년 반 동안 무려 31%나 올랐다. 같은 기간에 중국 위안화가 2.9%, 한국 원화가 19% 오른 것에 비하면 월등히 높은 상승률이다. 올 들어 상승률은 더욱 가파르다. 엔화는 올 들어 6월 20일까지 17.3%나 급등, 중국(5.4%)이나 한국(8.3%)과 격차를 벌리고 있다. 한·중·일 기업이 같은 수출 제품을 놓고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때 한국과 중국의 기업이 일본 기업에 비해 환율 상승분 차이만큼 가격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뜻이다.
일본 엔화 환율이 2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오른 것은 일본 내 장기 불황에 코로나 사태까지 겹치자 일본 중앙은행이 돈을 대규모로 풀어서 경기를 부양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3월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 시점에,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돈 푸는 금융완화 기조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바람에 엔화 환율은 1달러당 130엔을 넘어섰다. 경제 분석가들은 일본이 지난 10년간의 아베노믹스(아베 신조 전 총리의 경제부흥정책)에도 불구하고 경제활력 회복에 실패했기 때문에 금융완화 기조를 되돌리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환율 하락을 예상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추격 나선 중국
중국 위안화는 코로나 사태 2년 동안 한·중·일 3국 가운데 가장 안정세를 유지했다. 지난 2020년 1월 초에 1달러당 6.96위안에서 2021년 말에는 6.37위안으로 하락했다. 코로나 사태 동안에도 중국 제품에 대한 해외 수요가 여전했고, 중국 경제가 견조하고 위안화가 강세를 보이자 해외 투자자들이 중국 주식과 채권을 사기 위해 달러를 들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 들어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지난 6월 20일 현재 위안화 환율은 1달러당 6.72위안을 기록, 올 들어 5.4% 상승했다. 특히 지난 4월에는 8일간 무려 4%나 오르면서 전 세계 외환시장을 충격에 빠트렸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의 위안화 환율 급등 추세를 보면 2015년 ‘2차 환율전쟁’ 당시의 외환시장 패닉(공황)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위안화가 급등하는 이유는 중국이 부동산 시장 위축과 코로나 재발에 맞서 경기 부양을 위해 대출우대금리(LPR)를 인하하는 등 미국과 다른 방향의 통화 정책을 추구, 환율 상승을 용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의 이앤 톰 애널리스트는 “중국 외환 당국이 환율 급등을 원치는 않지만, 중국 경제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완만한 상승은 용인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줄타기하는 한국
한국의 원화 환율은 지난 2021년 이후 1년 반 동안 일본 엔화보다는 상승률이 낮았고, 중국 위안화보다는 높았다. 한국 수출 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이 일본 경쟁 업체보다는 낮아지고, 중국 업체보다는 높아졌다는 뜻이다. 문제는 중국의 위안화 환율이 최근 들어 급등하고 있고, 일본 엔화 환율도 낮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은 중국·일본과 달리 미국의 금리 인상에 발맞춰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 금리를 올리는 정책을 쓰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 2021년 8월에 0.5%이던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5차례 올려 1.75%로 만든 상태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5월 금리 인상 때 “앞으로 수개월간 물가를 중심으로 통화 정책을 운용할 것”이라며 기준금리가 연말에는 연 2.25~2.50%에 달할 것이라는 시장의 전망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를 추가로 올리면 한국도 따라 올릴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하지만 한은이 금리를 올리면 원화 환율은 중국 위안화나 일본 엔화와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수입 물가는 잡을 수 있지만, 수출 기업들의 경쟁력이 약화된다는 뜻이다. 거시경제 전문가들은 1997년 외환위기에서 보듯이 금리보다 환율 급변동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더 크다는 점을 강조한다. 최선집 풍요로운경제연구소장은 “한국 경제는 대외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수출 기업의 경쟁력 유지가 경제 정책의 최우선 위치에 놓여야 한다”고 말했다.
中이 시작한 ‘1차 환율전쟁’, 韓 외환 위기로 번져
1990년 이래 한국·중국·일본 간에는 모두 두 차례의 환율전쟁이 있었다. ‘1차 환율전쟁’은 28년 전인 1994년 시작됐다. 1993년 집권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만성 무역흑자를 내는 일본의 팔을 비틀면서 엔고(엔·달러 환율 하락) 정책을 폈다. 이 와중에 장쩌민 중국 주석은 1994년 위안화 환율을 대폭 끌어올렸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노선에 따라 수출 부문 일자리를 늘리려는 조치였다. 위안화 환율은 1993년 1달러당 평균 5.7위안에서 이듬해에 8.6위안으로 무려 51%나 올랐다. 중국이 움직이자 일본이 미국의 동의를 얻어 엔화 환율을 올리기 시작했다. 1994년 1달러당 99.7엔에서 1998년 130.8엔까지 계속 상승했다.
한국과 동남아 국가들의 환율도 이 기간 동안 상승하긴 했다. 그러나 단번에 폭등시킨 중국이나 수년간 차근차근 올린 일본에 비해 상승 폭이 작았다. 그 결과 수출 업체들이 중국·일본 제품에 밀려 국제 경쟁력을 상실했다. 달러 창고가 부실해지면서 1997년 태국, 인도네시아, 홍콩, 한국을 잇따라 강타한 동아시아 외환 위기의 태풍을 피할 수 없었다는 분석이다.
‘2차 환율전쟁’은 2012년 말 집권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대규모 엔저(환율 상승) 정책을 시작하며 불을 지폈다. 이후 중국도 경기 부양과 수출 확대를 위해 2014년 말 금리를 수차례 내리고, 2015년 8월에는 단 3일 만에 위안화 환율을 4.5%나 올리며 국제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 해외투자자 자금 1조달러가 중국을 빠져나갔지만, 알리바바와 샤오미 등 중국 수출 기업들이 순풍에 돛을 달고 고용을 늘렸다.
한국은 ‘1차 환율전쟁’ 당시 김영삼 대통령이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 달성을 위해 저환율 정책을 썼다. 이후 수출 기업이 어려워졌으나 정부의 환율 지원에 기대지 말고 기술경쟁력을 높이도록 요구했다. 그러다 외환 위기를 맞았다. 이 경험 덕택에, 11년 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닥쳤을 때 이명박 대통령은 ‘제2의 외환 위기’를 막기 위해 고환율 정책을 고수했다. 강만수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은 “직전 노무현 정부에서 고평가된 원화 가치를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맞게 정상화했다”고 설명했다.
-김기훈 경제전문기자, 조선일보(22-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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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새 직원 연봉 1000만원 올린 대기업들, 지나치지 않나
지난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최저임금위원회 제4차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 /뉴스1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일본에 합작회사를 설립하면서 대졸 신입 연봉을 연 2회 상여금 포함 4200만원을 주겠다고 밝혔다. 박사 학위 소지자에겐 5500만원을 제시했다. 이는 일본의 대졸 반도체 엔지니어의 평균 연봉 2000만~3000만원보다 훨씬 많은 것이어서 일본 현지에선 “파격적 대우”라는 반응이 쏟아지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TSMC와 경쟁하는 삼성전자의 대졸 신입 연봉은 성과급 포함 5150만원이다. TSMC 일본 법인의 초임 연봉보다 23%나 많고 박사 학위 소지자의 초봉과 비슷하다. 삼성전자 고졸 6년 차 연봉이 9000만원으로, TSMC 박사 신입의 1.6배에 이른다. 삼성전자 노조는 이것도 모자라 전 직원 연봉을 1000만원 일괄 인상하고 지난해 영업이익 32조원 중 25%를 떼어내 성과급으로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세계 시장 점유율은 16%로, TSMC(54%)의 3분의 1에 불과하고 영업 이익률(30%)도 TSMC(45%)에 못 미치지만 인건비 지출은 훨씬 많다. 좋은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라지만 이런 고비용 구조로 경쟁을 이겨내기란 쉽지 않다.
2018년 기준 500인 이상 대기업 근로자의 월 평균 임금은 6097달러로, 일본(4103달러), 미국(5031달러), 프랑스(5371달러) 등 선진국보다 많게는 50%가까이 높다. 문재인 정부의 친노동 정책으로 지금 그 격차는 더 벌어졌을 것이다. 임금은 세계 최고인데 생산성은 꼴찌 수준이다. 한국 산업의 시간당 임금은 지난 20년간 160%가까이 올라 미국(76%)·독일(55%)의 2~3배 수준에 달한 반면 노동 생산성은 이들 나라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차량 한 대 생산에 투입되는 노동 시간이 현대차 울산공장은 26.8시간에 달해 일본 도요타(24.1시간)나 독일 폴크스바겐(23.4시간) 등 경쟁 기업들보다 훨씬 길다. 이런 고비용·저생산성 구조로 글로벌 경쟁을 이기긴 힘들다.
대기업의 임금 인플레이션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올 1분기 300인 이상 대기업의 평균 임금은 월 695만원으로, 1년 사이 연봉이 1000만원 가까이 올랐다. 특히 여력이 큰 상위 기업들이 큰 폭 인상을 주도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한화솔루션·현대글로비스·삼성바이오로직스·현대차 등이 1년 사이 20~65%씩 인건비 지출을 늘렸다. 현대제철 노조가 현대차만큼의 특별 격려금을 달라며 50일째 사장실을 점거하는 일까지 빚어졌다. 그 결과 안 그래도 차이가 큰 중소기업과의 임금 격차를 더 벌리고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악순환을 빚고 있다. 고물가·저성장의 복합 위기 앞에서 대기업들이 책임감을 갖고 자제해야 한다.
-조선일보(22-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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