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世界-人文地理]

[‘조커스’] [호주와 중국] [미중 무역전쟁 속 일본의 생존전략] ....

뚝섬 2024. 4. 10. 06:17

[‘조커스’]

[호주와 중국]

[미중 무역전쟁 속 일본의 생존전략]

[中연예계 휘몰아치는 ‘홍색 정풍’… “시진핑식 문화대혁명”]

 

 

 

‘조커스’

 

1942년 일본군이 호주 북부 다윈항을 폭격했다. 남태평양 장악을 위한 공격이었다. 당시 호주군 주력은 영국을 위해 유럽 전선에 있었고, 싱가포르에서 영국군과 함께 방어전을 벌이다 포로가 되기도 했다. 믿을 곳은 미국뿐이었다. 미군이 과달카날 전투에서 일본군을 격파해 태평양 전쟁의 흐름을 뒤집었다. 이후 태평양 전쟁에서 호주군도 크게 활약했다. 1차 대전까지 호주는 영국과 밀접했지만 2차 대전을 계기로 미국의 핵심 동맹이 됐다.

 

▶중국이 패권 본색을 드러내기 전에 호주와 중국 관계는 좋았다. 호주는 ‘세계의 공장’ 중국에 석탄·철광석 등을 수출해 큰돈을 벌었다. 호주 수출에서 중국 의존도가 40% 가까이 치솟았다. 그런데 2015년 중국인이 호주 부동산을 싹쓸이하자 집값이 폭등했다. 호주 정치인에게 뇌물을 뿌리고, 중국인 유학생이 홍콩 민주화를 지지하는 호주 학생들에게 폭력까지 휘둘렀다. 중국 기업은 요충지 다윈항 운영권도 확보했다. 위기를 느낀 호주가 2020년 미국이 주도하는 지역 협력체 ‘쿼드(미·호주·일본·인도)’에 동참했다. 그러자 중국은 한국 사드 때처럼 호주산 석탄·보리·와인 등에 경제 보복을 했다.

 

▶'쿼드’에서 인도가 군사 공조에 소극적이었다. 그사이 중국은 호주와 가까운 남중국해를 ‘내해(內海)’로 만들려 했다. 미국이 중국의 팽창을 막으려고 2021년 만든 것이 ‘오커스(AUKUS)’다. 호주(AU)·영국(UK)·미국(US)의 영문 앞글자를 딴 군사 동맹이다. 3국은 앵글로색슨의 언어·문화·혈통까지 공유한다. 심지어 미국은 호주에 핵 추진 잠수함을 주는 파격적 결단까지 내렸다. 한국엔 일절 허용하지 않고 있다.

 

▶10일(현지 시각) 워싱턴에서 미·일 정상이 만나 일본의 ‘오커스’ 사실상 가입을 추진한다고 한다. 일본이 들어가면 ‘조커스(JAUKUS)’가 된다. 중국을 막을 극초음속·AI·우주군 등 전력 개발에 일본의 첨단 역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일본에 한미연합사 같은 통합 지휘부 설치도 장기적으로 검토한다고 한다. 5만4000여 주일 미군의 위상이 주한 미군보다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이러는 것은 중국이 대만을 공격했을 때 미국과 함께 싸워줄 나라가 일본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워게임에 일본이 참전하지 않으면 미국은 중국을 제압하기 힘들었다. 그러니 앵글로색슨 동맹이 다른 인종·문화권인 일본을 끼워주려는 것이다. 앞으로 미국은 한국과 뉴질랜드도 오커스에 어떤 형식으로든 참여시킬 것이라고 한다. 우리 안보 당국자들의 지혜와 능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안용현 논설위원, 조선일보(24-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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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와 중국

 

악명 높은 호주 ‘백호주의’는 사실 ‘중국인 혐오’에서 비롯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19세기 중반 호주 골드러시 때 중국인도 대거 유입됐다. 이민자들 사이에서도 인종이 다른 중국인은 질시와 경계 대상이었다. 1855년 멜버른에 1만명 넘는 중국인이 도착하자 당국이 중국인 입국 허가에는 엄격한 제약을 두기 시작했다. 법으로 못 박은 호주 백호주의는 1973년에야 철폐됐다. 

 

▶1990년 무렵부터 호주가 아시아로 눈을 돌리고 중국 경제가 급성장하면서 호주와 중국은 밀월 관계로 들어섰다. 2014년 ‘중국 부호가 선호하는 이민 국가 톱10’에서 호주가 1위였다. 중국 부자들과 유학생이 쏟아져 들어가 호주 부동산은 연일 호황이었다. 케빈 러드 전 총리(2007~2010년 집권)는 서방 지도자 가운데 손꼽히는 중국통이었다. 루커원(陸克文)이라는 중국 이름까지 있다. 2007년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 회의 때 중국어로 연설해 후진타오 주석이 놀랐다. 호주국립대에서 중국어를 전공했고 자녀 셋 모두 중국어 공부를 시켰을 정도로 중국 사랑이 극진했다. 상당 기간 호주는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의 외교 노선으로 경제적 실익을 챙겼다.

 

▶하지만 호주 분위기는 다시 바뀌었다. 너무 많은 중국 투자와 중국인 유입이 반감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2017년 6월 호주 방송사 ABC가 중국계 돈이 유력 정치인과 정당에 흘러들어 친중 정책의 로비 자금이 된다는 보도를 했다. 중국 공안의 조종을 받는 중국 유학생들이 중국에 비판적 발언을 하는 학생의 신상 캐기를 한다는 폭로도 나왔다. 작년 10월 여론조사 결과 호주의 중국 혐오도는 81%에 달했다. 2019년 홍콩 시위, 2020년 코로나 확산은 반중 정서의 기폭제가 됐다.

 

▶2018년 집권한 스콧 모리슨 총리는 처음엔 “미, 중 사이에서 택일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결국 미국을 택했다. 호주는 한국 못지않게 중국에 대한 교역 의존도가 높다. 중국은 호주산 석탄, 소고기, 와인, 보리 등의 수입 금지 조치를 취하며 고강도 경제 보복을 가하고 있다. 한국에 대한 사드 보복 이상이다. 하지만 모리슨 총리는 “호주가 수십 년간 만끽해온 호의적 환경은 끝났다”면서 결의를 보였다.

 

▶미국·영국·호주 협력체 ‘오커스(AUKUS)’가 출범했다. 미국은 핵 추진 잠수함 기술을 호주에 넘기는 놀라운 결정까지 내렸다. 호주는 4국 안보 협의체 ‘쿼드’에도 참여했다. 모두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호주의 친미 반중 결단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미국이 호주에 어떤 신뢰를 보낼지는 분명하다. 그 증거가 한국에는 불허하는 핵 추진 잠수함이다.

 

-강경희 논설위원, 조선일보(21-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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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 속 일본의 생존전략

 

[동아광장]

최우방 美-최대시장 中 갈등 속 ‘미국 편’임 숨기지 않는 日정부
기업들, 中협력 강화하며 위협 대비.. 동맹 견지하며 민간으로 해법 찾아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과거에도 중국을 향한 미국의 불만이 여러 형태로 표출되고는 했지만, 최근의 대립은 차원이 다르다.

미국 정부는 중국 기업인 화웨이와 SMIC에 대한 부품 수출을 광범위하게 규제하기 시작했다. 일본이 한국에 대해 일부 반도체 소재의 수출을 규제하기 시작했을 때 우리가 느꼈던 분노를 생각하면 중국이 느꼈을 분노도 가히 짐작이 간다. 더구나 수출 규제는 미국 정부가 취한 다양한 조치의 일부에 불과하다. 중국은 미국의 수출 규제에 대항하기 위해 ‘수출관제법’을 제정했다. 미국뿐 아니라 미국에 협력하는 국가들에 보복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미중 마찰은 일본에 큰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중국은 일본의 가장 큰 시장이고 미국은 두 번째로 큰 시장이면서 가장 중요한 우방이다.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해칠 수도 없고 중국 시장을 포기할 수도 없는 갈등 상황에서 일본 정부와 기업이 취하는 일련의 조치를 보면, 과거의 경험에 기반한 그들 나름의 생존 전략을 읽을 수 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반도체 산업에서 동맹국과의 협력을 확대해 나갈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 그리고 대만과의 공급망 구축을 강화하는 정책을 발표하면서 미국에 호응했다. 플래시 메모리 분야에서 시장 점유율 2위인 일본의 키옥시아는 점유율 3위인 미국의 웨스턴디지털과 인수합병을 논의 중이다. 일본이 3월에 구성한 ‘첨단 반도체 제조기술 컨소시엄’에는 미국의 인텔과 대만의 TSMC가 찬조회원으로 참여한다. 미국 공장의 증설 계획을 발표한 TSMC는 일본에도 연구개발센터와 공장을 신설하겠다는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연구개발센터 설립에는 일본 정부의 자금도 투입된다.

 

그러나 미국 편임을 감추지 않는 정부와 달리, 일본 기업은 중국 기업과의 협력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일본 기업은 미국의 압박이 중국의 성장세를 일시적으로 둔화시킬 수는 있어도 꺾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미국과 일본은 1986년 반도체협정을 맺었고 일본 기업에 불리한 이 협정이 체결된 후 일본의 반도체 산업이 쇠퇴하기 시작했다. 이 역사를 알고 있는 중국은 미국에 순응해서 시장을 빼앗기기보다는 극단적인 대결을 통해서라도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 타협에 이를 것이라고, 일본 기업가들은 예상한다. 중국 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여전하다고 보기 때문에 물밑에서 중국 기업과의 협력 체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도요타는 올 3월 칭화대 산하의 중국 기업과 합병회사를 설립한다고 발표했다. 연료전지차의 기간 시스템을 중국에서 생산하기 위해서다. 세계 판매대수에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도요타자동차는 중국 시장에서도 약진 중이다. 중국 현지 생산을 위한 합병회사의 설립은 전기차 시대로의 이행에 대비한 포석이다.

 

일본 기업인들은 매년 대규모 대표단을 구성해 중국을 방문한다. 중국 정치인과 관료, 기업인들과 경제협력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방중단의 대표는 일본 굴지 기업의 회장인 경우가 보통이다. 일본 정치인은 동행하지 않는다. 민간 주도이기 때문에 정치적 분쟁과는 거리를 둘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중국의 위협에 대비한 준비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일본 상사는 전 세계 희토류 광산에 투자하고 있고, 자동차 관련 업계는 4월에 설립된 ‘전지 서플라이 체인 협의회’를 매개로 공급망 정비를 위해 연대하기 시작했다. 전자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술력을 가진 일본 기업 무라타제작소는 중국 매출 비중이 50%를 넘지만 현지 생산이 아닌 일본 국내 생산을 고집한다.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일본 정부는 고급 인력에 대한 영주권 요건을 대폭 완화했지만, 최근 과학 연구자의 입국 심사를 다시 강화하기로 했다. 역시 중국으로의 기술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일본은 정치적으로 미국의 동맹국이라는 입장을 변함없이 견지해 왔고, 이것을 알고 있는 중국은 일본에 미국인지 중국인지 양자택일을 강요하지 않는다. 일본 기업은 정치적 상황과 관계없이 민간 차원의 협력 관계를 발전시키고자 노력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중국을 경계하고 중국의 위협에 대비한다. 국제사회의 끝없는 환경 변화에 적응하며 터득한 생존 전략이다.

-박상준 객원논설위원·와세다대 국제학술원 교수, 동아일보(21-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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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연예계 휘몰아치는 ‘홍색 정풍’… “시진핑식 문화대혁명”

 

[글로벌 포커스]

시진핑, 알리바바 등 IT업계 이어 대중문화 기강잡기
연예계 대형 스캔들 잇따라… 내년 3연임 준비하는 시진핑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사흘 앞둔 6월 28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공산당 고위 관료들이 당에 충성을 맹세하는 모습이 대형 스크린에 보인다. 지난달 연예인 팬덤 규제 방안을 발표한 중국 당국은 이달 2일에는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들의 방송 활동과 고액 출연료를 금지했다. 베이징=AP 뉴시스·인스타그램 화면 캡쳐

 

중국에 거센 규제강화 바람인 ‘홍색 정풍(整風)운동’이 몰아치고 있다. 당국이 빅테크, 사교육, 연예계, 대학가, 인터넷 등 사회 전반에 대한 기강 잡기에 나서고 있다. 특히 유명 연예인과 팬덤을 향한 칼날은 유독 강력해 “자고 일어나면 새 규제가 나오고 퇴출 연예인 명단 또한 추가된다”는 말이 나온다.

당초 당국이 알리바바, 텐센트 등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을 규제할 때만 해도 해당 기업이 공산당 일당독재 체제를 위협할 만큼 덩치를 키운 터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장기집권 걸림돌을 치우려는 목적이 강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연예계 규제는 얼핏 보면 ‘이것이 시 주석의 장기집권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란 의문이 들게 한다. 대중의 선망을 받는 인기 연예인이 부귀영화를 누리는 것은 사실이나 권력과는 별 관계가 없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10대 시절 문화대혁명을 겪으며 산시성 토굴에서 하방(下放·마오가 고위직과 그 자녀를 농촌 및 공장에서 일하도록 한 정책)했던 시 주석이 겉으로 화려해 보이는 연예산업 전반, 특히 스타를 추종하는 팬덤 문화를 ‘자본주의의 썩은 잔재’로 인식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지난달 17일 ‘부의 재분배’를 강조하며 ‘공동부유(共同富裕)’ 개념을 주창한 시 주석에겐 공동부유의 정반대에 있는 집단이 연예인으로 여겨진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마윈 알리바바 창업주 등은 아마존, 구글 등에 미 IT 공룡에 맞먹는 세계적 기업을 키워낸 공이 있고 일반인이 그를 접할 기회 또한 많지 않지만 늘 대중과 호흡하는 연예인의 일거수일투족은 15억 인민에게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한다. 당국이 연예계를 가장 손보기 쉽고, 규제 효과 또한 강력한 정풍운동의 대상으로 여긴다는 의미다.

 

○ 톱스타의 잇단 구설수 

 

세금 탈루 혐의를 받고 연예계에서 퇴출된 정솽.

 

중국에서는 연예계 정풍운동을 촉발한 인물로 올해 초 대리모 스캔들에 휩싸인 여배우 정솽(鄭爽·30)을 꼽는다. 그는 2018년 미국에서 당시 사귀던 연인과 비밀 결혼을 한 후 두 명의 대리모를 고용해 이들로부터 각각 한 명의 아이를 낳으려 했다. 두 사람은 대리모들이 임신 약 7개월일 때 결별했다. 정솽은 낙태를 종용했지만 대리모들이 거절했고 두 딸이 태어났다.

 

미국에서 태어나 미 시민권자인 두 아이가 중국으로 돌아오려면 어머니 정솽의 동의가 필요했다. 정솽은 거부했고 현재 헤어진 연인이 미국에 머물면서 아이를 돌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지에 치명타를 입은 정솽은 지난달 세금 탈루에 따른 천문학적 벌금까지 맞고 연예계에서 퇴출됐다. 당국은 지난달 그에게 2억9900만 위안(약 534억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2018년 톱스타 판빙빙(范빙빙·40)이 세금 탈루로 8억8400만 위안(약 1596억 원)의 벌금을 부과받은 후 두 번째로 많은 액수다.
 

 

세금 탈루 의혹을 받고 연예계에서 모습을 감춘 자오웨이.

 

공교롭게도 이때를 전후해 유명 연예인의 대형 스캔들이 잇따라 터졌다. 영화 ‘적벽대전’, 드라마 ‘황제의 딸’의 주인공으로 판빙빙 못지않은 톱스타였던 자오웨이(趙薇·45)는 세금탈루 의혹으로 현재 행방이 묘연하다. 자오는 2014년 알리바바의 영상사업 자회사 알리바바픽처스에 투자해 44억 홍콩달러(약 6607억 원)의 이익을 거뒀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규모의 세금을 탈루했다는 의혹에 직면했다. 현재 중국의 주요 포털과 소셜미디어에는 자오가 출연한 영화와 드라마에서 그의 이름이 모두 삭제됐다. 이에 관한 설명 또한 찾아볼 수 없다. 최근 일부 매체는 그가 이미 프랑스로 도피했다는 설을 제기했다. 자오가 당국이 눈엣가시로 여기는 알리바바 자회사에 투자했다는 점, 과거 일본 욱일기를 연상케 하는 옷을 입고 공개석상에 등장했다는 점 또한 미운털이 박힌 이유로 꼽힌다.

최근 스타로 급부상한 배우 장저한(張哲瀚·30)은 태평양전쟁의 A급 전범들이 합사된 일본 도쿄 야스쿠니신사 앞에서 ‘V’자를 그리며 찍은 사진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7월 말 아이돌 그룹 ‘엑소’의 전 멤버 크리스(중국명 우이판·吳亦凡·30) 는 강간죄로 체포됐다. 이들도 연예계에서 퇴출됐다.
 

 

2014년 대마초를 소지한 혐의로 중국 공안에 체포된 커전둥.

 

이 외 2008년 유명 여배우 여럿과 찍은 나체 사진과 동영상이 유출돼 전 세계를 놀라게 했던 배우 천관시(陳冠希·41), 2008년 베이징 여름올림픽 주제가를 불렀던 유명 가수 만원쥔(滿文軍·52) 등도 언제든 당국의 퇴출 명단에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부남인 두 사람은 모두 불륜과 마약 의혹에 휩싸였다. 배우 커전둥(柯震東·30)과 황하이보(黃海波·45) 또한 각각 마약, 성매매 스캔들에 직면했다.

 

○ 오디션 프로그램 투표 중 우유 27만 병 폐기


5월 유명 유제품회사 멍뉴의 ‘우유 27만 병 폐기 사건’ 또한 당국의 분노를 샀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시 멍뉴는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 ‘청춘유니3’과 손잡고 신제품을 출시했다. 우유 뚜껑에 QR코드를 부착해 소비자가 휴대전화로 이를 스캔하면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특정 아이돌 연습생에게 투표할 수 있도록 했다.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연습생에게 표를 몰아주기 위해 멀쩡한 우유를 대량으로 구매해 QR코드만 스캔한 뒤 먹지 않고 버렸다. 특히 일부는 노인층에게 푼돈을 준 후 이들로 하여금 하수구 옆에서 버려진 우유 뚜껑을 모으도록 했다. 펑파이 등 중국 매체들은 이 과정에서 버려진 우유가 최소 27만 병일 것으로 추산했다.

 

홍콩 유명 배우 청룽의 아들인 팡주밍은 2014년 대마초 소지 혐의로 체포됐다.


논란이 확산되자 멍뉴와 ‘청춘유니3’ 제작사가 사과했지만 사이버 감독기관 국가사이버정보판공실(CAC)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청춘유니3 제작은 중단됐고 각종 팬클럽 계정도 폐쇄됐다.

시 주석은 지난해 8월 ‘잔반 남기지 않기’ 운동을 주창할 정도로 음식 낭비를 싫어하는 인물이다. 당시 그는 “중국 전역의 음식 낭비 현상에 가슴이 아프다. 단호히 막아야 하므로 관련법을 제정하라”고 지시했다. 이때부터 ‘먹방’에 최대 17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음식낭비 금지법이 시행됐다. 접시를 깨끗하게 비우자는 ‘광판운동’, 식사하는 사람 수보다 1인분을 적게 시키자는 ‘N―1 운동’도 시작됐다. 잔반을 극도로 싫어하는 최고 권력자가 장기집권을 추구하는 상황에서 연예인을 추종하는 어린 팬들이 우유 27만 병을 하수구에 버리는 행동은 당국으로선 절대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성범죄자인 크리스를 구명하려는 운동이 벌어졌던 것 또한 당국으로선 달갑지 않다. 크리스 체포 후 일부 팬은 그의 변호사 비용을 지불하기 위해 모금을 했다. 웨이보에는 ‘인민해방군은 200만 명, 공안은 250만 명이지만 크리스의 웨이보 추종자는 5000만 명이다. 우리가 그를 감옥에서 구할 수 있다’는 글이 나돌았다.

 

○ 출연료·외모·오디션 투표 등 전방위 규제 

 

방송규제기구인 국가광전총국 등은 이달 들어 연예인과 팬덤에 대한 규제를 속속 쏟아내고 있다. 너무 많은 규제가 한꺼번에 발표되다 보니 주요 매체들이 규제를 일일이 따로 정리해서 보도할 정도다.

국가광전총국은 불법을 저지르거나 도덕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불량 연예인’이 소속사를 옮겨 다시 연예계에 발을 들이는 것을 금했다. “연예인은 덕을 갖추고 공산당과 나라를 사랑해야 한다. 도덕성 또한 갖춰야 한다”고 했다. 특히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큰 연예인이 ‘레드라인’을 한 번만 넘어도 그 순간 모든 것이 끝난다는 점을 알아야한다고 엄포를 놨다.

국가광전총국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투표도 불허했다. 온라인 투표는 물론 현장 투표, 순위 매기기 등도 안 된다. 팬들이 금품을 살포하거나 투표를 조작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당국이 액수를 콕 집어 밝히지는 않았지만 관행에 과도하게 어긋나는 비싼 출연료를 받는 일도 허용되지 않는다. 출연료 규정을 위반하거나 탈세를 위해 이면계약을 한 연예인은 즉시 퇴출된다.

외모 규제도 등장했다. 당국은 “방송에서 연예인을 출연시킬 때 ‘냥파오(娘포·여자처럼 예쁜 남자 연예인에 대한 경멸 표현)’ 같은 기형적인 미적 기준을 과감히 제거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서구 기준이라면 성소수자 차별로 여겨질 수 있는 행위다.

소셜미디어에서의 팬덤 활동 또한 철퇴를 맞았다. 최근 웨이보는 ‘연예기획사와 팬클럽 행동지침’을 발표했다. 우선 팬들이 연예인을 위해 모금을 벌이는 것이 엄격히 금지된다. 방탄소년단(BTS) 멤버 지민(박지민·26)의 중국 팬클럽이 비행기에 대형 사진 광고를 하면서 불과 1시간 만에 230만 위안(약 4억 원)을 모았던 행위 등을 할 수 없다. 이를 위반하면 해당 팬덤 계정이 곧바로 폐쇄된다. 지민 팬클럽의 웨이보 계정은 60일간 활동이 정지됐다. 연예인 사생활에 관한 게시물도 작성할 수 없다.

관변 인사들은 연일 당국의 규제를 칭송하며 연예계 차원의 자정에 나서자고 주장한다. 왕하이린(汪海林) 중국영화문학학회 부회장은 “스타의 부덕(不德)은 현재의 스타 양성 체계가 잘못됐기 때문”이라며 현재의 인기 연예인은 팬덤의 인터넷 트래픽으로 만들어지고 소속사에 의해 포장된 가공의 상품이라고 비판했다. 과거에는 배우가 되려는 사람들이 대학에서 고등교육을 받고 표준 이상의 도덕성을 갖췄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혼과 뿌리가 없는 스타들은 도덕적으로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산시성 시안에서 연예인 양성단체를 이끌고 있는 루신(盧흠) 대표는 중국 연예계의 타락이 한국 때문이라는 비상식적인 주장까지 펼쳤다. 그는 “현재 중국에서 만들어지는 스타들은 한국의 아이돌 배출 체계를 답습해 만들어졌다”며 문화와 도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 이런 스타들이 순식간에 돈과 지위를 얻는 바람에 자멸하고 있다고 했다.

 

○ ‘21세기 문화대혁명’ 비판


서구 언론은 당국의 이런 행보가 21세기판 문화대혁명이나 다름없다고 비판하고 있다. 2012년 말 시 주석 집권 후 내내 권위주의 통치가 이어지긴 했지만 문화예술 분야에 이 정도의 규제가 가해진 것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이유에서다.

 

미국 CNN은 “중국 내부에서도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선전선동을 위한 연예계 규제가 문화대혁명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다. 당국이 유명 연예인을 당과 정부에 대한 충성심을 높이도록 하는 일종의 ‘역할 모델’로 여긴다며 “시 주석 체제에서 공산당이 점점 사상과 문화 통제에 집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영국 가디언은 “현재 많은 이들이 문화대혁명 시절의 메아리가 점점 커지는 것을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연구센터장은 “공산당이 원하는 사회는 모든 것이 완벽하고 문제가 없는 일종의 무균(無菌)사회”라며 “공산당은 연예인 팬덤이 사회 불만세력으로 바뀌는 것을 가장 두려워한다”고 진단했다. 내년 10월 20차 공산당 당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지으려는 시 주석이 ‘전 인민이 다 같이 잘 먹고 잘사는 세상’을 위해 공동부유를 주창한 마당에 소셜미디어를 통해 연일 화려한 생활을 강조하는 일부 스타야말로 용납할 수 없는 존재라는 의미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김수현 기자, 동아일보(21-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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