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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중증 정신질환자 범죄, 사법입원제 도입 검토를] ....

뚝섬 2023. 8. 9. 09:33

[잇단 중증 정신질환자 범죄, 사법입원제 도입 검토를] 

[‘묻지 마 살인’ 공포마저 닮아가는 韓日] 

[범죄가 활개 치는 이유]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다”] 

[피투성이 60대 지나친 53명] 

[진상 승객 혼낸 장관]

 

 

 

잇단 중증 정신질환자 범죄, 사법입원제 도입 검토를

 

'서현역 묻지마 흉기난동' 사건의 피의자 최모씨가 5일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최씨는 지난 3일 오후 6시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AK플라자 백화점 1~2층에서 흉기 2자루를 들고 시민들을 향해 무차별로 휘두른 혐의를 받고 있다. /뉴스1

 

서울 신림역 일대 흉기 난동 사건, 경기 분당 서현역 인근 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들은 모두 정신 질환을 앓았지만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았거나 중단한 이력이 있다. 대전에서 고교 교사를 흉기로 찌른 20대 남성도 조현병과 우울증 진단을 받은 전력이 있었다. 정부는 2019년 경남 진주에서 주민 5명을 살해하고 17명을 부상케 한 안인득 사건 후 중증 정신 질환자 대책을 내놓았지만 효과가 없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중증 정신 질환자들을 강제 입원시켜서라도 제때 치료를 했다면 이런 비극은 막을 수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정신건강복지법은 보호 의무자에 의한 ‘보호 입원’, 지자체장이 신청하는 ‘행정 입원’ 등 제도를 두고 있지만 환자 인권을 중시한 나머지 절차가 지나치게 까다롭다. 여기에 환자와 가족의 갈등 우려, 소송 우려 등으로 이 법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 대안으로 의료계 등이 제안한 것이 사법입원제다. 판사가 재판을 하듯 남을 해칠 우려가 있는 중증 정신 질환자에 대한 입원 여부를 판단해 결정하는 것이다.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 의료진 등 의견을 들어 결정한다. 미국 대부분 주(州)와 프랑스·독일 등이 중증 정신 질환자에 대해 이 제도를 도입했고 영국·호주 등은 준사법기관인 ‘정신건강 심판원’이 이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인신 구속에 해당하는 문제이므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겠지만, 재심 절차를 마련하고 환자 입장을 대변하는 보조인을 두면 환자에 대한 인권침해 우려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중증 정신 질환자들이 제때에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것은 본인과 주변, 사회 전체에 위험이 된다. 강제 입원을 통해서라도 잘 치료해 다시 사회에 복귀시키는 것이 인권을 더 보장하는 방법일 수 있다. 사법입원제를 도입할 경우 법원의 업무 부담이 너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그렇다면 사전 조정 등을 통해 실제 재판 건수를 줄여서라도 우선 시행해볼 수 있을 것이다.

 

-조선일보(23-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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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 마 살인’ 공포마저 닮아가는 韓日

 

[특파원칼럼]

사회 단절 심화된 日 ‘도리마 범죄’ 수십 년째 반복
비슷한 난제 앞에 선 양국 머리 맞대고 고민해야

 

“세월이 흘렀지만 원통한 마음은 그대로네요. 함께했던 이들이 곁에 없다는 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슬픕니다.”

일본 교토의 유명 애니메이션 제작사 ‘교토애니메이션(교애니)’ 방화 사건 4주기 추모식이 지난달 18일 열렸다. 유족, 직원 등 160여 명이 참석했다. 추모식에서 하타 히데아키(八田英明) 사장은 2019년 7월 아끼던 동료들의 소중한 목숨을 잃은 슬픔을 이렇게 말했다.

상상할 수 없는 사건을 겪은 교애니는 지금도 새로운 작품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 작품의 속편, 극장판만 내놓고 있다. 하타 사장은 “아직 새 작품을 만들 제작력이 없다. (직원 사망으로) 잃어버린 힘은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낮췄다.

 

당시 방화로 36명이 죽고 33명이 다쳤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에서 방화로 가장 많은 이가 숨진 사건이다. 당시 41세였던 남성 범인은 교애니가 자신의 응모작을 떨어뜨린 뒤 아이디어를 훔쳤다는 망상에 빠져 건물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렀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불우한 환경에서 자란 이 범인은 도둑질을 하고 이웃집에 협박을 해 수감됐던 전력이 있다. 사회에서 소외된 범인이 ‘세상이 나를 평가해 주지 않는다’는 잘못된 생각에 끔찍한 ‘묻지 마 방화’를 저질렀다는 게 전문가 진단이다.

일본에서는 이런 유의 범죄를 길거리를 배회하는 악마라는 뜻의 ‘도리마(通り魔) 범죄’로 부른다. 수십 년째 지속되는 사회문제다. 2021년 도쿄 전철에서 불을 지르고 승객을 무차별적으로 찌른 26세 남성은 지난달 1심에서 징역 23년을 선고받았다. 범인은 시민들이 도망가지 못하게 일부러 정차 간격이 긴 급행 전철을 선택했다고 진술해 충격을 안겼다. 올 5월에는 나가노현에서 흉기를 휘두르고 총을 쏴 경찰 등 4명을 죽인 사건이 터졌다. 범인은 “나를 왕따 바보 취급을 했다”고 이유를 댔지만 죽은 피해자는 범인과 모르는 사이였다.


한국에서 잇따르는 묻지 마 범죄와 유사한 일본의 도리마 범죄의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사회와의 단절을 꼽는다. 하라다 다카유키 일본 쓰쿠바대 교수(범죄심리학)는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범죄자들은 세상이 자신이 살 만한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공통점이 있다. 사회 관계성이 끊어지면 (남을 생각하는) 사회적 행동을 취할 이유가 없어진다”고 했다.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다. 나는 그냥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말한 신림역 흉기 난동범 조선, 평소 사회적 유대 관계 없이 은둔형 외톨이로 살았던 살인범 정유정 등의 상황도 비슷하다.

한국 묻지 마 범죄와 일본 도리마 범죄를 둘러싼 사회적 배경도 다르지 않다. 고도 경제 성장이 정점을 찍은 후 나타난 경기 침체, ‘미래에 물려줄 세상이 아니다’라며 아이를 낳지 않는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 ‘불행하다’는 생각이 전염병처럼 번지는 사회에서 극단에 선 이들은 묻지 마 범죄자가 된다. 별다른 해답을 못 찾으며 우왕좌왕하는 정부의 모습조차 두 나라가 똑같다.

서구의 경제 발전을 뒤쫓아 경제 대국이 된 일본. 그런 일본을 모델로 선진국으로 도약한 한국. 이제는 사회적으로 고립된 ‘외로운 늑대’형 범죄에 맞서고 사회 시스템을 점검해야 하는 같은 난제 앞에 섰다. 경제 사회의 발전 흐름과 작동 메커니즘이 닮은 한일 양국은 다른 나라보다 특히 서로 고민하고 배울 점이 많다. 뚜렷한 모범 답안이 없는 이 문제에 양국이 머리를 맞댄다면 조금이라도 나은 해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이상훈 도쿄 특파원, 동아일보(23-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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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서 범죄 저지르면 ‘머그샷’ 찍히는데 우린 피의자에게 거부 권한. 흉악범들이 ‘뽀샵 실력’ 다투는 이유.

 

-팔면봉, 조선일보(23-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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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가 활개 치는 이유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황제는 단순함을 강조했어. 단순함을 첫 번째 원칙으로 삼으라고 했지. 범인이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첫 번째 원칙은 뭘까? 그는 왜 사람을 죽일까?” “분노, 사회적 소외, 성적 좌절감 때문에….” “아니야.” “그럼 뭔데요?” “탐욕이야. 그것이 그의 본성이야. 우린 어떤 식으로 탐욕을 품게 될까, 클라리스? 맞아. 우리는 매일 보는 무언가를 탐하게 되는 거야. 당신도 다른 무언가를 향해 늘 눈을 이리저리 굴리지 않아?” - 토머스 해리스 ‘양들의 침묵’ 중에서

 

신림동에서 네 명을 칼로 찌른 피의자는 ‘열등감이 든다, 살기 싫다, 다른 사람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다’고 했다. 분당에서 14명의 사상자를 낸 용의자는 ‘누군가가 나를 청부살인하려 한다’고 했다. 제주 관광객 가격범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고 있고, 대전 고등학교 교사 피습범은 조현병 환자다. 인터넷에는 살인을 예고하는 글들이 올라온다.

 

‘100명의 범인을 놓치더라도 1명의 무고한 피해자를 만들어선 안 된다’는 무죄추정의 기본원칙은 범죄자들이 법을 얕잡아보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여기에 더해 정신질환자들조차 그들이 원할 경우, 즉시 퇴원시켜야 한다고 법으로 못 박았다. 무고할까 봐 풀어준 범죄자 100명의 자유와 정신질환자들이 누리는 인권의 대가는 무고한 시민들의 희생이다.

 

1988년에 출간된 ‘양들의 침묵’은 범죄자를 영웅시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불을 붙였다. 정신과 의사였던 한니발 렉터는 범인을 잡게 도와달라며 감옥으로 찾아온 수사관에게 조언하는 뛰어난 지력의 소유자다. 그는 수감 중에도 의학잡지에 글을 기고해서 추종자들을 거느리고 무례한 사람만 죽인다며 신사적 면모도 과시하지만 ‘취미로 살인에 맛을 들인’ 살인마일 뿐이다.

 

인간의 마음엔 악마와 천사가 함께 산다. 착한 마음을 지키지 못하면 악마는 천사를 죽이고 뛰쳐나온다. 요즘 유행하는 소설과 드라마, 영화는 분노와 복수, 범죄조차 권리라고 가르친다. 범인보다 무능한 경찰, 죄보다 가벼운 처벌, 심신미약으로 감형, 정당방위는 폭력이라는 판결이 뉴스를 도배한다. 입법기관인 국회의원 3명 중 1명이 전과자라는 사실도 최근에 발표되었다. 묻지 마 범죄의 증가와 범법자에게 관대한 법, 모든 현상과 결과에는 이유가 있다.

 

-김규나 소설가, 조선일보(23-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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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다”

 

동물은 이유 없이 죽이지 않는다. 인간의 살인에도 대개는 이유가 있다. 돈 때문에, 사랑에 눈이 멀어, 복수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현대 사회 들어 이득 없는 ‘쾌락으로서의 살인’ ‘살인을 위한 살인’ ‘동기 없는 살인’이 등장했다는 것이 살인의 역사를 탐구해 온 영국 문명비평가 콜린 윌슨의 진단이다. 서울 신림동 묻지 마 살인도 지극히 현대적인 살인이다.

▷신림동 사건의 피의자 조모 씨(33)는 21일 오후 2시경 신림역 일대를 돌아다니며 남자 4명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이 중 20대 남성이 숨졌는데 이 남성이 쓰러진 후로도 10차례 넘게 찔렀다고 한다. 피해자들은 조 씨와 모르는 사이였고, 범행 동기가 없으며, 수법이 잔인하다는 점 모두 묻지 마 범죄의 전형이다. 조 씨는 “분노에 차” 범행을 저질렀는데 분노를 표출할 장소로 “사람이 많은 곳”을 택한 점도 묻지 마 범죄의 특징으로 꼽힌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묻지 마 범죄의 유형은 세 가지다. 첫째 사회에 불만이 있거나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현실 불만형이다. 주로 여름에 거리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범행 후에도 현장을 떠나지 않는다. 둘째 정신과 치료 경험이 있고 대인 관계가 원만하지 못한 정신장애형이다. 셋째 만성 분노형은 다른 사람의 의도를 오해해서, 분풀이를 위해, 재미로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다. 세 유형 모두 부모와 불화하고, 경미한 폭행 사건 같은 전조를 보이며, 압도적 다수가 남성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5월 과외 중개 앱에서 만난 또래 여성을 살해한 정유정 사건은 묻지 마 살인이면서도 범죄의 전형에서 벗어나 있다. 피해자와 일면식도 없고, 흉기로 110회 넘게 찌르는 잔혹성을 보였으며,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점은 다른 묻지 마 범죄자와 같지만, 여성이고 전과가 없으며 ‘광장’이 아니라 피해자의 집이라는 ‘밀실’을 범행 장소로 고른 점은 일반적 유형과 거리가 멀다. 전과자의 재범 방지 등 기존의 묻지 마 범죄 분석에 근거한 예방 정책은 한계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동기 없는 살인이 대두된 배경에 대해 전문가들은 개개인이 귀한 존재라는 자각이 생겨난 동시에 지나친 경쟁과 양극화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는 분노감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전통 가족제도 해체 후 헐거워진 인간관계도 분노의 압력을 줄여주지 못하고 있다. 조 씨는 “나는 불행하게 사는데 남들도 불행하게 만들고 싶었다”, 정유정은 “혼자 죽기 억울했다”고 했다. 그게 누구라도 상관없었다. 국적 불문 동기 없는 살인자들의 공통된 범행 동기다. 윌슨이 말한 문명의 과부하에 짓눌린 인간이 내지르는 비명에 귀 기울여 해법을 찾아야겠다.

 

-이진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3-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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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투성이 60대 지나친 53명

 

1964년 뉴욕에 사는 여성 키티 제노비스가 새벽에 귀가하던 도중 주택가 노상에서 흉기를 든 강도를 만났다. 그녀는 소리를 지르며 30분 넘게 저항했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2주 뒤 뉴욕타임스가 ‘살인을 목격한 38명은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는 제목의 기사를 실어 미국에서 논란이 됐다. ‘방관자 효과(Bystander effect)’라는 심리학 용어가 이 사건을 계기로 생겼다. 주변에 사람이 많을수록 책임이 분산되어 오히려 위험에 처한 사람을 덜 돕게 된다는 뜻이다.

▷11일 오전 6시경 서울의 한 아파트 입구에서 60대 남성이 필로폰 성분을 투약한 40대 중국 국적의 남성에게 1분 만에 ‘묻지 마 살인’을 당했다. 가해자는 맞은편에서 걸어오던 피해자에게 갑자기 발길질을 하더니, 도로 경계석으로 피해자 얼굴을 내리쳤다. 피가 분출하는 등 출혈이 심했지만 목격자들은 아무도 가해자를 말리지도, 피해자를 구조하지도 않았다. 한국판 ‘제노비스 사건’이라고 할 만하다.

▷아파트 입구 맞은편 가게에 있는 폐쇄회로(CC)TV에 찍힌 목격자만 53명이었다. 인력알선업체 등으로 출근을 서두르거나 산책을 나온 주민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중국 국적 거주자가 많은 이 지역은 평소에도 새벽에 누워 있는 취객이 많았다고 한다. 오전 6시 7분경 거동이 불편한 남성이 “누군가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다”는 첫 신고를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60대 남성은 숨을 쉬고 있었는데, 경찰과 소방이 현장에 도착한 10분 뒤에는 숨진 채 발견됐다.

 

▷2016년 대전에서 택시기사가 운전 중 심장마비 증세로 쓰러졌다. 항공편에 맞추기 위해 택시 승객들은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다른 택시를 갈아타고 현장을 떠나버렸다. 승객들이 119 신고만 일찍 했더라도 생명을 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는 비난이 빗발쳤다.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조하지 않으면 처벌하는 이른바 ‘나쁜 사마리아인 법’ 도입 논의가 국회에서 있었다. 하지만 해외에서도 기소 사례가 많지 않고, 사회적 공감대가 낮다는 이유로 유보됐다.

▷53명에게는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보통사람이라면 가해자를 제지하다가 되레 피해를 입거나 보복 범죄를 당하지 않을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나는 그들과 달랐을 것이라고 100% 자신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지도 의문이다. 그렇다고 이런 일을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는 사회가 되는 것은 최악이다. 이런 씁쓸한 세태를 개선하기 위해 시민의식을 끌어올리면서, 가능하면 개개인이 그처럼 곤란한 상황에 부딪히지 않도록 치안과 응급구조의 허점도 메워야 한다.

-정원수 논설위원, 동아일보(22-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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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 승객 혼낸 장관

 

2005년 북핵 6자회담 취재하느라 처음 중국에 갔다. 당시 안내인이 "옆에서 무슨 일이 벌어져도 절대 관여 말라. 자칫 거꾸로 당한다"고 했다. 그때 중국에 볘관셴스(別管閑事)라는 말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남의 일'은 '한가한 일(閑事)'이니 끼어들지 말라는 뜻이다. 중국 부모가 아이들에게 그렇게 가르친다는 것이다. 그래선지 중국에선 옆에서 사람이 맞거나 죽어도 그냥 지켜보는 사건이 많다. 

▶이를 고치기 위해 하오런법(好人法)이 2017년 만들어졌다. 2006년 '펑위 사건'이 계기였다. 한 할머니가 버스 정류장에서 쓰러졌지만 다들 나서지 않자 일용직 근로자 펑위씨가 할머니를 도와 병원에 보냈다. 그러나 할머니 쪽은 펑씨 때문에 뼈가 부러졌다며 13만위안(약 2300만원)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중국 1심 법원은 "양측 다 책임 있다"며 펑씨에게 40%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비난 여론이 들끓었고,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도우려다 피해를 주더라도 책임지지 않도록 하는 하오런법으로 이어졌다.

▶중국만이랴. 작년 부산에선 여중생이 300m를 끌려가며 집단 폭행을 당하는 동안 행인들이 보고만 있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충격을 줬다. 대로변에서 20대 남성이 아내를 흉기로 수차례 찌르는데도 지나친 사건, 10대 청소년이 60대를 폭행하는데도 말리지 않은 사건, 택시 기사가 의식 잃고 쓰러졌는데 놔두고 가버린 사건 같은 보도가 잊을 만하면 나온다.

방관자 효과라는 게 있다. 주위에 사람이 많을수록 책임감이 분산돼 곤경에 처한 사람을 도와주기를 주저한다는 현상이다. 1964년 뉴욕 주택가에서 키티 제노비스라는 여성이 새벽에 35분 동안 칼에 찔리며 죽어가는 걸 38명이 보고도 지나쳤다는 사건에서 비롯돼 '제노비스 신드롬'이라고도 한다. 52년이 지나 뉴욕타임스의 과장 보도로 판명되긴 했지만, 사람들에게 그런 속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는 많다. 

▶김부겸 행안부장관이 지난 20일 KTX 열차에서 승무원을 괴롭히며 객실에서 소란을 일으키던 진상 승객을 꾸짖어 제압한 일이 화제다. 그 승객은 김 장관을 알아보지 못하고 '당신이 뭐냐'고 했다고 한다. 자칫 봉변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옳지 않은 일을 보고도 고개를 돌리고 외면하기 십상이다. 장관이라면 더 이런 일에 말려드는 걸 피하려 했을 텐데 그 반대 경우가 발생했으니 화제가 되고 장관 이름이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을 것이다.

 

-권대열 논설위원, 조선일보(18-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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