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세대와 자산 격차 더 벌어진 청년 세대, 원인은 집값]
[취업난, 빚더미에 “죽고 싶다”는 청년들, 손놓은 기성세대]
[일하는 노인 577만 명… ‘그냥 노는’ 청년 50만 명]
[임박한 노인들의 나라, 대책은 각자 알아서?]
부모 세대와 자산 격차 더 벌어진 청년 세대, 원인은 집값
금리 인상에 따른 소비 감소 영향이 고령층보다 청년이 8배 더 높고, 청년들 사이에서도 부채가 많은 이들의 소비 감소가 부채 없는 이들보다 11배나 높다는 분석이 나왔다. 연령대별로는 20대의 연간 소비 감소폭이 약 29만9000원(1.3%↓), 30대는 약 20만4000원(0.8%↓)으로 청년층 소비 감소폭이 컸으며, 특히 20대는 60대 이상(3만6000원)의 8.4배에 달했다./뉴스1
20·30대 청년층과 40세 이상 중장년층의 순자산 격차가 3년 새 44%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국책연구소 KDI 분석에 따르면 39세 이하 청년층의 순자산은 2019년 평균 2억2000만원에서 2022년 2억6000만원이 된 반면, 40세 이상 중장년층의 순자산은 평균 3억8000만원에서 4억9000만원으로 늘었다. 문재인 정부 때 집값 상승으로 부동산 자산의 유무가 세대 간 자산 격차를 키웠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청년층의 순자산 대비 부채비율은 2017년 31.6%에서 2022년 39.0%로 높아졌다. 같은 기간 중장년층은 25.4%에서 23.0%, 고령층은 15.4%에서 12.5%로 부채비율이 줄어든 것과 반대다. 특히 주택 관련 대출이 집중적으로 늘었다. 청년층의 부채 가운데 전·월세 보증금 대출 비율이 2018년 약 17.4%에서 2022년 30.0%로 높아졌다. 민주당의 임대차 3법 강행으로 2020년 하반기부터 전셋값이 치솟자 전세 대출이 크게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고금리가 도래하니 20·30대의 생활고가 가중되고 있다. 소득이 낮고 저축이 부족하며 돈 빌릴 곳도 없는 청년층은 금리 상승으로 부채 상환 부담이 늘면 허리띠 졸라매고 소비를 줄여서 대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통계로도 드러난다. 금리가 1%포인트 인상될 때 20대의 연간 소비는 약 29만9000원, 30대는 20만4000원 줄어든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60세 이상의 소비는 3만6000원 줄어드는 데 그쳤다.
이제 막 사회에 진입한 청년 세대가 빚의 굴레에 억눌려 헤어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는 것은 이만저만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장기 분할 상환으로 전환할 기회를 주는 등의 방법으로 당장 청년층의 부채 관리를 강화해야 하며, 보다 근본적으로는 자신의 소득 범위 내에서는 안심하고 집 장만할 수 있게 주택을 넉넉히 공급해야 한다. 집 없고 빚에 허덕이는 청년 세대는 결혼도, 출산도, 미래 계획도 기대할 수 없다.
-조선일보(23-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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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 빚더미에 “죽고 싶다”는 청년들, 손놓은 기성세대
취업자 수가 두 달 연속 20만명대 증가했지만 청년층과 제조업 취업자는 감소한 가운데 13일 서울 광진문화예술센터에서 열린 일자리박람회에서 채용게시판을 살펴보는 구직자들./연합뉴스
8월 중 취업자 수가 1년 전보다 27만명 늘어나고, 실업률(2.0%)이 1999년 이후 최저를 기록하는 등 전체 고용 지표가 호전되는 듯 보이지만, 청년 고용 지표를 보면 사정이 딴판이다. 15~29세 청년 취업자가 1년 새 10만3000명이나 줄고, ‘그냥 쉬었다’는 청년이 두 달 연속 40만명을 웃돌고 있다. 대졸 실업자가 30만명을 넘어섰고, 대다수가 20~30대 청년일 것으로 추정되는 ‘취업 준비자’가 67만명이 넘는다. 20대 고용률은 61%에 그쳐, 고용률이 80%에 육박하는 40~50대와 확연히 구분된다.
취준생과 청년 실업자 급증은 한국 경제가 저성장 늪에 빠져 청년 일자리가 계속 줄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조사 결과 대기업 10곳 중 6곳은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주된 이유로 ‘수익성 악화’와 ‘경영 불확실성’을 꼽았다. 기업들이 예상한 올해 대졸 신규 채용 예상 경쟁률은 81대1에 달한다. 최근 취업 정보 기업이 대학생 117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대학생 10명 중 6명이 2학기 휴학을 고려 중이며, 그 이유를 49%가 ‘취업 준비 때문’이라고 답했다. 이렇게 발버둥을 쳐도 대졸자 취업률은 67%에 그치고 있다. 취업률 통계 기준이 다소 다르지만, 대졸자 취업률이 97%에 달하는 일본과 대비된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집에서 놀며 눈칫밥을 먹다 보니 “죽고 싶다”며 우울증을 호소하는 취준생이 적지 않다고 한다.
청년 일자리가 줄고, 그나마 취업한 일자리마저 저소득 비정규직이 많아 취업 후에도 빚으로 연명하는 청년이 많다. 또 착실히 저축해 종잣돈을 모으기보다 빚을 내 코인·주식·부동산에 뛰어드는 청년이 많아 청년 세대 빚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2030 세대가 은행과 2금융권에 진 빚이 514조원(2022년 말 기준)에 이른다. 3년 만에 110조원이나 늘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작년부터 심화된 고금리·고물가가 청년들을 더 궁지로 몰고 있다. 서민금융진흥원이 저소득·저신용 근로자에게 최대 2000만원씩 급전을 빌려주는 근로자 햇살론의 경우, 지난해 3조5000억원이 지원됐는데, 2030세대가 절반 이상을 빌려갔다. 더 이상 빚 감당이 어려운 청년층이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통계도 적지 않다.
청년 취업난과 과다한 빚은 동전의 양면이다.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야 빚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일자리는 기업이 만든다. 청년 고용에 걸림돌이 되는 정규직 과보호 고용 제도와 임금체계를 바꾸는 노동 개혁을 단행해야 하는데 기성세대 정치권은 손을 놓고 있다. 대학 정원 조정은 교수 철밥통에 밀려 어렵기만 하다. 모든 개혁이 미뤄지며 시간만 허비하고 있다.
-조선일보(23-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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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는 노인 577만 명… ‘그냥 노는’ 청년 50만 명
은퇴 후에도 쉴 수 없는 노인들.. 20일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서 한 어르신이 지하철을 이용해 택배를 배송하고 있다. 2023.3.20/뉴스1
60세 이상 고령 근로자가 10년 새 2배로 늘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60세 이상 취업자는 577만 명으로 2월 기준 역대 최대였다. 2003년부터 10년간 100만 명 가까이 늘었다가 최근 10년에는 300만 명 넘게 불어 갑절이 됐다. 저출산·고령화 추세로 60세 이상 인구가 급증한 데다 노후 생계를 위해 고용 전선에 뛰어드는 ‘일하는 노인’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것이다.
이와 달리 지난달 20대 이하 청년(15∼29세) 취업자는 12만5000명 급감해 2년 만에 최악의 감소세를 보였다. 고령 취업자는 수십만 명씩 늘어나는 데 비해 청년층 취업자는 계속 줄고 있다. 반도체 등 제조업 부진이 계속되는 데다 취업을 유예해서라도 괜찮은 일자리를 찾으려는 청년들이 많아진 탓이다. 일하는 청년보다 일하는 노인 보기가 쉬운 시대가 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구직 활동도 하지 않고 ‘그냥 쉰다’는 청년층이 50만 명에 육박한다는 점이다. 사상 최대 규모다. 취업·진학 준비나 군입대 등 특별한 사유 없이 일할 능력이 있는데도 일하지 않는 청년이 이만큼 된다는 얘기다. 국가 미래를 책임질 청년들이 단기 임시직 같은 원치 않는 일자리에 내몰리다가 이마저 끊어지면서 구직 의욕을 잃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같은 고용 환경은 고령층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노동시장으로 돌아오는 노인이 늘고 있지만 4명 중 1명은 고용의 질이 떨어지는 단순 노무에 종사하고 있다. 임금 수준이 열악한 단기 일자리를 감수하고서라도 노인들이 일하는 것은 노후 빈곤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65세를 넘겨 일하는 10가구 중 1가구는 근로소득과 연금 등을 합쳐도 월 소득 100만 원이 안 된다고 한다.
노인 일자리든 청년 일자리든 기업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해법이지만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부작용 완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 하루하루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노인들에게는 공공 일자리가 구명줄이나 다름없다. 정부는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노인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개발해, ‘공공 일자리=세금 축내기’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털어낼 수 있어야 한다. 청년 실업은 ‘일자리 미스매칭’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문제다. 청년들의 실업이 길어지면 고용시장에서 영영 퇴장하는 ‘잃어버린 세대’가 될 우려가 있다. 청년들에게 외면받는 기업들의 매력도를 끌어올리고, 중소기업 근무 경험이 ‘평생의 커리어’에서 긍정적인 자산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정부와 산업계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동아일보(23-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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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박한 노인들의 나라, 대책은 각자 알아서?
“오늘 술자리는 대기업 법인카드 힘을 빌리는 건가요? 자, 무슨 정보가 필요해 부르셨습니까.” 싱거운 농담에 선배는 희미한 미소로 답했다. “나 지난달에 퇴직했어.” 아차, 말실수를 사과했지만 선배는 괜찮다고 손을 내저었다. “30년 다닌 회사를 그만두는 데 걸린 시간은 10분도 되지 않더군.”
6월 21일 오후 경기 수원시 팔달구 화성행궁에서 열린 ‘2022년 노인 일자리 채용 한마당’에서 어르신들이 구직활동을 하고 있다. 2022.6.21/뉴스1
인사과에 찾아갈 때 선배는 이런 풍경을 상상했다고 한다. “앞으로 계획은 세워두셨습니까?”라는 오지랖 넓은 인생 상담까지는 바라지도 않았지만, 매뉴얼에 적힌 발언이라 할지라도 “30년 동안 회사를 위해 일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격려 정도는 기대했다고 한다. 담당자는 거두절미 두 가지 선택지를 내놓았다. “정년까지 3년 채우시든지, 3년 치 급여를 한꺼번에 받고 지금 나가시든지, 결정하시면 됩니다.”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먹을까 컵라면 먹을까 고민하는 일처럼 간단히 말하니 좀 서글펐다고 선배는 소감을 말했다.
생각하면 아뜩한 일이다. 줄곧 ‘형’이라 불렀던 인물의 일상에 ‘퇴직’이란 그림자가 겹치게 될 줄이야. 물론 우리도 언젠가 떠날 운명이란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지. 하지만 정년(停年)이란 낱말은 여전히 비현실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며칠 전 신문에 ‘1973년생이 정년을 맞는 10년 뒤’라는 표현을 봤을 때 세월에 뒤통수를 맞는 기분이었다. 벌써 그렇게 됐구나. 하긴 요즘 세상에 정년이 어딨나. 84학번 선배가 이렇게 희망퇴직 했고, 대기업 부장인 92학번 동기 또한 앞으로 2년을 버티기 힘들 것 같다고 말한다. 이제 갓 쉰인데.
5년 전 선배를 만났을 때 그랬다. “요즘 신입들 스펙을 보면 옛날 내 이력서로는 우리 회사 문턱도 밟아보지 못했을 거야”라며 “우리 세대는 축복받지 않았나?” 하고 허허 웃었다. 이 정도면 호인 중에 호인이다. 이번에도 그는 웃었다. “고인 물이 나가줘야지. 쟁쟁한 후배들 있는데.” 앞으로 계획을 묻는 질문에는 이렇게 답했다. “3~4년은 그냥 놀려고. 그간 가정에 충실하지 못했던 죗값 치르고, 여행 다니고 운동도 하고, 그러면서 슬슬 다음 단계로 가봐야지.” 소주 한 잔을 입안에 털어 넣었다.
작가 장강명은 소설 ‘재수사’에서 작금 우리 현실을 ‘공허와 불안’이란 두 단어로 요약해 보여준다. 한편으로 공허하고 다른 한편으로 불안하다. 경제적으로 불안하니 추락하지 않으려 끊임없이 몸부림쳐야 하고, 그런 전취(戰取)의 결과물을 돌아보면 공허하기 짝이 없다. 공허하지 않으려고 자기 안의 불안을 계속 재촉해야 한다. 불안하지 않은 세대가 없고 공허하지 않은 계층이 드물다. 가지면 가진 대로 공허, 없으면 없는 대로 불안. ‘대체 만족하는 자는 누구인가’ 싶은 세상이다.
쉰이면 20년은 더 일할 수 있는 나이, 죽음까지도 40년은 남았다. 노후 대책은 개인이 각자 알아서 할 일이니 국가가 개입할 필요 없다고? 과연 그럴까. 앞으로 3년 지나면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60대 이상이 유권자의 40%를 차지하면서 말 그대로 ‘실버 파워’ 세상이 된다. 그들이 정치를 결정하는 세상은 과연 ‘할아버지처럼’ 너그럽고 포용적일까?
이제는 너도나도 출산율 문제를 떠들지만 우리는 그와 함께 ‘노인들의 세상’이라는 쌍둥이 장벽을 마주하게 된다. 출산율도 대책 없긴 마찬가지지만 고령화 대응은 사회적 합의가 달린 문제라 더욱 난제다. 그러나 우리 정치는 여전히 ‘바이든’과 ‘날리면’을 갖고만 밤낮 싸운다. 공허하다. 그래서 불안하다. 결국 그러다 ‘강력함’을 자랑하는 정치가 세상을 휩쓸게 되지는 않을까, 다시 불안하고 또 공허하다.
-봉달호 편의점주, 조선일보(22-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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