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치 않은 집값, ‘충분한 주택 공급’에 의구심 생기면 안 돼]
[‘시간표’ 없고 서울 빠진 공공주택 5.5만채 추가 공급 계획]
[좌파 집권 때 집을 사야 하는 이유]
[레지던스 10만 채, 수천만 원씩 벌금 폭탄 맞나]
심상치 않은 집값, ‘충분한 주택 공급’에 의구심 생기면 안 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연합뉴스
서울과 수도권 집값 오름세가 계속되자 정부가 3기 신도시 물량 추가 공급, 부동산 PF 보증 확대 등의 공급 확대 대책을 내놓았다. 자재 값 인상, 고금리 등으로 인한 민간 건설 부문 위축을 공공 역할 확대로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집값이 다시 오르고, 주택 담보 대출이 급증하는 등 부동산 시장이 다시 위험해지고 있다. 향후 몇 년간 신규 주택 공급이 모자랄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 불안감이 더 커질 것이다.
한국부동산원 9월 셋째 주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0.1% 상승했다. 서울 아파트 값은 18주 연속 오름세다. 지난해 금리 인상기엔 아파트 가격이 줄곧 떨어지는 추세였지만, 올 들어 이 흐름이 뒤집혔다. 한국은행의 주택가격전망지수도 10개월 연속 상승했다. 1년 뒤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많다는 뜻이다. 그러자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은행에서 돈을 빌려 주택 구입에 뛰어드는 양상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 젊은 층의 ‘영끌 투자’도 심상치 않다.
집값 상승은 특례보금자리론 등 정부가 부분적으로 대출을 풀어준 탓이지만, 주택 공급이 제대로 안 될 것이란 예측이 퍼지는 것도 한 원인이다. 올 상반기 주택 인허가 및 착공 물량은 전년 대비 각각 27%, 51% 감소했다. 비정상적 집값 상승에 베팅하려는 사람이 많이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주택은 특성상 단시간 내에 공급될 수 없기 때문에 공급과 수요의 괴리가 지속되면 계속 집값을 밀어올려 부동산 거품을 일으킬 수 있다. 모기지 금리가 7% 이상 고공행진을 하는 미국의 집값이 코로나 이전 대비 50% 가까이 급등한 것도 공급 부족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은 심리적 요소가 큰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양질의 주택이 충분히 공급된다는 지속적인 신호를 주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번 정부의 공급 대책은 무엇보다 시간표를 지켜야 한다. 당초 3기 신도시 아파트는 2025~2026년이면 입주한다고 했지만 이미 1~2년 늦어졌다. 정부 계획표대로 주택 청약과 입주가 진행돼야 집값 오름세 심리가 사라진다. 국회에 장기 계류 중인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주택법, 노후계획도시특별법도 신속히 통과돼야 한다.
-조선일보(23-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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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표’ 없고 서울 빠진 공공주택 5.5만채 추가 공급 계획
정부가 3기 신도시를 포함해 수도권 신규 택지에 공공주택 5만5000채를 추가 공급하는 주택 공급 활성화 대책을 어제 발표했다. 우선 17만6000채 규모로 계획된 3기 신도시에 용적률을 높이고 공원 녹지 등을 축소해 3만 채를 더 짓기로 했다. 또 내년 상반기로 예정됐던 수도권 신규 공공택지 지정을 11월로 앞당기고, 주택 물량도 당초 6만5000채에서 8만5000채로 늘린다. 빠른 사업 승인 등 각종 패스트트랙을 동원해 공공주택 공급 속도도 높이기로 했다.
정부가 다급하게 공급 대책을 내놓은 건 최근 수도권 집값이 전 고점의 70∼80% 수준을 회복하는 등 부동산 시장의 열기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특히 올 들어 주택 공급 불안이 커지면서 집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우려가 높다. 1∼8월 전국의 주택 인허가 물량은 39% 감소했고, 착공 물량은 56% 급감한 11만여 채에 그쳤다. 통상 아파트는 착공 후 2∼3년 뒤 입주가 진행되는데, 이르면 2025년경부터 공급 부족이 현실화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번 대책에 주택 착공이나 분양 시기 같은 구체적인 공급 일정이 담기지 않은 데다 택지지구 지정을 통한 중장기 물량이어서 즉각적인 공급 효과를 기대하기엔 역부족이다. 3기 신도시도 인천 계양이 올해 말 처음 주택 착공에 들어가고 나머지도 빨라야 내년 7월 이후 착공하는데 이번에 포함된 추가 물량은 이보다 더 늦을 가능성이 높다. 더군다나 공공주택 사업을 시행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철근 누락 사태 등 온갖 악재로 몸살을 앓고 있어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서울의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이 빠져 있어 이번 대책만으로 부동산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한계가 있다. 획기적으로 공급 물량을 더 늘리거나 서울 도심의 주택 공급을 유도할 추가 대책이 필요한 이유다. 또 이번 대책에 민간 건설사의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보증 확대 등 각종 금융 지원 방안이 담겼는데, 이런 조치들이 금융 부실로 이어지지 않도록 철저한 관리 감독이 뒤따라야 한다. 정부의 공급 확대 신호가 시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려면 구체적인 후속 청사진이 속도감 있게 나와야 할 것이다.
-동아일보(23-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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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집권 때 집을 사야 하는 이유
부동산 실패로 정권 내준 민주당의 재집권 전략 보고서
노무현·문재인 부동산 참사 주역… 김수현의 ‘실패 매뉴얼’ 반복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비서관./연합뉴스
민주당 산하 을지로위원회는 최근 ‘민주당 재집권 전략 보고서’라는 책을 발간했다. 민주당이 왜 정권을 내주었고, 어떻게 다시 집권할 것인가를 담은 내비게이션 같은 책이라고 한다. 민주당 실패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무엇보다 부동산 정책 실패가 뼈아팠을 것이다. 그래서 민주당의 보고서도 부동산 부문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나선 만약 민주당이 다시 집권하면 집값이 또 오를 수 있는 위험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 정책을 맡아 완벽하게 실패한 김수현 전 사회수석의 분석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수석은 노무현 정부에서 17번의 부동산 대책을 주도했으나 실패한 뒤 ‘부동산은 끝났다’는 책을 2011년 펴냈다. 그는 이 책에서 밝힌 분석 틀로 문재인 정부에서 27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으나 다시 참담하게 실패했다. 실패에서 배우지 못한 그의 실패는 그가 속한 진영은 물론 국가 경제와 사회 전체에 큰 상처를 남겼다.
그의 분석 틀 중 가장 큰 문제는 주택 공급 해법에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김수현은 책에서 “시장주의자들이 공급만이 살길이라며 정부를 질타하는데, 이는 결국 집값이 더 오르라는 주술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 부동산 대책이 공급 측면에선 소홀하다고 지적받자, 그는 “지난 3년간 공급된 주택의 양은 단군 이래 최대 공급량”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수요 억제 일변도의 정책은 서울 강남은 물론 비강남 아파트 가격까지 폭등시켰다. 문 전 대통령은 퇴임 직전 “대규모 공급 대책을 진작에 내놨어야 했다”고 후회했다. 3만불 시대에 걸맞지 않은 1만불 시대의 집을 갖고 주택보급률 통계를 따져봐야 허상이라는 진보 진영 인사의 반성도 있었다. 그러나 민주당 보고서엔 이를 심각하게 되돌아보는 대목이 거의 없다.
공급에 대한 부정적 태도는 부동산을 대하는 좌파 진영의 철학에서 기인한 것일 수 있다. 부동산에서 발생하는 수익은 불로소득으로 비도덕적이며 사회 통합을 저해하기 때문에 최우선적으로 이를 환수하는 게 사회정의라고 보는 시각이다. 토지의 사유화를 빈곤의 원인으로 보았던 19세기 사상가 헨리 조지의 유령이 좌파 진영 내에서 아직 배회하고 있다. 강남 등 재건축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용납할 수 없기 때문에 규제를 풀 수 없고, 그러다 보면 핵심 지역에 공급이 일어나지 않는다. 공급이 부족하다는 신호가 반복적으로 일어나면 가수요까지 가세해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것을 지난 정부에서 목격했다.
민주당 보고서엔 과잉 유동성이 부동산 거품의 원인이라면서도 적기에 금리 인상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한 진지한 논의도 빠져 있다. 현 정부 들어 금리를 올리자 집값이 빠르게 내려가는 것을 보면서 아쉬움에 무릎을 치며 곱씹어 볼 줄 알았다.
집은 사는(buy) 것이 아니라 사는(live) 곳이라며 주거를 복지 측면에서만 접근하는 것도 우리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 공공임대 등 약자를 위한 주거복지는 강화돼야 하지만, 집 소유를 통한 재산 형성의 욕망도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 김수현은 책에서 “부동산 신화를 믿지 말라. 집은 오래 썼다고 버리는 물건이 아니다”고 했지만, 그가 살던 과천 아파트는 재건축으로 십수억원의 평가 차익이 났다. 이런 재테크 성공담은 지난 정부 주요 인사들에게서 차고 넘친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은 남도 하고 싶은 것이다. 앞으로 인구 감소, 고령화 등으로 부동산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변해갈 수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내로남불 부동산 정책으로 성공할 수는 없다.
-박종세 논설위원, 조선일보(23-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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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지던스 10만 채, 수천만 원씩 벌금 폭탄 맞나
고강도 부동산 대책이 쉴 새 없이 쏟아지던 2018년 무렵부터 틈새형 주거상품의 인기가 치솟았다. 주택시장에 집중된 규제 장애물을 피해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등으로 돈이 몰린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뜨거웠던 건 생활숙박시설(생숙)이다. 강릉, 속초, 제주 등에서 세컨드하우스로 각광받던 생숙이 수도권에 상륙하며 청약 열풍을 몰고 왔다. 2021년 서울 마곡지구에서 분양한 생숙은 고분양가 논란에도 최고 6049 대 1, 평균 657 대 1의 경쟁률로 시장을 놀라게 했다.
▷흔히 레지던스라고 불리는 생숙은 원래 취사와 세탁 등이 가능한 숙박시설이다. 주택법이 아니라 건축법과 공중위생관리법의 적용을 받는다. 하지만 전입신고가 가능하고 거주에 불편함이 없는 데다 건축법상 특별한 규제도 없어 주거용으로 쓰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특히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전매 제한, 대출, 거주 의무 등 각종 규제에서 자유로워 실수요자는 물론이고 시세 차익을 노린 투자자까지 몰려들었다. 이에 힘입어 2018년부터 매년 아파트를 빼닮은 1만 채 이상의 생숙이 들어섰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벌이던 지난 정부는 생숙마저 과열 조짐을 보이자 칼을 빼들었다. 2021년 5월 건축법 시행령을 고쳐 생숙의 숙박업 신고를 의무화하고 용도 변경 없이는 주거용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러면서 오피스텔로 변경하도록 2년의 유예기간을 줬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매년 건물 시가표준액의 10%를 이행강제금으로 물리기로 했다. 유예기간이 끝나는 다음 달 15일부터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을 하지 않고 지금처럼 거주하면 수천만 원의 벌금을 내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건축법 개정 이전에 이미 분양했거나 준공된 생숙까지 이를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전국 592개 단지, 10만여 채의 생숙 집주인들은 그야말로 날벼락이다.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을 하려면 복도 폭을 넓히고 주차 대수를 늘리고 통신·소방시설 등을 강화해야 하는데, 다 지어놓은 건물은 이 요건을 충족하기가 쉽지 않다. 이렇다 보니 지금까지 오피스텔로 바뀐 생숙은 1%뿐이다.
▷생숙 집주인들은 정부가 지키기 어려운 잣대를 들이대며 입주자를 거리로 내몰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분양부터 입주까지 정부와 지자체 누구도 문제 삼지 않다가 투기를 막겠다며 급하게 법 개정을 밀어붙여 혼란을 키웠다고 분통을 터뜨린다. 10만여 채의 불법 건축물을 양산하는 규제 시한이 코앞인데 정부가 손놓고 있어선 안 된다. 주거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주거와 숙박 기능을 담은 ‘하이브리드형 시설’로 생숙을 양성화하자는 전문가 의견을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다.
-정인수 논설위원, 동아일보(23-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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