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經濟-家計]

[제발 인터넷 정치 댓글보다 자영업자를 보라] ....

뚝섬 2025. 1. 16. 09:52

[제발 인터넷 정치 댓글보다 자영업자를 보라]

[탄핵쇼크가 불러온 코로나 이후 최악 고용 한파] 

[정년 연장, 가장 큰 걸림돌은 정부다]

[“올해도 비둘기는 오지 않는다”]

[500만 자영업자 금융 빚 1000조원 돌파, 경제 ‘시한폭탄’ 우려]

[배달 청년은 이제 어디로 가나]

 

 

 

제발 인터넷 정치 댓글보다 자영업자를 보라

 

예상 못 한 리스크, 실물경제 망쳐
필요한 車 부품 교환도 미루는 중
불확실성에 GDP 2% 날아간 英
여야 막론하고 경제 먼저 살펴라

 

어쩌다 수입차를 끌고 다니게 되면서 불편한 게 있다면 정비다. 공식 정비 시설이 만성적으로 부족해, 일 년에 한 번 엔진오일을 바꾸는 것도 큰일이다. 주말은 예약이 꽉 차 있고, 평일도 며칠은 기다려야 했다. 그런데 올해는 달랐다. 집에서 가까운 경정비 전담 시설에 전화를 거니 언제든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며칠 뒤 가보니 줄줄이 대기 차량이 늘어서 있던 예전과 달리 텅 빈 주차장이 썰렁하기까지 했다. 점화 플러그, 브레이크 오일 등도 한 번에 바꿨는데 접수 후 2시간 뒤에 끝났다는 전화가 왔다.

 

해마다 몇 만대씩 판매되는 이 회사 차량의 소모품 수요가 줄었을 리 없다. 지난해 6월 기준 총등록차량만 봐도 2023년 대비 5만2000대 늘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꼭 필요한 소모품 교환까지 미룰 정도로 소비 심리를 얼어붙게 한 것 아닌가 싶었다. 나만 해도 교체 시기가 됐지만 지난달 내내 버텼다. 일단 허리띠부터 졸라매야 하지 않나 생각했기 때문이다. 2003년부터 자료가 있는 경제심리지수는 지난달 83.1로 한 달 전보다 9.6포인트 급락했다. 2020년 코로나19,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2003년 카드 사태 등이 터졌을 때나 있었던 낙폭이다.

 

경제학자들은 비상계엄 사태같이 갑작스레 발생한 불확실성이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실물경제에도 적잖은 악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소비, 투자, 고용 같은 일상적인 경제 활동이 모두 얼어붙기 때문이다. 재화와 서비스의 흐름이 갑작스레 둔화되면 경제 전반에 큰 충격이 가해진다. 불확실성의 강도가 높고, 사태가 장기화되면 장기적인 의사 결정에도 영향을 준다.

 

특히 사건이 일회적이지 않고,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불확실성이 될 경우 실물경제의 발목을 단단히 잡는다. 기업의 경우 일시적인 사건이면 투자를 잠깐 멈추는 정도지만, 몇 달 이상 지속되는 사안이면 아예 취소시켜 버리는 것이다. 2021년 전미경제학회보(AER Insights)에 게재된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 영향을 다룬 한 논문(News Uncertainty in Brexit U.K)은 국민투표 가결 이후 언제, 어떻게 탈퇴할 것인지 불확실한 상황이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3년간 국내총생산(GDP)의 2%가 날아갔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비상계엄 사태는 전혀 예기치 못한, 금융 위기를 이야기할 때 흔히 쓰는 ‘블랙스완’과 같은 사건이다. 대외 교역 비중이 높고 국제금융 시장에서 아직 신흥국 취급을 받는 한국 같은 나라에선 기존 리스크도 다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문제는 정치와 그로 인한 정부 정책에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불확실성이 더해진 것이다. 초헌법적 수단까지 사용해 행정부와 입법부가 서로 공격하고, 제 기능을 못 하는 헌정 위기는 언제든 재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니컬러스 블룸 스탠퍼드대 교수 등은 각국의 신문 기사에서 경제 정책의 불확실성과 연관된 단어를 얼마나 많이 사용하느냐를 두고 지수를 만들었다. 대통령 임기별로 월평균값을 살펴보면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6월까지 241.4로 문재인(188.9), 박근혜(141.5) 정부보다 훨씬 높다. 추세적으로 값이 커지는 경향이 있는 지표지만, 한국 사회에서 정치와 정책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걸 보여준다.

 

지금처럼 정치가 ‘먹고사는 문제’에 영향을 직접 영향을 미친 적은 드물다. 유권자들은 점점 더 누가 지금의 위기를 원만하고, 빠르게 수습하는지 주시할 것이다. 정치인들이라면 여야 막론하고 인터넷의 강경론보다 매출 하락에 울상 짓는 자영업자, 소상공인을 봐야 할 때가 아닐까 한다. 다음 선거를 생각한다면 더더욱 말이다.

 

-조귀동 경제칼럼니스트, 조선일보(25-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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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쇼크가 불러온 코로나 이후 최악 고용 한파

 

지난해 12월 전년 동월 대비 취업자 수가 3년 10개월 만에 감소하면서 심각한 ‘고용 한파’가 밀려오고 있다. 작년 연간 취업자 수 증가 폭 역시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이후 최악이었다. 고물가와 가계부채 부담으로 소비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12·3 불법계엄과 탄핵 사태를 맞은 기업과 자영업자들이 채용 확대를 주저하고 있어서다.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작년 12월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5만2000명 줄었다. 2021년 2월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다. 부동산 시장의 불황이 깊어지면서 건설업 취업자 수가 많이 줄었고, 제조업과 도·소매업 등에서도 일자리가 감소하고 있다. 작년 연중 늘어난 취업자 수는 전년도의 절반 수준인 15만9000명에 그쳤다. 코로나19 충격으로 일자리가 큰 폭으로 감소했던 2020년 이후 가장 나쁜 고용 성적표다. 올해 일자리 전망도 어둡다. 자산 규모 5000억∼5조 원인 중견기업의 40.6%는 올해 신규 채용 계획을 세우지 못했고, 채용할 계획이 있는 기업 4곳 중 한 곳은 규모를 작년보다 줄인다고 한다.

정국 불안이 불러온 고용절벽의 피해는 고스란히 취약계층에 쏠리고 있다. 지난해 12월 취업자 감소는 20대와 60세 이상에서만 발생했다. 일자리 사업 예산이 조기 집행돼 일찌감치 소진된 영향도 적지 않다고 한다. 정부와 정치권은 고용 한파가 더 확산되지 않도록 추가경정예산 편성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

 

-동아일보(25-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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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연장, 가장 큰 걸림돌은 정부다

 

50대 초반 대기업 부장 A씨는 작년 말 부서장에서 부서원이 됐다. 얼마 전까지 하급자로 부리던 40대 중반 팀장이 A씨의 상관이 됐다. 연봉도 1000만원 넘게 줄었다고 한다. 이 회사의 또 다른 부장은 “성과가 나빴던 분도 아니라 20년 전 같으면 자존심이 상해 사표를 던졌을 일인데, 요즘은 ‘올라가기도 하고 내려오기도 하는 거지’라는 인식이 자리 잡은 것 같다”고 했다.

 

재계에서 연공서열 파괴 바람이 불고 있다. 저성장 국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기업 특유의 위기감과 정년 연장 움직임에 대비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엿보인다. 한 유통업체 부장은 “20년 전엔 부서원 7명 중 부장이 1명이었는데, 지금은 같은 부서에서 8명 중 부장이 절반”이라며 “옛날 방식이면 막내가 부장 4명을 모셔야 하는데 이래서야 일이 되겠느냐”고 했다.

 

연공서열 파괴가 대세가 된 것은 최근 본격화한 정년 연장 논의와 맞물려 있다. 작년 들어 여야 의원들이 60세 정년을 65세로 연장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한 ‘고용상 연령 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잇따라 발의하고 나섰다. 이에 정부도 “연공서열식 인사 체계를 개편하라”고 기업들에 당부하고 있다. 연차를 떠나 50대의 급여나 직책이 40대보다 낮을 수도 있는 직무 중심 체계를 마련하지 않고 정년 연장만 밀어붙이면 기업들의 채용만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기업들만 닦달하고 관가 혁신엔 뒷짐을 지고 있다. 30대 중반 손해보험사 과장급 팀장과 50대 초반 부장급 팀원이 공존하기도 하는 재계와 달리 관가는 직급과 직책, 월급 모두 올라가기만 하고 내려가는 일이 없다. 사무관(5급), 팀원인 서기관(4급), 과장인 서기관, 부이사관(3급), 국장(2급), 실장(1급) 순서로 숨 막히는 일방통행이다. 연차에 따른 경험을 존중하되 필요하면 젊고 유능한 인물을 관리자로 올릴 여지는 희박하다. 이런 문화를 손질하지 않고 정년만 연장할 경우 세금으로 나가는 공무원 인건비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공무원들의 유일한 보상인 진급은 가뭄에 콩 나듯 할 수밖에 없다. 직원 2만1300여 명의 인사 적체가 극심한 국세청은 60세 정년조차 버거워 4급 이상 직원들을 58세에 내보내는 관행이 자리 잡은 상태다. 7년 전 한 경제 부처 고위 간부는 특정 기수의 인사 적체가 극심하자 “동기들끼리 상의해서 절반은 민간으로 나가는 게 좋겠다”고 당부했다고 한다.

 

정부가 주도하는 정년 연장 논의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국가공무원 118만명을 거느린 우리나라 최대 사업장, 정부가 아닐까. 초고령화 시대의 노동 개혁이 순항하려면 정부부터 변해야 한다.

 

-정석우 경제부 정책팀장, 조선일보(25-0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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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비둘기는 오지 않는다”

 

요즘 국내 주식 투자자 가운데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위원들의 이름과 성향까지 꿰고 있는 이들이 적지 않다. 식당에서 “제임스 불러드는 강성 매파니 가려들어라”라는 대화가 오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매년 8차례 FOMC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하는데, 여기서 제롬 파월 의장 외에도 11명의 위원이 투표권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결정에 따라 주식·외환시장이 요동치고 대출금리도 오르내린다.

▷지난해 3월부터 숨 가쁘게 금리를 올려온 연준이 속도 조절을 시사한 건 11월 말이다. 파월 의장이 “지나친 긴축은 피하고 싶다”, “금리 인상 속도를 낮추는 게 합리적” 등의 발언을 내놓자 시장에선 피벗(정책 방향 전환) 기대감이 커졌다. 연준이 금리 인상 폭을 축소한 12월에는 “인상이 거의 막바지”라는 전망도 나왔다. 월가 투자은행들은 대체로 연준이 올해 1분기까지 금리를 올린 뒤 2분기 인상을 멈추고 이후 금리를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FOMC 위원 12명 가운데 파월 의장을 비롯해 기준금리를 최대 7%까지 제시한 불러드 등 6명이 통화 긴축을 선호하는 매파로 분류된다. 절반은 중도파와 비둘기파로 꼽힌다. 취임 때만 해도 매파도 비둘기파도 아닌 중립 성향이었던 파월 의장은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거치면서 ‘인플레 파이터’로 변신했다. 하지만 최근 공개된 12월 FOMC 회의 의사록을 보면 올해 금리 인하가 적절하다고 본 비둘기파는 한 명도 없었다. 위원들은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인 2%로 향하고 있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 제약적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12월 FOMC 의사록에는 인플레이션이 103번이나 언급된다. 연준은 41년 만에 최고로 치솟은 물가를 잡기 위해 작년 말 기준금리를 4.25∼4.50%까지 끌어올렸는데, FOMC 위원들이 예측한 올해 말 금리 수준은 5.0∼5.25%로 더 높다. 의사록은 “대중의 오해로 금융 여건이 부적절하게 완화되면 물가를 안정시키려는 연준의 노력이 복잡해질 것”이라며 시장의 금리 완화 심리에 대한 은근한 경고도 담고 있다.

▷그럼에도 시장은 여전히 연준의 경고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으려는 분위기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예상보다 더 빠르게 가라앉고 있기 때문이다. ‘위드 코로나’를 선언한 중국의 코로나19 확산세도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극심한 경기 침체와 미국의 확고한 긴축 의지 사이에서 올해 첫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한은이 정부에서는 독립했지만 연준으로부터는 독립하지 못했다는 이창용 한은 총재의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정임수 논설위원, 동아일보(23-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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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만 자영업자 금융 빚 1000조원 돌파, 경제 ‘시한폭탄’ 우려

 

자영업자의 금융 대출이 1년 새 14.3% 늘어나 올 3분기 1014조원에 달했다. 자영업자 대출은 2020 1분기엔 700조원이었는데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2 6개월 45% 급증해 1000조원을 돌파했다. 그동안 대출금 상환 연기 등의 정책 지원으로 간신히 버텨왔는데 금리가 빠른 속도로 올라가면서 벼랑 끝에 내몰리는 자영업자들이 속출할 전망이다. 한국은행은 금리 상승에다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 자영업자들이 갚지 못하는 부실 위험 규모가 내년 40조원에 육박할 이라고 분석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됐지만 자영업 경기는 회복될 조짐이 없다. 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자영업자 69%는 코로나가 한창이던 작년보다 오히려 올해 매출이 줄었다고 했다. 고물가로 재료비·인건비는 크게 올랐는데 소비가 살아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직원을 둔 자영업자의 실질 소득은 작년보다 2.5% 감소했고, 직원 없는 1인 자영업자는 0.7% 줄었다. 전경련 조사에서 자영업자 10 4명꼴로 ‘3 폐업 고민 이라고 응답할 만큼 심각한 상황에 몰렸다.

 

설상가상 고금리 폭탄까지 떨어졌다. 자영업자들이 부담하는 평균 대출 이자율은 연 5.9%로, 작년보다 2%포인트 올랐고, 5명 중 1명꼴로 연 8% 넘는 고금리 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집값 하락으로 전체 가계부채 증가세는 주춤해졌지만 자영업 대출은 올해 들어서도 두 자리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빚으로 버티고 있는 것이다.

 

2021년 기준 자영업 종사자는 551만명으로, 전체 취업자의 20%를 차지한다. 자영업자 비중이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미국(6.3%), 독일(9.9%), 일본(10.3%) 등의 선진국보다 2~3배 많다. 이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가 바로 서민 경제다. 경제가 나빠질 자영업자에게 제일 먼저 한파가 닥친다. 이들이 고금리 충격으로 무너지지 않도록 상환 기일을 연장하거나 원리금 부담을 감면해주는 등의 채무 재조정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한다. 자영업의 비용 절감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디지털 전환 지원 등의 다양한 정책적 대응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조선일보(22-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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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청년은 이제 어디로 가나 

 

한 배달원이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솔직히 돈 때문에 했지만 할 일이 못 돼요. 하는 동안 현타(현실 자각 타임) 세게 왔어요.”

 

코로나가 한창이던 지난 2년간 배달 라이더로 일한 스물다섯 청년이 전화 너머로 이렇게 말했다. 배달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작년 50%가량 증가했던 20대 특고(특수 형식 근로 종사자) 규모가 올해 도로 쪼그라들었다는 기사를 쓰느라 전화를 돌리다 들은 말이다. 주 6일, 하루 12시간씩, 매일 콜을 60~80번 받으면 일주일에 150만원은 거뜬히 손에 쥘 수 있었다고 한다. 한 달에 600만원. 웬만한 직장인 벌이보다 나았다.

 

하지만 그 돈을 벌려면 감내해야 하는 것이 있었다. 가장 힘들었던 건 손님의 ‘은근한 갑질’이었다. 엘리베이터가 고장 난 아파트에서 사는 손님은 백이면 백 전화를 받지 않았다. “걸어 올라오라는 거죠. 한마디 말도 없이….” 문 앞에 배달 음식을 두고 가라는 말이 없어 벨을 누르고 서 있었더니 “왜 거기 서 있느냐”며 따지는 손님도 많았다. 그런 날에는 마음이 많이 구겨졌다. 함부로 대해도 되는 사람 취급 받는 것이 청년의 자존감을 갉아먹었다. “하루에 스무 번씩 이런 일을 겪으면 멘털(정신력)이 흔들리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망가지고 있다는 불안감도 견디기 어려웠다. 당장 쏟아져 들어오는 콜에만 급급하다 보니 자신을 돌보는 일에 소홀해졌다. 아무 옷이나 막 입고 다녔고, 머리는 헬멧 때문에 항상 눌려 있었다. 열일곱 살 때부터 미용 일을 해 온 그는 “살면서 이렇게까지 꾸미지 않은 적이 없다”고 했다. 배달 일을 하는 동안 새로운 기술을 배우지도 못했고, 경력이 쌓이지도 않았다. 미래가 보장되는 일도 아니기에 막막함은 더 커졌다. “마음 한편에는 항상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했다.

 

올해 들어 벌이가 뚝 떨어지자 그는 결단을 내렸다. 오토바이 핸들을 놓고 다시 가위를 들었다. 그는 “돈이 안 되는 일을 계속할 이유가 없었다”며 “주변 다른 20대 동료도 배달 일을 관두는 추세”라고 했다. 적잖은 청년이 자발적으로 배달 일에 뛰어들었지만, 코로나 특수가 끝나고도 지속할 만한 ‘질 좋은 일자리’는 아니었던 셈이다.

 

배달에 뛰어들었던 청년들은 이제 어디로 가게 될까? 돌아갈 곳이 있다면 운이 좋다. 최근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내년 신규 취업자가 10만명을 밑도는 ‘고용 빙하기’가 닥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1989년 이후 전년 대비 취업자 수 증가 폭이 10만명 미만이었던 적은 1998년 외환 위기(127만6000명 감소), 2009년 금융 위기(8만7000명 감소), 2020년 코로나 사태(21만8000명 감소) 등 총 다섯 차례밖에 없었다. 경기가 얼어붙고, 산업 전반이 침체하면 없는 청년이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청년층(15~29세) 취업자가 1년 새 5000명 줄어 작년 2월 이후 21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눈여겨봐야 할 ‘고용 한파 예보’라고 본다. 정부는 어려운 숙제를 풀어야 한다. 청년 취업자 수가 내리막길을 걷지 않도록 질 좋은 일자리를 마련하는 것.

 

-황지윤 기자, 조선일보(22-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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