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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원조국 독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 [원전 1기 포기.. ]

뚝섬 2025. 1. 17. 10:17

[탈원전 원조국 독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

[원전 1기 포기, 아직도 탈원전 망령에 붙들린 나라] 

 

 

 

탈원전 원조국 독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 

 

[한삼희의 환경칼럼]

풍력·태양광 56%의 나라
지난달 전력 요금 한국의 10배까지 치솟아
제조업은 구조조정 중
경제는 2년 연속 마이너스
17기 원전 폐로가 결정적 실책
 

 

2024년 12월 울산 울주군 새울원자력발전소의 모습. /뉴시스

 

‘원전 4기 추가 건설’을 내용으로 했던 정부의 전력계획안이 국회 심의에서 건설 물량 축소 쪽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사실은 ‘원전 4기 추가’도 상당히 부족하다. 그런데 산업부가 민주당이 칼자루 쥔 현재의 정국 상황을 감안해 ‘원전 감축, 태양광 증설’의 대안을 제시했다는 것이다. AI, 전기차 등으로 전력 수요 폭증이 너무 뻔한데 또 한번 탈원전, 반원전이란 집단 착각의 길로 방향을 잘못 잡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판단 착오를 막기 위해 탈원전 원조국 독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볼 필요가 있다. 독일은 냉전 시절 미국·소련의 핵무기가 집결해 핵전쟁 시의 국가 파멸 공포에 짓눌렸다. 거기에 핵무기와 원전의 근본 차이를 식별 못하는 대중 착시가 겹쳐 1979년 ‘10만명 하노버 반(反)원전 시위’ 등으로 이어졌다. 17기의 원전 폐쇄는 그런 역사적 축적으로 형성된 원자력 배척의 집단적 감성 구조가 반영된 것이다.

 

지난달 12일 독일의 전력 공급 도매가가 오후 한때 kWh당 0.936유로를 기록했다. 작년 한국전력 1~10월 평균 판매 단가의 8.7배다. 하루 뒤 13일 스팟 거래가는 10배를 넘었다. 독일은 태양광·풍력의 재생 전력 비율이 56%에 달한다. 그런데 지난달 11~13일 사흘간 태양광·풍력이 맥을 못 췄다. 바람은 희미했고 구름이 하늘을 덮었다. 독일에서 ‘어둡고 고요하다’는 뜻의 ‘둥켈플라우테(Dunkelflaute)’라고 부르는 상황은 9월, 11월에도 벌어졌다.

 

태양광·풍력이 전기를 못 만들 경우의 이상적 대체 수단으로는 배터리와 수소가 있다. 그러나 독일이 10일분 전력(16TWh, 1TWh는 10억kWh)을 저장할 배터리 설비를 갖추려면 대략 1조6000억달러(약 2300조원)가 필요하다. 배터리 가격이 많이 떨어졌는데도 그렇다. 2021년 문재인 정부도 탄소 중립에 소요되는 배터리 비용을 780조~1200조원으로 계산했다. 게다가 배터리는 방전 때문에 전기를 오래 저장해둘 수 없다. 뭣보다 2023년까지 생산된 전 세계 전력 저장용 배터리(ESS)를 다 끌어모아도 0.19 TWh밖에 안 된다. 배터리 저장 장치는 먼 미래 얘기다.

 

수소는 에너지 장기 저장이 가능하다. 그러나 수전해기(electrolyser)를 이용해 전기를 수소로 만들면 30% 에너지가 소실된다. 수소로 다시 전기를 생산할 때 남은 에너지 중 40%가 또 없어진다. 송전 손실(5%)까지 감안하면 ‘전기→송전→수소→전기’ 과정을 거치면서 60% 에너지가 사라진다. 호주, 중동의 태양광을 이용해 만든 수소를 바다로 운반해오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영하 253도 냉각 액화의 부담 때문에 최종 에너지 효율은 20~25%까지 떨어질 것이다. 합리적 대안이 아니다.

 

그래서 태양광·풍력의 변동성을 보완하는 현실적 대안으로 스위치를 켠 후 전력 생산까지 반응 시간이 짧은 가스발전을 백업용으로 쓰게 된다. 백업용 가스발전기는 평소엔 놀려 둔다. 태양광·풍력이 늘면 ‘노는 가스발전기’를 더 많이 갖춰놔야 한다. 가스는 원래 비싸기도 하지만 이런 이중(二重) 비용이 발전단가를 더 높이게 된다. 작년 3월 기준 독일의 산업용 전기 요금은 미국의 1.6배, 한국의 1.9배, 중국의 2.7배였다. 에너지 집약도가 높은 화학, 자동차 산업 주축의 독일 제조업이 허덕댈 수밖에 없다. 가정용 전력요금도 미국의 1.8배, 한국의 2.6배, 중국의 4.5배에 달했다. 게다가 가스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화석연료다.

 

독일에는 또 하나의 전력 보강 수단으로 ‘광역 전력망’이 있다. 전력이 부족하면 프랑스의 원자력 전기와 노르웨이·스웨덴의 수력 전기를 받아 쓴다. 이때 전력망 연결국 전기 요금도 ‘가격 전염’으로 덩달아 오른다. 지난달 12일 독일 전기가 kWh당 0.936유로까지 오르자 노르웨이 남부, 스웨덴 남부 지역도 0.7~0.9유로까지 따라 올랐다. 노르웨이 에너지장관은 “X 같은 상황(shitty situation)”이라고 짜증냈다. 스웨덴 장관은 “(독일 탈원전으로) 10분 샤워에 5달러를 내게 됐다”며 “독일에 분노한다”고 했다. 한국은 이런 광역 전력망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고립된 ‘에너지 섬’이다.

 

독일 경제의 대표주자인 완성차 업계의 폴크스바겐과 철강 기업 티센크루프가 대대적 구조 조정에 나섰다. 독일 경제는 2023년, 2024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다. 과중한 에너지 비용이 제조업을 짓누르고 있다. 독일 탈원전에 대해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역사적 실책(historical mistake)’이라고 했다. 한국이 독일이 밟아온 경로를 보면서도 원전 배척이라는 실책의 길로 따라 들어선다면, 그건 뇌가 없는 국가의 경제적 자해(自害) 행위일 뿐이다.

 

-한삼희 환경칼럼니스트, 조선일보(25-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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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1기 포기, 아직도 탈원전 망령에 붙들린 나라 

 

인공지능 혁명 등으로 대규모 전력 공급이 필요해진 상황에서 산업부가 새로 짓기로 했던 원전 4기 가운데 1기 건설을 취소하는 수정안을 마련했다고 한다. 지난해 발표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에서는 대형 원전 3기, 소형 모듈 원전(SMR) 1기 등 원전 4기를 신규 건설하기로 했다. 하지만 원전 건설에 반대하는 민주당에 막혀 1기를 줄이는 수정안을 마련한 것이다.

 

1년여의 전문가 숙의 과정과 시뮬레이션을 거쳐 2년마다 수립되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은 모든 에너지 수급의 기초가 되는 국가 에너지 최상위 계획이다. 11차 계획은 오는 2038년까지의 전력 수요를 예측해서 발전소 건설안을 짜고 지난해 5월 실무안을 발표해서 9월 공청회까지 마쳤다. 국회 보고와 산업부 산하 전력정책심의위원회 의결을 거쳐 작년 말까지 확정지어야 했지만 민주당이 신규 원전 건설 등을 문제 삼아 국회 보고 일정을 잡지 않는 방식으로 정부를 압박해 안건 상정조차 못한 채 해를 넘겼다.

 

일부 야당 의원들이 원전 축소와 재생에너지 확대를 요구하자 산업부는 1.4GW급 대형 원전 1기를 건설하지 않고 대신 2038년까지 태양광 발전량을 확대하겠다고 수정했다. 원전 건설엔 10년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에 야당이 발목을 잡아 일정이 계속 지연된다면 나머지 신규 원전 계획 전체가 흔들릴 수 있어 고육지책으로 원전 1기 축소안을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이것마저 민주당이 계속 어깃장을 놓는다면 확정되지 못한다.

 

문재인 정부 시절 탈원전을 강행하면서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백지화하고 원전 산업 경쟁력을 무너뜨렸다. 하지만 우리보다 앞서 탈원전 정책에 주력했던 주요 국가의 에너지 정책은 처참한 실패로 끝났다. 인공지능 시대가 펼쳐져 전기 수요가 폭증하자 오히려 원전 르네상스가 도래했다.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으면서도 안정적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원전 재개로 각국이 방향을 틀고 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세계 흐름에 역행하면서 실패한 탈원전에만 매달리고 있다. 에너지 안보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이 된 시대에 원전 없이 어떻게 질 좋고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겠다는 건가. 문재인 정권이 끝난 지 3년이 돼가는데 아직도 나라가 탈원전 망령에 붙들려 있다는 사실이 개탄스러울 뿐이다.

 

-조선일보(25-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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