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經濟-家計]

[‘한국적’이란 단어는 다시 부끄러운 말이 되는가] [사기 대국.. ]

뚝섬 2023. 4. 22. 08:09

[‘한국적’이란 단어는 다시 부끄러운 말이 되는가]

[사기 대국, 대한민국]

[중산층 퇴직자의 눈물]

 

 

 

한국적’이란 단어는 다시 부끄러운 말이 되는가

 

[강천석 칼럼]

300만원 돈봉투가 밥값이란 민주당, 50년 전 동사무소만 못해
혁명밖에 代案 없으면 불행, 혁명도 不可能하면 더 불행

 

국가 이미지 변화는 개인의 이미지 변화와 비슷한 곡선을 그린다. 활기차게 뻗어갈 땐 모든 게 장점처럼 빛나 보인다. 그러다 기세가 고꾸라지면 장점은 하찮고 시들해지며 단점은 확대돼 눈앞에 다가선다. K팝·K시네마·K드라마·K클래식 등이 세계 무대에서 화려한 조명을 받자 한국 단점조차 장점인 양 몸값이 올랐다. 무법(無法)과 무질서를 활기(活氣)로, 무례(無禮)를 친근감으로, 기초(基礎) 다지기를 건너뛰는 건성건성과 대충대충을 한국식 속도감으로 예찬하는 외국인의 입발림 칭찬에 어깨를 으쓱거리는 모습이 드물지 않다.

 

지난 19일 오전(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한 거리에서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뉴스1

 

대문자 ‘K’는 ‘한국적’이란 단어로 바꿔 낄 수 있다. 사실 ‘한국적’이란 낱말은 오랜 세월 ‘불명예스럽고’ ‘부끄럽고’ ‘감추고 싶은’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한국적 민주주의’는 독재를, ‘한국적 시장경제’는 정치와 기업이 결탁한 천민(賤民) 자본주의를, ‘한국적 시간 관념’은 약속 시간을 지키지 않는 걸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코리안 타임(Korean time)이란 뜻이었다. 정치 행사, 각종 관청의 민원 처리 과정에서 밥값·떡값 명목으로 돈 봉투를 호주머니에 찔러주는 행태도 ‘한국적 관행’으로 여겨졌다.

 

지금 한국 구청과 동사무소 민원 서류 발급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투명하다. 심지어 시골 고등학교 졸업증명서까지 떼 준다. IT 기기의 광범위한 보급이 속도를 세계 최고로 높였다. 그럼 그곳의 돈 봉투는 언제 어떻게 사라지고 투명성을 확보하게 됐을까. 부정을 적발하는 검사와 경찰과 감사원 인원을 몇 배 늘렸기 때문일까.

 

천지개벽(天地開闢)은 1960년대 중반에 시작된 경제 발전의 열매가 열리면서 찾아왔다. 이 대목에선 경제라는 하부(下部) 구조가 의식과 행동이란 상부 구조를 결정한다는 마르크스의 지적이 정확했다. 경제 발전으로 공무원들에게 안정된 중산층 생활이 가능한 급여를 주자 돈 봉투가 뜸해졌다. 퇴직자를 위한 공무원 연금 제도가 정비되면서 돈 봉투의 유혹에 넘어가 노후를 망치는 경우는 급감(急減)했다. ‘한국적’이란 단어에 붙어 다니던 100년 묵은 불명예(不名譽)는 이렇게 떨어져 나갔다. 피겨스케이팅에서 김연아가 보여준 공중 도약(跳躍)보다 더 기적 같은 도약이었다.

 

그 기적이 무너지고 있다. ‘단어’의 운명은 때로 예언자의 계시(啓示)처럼 나라의 미래 모습을 그려준다. 요즘 ‘한국적’이란 단어는 예전의 ‘불명예스럽고’ ‘부끄럽고’ ‘감추고 싶던’ 그 감옥에 다시 수감(收監)되는 길을 걷고 있다. ‘한국적 민주주의’는 정체(停滯)·혼란과 동의어(同義語)가 돼 간다. ‘세계 역사상 최저’라는 한국적 출산율 절벽은 사라지는 국가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총장·학장 직선제(直選制)에 오염된 대학은 하향(下向) 평준화를 향해 미끄러진다.

 

거짓을 꾸며 수사 기관에 고소·고발하는 무고(誣告)와 법정에서 허위 증언 하는 위증(僞證), 사기(詐欺) 유형과 건수 역시 세계 최고에 가깝다. 무고·위증·사기를 뭉뚱그리는 밑돌이 ‘거짓말’이라는 단어다. 도산(島山) 안창호가 ‘죽는 한이 있더라도 거짓말은 말자’며 목이 쉬도록 외쳤던 100년 전 세태로 퇴보하고 있다.

 

국민이 가진 장점을 최대한으로 발휘시키면 나라는 더 높은 단계로 올라선다. 잘나가던 시대에 장점에 가려 있던 단점이 무더기로 노출되면 나라는 회복(回復) 불능 상태로 주저앉는다. 정치는 장점이 발휘되도록 촉진하고, 단점이 노출되지 않도록 억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위대한 정치는 국민 단점조차 장점으로 기능(機能)하게 만든다. 아데나워와 드골은 독일과 프랑스 국민의 약점을 장점으로 바꿔 꽃으로 피어나게 한 지도자다. 국민 단점을 정권 유지, 정권 탈취를 위해 이용하는 정치는 최악의 정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거짓말은 이제 새 소식이 아니다. 그가 참말을 하면 ‘몇 년 만의 참말’이라고 그게 뉴스가 되는 현실이다. 민주당은 전당대회 300만원짜리 돈 봉투는 밥값일 뿐이라며 그게 무슨 대수냐고 대놓고 떠든다. 50년 전 동사무소만도 못한 상태로 퇴행(退行)했다. 집권 세력은 구약(舊約) 속 이사야를 자칭하는 목사에게 휘둘리면서 무력(無力)하고 무대책(無對策)인 상태로 총선에서 “이재명이란 요행(僥倖)”이 작용하기만 기대하며 국민과 멀어지고 있다.

 

‘국민밖에 희망이 없다’는 말은 절망스럽다는 뜻이다. 혁명밖에 대안(代案)이 없는 정치는 불행한 정치다. 그러나 혁명조차 불가능한 정치는 더 불행한 나라를 만든다. 발밑이 무너지고 있다.

 

-강천석 고문, 조선일보(23-0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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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대국, 대한민국 

 

100년 전 한 사기꾼이 프랑스에서 에펠탑을 팔아먹었다. 그는 1차 대전 여파로 재정난에 빠진 파리시가 에펠탑 수리비도 대기 어려운 처지라는 뉴스를 보고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정부 고위 관료를 사칭하며 철물상 6명을 최고급 호텔로 불렀다. “에펠탑을 고철로 팔기로 했다”면서 경매는 비밀리에 진행할 것이라고 입단속을 시켰다. 낙찰 욕심에 눈이 먼 한 명을 집중 공략, 선수금과 뇌물을 챙겨 외국으로 달아났다.

 

▶같은 시기 대서양 건너 미국에선 찰스 폰지라는 인물이 세상에 없던 사기 수법을 개발했다. 그는 국제 우편에 답장용으로 동봉하는 우표에 투자하면 국가 간 우표 시세 차를 활용해 3개월에 100% 수익을 낸다며 투자자를 모았다. 후발 투자자의 돈으로 앞선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을 지급하는 사기였다. ‘폰지 사기’는 사기 수법의 고전이 됐다.

 

▶'사기꾼의 전당’이 있다면 한국 사기꾼들도 수두룩하게 이름을 올릴 것이다.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신화 속 인물 봉이 김선달부터, 의료기 대여 사업에 투자하면 고수익을 보장한다고 속여 4조원대 피해를 끼친 조희팔, 코인 사기로 월드 클래스급 수배자가 된 테라 창업자 권도형 등 끊이지 않는다. 최근 전세 사기 주범인 인천 건축왕 남씨도 충격적이다. 무려 2800채로 사기를 쳤다. ‘한국식 갭투자 사기’라는 새 장르를 열었다.

 

세계 각국에선 범죄 건수 1위가 ‘절도’인데, 유독 한국에선 ‘사기’가 1위를 차지한다. 매년 급증세다. 사기 범죄 건수가 2011년 22만건에서 2020년 35만건으로 10년 새 60% 늘었다. OECD 회원국 중 한국이 사기 범죄율 1위이며, 14세 이상 국민 100명당 1명꼴로 매년 사기를 당한다는 통계도 있다. 사기죄 고소가 너무 쉬워 실태가 과장됐다는 설명도 있지만, 남을 속이고 거짓말하는 걸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문화에서 원인을 찾는 사람도 많다.

 

▶세계 각국 가치관 조사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믿을 수 있다’는 데 동의한 한국인 비율이 27%에 불과했다. 스웨덴(62%)의 절반도 안되고, 일본(39%)과도 큰 차이가 난다. ‘범죄 대가로 10억원을 받는다면 1년간 감옥에 가도 괜찮은가?’라는 질문에 한국 고교생 55%가 ‘그렇다’고 답했다. 정치인들은 대놓고 국민을 속이고, 스포츠 선수는 승패 조작까지 한다. 입시에선 스펙 속이기가 판친다. 17세기 조선을 경험한 네덜란드인 하멜이 “조선인들은 남을 속이면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잘한 일로 여긴다”고 했다. 지금은 다른가.

 

-김홍수 논설위원, 조선일보(23-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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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산층 퇴직자의 눈물

 

더 우울한 4050 조기 퇴직자… 창업 실패율 74%

 

인생 2모작 자신 있었는데…
직장인 10명 중 1명만 정년퇴직… 조기 퇴직자 40% "계층 추락"
주식 등으로 목돈 쉽게 날리고 사기 피해액 평균 1억5000만원

 

회사원 윤모(53)씨는 지난 2013년 퇴사했다. 15년 다니던 회사에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부장급이라 2억7000만원의 목돈을 받았지만, 4년이 흐른 지금 그는 "답답하다"고 말했다. 퇴직 당시 9억원쯤 되던 순자산(총자산―부채)은 5억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재취업에 실패하고, 주식 투자 등으로 돈을 날렸다. 외동딸이 올해 대학에 입학했다. 학비와 결혼 자금 등을 생각하면 우울하다. "나올 때는 인생 2모작 자신이 있었는데 언젠가부터 한숨 쉬는 버릇이 생겼다"고 말했다.

샐러리맨 가운데 정년퇴직은 10명에 1명 정도라는 게 정부 통계다. 윤씨 같은 조기 퇴직자(조퇴자)들이 정년퇴직자(정퇴자)보다 더 많다는 얘기다. 게다가 노후 준비도 정퇴자에 비해 뒤져서 퇴직 후 더 힘든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조사됐다.

23일 미래에셋은퇴연구소의 '730명 중산층 퇴직자 조사'에서 466명의 조기 퇴직자(퇴직 당시 평균 52세)들은 10명 가운데 4명(40.8%)이 "퇴직 후 계층이 하락한 것 같다"고 답했다. 264명의 정년퇴직자가 계층이 하락했다고 답한 비율(28.4%)보다 크게 높다. 조기 퇴직자들이 퇴직 당시 생활 수준을 유지하기가 더 어렵다는 얘기다.

조퇴자들은 어린 자녀 부양을 위해 창업 등에 나서지만 암초투성이다. 창업 문맹이나 다름없어 폐업률이 높고, 투자 실패나 사기를 당하기도 한다. 재취업도 어렵다. 윤씨도 10군데 넘게 이력서를 넣었지만 모두 실패하고 작년부터 주택관리사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다.

4050 조기 퇴직자들 창업 실패율 2배

조퇴자들의 불행은 통장에 꼬박꼬박 찍히던 월급이 더는 안 들어오는 데 따른 '불안'에서 시작된다. 조퇴자들은 처음에는 재취업할 자리를 알아보지만 소득이 없다는 불안감에 쫓겨, 섣불리 창업이나 투자에 나섰다가 돈을 날리는 일이 많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퇴자의 32.4%는 퇴직 후 창업을 했고, 이 중 74.2%는 실패했다. 정퇴자의 경우, 퇴직 후 창업률과 창업 실패율이 각각 13.3%, 48.6%로 조퇴자보다 사정이 훨씬 낫다. 창업에 실패한 조퇴자들의 평균 손실액은 약 6500만원으로 이들의 67%는 창업 실패로 인해 "생활비를 4분의 1 이상 줄여야 했다"고 답했다. "생활비를 절반 이상 줄여야 했다"고 답한 비율도 38.4%에 달한다.

 

조퇴자들은 보통 정년보다 몇 년 앞서 회사를 나오는 대신 위로금을 두둑이 받는다. 하지만 조퇴자들이 들고 있는 목돈은 고수익 투자 미끼를 던지는 금융 사기꾼들의 표적이 되기 쉽다. 10년 전 대기업 부장에서 퇴직한 박모(60)씨는 지인들과 함께 법원 경매를 잘 안다는 법무사 사무장에게 돈을 맡겼다가 3억원 가까이 날렸다. 36평 아파트를 담보로 마련한 돈이라 그 충격으로 3년간 아무 일도 못 했다. 그 사이 아내(59)가 허드렛일까지 해가면서 생활비를 댔다. 퇴직 후 금융 사기를 당한 비율을 보면, 정퇴자(5.7%)와 조퇴자(6%)가 비슷하다. 하지만 금융 사기 평균 피해 금액은 조퇴자(1억5616만원)가 정퇴자(7105만원)의 2배가 넘는다.

퇴직 후 급증하는 '계층 추락'

조퇴자들은 창업이나 투자 실패, 금융 사기 등을 겪으며 삶의 질이 급전직하하는 경우가 많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기 퇴직 후 평균 6년이 흐른 시점(설문조사 당시 평균 연령에서 퇴직 당시 평균 연령을 뺀 기간)에 "생활이 여유롭다"고 답한 조퇴자는 4%에 그쳤다. "생활비가 부족하다"고 한 사람은 전체의 68.9%로 정년퇴직자(47.3%)보다 20%포인트 이상 많았다.

생활고를 겪는 조퇴자들은 자신의 사회적 계층에 대해서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중산층이라고 답한 비율이 퇴직 전에는 80%였지만 퇴직 후 49.4%로 줄었고, 중산층 아래라고 답한 비율은 퇴직 전 14.8%에서 퇴직 후 50.4%로 늘었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은 "조기 퇴직자들은 본인들 생각보다 평균 6년 정도 빨리 퇴직한 것으로 조사됐다"면서 "정년퇴직자들과 달리 퇴직 이후에 대한 준비도 모자라고,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자녀 교육 부담도 커서 노후 대비가 어렵다"고 말했다.

 

-김지섭 기자, 조선일보(17-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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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60 퇴직자 38%, 노후자금으로 大卒자녀 부양

퇴직 부모와 백수 자녀 '이중실업'
자녀 위해 노후 재산 30% 소모… 예금 통장 헐어서 생활비로
"퇴직 후 여유롭다" 6.1% 불과… 고령화 앞선 일본에도 없던 현상

 

5년 전 퇴직한 한모(62)씨는 연금 등을 합쳐 월 소득이 290만원쯤 된다. 남들은 부럽다고 하지만, 속사정을 몰라서 하는 소리다. 서른을 넘긴 아들(33)이 취업 준비생이다. 중소기업에 다니다 1년 만에 뛰쳐나와 대기업에 들어간다고 시간을 보내다 작년 초부터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다. 학원비와 용돈 등 한 달에 120만원 정도가 들어간다. 몸이 아픈 아내 병원비로 한 달 30만원쯤 들어간다. 아내 몰래 예금 통장을 조금씩 헐어가고 있다. 재취업하려고 하지만, 건물 관리 등도 자리를 구하기가 쉽지 않다. 그는 "정년퇴직하고 다 큰 아들을 부양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했다.

그런데 중산층 출신 퇴직자 가운데 한씨와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이 한두 사람이 아니다. 중산층 퇴직자 3명 중에 1명은 한씨처럼 대졸 미취업 자녀를 부양하고 있다. 4가구 중 1가구는 퇴직자 아버지와 청년 실업 자녀들이 '이중 실업' 상태에서 부모의 노후 자금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퇴직한 50~60대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는 역사상 가장 자녀 부양 부담이 큰 세대인 셈이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가 작년 11월 서울·경기 및 6대 광역시에서 만 50세 이상 69세 이하 남녀 은퇴자 73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264명은 정년퇴직(평균 59세)했고, 466명은 명예퇴직 등으로 조기 퇴직(평균 52세)했다. 빚을 빼고 평균 5억7000만원(자택 포함) 정도 재산을 갖고 있었다. 평균 월소득은 355만원 정도였다. 본인과 배우자를 합친 것이고, 노후 자금으로 쌓아둔 예금 등을 헐어서 쓰는 것까지 포함한 금액이다.

청년 실업 자녀 업고 허리 휘는 퇴직자

설문 대상 730명은 최소 45세까지 직장 생활을 한 사람들로 선정해 노후 빈곤을 걱정할 계층은 아니다. 미래에셋은퇴연구소는 "퇴직한 샐러리맨 계층, 중산층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60% 이상이 퇴직 후 소득(금융 자산을 헐어서 쓰는 것 포함)으로 생활비를 충당하는 데 "부족하다"고 답했다. "여유롭다"는 응답은 6.1%에 불과했다. 자녀 부양 부담이 가장 큰 짐이었다. 절반이 넘는 56%가 '학업을 마친 미혼 성인 자녀와 살고 있다'고 답했다. 이런 자녀 가운데 첫 자녀의 평균 연령을 물어보니 31세였다. 25~29세 30.8%, 30~34세가 36.4%, 35~39세가 20%였다.

이런 자녀들과 함께 사는 상황은 네 가지로 나뉜다. 부모의 부담이 큰 순서로 정리하면, 자녀의 생활비는 물론 용돈까지 주고 있는 경우가 18.1%였다. 그다음으로 생활비는 부담하고 있지만, 최소한 용돈은 자녀가 아르바이트 등으로 알아서 해결하는 가구가 50.2%였다. 이 둘을 합치면 68.3%(279명)다. 조사 대상 730명의 38%에 달한다. 자녀가 본인 생활비를 부담하는 경우는 27.1%, 자녀가 가족의 생활비 전액 혹은 상당 부분을 책임지는 경우는 4.6%였다.

전영수 한양대 교수는 "퇴직한 부모가 취업 못한 자녀를 부양하는 상황은 고령화가 앞선 일본에서도 보이지 않았던 현상이다. 일본은 정년이 우리보다 길고 잘 지켜졌고, 자녀들도 비정규직 취업 등으로 독립했기 때문"이라며 "중산층이 노후 대비에 문제가 생기면 사회가 흔들리고, 소비 위축 등으로 경제성장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 재산 30%, 자녀 지원에 소모할 판

중산층 퇴직자들은 향후 자녀들의 학업과 취업, 결혼 자금 부담을 크게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 큰 자녀들을 부양하는 부담도 크지만, 목돈이 들어갈 일이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가장 많이 꼽은 것은 결혼 자금(74.4%·중복 응답)과 주택 마련 자금(49%)이었다. 결혼 자금(예식비, 혼수 등)으로 평균 6300만원 정도가 들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주택 마련(전세 포함)에는 평균 1억5460만원을 도와줄 생각이라고 했다. 이것만 해도 2억원이 넘는 돈이다. 퇴직자들이 쌓아둔 노후 자산의 30%가 넘는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소장은 "20년 이상 직장 생활을 하고 집에 돌아온 중산층 퇴직자들이 취업하지 못한 자녀들을 부양하면서 허리가 휘고 있다"면서 "생활에 여유가 있다고 답한 6%를 제외하고는 노후 대비가 힘에 부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진석 기자/김지섭 기자, 조선일보(17-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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