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돌아가는 이야기.. ]/[時事-萬物相]

[‘사법 보다 정치’.. 美 연방대법원의.. ] [위기감 나토 국가들.. ]

뚝섬 2024. 3. 7. 08:17

[‘사법 보다 정치’… 美 연방대법원의 트럼프 결정] 

[위기감 나토 국가들 ‘참전’ 언급, 유럽에 번지는 불길한 조짐]

 

 

 

‘사법 보다 정치’… 美 연방대법원의 트럼프 결정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출마 자격을 박탈한 콜로라도주(州) 대법원의 판결이 연방대법원에서 뒤집혔다. 논리는 간단하다. 주는 연방대통령의 출마 자격을 박탈할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미 수정헌법 제14조 3항은 “폭동이나 반란에 가담한 자는 공직에 취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연방대법원은 트럼프가 여기에 해당하는지는 판단하지 않았다. 그러나 함의는 트럼프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해도 연방 공직 후보자인 트럼프의 출마 자격을 박탈할 권리는 연방의회에만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사법적 책임을 묻는 절차와 정치적 책임을 묻는 절차를 구별해 사법적 책임은 법원에서 다루지만 정치적 책임은 의회에서 다룬다. 정치적 책임을 묻는 절차의 대표적인 것이 탄핵이다. 우리나라만 해도 탄핵 소추는 국회, 탄핵 심판은 헌법재판소가 하지만 미국은 탄핵 소추는 하원, 탄핵 심판은 상원이 한다. 연방 공직 후보자의 출마 자격 박탈도 사법적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보기 어려워 연방의회에 권한이 있다고 본 것이다. 현재 연방의회에서 상원은 민주당이 다수이지만 하원은 공화당이 다수다. 공화당 후보가 될 것이 확실한 트럼프의 출마 자격 박탈이 하원을 통과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트럼프가 출마 자격을 박탈당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의 반란 가담 혐의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탄핵이 돼도 탄핵 사유에 해당하는 범죄에 대한 재판은 별도로 이뤄질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지난해 8월 미국 법무부 특별검사는 그를 반란 혐의로 기소했다. 이에 트럼프는 대통령 재직 시 공무 중 행위는 퇴임 후에도 처벌할 수 없다며 법원에 면책을 요구했다. 연방지방법원과 항소법원은 기각했고 현재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연방대법원은 말도 안 되는 면책 요구에 대해 구두변론까지 연 뒤 6월에나 판단할 예정이다. 대선은 11월에 열린다. 연방대법원이 하급심처럼 면책 요구를 기각한다고 한들 본안인 반란 혐의 재판 결과는 대선 전에 나오기 힘들다. 앞서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재판을 신속 심리로 진행해달라는 특검의 요구를 거부했다. 사법 절차가 정치 일정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연방대법원은 사법 절차를 늦추는 방식으로 국민의 정치적 선택에 우선권을 준 것으로 보인다.

▷다른 혐의도 아니고 반란 혐의로 기소된 사람에게 대선 출마 자격을 줘도 되는가 의문이 든다. 그러나 기소됐다는 이유만으로 유죄로 몰아가지 않는 확고한 재판중심주의의 나라가 미국이다. 트럼프는 재선에 성공한다면 대통령의 사면권을 이용해 ‘셀프 사면’을 할 가능성이 크다. 정치와 사법의 관계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연방대법원의 결정이었다.

 

-송평인 논설위원, 동아일보(24-03-07)-

______________

 

 

위기감 나토 국가들 ‘참전’ 언급, 유럽에 번지는 불길한 조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월 25일(현지시간) 키이우에서 전쟁 2주년을 맞아 기자회견을 하던 도중 얼굴을 감싸쥐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와 2년간의 전쟁에서 자국 군인 3만1천명이 전사했다고 밝혔다./AFP 연합뉴스

 

유럽 나토(NATO) 소속 국가들이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가능성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지원 국제회의 후 “(우크라이나 지상군 파병과) 관련 내용을 자유롭게 논의했다”며 “어떤 방안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나토의 참전 가능성을 처음으로 공개해 논의를 촉발한 것이다. 나토 소속으로 러시아와 인접한 라트비아의 국방부 대변인은 “나토 동맹국들이 지상군 파병에 동의하면 라트비아도 참여를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독일군 고위 간부들이 강력한 타우러스 미사일로 크림 대교를 타격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는 녹취록이 러시아에 의해 공개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하지 않는다는 독일의 공식 입장과는 달리 군에서는 참전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이 드러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공격은 어떤 논리로도 용납될 수 없는 침략 행위다. 러시아는 이런 침략을 막자고 설립한 유엔의 상임이사국이다. 상임이사국이 노골적인 침략을 벌이는 사태를 맞아 나토 회원국들은 우크라이나에 탄약과 전투 장비 등을 대규모로 지원해왔다. 하지만 지상군 파견 등의 참전 거론은 금기였다. 유럽 전체가 전쟁터가 될 위험성 때문이다.

 

하지만 전황이 다시 러시아에 유리해지고 미국 대선 당선이 유력하다는 트럼프가 러시아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유럽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는 ‘방위비 부담 않는 나토 회원국에 대해 러시아의 침공을 부추기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미국이 등을 돌리며 우크라이나가 패배할 경우 유럽 전체의 안보가 위협을 받게 된다. 나토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를 막아야 한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핵전쟁까지 위협하면서 반발하고 있다.

 

나토의 우크라이나 전쟁 참전 발언은 당장 벌어질 사태라기보다는 상황의 심각성을 알리고 대책을 모색하기 위한 차원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냉전 이후 러시아와 서방의 진영 간 군사적 충돌 분위기는 이처럼 높았던 적도 없었다. 상상하기도 힘들었던 일을 실제로 걱정해야 하는 사태가 전개되고 있다. 한 세기 만에 불확실성의 영역으로 재진입하는 국제 정세가 심상치 않다.

 

-조선일보(24-03-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