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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尹·李 회담 풍경] [“영수회담에 함성득-임혁백 비선 거래”]

뚝섬 2024. 5. 8. 07:56

[이상한 尹·李 회담 풍경]

[영수회담에 함성득-임혁백 비선 거래”… 듣도 보도 못한 정치]

[ [720일 만의 尹-李 차담회, 어렵게 말문 텄지만 갈 길 멀어]

[尹·李 의대 증원 연금 개혁 협력하기로, 정치 복원 희망 줬다]

[완충지대 없는 상극의 정치, 답은 뭔가]

[尹-李 회담… ‘정치’든 ‘협치’든 서로 경청하고 절제하라]

[尹·李 첫 회동, 정례화만 합의해도 성과]

 

 

 

이상한 尹·李 회담 풍경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월 2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첫 영수회담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함성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가 지난달 29일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회담 성사 과정에서 막후 메신저 역할을 했다고 주장하며 함께 언론 인터뷰를 했다. 함 원장은 윤석열 대통령과 같은 아파트에 살았고, 임 교수는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을 했다.

 

인터뷰를 보면 윤 대통령이 “이 대표가 불편해할 사람을 총리에 기용하지 않겠다” “회담이 잘되면 골프 회동과 부부 동반 모임도 갖자”는 뜻을 이 대표에게 전달했다고 한다. 대통령이 공식 기구와 참모들 외에 다른 비공식 라인도 활용한 것이냐는 의문이 제기되자, 대통령실은 “회담은 비서실 같은 공식 조직을 통해 이뤄졌다”고 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차기 대선 경쟁자가 될 인사를 비서실장에 기용하지 않겠다”고 했다는 인터뷰 내용에 대해 대통령실은 별도로 반박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일부 지지자들은 당 게시판에 “대국민 사과에 인색했던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는 너무 굴욕적”이라는 글을 올렸다. 윤 대통령이 일부 같은 당 사람들을 대했던 적대적 태도와도 너무 다르다. 무엇이 진짜 대통령의 모습인지 혼란스러운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과 여야 대표들의 회담, 그리고 대통령의 정치 활동은 대통령실 정무수석실이 맡고 있다. 역대 정부에서 정무수석과 정무비서관들은 국회의 여야 대표 사무실에 수시로 출입하며 대통령의 뜻을 정치권에 전하고, 여당과 야당이 가려워하는 곳을 대통령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해왔다. 싸우던 여야가 어느 날 극적으로 정치적 타결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대통령실의 정무 기능 때문이었다. 그런데 현 정부 들어 대통령실의 정무 기능은 사실상 정지됐다.

 

총선 직후 윤 대통령이 “이제 정치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야당 대표와 만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그 과정에서 비공식 라인까지 가동됐다 해도 꼭 탓할 일만은 아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아도 대통령실 내부 비선 라인에 대한 소문이 무성한 터여서 개운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지금 대통령의 메신저를 자처하는 인사들이 대통령 주변에 적지 않다고 한다. 그러니 이번처럼 회담의 협상 과정을 공개하거나 자신들의 역할을 부풀려 자찬하는 일도 벌어진다. 모두가 바람직하지 않으며 잘못하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조선일보(24-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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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수회담에 함성득-임혁백 비선 거래”… 듣도 보도 못한 정치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난주 회담에는 양측 간 비공식 라인이 가동됐다고 한다. 윤 대통령 부부와 이웃으로 지냈던 함성득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장과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았던 임혁백 고려대 명예교수가 어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들이 회담을 물밑에서 조율했다며 양측 간 사전에 오간 얘기들을 공개했다. 이에 대통령실은 “특사라든지 물밑 라인이라든지 하는 건 없다”고 했고, 민주당도 “비공식 채널이 가동된 바 없다”고 부인했다.

대통령실과 민주당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윤 대통령의 비선 라인 동원을 둘러싼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듯하다. ‘박영선 국무총리-양정철 대통령비서실장’ 검토설이 불거진 배경에 대통령실 내 비선 조직이 개입했다는 논란이 나온 지 불과 얼마 되지 않아 또다시 비선 얘기가 나온 것이다. ‘자가발전’과 과장이 아주 없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두 교수가 비공식 메신저 역할을 했다고 자처하며 양측 간에 내밀하게 오간 내용까지 상세하게 공개한 상황에서 무작정 부인만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두 메신저가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여당의 4·10총선 참패 직후 함 원장을 불러 이 대표와의 만남을 주선해 달라고 했고, 함 원장은 임 교수와 함께 막후 특사 역할을 했다고 한다. 특히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국무총리 추천과 핫라인 구축, 여야정협의체 구성까지 제안했고, 이 대표의 차기 대선 경쟁자가 될 만한 인사는 대통령실 인선에서 배제하겠다거나 이 대표 수사는 결국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된 것 아니냐는 등의 얘기까지 전해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당장 여권 내부에선 격앙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는 “진짜 보수 궤멸자다. 지금 탈당하라” “총리 후보를 민주당에 구걸하느냐”는 내용의 글까지 올라왔다.

정치에는 일종의 윤활유 역할로서 비공식 채널이 필요할 때가 있다. 첨예한 대결 상황이나 민감한 회담을 앞두고 때로는 공식 라인 외에 막후 비선 접촉이 일을 풀어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공식 라인을 보완하는 수준이지 그것을 대체하는 정도는 아니었다. 더욱이 그 막후 얘기는 대개 훗날의 회고담으로 알려졌지 이번처럼 회담이 끝나자마자 대놓고 자신의 역할을 내세워 시시콜콜 공개하는 일도 없었다. 이런 듣도 보도 못한 주변 정치가 횡행하는 이유가 뭔지, 내일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이 설명해야 할 것이 하나 더 늘었다.

 

-동아일보(24-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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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0일 만의 尹-李 차담회, 어렵게 말문 텄지만 갈 길 멀어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만나 인사를 나눈 뒤 자리에 앉고 있다. 2024. 4.29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어제 용산 대통령실 2층 집무실에서 첫 회담을 가졌다. 윤 정부 출범 후 720일 만의 만남이었다. 차담회 형식으로 이뤄진 이번 회담은 2시간 10분 넘게 진행됐지만 정리된 발표문은 없었다. 대통령실과 민주당에 따르면 의견 일치는 의대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점과 앞으로 ‘양자 또는 국민의힘 지도부를 포함한 3자’가 만나자는 정도에 그쳤다. 전 국민 25만 원 지원 등 다른 쟁점 현안에 대해 서로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렸다고 한다.

이번 회담은 국민의힘의 4·10총선 참패로 윤석열 정권의 남은 3년 임기도 여소야대 국회를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정치적 쟁점이 한둘이 아니지만 국정 기조 전환 요구에 대한 대통령의 전향적 태도가 나올지, 원내 과반 1당의 대표로서 국정에 협조할 실질적인 방안을 내놓을지 등이 주된 관심사였다. 이번 회담이 대화 복원, 정치 복원의 계기가 되길 바랐지만 아쉬움이 큰 게 사실이다. ‘대화의 물꼬’는 텄지만 갈 길이 멀다는 점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회담 직후 대통령실에서는 “정책적 차이가 존재함을 확인했다”, 민주당에서는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이해 우려된다”는 반응도 나왔다.

이 대표는 공개 모두발언 기회를 통해 준비한 5400자 분량의 원고를 읽으며 대통령에게 15분간 다양한 주문을 내놓았다. 대통령의 잇단 거부권 행사에 유감 표시를 요구했고, 채 상병 사건 외압 특검법과 이태원 참사 특별법 수용을 요구했다. “가족 등 주변 인물 의혹도 정리해 달라”면서 김건희 여사 문제도 거론했다. 현 정부의 언론환경을 거론하며 스웨덴 연구결과라면서 “독재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말도 했다.

 

비공개 회담은 이 대표가 화두를 던지면 윤 대통령이 길게 의견을 밝히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 발언 비중은 85 대 15 정도였다”고 민주당은 전했다. 양측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민생경제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국회 논의 틀을 활용하면 된다”고 거부했다. 이 대표가 전 국민 현금지원 방안을 요구하자 윤 대통령은 “어려운 분을 먼저 돕는 게 순서”라며 물리쳤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두고도 대통령실은 회담 후 “(특별조사위에 부여한다는 압수수색 권한 등) 몇몇 법리만 해결하면 반대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지만, 민주당은 “그런 게 사실상 거부”라고 맞섰다. 채 상병 특검이나 김 여사 문제에 대해선 추가 문답이 없었다고 한다.

결국 어제 차담회는 대화의 물꼬를 텄다는 데 의의를 찾을 수 있었지만 동시에 할 말만 하고 헤어졌다는 한계도 뚜렷했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의 여러 요청에 대해 정책이건, 정치적 선택이건 특별히 변화된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상대가 있는 회담이긴 하지만 먼저 만남을 제안한 대통령이 조금은 유연해질 것이란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이제 첫발을 뗀 만큼 2차 회담 등으로 실질적인 협력의 틀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동아일보(24-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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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李 의대 증원 연금 개혁 협력하기로, 정치 복원 희망 줬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첫 영수회담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어제 윤석열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의대 정원 확대 같은 의료 개혁은 반드시 해야 될 주요 과제이기 때문에 민주당도 적극 협력하겠다”며 “여야와 의료계가 함께 논의한다면 좋은 해법이 마련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고도 했다. 두 달째 이어지고 있는 의료 파행 사태는 국민 건강과 생명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인데도 그동안 민주당은 양비론식 태도로 일관해왔다. 이번에 여야가 의대 증원 자체에 대해 의견을 같이했다는 사실은 의료계를 설득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대표는 연금 개혁에 대해서도 “대통령께서 과감하게 약속하고 추진한 점에 대해 매우 감사하다”며 “정부·여당이 책임 의식을 갖고 개혁안 처리에 나서도록 독려해 주시고, 민주당도 적극 협력하겠다”고 했다. 연금 개혁은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니다. 안 하면 국가 재정과 복지 제도 자체가 무너진다. 하지만 민주당 협조 없이는 한 걸음도 나아가기 어려운데 중요한 첫걸음이 떼어졌다. 이 대표는 경제의 도약을 가로막고 있는 노동과 규제의 개혁에도 발 벗고 나서주기를 바란다.

 

이 대표는 해병대원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 특검법 수용을 요구했다. 김건희 여사를 겨냥해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들도 정리하고 넘어가면 좋겠다”고 했다. 앞으로 해병대원 사건 특검과 김 여사 특검은 정국의 현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윤 대통령은 부정적인 태도였다고 한다. 이 대표의 ‘전 국민 25만원 지원금’도 수용하기 어렵다고 했다 한다. 윤 대통령은 “어려운 분들을 더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 대표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두어야겠다”고 했다. 그러나 두 사람 회동의 의미는 작지 않다.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2년 가까이 만나지 않은 것 자체가 정상이 아니다. 두 사람이 만나니 의료 파행 사태와 연금 개혁안에 대한 협력이 원칙적으로 합의됐다. 이를 정치 복원의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대통령실은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도저히 이견을 좁히지 못할 것 같은 사안에서도 양측이 서로 얼굴을 보며 대화하면 합의점을 도출할 수 있다. 그렇게 하라는 것이 총선 민심이기도 할 것이다.

 

-조선일보(24-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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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李 회담서 “의료 개혁, 의대 증원은 불가피” 한목소리. 의료계 설득까지 함께한다면 금상첨화.

 

-팔면봉, 조선일보(24-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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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충지대 없는 상극의 정치, 답은 뭔가

 

[정용관 칼럼]

尹-李 서로의 급소 쥔 채 오늘 첫 회담
어느 쪽 비수가 더 치명적일지 흥미롭지만
국민 불안의 요체는 “이러다 나라 망할라”
중립적 ‘책임 총리’로 협치 돌파구 찾아야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관계는 두말할 것 없이 ‘상극(相剋)’이다. 한쪽은 그토록 만나자 만나자 했고 다른 쪽은 사실상 범죄자 취급하며 미루고 미뤘다. 그러다 집권 2년이 다 돼서야 마침내 오늘 만난다. 드라마틱한 반전이지만 단막극이 될지 연속극이 될지 예단은 쉽지 않다.

각각 행정 권력과 입법 권력을 쥔 둘은 삐끗하면 파멸에 직면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선 이 대표가 “다 접고 만나자”고 한 데는 ‘이러다 회동 자체가 무산되는 것 아닌가’ 하는 조바심도 깔렸을 것이다.

사실 총선 승리에도 이 대표의 표정이 그리 밝지 않은 것은 변함없는 사법 리스크 때문만은 아니다. 예상보단 크지 않았던 전국 지역구 득표율 차이, 호남과 세종에서 조국혁신당에 밀린 비례 득표율 등 찜찜함이 남아 있다. 그 점에서 이번 회동은 재판 중인 이 대표로선 남는 장사다. 무엇보다 야당 리더로 공식 대우를 받는 그림이 검찰과 법원에 주는 무언의 메시지를 기대할 것이다. 총선을 거치며 존재감을 키운 조국 대표와 차별화를 꾀할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홈그라운드 이점은 있지만 윤 대통령의 심사도 복잡하다. 야권의 채 상병 특검, 김건희 특검 등 자신과 부인을 향한 공세는 껄끄러움 차원을 넘어서는 법적 이슈다. 실제 도입된다면 살아 있는 권력을 겨냥한 ‘제2의 윤석열’이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특검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 서로의 급소를 쥐고 비수를 품은 채 나누는 둘의 대화 장면은 어색하면서도 긴장감이 흐를 듯하다.

이번 만남에 기대보다 걱정이 앞서는 이유는 또 있다. 둘 다 큰 포석을 두는 경세가의 모습을 보여준 적이 별로 없어서다. 둘은 중앙 정치 경험이 많지 않고 지지 기반도 그리 단단하지 않은 ‘취약한 오너형’이라는 공통점도 있는 것 같다. 그러니 각자 할 말만 쏟아내는, 개딸이 됐든 태극기가 됐든 서로의 극렬 지지층의 기류에만 응답하는 만남이 되지는 않을까 우려가 되는 것이다.

총선 후 국민 불안의 요체는 “이러다 나라 망할라” 하는 것이다. “3년은 너무 길다”고 외쳐대는 상황, 공공연히 탄핵이나 하야 주장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이제 나라는 어디로 가느냐는 걱정이다. 그러잖아도 허약해진 공직 시스템은 아예 작동하지 않는 지경이지만 용산은 벌써 이들을 닦달할 힘도 빠졌다.

용산 권부(權府)’는 거칠게 표현하면 5년간 활동하고 해체될 운명의 ‘유랑 극단’이다. 윤 정권뿐 아니라 문재인, 박근혜 정권의 청와대도 마찬가지였다. 정권마다 성격은 다르지만 어김없이 엉성함이 드러나는 이유는 캠프 관료 등 구성원 출신이 제각각인 한시적 권력 집단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힘까지 빠졌으니 나라 꼴은 어찌 되나. 그 점에서 이번 회동의 핵심 의제는 협치의 틀을 어떻게 짤 것인지가 돼야 한다고 본다. 뭘 주고 뭘 받았네 하는 현재 ‘이슈’에만 매몰되기보다는 여소야대 3년의 국정을 어떻게 끌고 갈지에 대한 ‘체계’를 잡는 게 훨씬 본질적인 과제라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최근 “정치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다. 그게 무슨 말인지 진의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정치=협치’를 의미한다면 협치의 구체적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실질적 협치를 이뤄내려면 네거티브 이슈를 놓고 티격태격할 게 아니라 시급한 경제 안보 복지 등의 공통분모를 찾고, 이를 실행할 주체로서 ‘협치 총리’를 세워야 한다는 얘기다.

우리 정치사에서 극히 일부를 제외하곤 총리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그러나 여야가 함께 양해할 수 있는 인사를 총리로 지명하고, 용산은 실질적인 ‘책임 총리’의 권한을 부여하면 여소야대의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점에서 최근 용산 비선 라인이 박영선 등 야권 인사들을 언론에 흘린 것도 어이없고, 친명계가 일제히 TK 주호영 의원을 띄운 것도 진정성을 의심받을 만하다. 협치의 핵심 고리로 총리 후보를 고심하는 게 아니라 정략적으로 활용하려는 생각이 앞선 것 아닌가.

이제라도 야권 추천을 받아 야당 인사를 총리로 세우는 방안을 상상해 볼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싶다. 야권 인사는 누가 되든 양측 지지층의 동의를 얻기도 어렵고, 국정 방향과 소속 정당의 이익이 충돌할 수도 있다. 이를 뛰어넘을 정치력을 가진 이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특정 정파에 속한 적이 없으면서 행정 장악 능력과 위기관리 능력을 갖춘 인물을 물색하는 방안은 어떤가. 분명한 건 상극의 시대, 협치 총리라는 완충지대가 절실하게 요구된다는 점이다.


-정용관 논설실장, 동아일보(24-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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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李 회담… ‘정치’든 ‘협치’든 서로 경청하고 절제하라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오늘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만난다. 1시간 남짓 예상되는 차담(茶談)회는 현 정권 출범 후 2년 만에 두 사람이 국정을 논의하는 첫 자리다. 2차례 사전 조율에서 의제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오찬을 겸한 회담이 아닌 차담 형식으로 성사됐다. 꽉 막힌 정치, 팍팍한 민생 등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함께 논의하고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두 사람은 어떻게든 생산적 결과를 내야 할 부담을 안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번 회담에서 민생 현안을 주로 논의하겠다고 밝혀왔다. 또 의정 갈등으로 생긴 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이 대표의 의견을 듣고 해법을 찾아볼 것이라는 설명도 있었다. 민주당은 전 국민 1인당 25만 원 지급을 위해 13조 원 규모의 추경예산 편성을 요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또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 특검법을 처리할 때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도록 요청할 것이라고 했다. 여기에 김건희 특검법이 거론될 수도 있다. 양곡관리법 등 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법안의 재입법을 논의할 뜻도 밝혀왔다.

오늘 회담은 이처럼 명백한 입장 차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정치, 여야의 정치가 복원되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 야당 협조가 절대적인 여소야대 국회인데도 지난 2년 동안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의 회담이 없었다는 것 자체가 정치의 부재를 상징한다. 총선 참패로 떠밀린 형국이 되긴 했지만, 윤 대통령이 “이젠 정치를 하겠다”고 밝힌 대로 협치의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

 

정치든 협치든 꼭 필요한 건 상호 절제와 존중의 자세다. 여소야대 국회를 경험한 대통령이나, 거듭된 회담 제의에도 응답을 듣지 못했던 이 대표는 하고 싶은 말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되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때로는 이해하고 양보할 수 있는 성숙함을 보여줘야 한다. 양쪽의 강경파는 못마땅할 수 있지만 막 첫발을 뗀 오늘 같은 회담은 지속되어야 한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대선 이후 깊은 앙금을 지니고 있을 테지만 우리 사회는 이런 감정을 앞세울 만큼 여유롭지 않다. 민심을 따르고, 민생을 챙기는 일 이외의 사안은 오늘만큼은 후순위로 미뤄두기를 바란다. 그것이 대통령다운 길이고, 제1당 대표다운 길이다.

 

-동아일보(24-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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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李 첫 회동, 정례화만 합의해도 성과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스1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오늘 오후 대통령실에서 첫 회담을 갖는다. 회담 성사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윤 대통령이 전화로 회담을 제의한 게 지난 19일인데 성사까지 열흘이 걸렸다. 양측이 의제 사전 조율을 놓고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윤 대통령 취임 후 처음으로 두 사람이 만나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는데 불필요한 신경전에 매몰돼 자칫 회담에 차질을 빚을 뻔했다. 다소 늦었지만 양측이 의제·시간에 제한을 두지 않고 만나기로 한 것은 다행이다.

 

지금까지 윤 대통령이 이 대표와의 만남에 적극적이지 않았던 것은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검찰총장 출신이 대장동 등 7개 사건에 10개 혐의로 기소된 형사 피고인을 국정 파트너로 인정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이제 검찰총장이 아니다.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2년 가까이 만나지 않은 것은 정상이 아니다. 윤 대통령은 남은 3년간 압도적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를 상대해야 한다. 나라의 미래가 걸린 노동·연금·교육 개혁은 물론이고 아무리 작은 국정 과제라도 민주당 협조 없이는 한걸음도 나아가기 어렵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려면 이 대표를 만나 정치를 복원하는 수밖에 없다. 그것이 총선 민심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고 이 대표가 ‘전 국민 25만원 지원금’ 같은 무리한 요구를 관철하려 해선 곤란하다. 대규모 현금 살포는 고물가에다 나랏빚이 1126조원을 넘어선 경제 비상 상황에 기름을 붓겠다는 것밖에 안 된다. 무리한 정략적 요구를 거두고 고물가, 고금리에 고통받는 국민을 위한 실질적 민생 대책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윤 대통령도 해병대원 순직 사건 외압 의혹,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등 특검 이슈를 피해가려고만 해선 안 된다.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솔직히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

 

두 사람 앞에는 이보다 시급한 현안들이 쌓여 있다. 의대 증원에 따른 의료 파행 사태는 국민 생명과 직결된 중차대한 문제다. 민주당은 양비론식 태도로 일관해왔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않다. 구체적 해법은 다를 수 있어도 의대 증원의 당위성 자체는 민주당도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영수 회담을 통해 여야가 통일된 해법을 내놓는다면 이번 사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총리 인선을 비롯한 국정 수습에도 힘을 합쳐야 한다. 윤 대통령이 정국 구상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한다면 총선 기간 증폭된 국론 분열을 치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 회담 정례화를 통해 협치의 틀을 마련한다면 그 자체로 성과다.

 

-조선일보(24-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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