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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문제는 경제였어!”] [‘미친 집값’ 되풀이만은 막아야]

뚝섬 2024. 4. 30. 09:51

[“이번에도 문제는 경제였어!”]

[무슨 수를 쓰더라도 ‘미친 집값’ 되풀이만은 막아야]

 

 

 

이번에도 문제는 경제였어!”

 

[조형래 칼럼]

미 계량경제학자 페어 교수, 경제성장률과 물가만으로 미국 대선 정확히 예측
경제 지표는 객관적 평가 점수
0%대 성장과 두 자릿수 물가로는 어떤 선거도 못 이겨
경제가 살아나야 개혁도 가능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월 18일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마트 양재점을 방문해 대파 등 채소 물가를 점검하고 있다./뉴시스

 

미국 예일대의 계량경제학자 레이 페어 교수는 순전히 경제 지표로 미국 대선 결과를 예측하는 분석 모델(페어 모델)로 유명하다. 그는 선거 후보의 개인 성향이나 인지도, 선거 전략·프레임 등 정치 요소들은 배제하고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만으로 미국 대선 결과를 분석했다. 그가 주목한 것은 골수 공화당이나 민주당 지지자가 아닌 스윙 보터(swing voter·부동층)의 판단 기준이었다. 페어 교수는 스윙보터들이 ‘지금 정부에서 삶이 더 윤택해졌나’ ‘어떤 후보가 앞으로 자신을 더 잘 살게 해줄까’ 같은 경제적·현실적 고려에 따라 투표를 한다는 가설을 세웠다. 다시 말해 경제성장률이 높을수록, 반대로 물가상승률은 낮을수록 집권당이 선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 가설을 기반으로 1916년부터 27차례 미국 대선을 분석한 결과, 3차례를 제외하고는 선거 결과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고 한다.

 

그는 올해 11월 미국 대선에서는 현재 여론조사에서 뒤지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이 근소한 차이로 승리할 것으로 예측했다. 바이든 재임 3년간 연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5%대로 고공 비행을 했지만 다른 주요국을 압도하는 성장률이 이를 상쇄한다는 것이다. 페어 모델에 따르면 선거 직전 3분기 동안의 성장률이 투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며 물가는 보다 장기적으로 유권자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요즘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RB) 의장이 언제 금리를 인하하느냐가 11월 대선의 키를 쥐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금리를 내린다는 것은 물가 인상 압력이 충분히 완화됐으며, 미 당국이 본격적으로 경기 활성화에 나선다는 의미다.

 

페어 모델로 지난 총선을 분석해보면 어떨까? 지난 2년간 윤석열 정부의 경제 성적표를 보면 C학점도 받기 힘들 만큼 초라하다. 경제 성장률은 2022년 4분기 마이너스 성장에 이어 작년 1·2분기에도 0%대 저성장을 이어가면서 연간 성장률이 25년 만에 일본에 뒤졌다. 또 저성장과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근로자들의 실질 임금이 2012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줄어들었다. 근로자들의 임금이 물가 인상을 감당하지도 못할 만큼 찔끔 오른 탓에 근로자들의 삶이 해가 갈수록 나빠졌다는 뜻이다.

 

서민 생활을 짓누르는 고물가도 좀처럼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특히 작년 10월 이후 식음료(6~7%)와 채소·과일 신선식품(13~20%) 등 생활 물가가 급등한 것은 정부의 물가 관리 능력을 의심할 정도로 치명적이었다. 윤 대통령이 무심코 던진 ‘대파 가격’ 발언이 선거 기간 내내 파장을 일으킨 것도 고물가 고통에 울고 싶은 국민들의 빰을 때린 격이 됐기 때문일 것이다. 총선 이후 한 여론 조사에서도 투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정부 여당 심판(20%)이 아닌 물가 등 민생 현안(30%)을 1순위로 꼽았다.

 

경제 지표는 집권당에 대한 계량 평가 점수다. 성적이 나쁜 학생의 자소서는 어떤 미사여구로 분칠을 해도 소용이 없다.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경기 침체, 야당의 비협조 등 변명거리를 대자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그것도 실력이고 결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다. 또 객관화된 경제 점수가 높아야 집권당에 대한 신뢰도와 주관적인 평가도 높아지고 의대 정원 증원이나 연금 개혁 같은 거창하고 논란 많은 정책 추진도 힘을 받는다. 지금은 선후(先後)가 뒤바뀐 느낌이다.

 

‘아버지 부시’ 고(故) 조지 H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역사적으로 평가받을 치적이 많았다. 재임 당시 공산주의 소련 붕괴 등 냉전을 종식하고 미국이 세계 질서를 주도하는 팍스 아메리카 시대를 열었다. 그가 쿠웨이트를 침공한 이라크를 상대로 한 걸프전에서 승리했을 때는 지지율이 90%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하필이면 집권 3년 차부터 중소 대부업체들이 줄파산을 하면서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고꾸라지고 실업률도 치솟았다. 그는 당연히 이길 것으로 예상했던 1992년 대선에서 애송이 빌 클린턴이 내세운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구호 한 방에 무너졌다.

 

-조형래 부국장, 조선일보(24-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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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수를 쓰더라도 ‘미친 집값’ 되풀이만은 막아야 

 

사진은 23년 8월 서울 시내의 재건축 공사 단지 모습./연합뉴스

 

고금리에다 건설 원자재 값이 급등하면서 앞으로 3~5년 뒤 집값을 좌우할 아파트 신축 인허가 건수가 급감했다. 지난 2년간(2022~2023년) 수도권 아파트 인허가 물량이 그 직전 2년(2020~2021년)보다 27% 줄었고, 특히 서울은 45%나 감소했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인허가 건수는 2만1284 가구로, 통계를 집계한 2007년 이후 가장 적다. 아파트뿐 아니라 단독주택, 빌라 등 전체 주택 인허가 물량을 다 합해도 약 2만6000가구에 불과하다. 윤석열 정부는 ‘5년간 270만 가구 공급’ 대책을 발표하면서 2023년 서울에 8만 가구를 짓겠다고 했는데 실제 인허가는 계획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공사비가 치솟고 고금리가 계속되면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선 공공·민간 할 것 없이 주택 공급이 거의 중단되다시피 했다. 아파트 짓는 데 통상 2~3년 걸리는 걸 감안하면 당장 내년부터 수도권의 입주 물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경기 침체로 위축됐던 아파트 수요는 살아날 조짐이다. 아파트 거래가 31개월 만에 월 4000건을 넘었고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5주 연속 상승세다. 전셋값도 49주 연속 오르고 있다. 여기에 집을 빨리 사려는 가수요까지 붙는다면 문재인 정부 시절의 ‘미친 집값’이 재연될 수도 있다. 심각한 상황이다.

 

주택 공급을 늘리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은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정부는 30년 넘은 아파트에 대해 안전 진단을 통과하지 않아도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게 하는 ‘재건축 패스트트랙’, 재개발 사업의 기준을 낮추는 노후도 요건 완화, 지방 미분양 아파트 매입 시 세제 혜택, 단기 등록 임대 부활 및 기업형 장기 임대주택 도입 등의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이 대책들은 관련법 개정이 필요한데 민주당은 “부자 감세” “건설업계 특혜”라며 반대해왔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분양가 상한제 아파트 실거주 의무 폐지도 민주당 반대로 입법이 무산됐다.

 

예고된 공급 부족에, 거대 민주당까지 부동산 규제 완화에 반대하면서 발목을 잡는다면 주택 공급 절벽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민주당은 문 정부의 부동산 실책을 잊지 말고 ‘미친 집값’이 재연되지 않도록 공급 확대 대책에 함께 나서기 바란다.

 

-조선일보(24-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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