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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공할 중국 전기차 공세, 강 건너 불 아니다] [현대차 300억弗.. ]

뚝섬 2024. 4. 27. 07:21

[가공할 중국 전기차 공세, 강 건너 불 아니다]

[현대차 300억弗, 기아 200억弗 ‘수출의 탑’] 

[현대차, GM만큼 절박한가] 

 

 

 

가공할 중국 전기차 공세, 강 건너 불 아니다

 

25일 베이징에서 열린 '베이징 모터쇼'의 샤오미 부스에 전시된 샤오미의 첫 전기차 모델 'SU7'./베이징=이벌찬 특파원

 

중국이 지난해 자동차 490만대를 수출해 일본을 제치고 세계 1위 자동차 수출국으로 부상한 데 이어 올해 들어서도 20%대 수출 증가율을 보이며 폭발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4년 만에 열린 베이징 모터쇼는 달라진 중국 전기차의 위세를 보여준다. 테슬라를 누르고 ‘세계 1위’ 전기차 메이커가 된 비야디(BYD)의 하이브리드 신차를 비롯, 모터쇼에서 선보인 신차 모델이 117종에 달한다. 세계 1위 배터리 기업인 중국 CATL은 1회 충전에 1000㎞를 주행할 수 있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공개했다.

 

중국 전기차는 더 이상 싸구려 차가 아니다. 중국 지리자동차는 영국의 럭셔리 스포츠가 브랜드 로터스를 인수해 수억 원대 럭셔리 전기차를 만들어 독일 포르셰를 위협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BYD에 대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에 대항할 유일한 라이벌은 왕촨푸(BYD 창업자)”라고 했다.

 

중국 전기차 기업들은 유럽에선 4년 이상 걸릴 새 모델을 2년 만에 만들어, 매년 70종 이상의 새 모델을 선보인다. 전기차 부품 자급률이 70~80%에 달해 제조 원가가 경쟁국보다 30% 이상 낮다. 중국 전기차의 압도적 경쟁력에 놀란 독일 폴크스바겐 CEO가 “지붕이 불타고 있다”고 토로할 정도다. 미국·유럽 정부는 보호무역 정책으로 중국 전기차 공세를 막아보려 한다. 유럽은 중국 전기차에 대해 반(反)보조금 조사에 착수했고, 미국 트럼프는 멕시코산 중국 자동차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그러나 이런 대응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다.

 

우리는 전기차, 하이브리드, 수소차 등 다양한 라인업을 갖춘 현대차그룹이 선전하면서 중국차의 공세에서 영향을 덜 받아왔다. 선진국들의 중국 전기차 견제 덕에 현재는 한국 자동차산업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중국차가 배터리부터 완성차까지 수직 계열화를 통한 압도적 가격 경쟁력으로 동남아, 중동, 남미 시장 등을 빠르게 공략하고 있어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중국은 한국의 전기 버스 시장을 이미 장악했고, 승용차 시장에도 곧 진출한다. 자동차 산업은 수출과 제조업 고용의 12%를 각각 차지하는 국가 기간 산업이다. 기업, 정부, 노동계 너 나 할 것 없이 비용, 속도 면에서 중국 차 공세에 맞설 대책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조선일보(24-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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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300억弗, 기아 200억弗 ‘수출의 탑’

 

5일 열린 올해로 60번째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 레드카펫의 주인공은 자동차였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두 형제인 현대차와 기아는 나란히 ‘300억 달러 수출의 탑’과 ‘200억 달러 수출의 탑’을 받았다. 이날 수상을 한 1700여 개 기업 중 수출액 1, 2위였다. 자동차 업계가 최고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올해 수출 부진으로 한국 경제가 고전하는 동안 자동차는 역대 최대 실적을 앞세워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했다.

▷‘수출의 탑’은 한 회사의 수출 실적이 특정 구간을 넘어서는 신기록을 세울 때 주어진다. 스포츠로 치면 ‘커리어 하이’ 개념이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1년간을 기준으로 하는데 이 기간 현대차가 310억2000만 달러, 기아가 234억8000만 달러어치의 자동차를 수출했다. 두 회사가 벌어들인 외화 545억 달러(약 71조 원)는 지난해 한국 전체 수출액의 8.0%, 국내총생산(GDP)의 3.3%에 해당한다. 자동차는 부품, 철강, 물류 등 다른 산업에 파급 효과도 커서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하다.

▷세계 경기 침체, 지정학적 위기, 보호무역 심화 등 악재 속에서도 현대차·기아는 고급화와 글로벌을 무기로 위기를 돌파했다.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와 고부가가치 모델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 비중을 이전보다 크게 늘렸다. 불확실한 환경에 대비해 다양한 카드를 준비해 놓은 것도 주효했다. 미국, 유럽, 인도, 동남아 등으로 수출 전선을 다변화했다. 전기차가 잘나갈 때는 전기차로 테슬라를 추격했고, 전기차 수요가 위축되자 하이브리드차를 앞세워 도요타와 맞섰다.

 

▷최근 해외에선 현대차그룹 앞에 ‘멋진(cool)’이란 수식어를 많이 붙인다. 올해 5월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현대차는 어떻게 이토록 멋있어졌나’라는 기사에서 세계 3위의 자동차그룹으로 성장하기까지 과정을 집중 분석했다. 지난달 미 자동차 전문매체 오토모티브뉴스도 “한땐 ‘패스트 팔로어’(추격자)였지만 이젠 업계의 혁신자”라며 “‘멋진 한국’ 느낌을 내는 최첨단 브랜드가 됐다”고 평했다. 자동차를 넘어 로봇, 인공지능(AI),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노력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

▷5일 무역의 날 기념식이 열린 서울 강남구 코엑스 전시관엔 국산 자동차 고유 모델 수출의 효시인 ‘포니 왜건’이 전시됐다. 1976년 남미 에콰도르로 차량 5대를 실어 보낸 것이 시작이었다. 부품 하나 설계해 본 적 없으면서 자동차 독자 모델을 만들어 보겠다던 1970년대의 무모한 도전이 지금의 수출강국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우리 미래를 먹여 살릴 다음 주력엔진은 무엇인가. 또 한 번의 도전과 혁신이 절실한 때다.

 

-김재영 논설위원, 동아일보(23-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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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GM만큼 절박한가

 

'글로벌 빅 5'도 생존 힘든데 현대차는 노조 불법파업에다 공장 증설 강요로 內憂外患
정부라도 '발목' 잡지 말아야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최고 실적을 낸 미국 GM이 '7개 공장 폐쇄, 1만4700명 감원'이라는 선제적 구조조정 카드를 빼들었다. 공장 폐쇄 대상에 미시간주 워런, 디트로이트시 햄트램크, 오하이오주 로즈타운 등 미국 공장 4곳이 포함됐다.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당장 보복을 다짐한다. "용납할 수 없다. 이게 살려준 보답이냐. GM은 앞으로 좋은 대우를 받지 못할 것이다."

수백억 달러의 정부 자금 지원과 노조의 양보 덕분에 극적으로 회생한 GM이 대통령과 노조의 기대를 배신하고 선제적 구조조정을 선택한 이유는 뭘까. '변하지 않으면 망한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근본적이고 파괴적인 혁신으로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고 있다. GM의 경쟁자는 더 이상 자동차 업체가 아니다. 전기차, 수소차, 자율주행차, 차량 공유 서비스 등으로 경쟁 기업이 테슬라, 구글, 우버 등으로 무한(無限) 증식하고 있다. 실체를 모르는 외계인과 전쟁을 벌여야 하는 형국이다. 글로벌 빅 5 자동차 업체의 생존을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탄광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석탄업계에 휘발유, 천연가스, 전기라는 새로운 경쟁자가 등장한 셈이다. 석탄을 아무리 저렴하게 대량생산한다고 해도 원료가 석탄 대신 천연가스와 전기로 바뀌면 석탄업체는 꼼짝없이 망한다. 그 변화는 이미 현실이다. 자동차 업체 CEO들이 '스마트 모빌리티'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입에 올리고 있다. 스마트 모빌리티 경쟁에 전자(電子)·정유·통신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다.

한국 제조업의 주춧돌인 자동차 업계는 제대로 대응하고 있는가. 현대자동차는 GM과 정반대로 올 3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76% 하락하는 등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때 영업이익률이 10%까지 뛰면서 도요타를 추월할 것이라는 찬사를 받았지만, 영업이익률이 1%대로 급락해 납품 업체들까지 위기에 빠졌다. 현대차의 전매특허였던 가성비 높은 승용차는 이제 중국 로컬 업체들의 강력한 무기이다.

현대차도 위기를 인정하고 최근 세대교체를 단행하는 등 변화와 위기 극복에 대한 열망을 표출하고 있다. 하지만 뭔가 크게 부족하다. 국외자가 봐도 백척간두(百尺竿頭), 절체절명(絶體絶命)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지만 현대차에는 GM과 같은 절박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노조는 여전히 불법 파업을 벌이고 사측은 선제적 구조조정은 입에 올리지도 못하고 있다. 오히려 통상임금, 비정규직 같은 노사 문제와 지배구조 개편 등 비본질적 문제와 씨름하고 있다. 정부는 과잉 설비를 걱정하는 현대차에 '광주형 일자리'로 사실상 설비 증설을 압박하고 있다. 세금으로 일자리 만들기에 실패한 정부가 대기업을 완력으로 몰아친다.

위기 없는 기업은 없다. 도요타도 2008년 5조원의 적자를 냈고, 2009~2010년 대규모 리콜 사태로 생존을 걱정해야 했다. GM도 기업 해체에 버금가는 구조조정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얻었다. GM과 도요타의 기사회생에는 경영진의 결단, 노사 협력, 정부의 지원이라는 3박자가 디딤돌이 됐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는 정주영 회장의 신념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았다. 자기 살점을 도려내는 담대한 구조조정, 기업이 생존하지 못하면 직원도 존재할 수 없다는 노조의 각성, 세상의 누구도 가본 적 없는 새로운 길을 만드는 혁신이 어우러져야 한다. 정부는 미국·일본처럼 자국 제조업 살리기에 '올인'을 하지는 못하더라도 기업의 발목만은 잡지 말아야 한다.

-차학봉 산업1부장, 조선일보(18-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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