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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감 중산층’ 실종] [“대한민국 이대로 괜찮겠나”.. ] ....

뚝섬 2024. 5. 8. 06:41

[‘체감 중산층’ 실종]

[“대한민국 이대로 괜찮겠나” 최태원 회장이 던진 화두]

[이재명 대표, 이젠 ‘경제 공부’ 해야 한다]

 

 

 

‘체감 중산층’ 실종

 

1970년대 일본에선 ‘1억 총중류(一億總中流)’라는 말이 유행했다. 국민 대다수가 자신을 중산층으로 여기는 풍요의 시대라는 의미다. 당시 일본인들은 대부분 이층집, 컬러TV, 승용차를 보유하며 고루 잘살았다. 1990년대 장기 불황이 닥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스태그플레이션에 고령화까지 겹치며 ‘1억 총활약’이란 말이 등장했다. 전업주부와 노인들도 취업 전선에 나서야 겨우 중산층 생활을 유지하는 ‘격차 사회’가 됐다는 의미다.

 

▶한국에서 ‘중산층(中産層)’은 학술적 개념으로 정립된 말이 아니다. 독일 사회학자 막스 베버의 계층론에서 따온 중(中) 개념과 자산 유무로 계급을 나눈 카를 마르크스의 산(産) 개념을 합쳐서 만든 한국식 조어이다(서울대 사회학과 이재열 교수 설명). 모호한 개념이지만 중산층 확대는 좌우 불문 모든 정권이 지향했던 국정 과제였다. 노무현·박근혜 정부는 공히 ‘중산층 70% 시대’를 국정 목표로 제시했다.

 

▶고도 성장기였던 1980년대엔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여긴 국민 비율이 75%에 달했다. 미래에 대한 낙관이 넘치던 시절이었다. 1997년 외환 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가 중산층에 직격탄을 날렸다. 사오정’(45세 정년), ‘하우스 푸어’, ‘수저계급론’ 등 암울한 신조어가 등장하며 ‘체감 중산층’이 격감했다. 각종 소셜미디어가 상대적 박탈감을 더 부추겼다. 객관적 지표로는 중산층이지만 스스로를 ‘하류층’으로 여기는 자학 증상이 심해졌다.

 

▶엊그제 발표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한국의 중산층은 누구인가’ 보고서는 자학 증세의 실상을 보여준다. 월소득 700만원 이상 고소득 가구 구성원 100명 중 11명만 자신을 상층으로 여긴다. 76명은 중층으로, 12명은 하층으로 생각한다. 자산·소득 기준 중산층의 40%가량은 자신을 ‘하층’으로 인식한다. 고학력·전문직일수록 ‘자학 증세’가 더 심하다.

 

▶영국 경제학자 허시는 경제 성장이 일정 단계에 이르면 물질재 공급이 주는 밀물 효과(밀물은 모든 배를 띄운다)는 없어지고, 지위재의 중요성이 커진다고 했다. 자기 집을 갖게 돼도 만족이 안 되고, 서울 강남의 ‘똘똘한 한 채’에 대한 갈망이 더 커지는 것이 좋은 예다. 소득, 생활 수준으로는 한국은 이미 선진국이지만, 국민 70%는 아직 선진국이 아니라고 답한다. 삶이 팍팍하다고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명문대 진학, 좋은 일자리를 둘러싼 살벌한 경쟁, 세계 최악의 자살률·출산율·노인 빈곤율 등을 보면 ‘체감 중산층’의 격감이 이해되기도 한다.

 

-김홍수 논설위원, 조선일보(24-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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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이대로 괜찮겠나” 최태원 회장이 던진 화두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여태까지 해왔던 대로 하면, 대한민국 괜찮은 겁니까’라는 질문을 전 사회에 한번 던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최 회장은 최근 연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이전의 방법이 별로 효과가 없었다는 게 개인적 의견”이라며 “저성장, 저출산 등의 당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회, 정부, 경제계, 시민사회가 함께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최 회장이 던진 화두는 우리 사회가 함께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질문이다. 그제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한국은 소멸을 향해 달려가는 기관차와 같다. 7년 뒤엔 국민 절반이 50세 이상이 되고, 9년 뒤엔 초등학교 입학생이 지금의 절반이다. 14년 뒤에는 군대 유지에 필수적인 신규 입영 대상자가 20만 명 밑으로 추락하고, 20년 후에는 국내 생산가능인구가 약 1000만 명 줄어든다.

아직 선진국 대열에 안착하지 못했으면서 벌써 1%대의 저성장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래 성장을 이끌 새로운 대표선수를 찾지 못해 2000년대 이후 10대 수출품목은 거의 변화가 없다. 한국 경제에 축복이었던 중국 효과는 사라졌다. 이제 한국 경제는 반도체 하나에만 의존해 위태로운 외발뛰기를 계속하고 있는 형국이다.

 

한국을 경이의 눈으로 바라보던 해외 각국은 이제 걱정스러운 시선을 던지고 있다.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국의 경제 기적은 끝났나라는 기사를 통해 “한국식 국가 주도 성장 모델이 한계에 봉착했다”고 분석했다. 한국 경제가 정점을 찍고 내려갈 일만 남았다는 ‘피크 코리아’론도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한국은 느긋하기만 하다. 한국이 ‘1호 인구소멸국가’가 될 것이란 경고가 나온 게 18년 전인데 그동안 출산율은 오히려 악화되고만 있다.

예정된 소멸의 위기에서 대한민국을 구출하려면 저출산, 저성장 문제 해결에 다걸기를 해야 한다. 아이 낳기를 주저하는 환경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구조 개혁과 규제 혁파를 통한 경제 체질을 개선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사회 전체가 머리를 맞대고 치열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당장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과정이 고통스럽다는 이유로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

 

-동아일보(24-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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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 이젠 ‘경제 공부’ 해야 한다

 

[박중현 칼럼]

 

22대 총선 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말 한마디 무게가 선거 전과 비교할 수 없이 무거워졌다. 175석의 국회 1당을 이끄는 정치 지도자의 발언이기 때문이다. 경제 정책과 관련한 발언의 의미도 달라졌다. 이전 발언들이 유력 야당 정치인의 정치적 수사에 그쳤다면, 이젠 정부 여당이 반발하면 ‘처분적 법률’을 만들어서라도 실천할 수 있는 권력을 가졌다. 그런데도 그의 경제 관련 발언을 해독하는 건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나라 안팎의 경제 사정이 급변해도 업그레이드가 안 되는 경우도 많다. 체계적 학습이 부족한 상태에서 이념에 치우친 지식이 뿌리 깊게 입력된 탓으로 보인다.

당장의 문제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인식이다. 22대 국회가 개원하면 민주당은 1호 법안으로 이 대표의 총선 공약인 ‘국민 1인당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부터 추진하겠다고 한다. 이에 대한 국내외 경제전문가들의 이구동성 반응은 ‘물가가 불안한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국가 신용등급을 매기는 글로벌 신용평가회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심지어 민노총까지 한목소리로 자제를 요구하고 있다.

중동 분쟁 등으로 대외 변수가 불안한 상황에서 13조 원을 풀면 물가가 다시 들썩일 거란 예상은 경제의 기초 상식에 속한다. 이 대표는 “소양강 호수에 돌 하나 던졌더니, 수위가 올라가서 댐이 넘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와 비슷하다”며 슬쩍 피하려 한다. 하지만 중앙은행이 금리를 높여 통화량을 억누르는 와중에 13조 원을 푸는 건 돌멩이 하나에 견줄 일이 아니다.

 

금리’ 문제로 넘어가면 이 대표의 경제 인식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그는 서민을 힘들게 하는 고금리에 극단적 적대감을 내비쳐 온 정치인이다. 2020년에는 최고 금리를 24%에서 20%로 낮추려는 정부에 “적정 수준은 11.3∼15% 정도”라며 ‘적정 이자’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했다. 법정이자 상한 때문에 대부업체의 대출도 못 받은 서민들이 불법 사채업의 희생양으로 떠밀린다는 금융 전문가들의 지적이 빗발쳐도 생각을 바꾼 적이 없다.

이 대표가 고집하는 13조 원의 지원금은 시장금리를 높이고, 고금리를 연장할 가능성이 크다.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기 위해 정부가 국채를 더 찍어내면 금융시장에서 국채 가격은 떨어지고, 반대로 국채 금리는 올라간다. 국채 금리보다 높은 수준에서 결정되는 시장 금리 역시 덩달아 높아져 빚을 진 서민과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은 커지게 된다. 1억 원을 빚진 가구라면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마다 한 해 이자로 100만 원을 더 내야 한다. 앞에서 받은 지원금이 뒤에서 금융회사 대출이자로 빠져나가게 된다.

환율까지 고려하면 문제가 더 복잡해진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한국보다 2%포인트 높아 강달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돈을 풀어 통화량을 늘리면 원화가치는 떨어질 공산이 크다. 원화가치가 하락하면 100% 수입하는 원유는 물론이고, 금(金)사과 대신 해외에서 수입하는 바나나 등 서민용 과일 값까지 오른다. 지난 대선 때 이 대표는 그의 돈 풀기 공약 때문에 비(非)기축통화국인 한국의 재정적자 비율이 과도하게 높아질 거란 지적에 “한국이 곧 기축통화국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란 터무니없는 발언을 내놓은 적이 있다. 그에게 국제통화 문제까지 이해해야 한다는 주문은 과도한 걸까.

경제 작동 원리와 괴리된 남다른 상식의 소유자가 정책 결정권을 가질 때 벌어지는 일을 우리 사회는 이미 경험했다. ‘마차가 말을 끈다는 논리’로 비판받은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은 최저임금을 급격히 끌어올려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의 몰락을 재촉했다. 정치 지도자가 경제 원리에 배치되는 신념을 가질 때의 해악은 튀르키예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자를 죄악시하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물가가 오르는데 금리를 낮춰 대응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통화정책 후유증으로 튀르키예 국민은 60%대 물가 상승, 리라화 가치 폭락에 신음하고 있다.

이 대표 주변에선 널리 인정받는 출중한 경제 전문가를 찾아보기 어렵다. 영입 제안을 받았지만 경제원칙에 어긋나는 정책, 주장을 논리적으로 백업할 자신이 없어 거절했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22대 총선에서 당선된 민주당 의원 가운데 경제 전문가 숫자도 21대 때보다 줄었다고 한다. 잘못된 경제정책이 추진될 때 바로잡을 이들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이 대표가 때론 포퓰리스트를 자임하다가, 정부를 비판할 땐 “잘못하면 (우리나라가) 아르헨티나처럼 될 수 있다”는 식의 이해 못 할 말을 할 때마다 국민은 당혹스럽다. 격상된 정치 위상에 걸맞게 제대로 된 가정교사를 들여 경제 공부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

-박중현 논설위원, 동아일보(24-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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