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식 성공’이 청소년 교육과 공동체 가치관에 미칠 영향 ]
[자기 목소리 녹취 나와도 법원 겁박, 언론에 막말]
[‘이재명은 합니다’ 이제 그 말이 무섭다]
['헌법의 아버지'들이 상상도 못했을 이재명]
[‘팀 이재명’은 멈춰 세울 능력이 있을까]
[제2 통진당 사태 발생 땐 민주당이 책임져야]
‘이재명식 성공’이 청소년 교육과 공동체 가치관에 미칠 영향
[이기홍 칼럼]
숱한 거짓말과 비명횡사 친명횡재 공천에도
이재명식 정치와 아부꾼들이 득세한 게 현실
사필귀정과 ‘정의 승리’ 가치관마저 흔들려
사법부 소임 다해야만 공동체 붕괴 막는다
필자는 ‘이재명’만을 소재로 칼럼을 쓴 적이 없다. 그럴 가치가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 대표의 정치는 자신의 의도와 욕구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선악·장단점이 너무도 뚜렷하게 보이므로 칼럼으로 분석할 만큼 다층적인 소재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러나 지난 총선의 비명학살 친명횡재 공천과 이 대표의 언행은 우리 사회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짚어 봐야할 고민거리를 던져 준다. 그것은 이재명식 정치가 청소년의 교육에, 그리고 우리 공동체를 지탱해 온 가치관에 미칠 폐해다. 아무리 갈등이 심하고 독재와 야합의 역사가 있었어도 대한민국 헌정사는 양심과 정의가 승리한다는 믿음을 배반하지 않는 길로 흘러왔다. 험난해도 옳은 길을 택하면 결국 보상받았고 탐욕은 불이익으로 돌아왔다. 사필귀정이 통하는 사회였던 것이다.
예를 들어 윤석열 대통령의 당 장악 욕심은 몇 배 큰 부메랑이 되어 윤 대통령을 징벌했고, 친박공천 욕심은 박근혜를 징벌했다. 노무현은 지역감정에 도전하려고 현실적 불이익을 무릅썼고 결국 ‘보상’을 받았다. 그런데 이재명이 등장하면서 이런 공식이 허물어져 버렸다. 무수한 거짓말과 안면몰수하고 자행하는 장애물 제거, 내부 숙청…. 정상 사회에서라면 곧바로 징벌당할 행동들이 현실에서 이득으로 귀결됐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는 가르침과 이재명 정치의 현실은 정반대다. 이재명식 거짓말은 범인(凡人)의 그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첫째, 그냥 거짓말에 그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을 악마로 추락시킨다. 그는 자신과의 불륜관계를 털어놓은 여배우를 허언증 환자로 매도했다. 개인의 사생활에 간섭하고 싶지 않지만 이 점만은 지적하고 싶다. 불륜이나 유부남 사칭을 저지르는 남자들은 더러 있어도, 상대 여성을 허언증 환자로 매도하는 남자는 찾기 힘들다. 대부분의 남자들은 그런 일 없다고 잡아떼다가, 빌거나 도망다니기에 급급할 것이다. 상대의 약점을 들먹여 겁박하거나 정신질환자로 몰아붙이는 뻔뻔함은 상상하기 어렵다.
이재명 지지자들은 필자에게 따지고 싶을 것이다. 여배우의 일방적 주장을 어떻게 사실이라고 믿고 이런 논지를 펴느냐고. 필자는 그 여배우가 이재명 변호사가 2010년 성남시장이라는 공인이 되기 이전부터 그와의 관계에 대해 지인들에게 토로한 사실을 알고 있다. 이재명이라는 변호사와 이러저러한 관계가 있었는데 그런 사람이 공천을 받으려 뛰는데 이건 문제 아니냐는 내용이었다. 그녀가 상대 남자가 훗날 시장, 도지사, 유명 정치인이 될 걸 예상하고 미리 이런 가공의 이야기를 만들어내 퍼뜨렸을 가능성은 1%도 안 될 것이다.
이 대표는 형수 쌍욕으로 궁지에 몰리자 친형과 형수가 패륜행위자라고 주장했다. 김성태 쌍방울 전 회장을 지칭할 때는 ‘조폭 출신’이라는 표현을 빼놓지 않는다. 이재명식 거짓말의 또 하나 특징은 논거 자체가 팩트가 아닌 경우가 잦다는 점이다. 누구든 논거를 들며 주장을 펼 때 논거로 제시한 내용 자체는 팩트임을 당연한 전제로 한다. 예를 들어 “1년 전 다른 재판 때는 이랬는데 이번엔 정반대 판결이 나왔다”고 하면, 사람들은 ‘이번 게 잘못됐구나’ 또는 ‘이번은 상황이 다르니 1년 전과 달라도 잘못된 게 아니다’는 반응을 한다. ‘1년 전 재판이 이랬다’는 예시 자체가 사실과 다를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않는다. 이 대표는 그 점을 노려 사실과 다른 내용의 논거들을 던진다. 지지 집단 구성원들의 머릿속 확신이 흔들리지 않도록 재무장용 논리를 제공하려는 의도다.
이런 정치가 청소년의 가치관에 미칠 부정적 학습효과는 측정조차 겁난다. 정치는 몇 년이지만 교육은 백년, 이백년을 간다. 주군(主君)에게 노골적 아부를 해대고 상대 진영을 물어뜯는 데 앞장선 이들이 한결같이 최고의 보상을 받았고, 조응천을 비롯해 합리적 목소리를 내고 상대적으로 상식과 정도를 지키려 했던 이들은 참담한 결과를 맞았다. 과거에는 노골적으로 사당화 공천을 하면 국민이 이를 응징했는데, 이번엔 아무 불이익을 받지 않았다. ‘윤석열과 김건희’라는 강력한 후원 에너지의 영향이기도 하다. 그러니 “당의 아버지” 아첨까지 나오는 막장극이 생중계되고 있다.
그 집단 내부엔 어떤 은밀한 거래가 숨어 있을까. 4건의 재판을 동시에 받고 있는 이 대표가 변호사 비용을 어떻게 조달하고 있는지 궁금하다는 사람들이 많다. 3월 말 국회가 공개한 이 대표의 재산 신고액은 31억1527만 원이다. 한 해 전보다 3억3257만 원 줄었는데 대부분 아파트 공시가 하락에 따른 것이다. 그러지 않아도 이 대표와 측근들 사건의 변호사 5명이 ‘공천=당선’ 지역에 공천돼 매관매직 비판이 일었는데 이런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변호사비 내역을 상세히 밝혀야 한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법치주의, 삼권분립이라는 기둥들 위에 정의·공정에 대한 믿음이 뭉쳐져 굴러가는 공동체다. 그런데 이재명식 정치는 사필귀정에 대한 믿음을 약화시키고 합법의 외피를 쓴 사법절차 교란으로 시스템의 기둥을 흔들고 있다. ‘이재명 문제’는 도덕성 각성 촉구 차원으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다다랐다.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사법시스템이 소임을 다하는 것이다. 재판이 지연돼 이 대표가 피고인인 상태로 대선이 치러지고 만약 승리할 경우 국민의 절반은 그 정당성을 흔쾌히 인정하지 않으려 할 것이다. 반대로 대선을 목전에 두고 만약 유죄가 확정돼 피선거권이 박탈된다면 국민의 다른 절반이 민란 수준으로 저항할 것이다. 유죄든 무죄든 조속히 결론이 내려져야 한다. 거짓말과 사술(詐術)의 정치로 인해 공동체의 정신적 토대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사법부마저 소임을 다하지 않는다면 공동체의 붕괴를 막을 길이 없다.
-이기홍 대기자, 동아일보(24-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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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목소리 녹취 나와도 법원 겁박, 언론에 막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기 17일 국회 회의장에서 앞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 있다. 이 대표는 최근 언론을 향해 "검찰의 애완견"이라고 비판해 논란을 빚었다. /뉴스1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검사 사칭’ 사건과 관련, 자신에게 유리하게 증언을 해줄 것을 핵심 증인에게 요구하는 음성 녹취 파일이 공개됐다. 이 대표는 2018년 경기지사 선거 방송토론회에서 과거 김병량 전 성남시장을 상대로 검사 사칭을 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던 것에 대해 “누명을 썼다”고 주장,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됐었다.
녹취 파일에서 이 대표는 김 전 시장의 수행비서 김진성씨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어차피 (김병량) 시장님은 돌아가셨고 세월도 다 지나버렸다. (나한테 덮어씌웠다고) 얘기 좀 해주면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김씨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지만 이 대표는 “우리 주장이 담긴 변론 요지서를 보내드릴 테니 기억을 되살려 보시라”고 했다. 이 대표의 거듭된 요구에 김씨는 “지켜드리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김씨에게 사실대로 증언해 달라고 요구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씨는 재판에서 이 대표 요구에 따라 위증했다고 자백했다. 검사 사칭 공범으로 기소됐던 KBS PD는 “이 대표의 누명 주장은 명백한 거짓말”이라고 했다. 이 대표 구속영장을 기각했던 재판부도 “위증 교사 혐의는 소명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모든 혐의를 부인하며 오히려 보도하는 언론에 막말을 퍼붓고 있다. 이 대표는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언론이) 진실을 보도하기는커녕 마치 검찰의 애완견처럼 주는 정보 받아서 열심히 왜곡 조작하고 있지 않느냐”고 했다. 기자협회와 언론노조 등은 사흘간 침묵하다 비판 여론에 떠밀려 뒤늦게 “사과하라”는 성명을 냈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희롱 사건 때 여성단체들이 침묵했던 것과 다르지 않다.
민주당 강성 지지층은 대북 송금 사건 재판부를 탄핵해야 한다며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 원내대표는 “판사도 선출해야 한다”고 했다. 특정인을 처벌하려는 수사라는 의심이 들면 판사가 영장을 기각해야 한다는 법도 발의했다. 이미 대북 송금 사건 수사팀에 대한 특검과 검사 탄핵을 추진하고 있다. 검찰이 없는 죄를 만든다며 수사기관 무고죄도 신설한다고 했다. 이 대표 한 사람 때문에 민주 국가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조선일보(24-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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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허위 사실로 한동훈 명예훼손 유죄 확정. 판검사 ‘법 왜곡죄’ 만든단 분들, 사실 왜곡 없는지부터 살피길.
-팔면봉, 조선일보(24-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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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은 합니다’ 이제 그 말이 무섭다
‘이재명은 합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021년 대선 후보 때 내걸었던 슬로건이다. 2014년 경기 성남시장 시절 ‘성남은 합니다’의 연장선상에서,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였던 ‘사이다 추진력’을 집중 부각한 거다.
그는 171석 원내 1당 대표가 돼서도 계속 ‘하고 있다’. 국회에서 그야말로 ‘입법 폭주’를 하고 있다. 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지난달 그가 당 워크숍에서 “개혁 법안과 민생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을 때만 해도 레토릭이겠거니 했다. 그런데 정말 임기 첫날 자신의 총선 공약이었던 ‘전 국민 25만 원 민생지원금법’을 당론 법안으로 대표 발의했다. 그러더니 22대 국회의 첫 번째와 두 번째 본회의를 모두 야당 단독으로 열었다. 보통 여야 합의가 안 되면 한두 번쯤 미루는 게 관례였는데 “관례가 법을 이길 수 없다”는 명분으로 몰아붙였다. 그 결과 민주당 출신 우원식 국회의장에 이어 국회 운영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등 핵심 11개 상임위원장이 모두 민주당 출신으로 뽑혔다. 집권여당이 불참한 가운데 야당 단독으로 국회가 개원한 것도, 야당이 국회의장과 법사위원장을 독차지한 것도 모두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민주당은 전체 18개 중 알짜배기 11개를 낼름 먼저 가져간 뒤 여당에 “남은 7개라도 줄 때 좋게 가져가라”고 하고 있다.
이재명은 그러고도 계속 한다. 그는 12일 당 회의에서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전날 가장 먼저 상임위 전체회의를 야당 단독으로 연 것에 대해 “신속하게 업무 시작하신 것, 잘하셨다”고 칭찬했다. 그러더니 옆자리에 앉은 박찬대 원내대표를 바라보며 “여당은 (원 구성을) 거부하겠다는 태도인데 언제까지 기다릴 것이냐”며 “법률상 월요일(10일)에 (원 구성이 완료) 됐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공개적으로 질책했다. 나머지 7개 상임위원장 선출도 빨리 끝내라는 거다. 이 대표의 ‘하라’는 불호령에 11개 상임위는 경쟁적으로 ‘반쪽 회의’를 몰아치고 있다.
그는 당 대표도 한 번 더 하려는 모양이다. 민주당은 12일 당무위원회를 열고 대선에 출마하는 당 대표는 선거 1년 전 사퇴하도록 한 당헌에 “특별하고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땐 사퇴시한을 달리 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을 붙였다. 기소 시 직무를 정지하도록 한 조항은 없앴다.
이 대표는 이 개정이 자신의 대표 연임 및 차기 대선 도전을 위한 ‘이재명 맞춤형’이라는 비판을 의식한 듯 회의에 참석해 개정에 반대 입장을 냈다. 다만 강성 친명들이 “특정인을 염두한 게 아니”라며 말리자 못 이기는 척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그를 진심으로 지지해 온 원조 친명들조차 “굳이 (당헌을) 손 볼 필요가 있었나”(정성호 의원) “주변에서 (한 번 더 당 대표) 하라고 하니까 한다, 이런 논리로 연임은 안 했으면 좋겠다”(김영진 의원)는데, 그래도 이재명은 한다.
행정가 시절 이재명은 ‘한다면 하는’ 불도저 추진력으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행정과 정치는 다르다. 민주주의는 원래 독재보다 복잡하고, 비싸고, 불편한 것이다. 그냥 그렇게 자기 하고 싶은 대로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대체 이재명은 어디까지 할 건가.
-김지현 정치부 차장, 동아일보(24-0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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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의 아버지'들이 상상도 못했을 이재명
[박정훈 칼럼]
오로지 한 사람의 범죄 처벌을 막고
한 사람이 대권으로 가는 길을 열기 위해
법치를 교란하고 헌정 질서를 흔드는 위헌 폭주를 하는 것
이재명 대표가 14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선거법 위반 재판에 출석하면서 취재진 앞에서 입장을 말하고 있다. 이 대표는 주 1~2회 꼴로 재판정에 서고 있다./연합뉴스
논란 중인 ‘헌법 제84조 문제’는 대통령의 불소추(不訴追) 특권에 기존 재판도 포함되느냐의 이슈다. 헌법 84조는 내란·외환죄를 빼고는 재임 중 대통령을 형사 소추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통령에 당선되는 순간 범죄 혐의가 있어도 기소하지 못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으나 이미 진행 중인 재판도 중단되느냐를 놓고선 해석이 팽팽히 엇갈린다. 가장 명확해야 할 헌법 조문이 불확실성에 휩싸인 것이다.
이 조항이 이제 와서 문제 된 것은 지금까지 없던 전혀 새로운 유형의 정치인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7개 사건 11개 혐의로 4개 재판을 받고 있거나 받을 예정인 형사 피고인이 거대 야당을 발판 삼아 대권을 두드리는 초유의 상황이 펼쳐졌다. 2017년 대선 때 홍준표 후보 출마 사례가 있으나, 그는 2심 무죄 판결을 받은 상황이었고 당선 가능성도 낮아 별 논란이 되지 않았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선거법 위반, 위증, 배임, 제3자 뇌물 등의 중범죄 혐의로 기소된 데다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유력 후보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84조 문제’는 나라를 두 쪽 낼 핵폭탄으로 폭발할 수 있다.
대통령 불소추 특권의 역사는 길다. 1948년 제헌 헌법도 제67조에서 토씨 하나 거의 다르지 않게 규정하고 있으니 건국 이래 76년간 대통령을 위한 안전장치로서 기능해온 셈이다. 이 조항을 누가 고안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제헌 헌법의 기초 자료였던 ‘유진오 초안’이 내각제로 돼있던 것을 이승만 당시 국회의장이 개입해 대통령제로 바꿨다는 사실로 미루어 이승만의 의지가 반영됐을 것으로 추측만 할 뿐이다. 이승만은 미국식 민주제도의 이상을 헌법에 담으려 했다. 여기에 유진오가 모델로 삼은 바이마르헌법과 옛 관료 그룹이 차용한 메이지헌법 요소, 그리고 1919년 임시정부 수립 때부터 한민족이 나아갈 방향이 ‘민주 공화제’임을 간파했던 독립운동가들의 염원이 어우러져 대한민국의 뼈대인 제헌 헌법이 탄생했다.
건국을 설계한 ‘헌법의 아버지’들은 헐벗은 해방 공간에서 대통령이 강력한 리더십을 쥐고 신생 대한민국을 건설해 가길 바랐다. 대통령에게 불소추 특권을 부여한 것도 처벌 걱정 없이 소신껏 국가 운영을 하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대통령 직무의 안정성을 위한 것이지, 범죄 혐의자에게 사법 리스크의 면죄부를 쥐여 주려는 취지였을 리 없다. 재판받는 형사 피고인이 대통령에 출마하고 그런 사람이 당선될 수도 있다는 것은 상정(想定) 밖 일이었다. 그런 상황이 벌어지리라곤 헌법의 설계자들이 상상조차 못 했을 것이다.
‘제헌 헌법의 아버지’들이 대한민국을 설계하며 고민했을 상상력의 한계를 이재명 대표는 훌쩍 뛰어넘었다. 명문 조항은 없지만 법적·도덕적 문제 있는 사람은 공직을 맡지 말아야 한다는 게 민주 공동체를 지향하는 우리 헌법의 취지다. 이 대표는 이런 헌법 정신은 물론, 정글 같은 정치판에서 그나마 통용되던 최소한의 금기마저 모조리 깼다. 대선에서 패배한 사람이 곧장 국회의원 선거에 나가고 당대표까지 되어 방탄 특권을 몸에 둘렀다. 반대파를 제거해 전통 깊은 야당을 1인 사당(私黨)으로 만들더니 168명 소속 의원들을 방탄 부대로 앞장세웠다. 헌정 질서의 근간인 의회 제도를 개인 범죄 방어에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행정·입법·사법부가 견제하며 균형을 이루라는 것이 헌법 정신이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검찰을 겁박하고 법원을 압박함으로써 삼권분립의 기초를 흔들고 있다. 이 대표 사건을 수사하는 검사들 신원을 공개해 공격 좌표를 찍고, 수사팀을 겨냥한 특검법이며 탄핵을 추진하겠다 한다. ‘술판 회유’ 거짓말까지 해가며 재판을 질질 끌던 측근 이화영의 유죄 판결로 법원이 이 대표의 관여 혐의를 인정했는데도 “조작”이니 “창작”이니 하며 사법부 판단마저 불복할 태세다, 심지어 영장 판사를 자기들이 고르고 재판부를 선출로 뽑겠다고까지 한다. 법치의 보루인 사법 시스템을 정치 난장판으로 만들려 하고 있다.
지금 이 대표와 민주당이 벌이는 일은 단순한 정치 공세가 아니다. 그것은 헌정 질서를 흔드는 헌법 교란이자 위헌적 폭주에 다름없다. 이 모든 것이 이 대표 한 사람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오로지 한 사람의 범죄 처벌을 막고 그 한 사람이 대권으로 가는 길을 열기 위해 검찰·법원을 협박하고 “민주적 통제” 운운하면서 사법을 방해하고 있다. 입법 폭주와 특검 남발, 탄핵 협박으로 행정부를 겁박하며 의회 민주주의를 왜곡시키고 있다.
과거 독재 정권은 헌정을 뒤집기 위해 군사 쿠데타를 일으키거나 헌법 자체를 고쳤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형식적 합법을 가장했지만 실제론 법치와 사법부 독립, 삼권분립, 의회 제도의 헌정 질서를 흔드는 엄청난 일을 하고 있다. 이런 날이 오리라고는 ‘헌법의 아버지’들이 꿈도 못 꾸었을 것이다.
-박정훈 논설실장, 조선일보(24-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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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이재명’은 멈춰 세울 능력이 있을까
9분 능선을 넘어 끝난 일처럼 됐지만,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당헌(黨憲) 개정을 중단해야 한다. 중단할 수 있다는 유연함과 과단성을 국민 앞에 보여 줘야 한다. 친명의 충성심이 빚은 당헌 개정 작업을 두고 내부 깊숙한 곳에서 경고음이 울렸을 때 바로잡아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 저하의 상당 부분이 잘못을 스스로 교정할 능력이 부족했던 때문 아니던가.
이 대표는 이른바 개딸 정치를 해 온 40대 최고위원에게 당헌 개정의 실무책임을 맡겼다. 국회의장 후보 선출에 당원 의견 20% 반영, 연장 가능한 당 대표 임기, 기소될 때 당직 박탈 조항 폐지 등 3군데를 뜯어고치자는 의견이 만들어졌다. 이 가운데 이 대표가 “이건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는 임기 문제로 국한해 보자.
이 대표는 30년 관행을 깨고 올 8월 연임에 도전할 것이 분명하다. 그가 2027년 3월 대선에 출마하려면 선거일 1년 전에는 대표직을 내려놓으라는 것이 지금의 당헌이다. 당 대표가 자신도 출마할 대통령 후보 경선을 쥐락펴락하는 비민주성을 줄이자고 여야가 공히 채택한 제도로, ‘당권·대권 분리’라고 부른다. 이 조항을 “상당한 사유가 있을 땐 사퇴 시한을 바꿀 수 있다”는 쪽으로 수정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2026년 6월 지방선거 때까지 몇 개월 임기 연장의 길을 터 준 조치로 여겨진다.
“설탕만… 이 다 썩는다”는 최측근 경고
반론이 엄두가 안 나는 1인 체제 민주당이지만, 지난주 원조 친명인 7인회 소속 김영진 의원이 반대의 뜻을 밝혔다. 그는 “이 대표가 설탕만 먹고 있다면 이빨이 다 썩는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개인 설득을 하기엔 너무 나가 버려, 공개적으로 문제 제기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다”는 말도 했다. 김 의원은 이 대표의 중앙대 후배이자, 대학 총학생회장 시절 전대협 활동을 했다. 당 주류로서 손색없는 인물이 나섰지만, 거기까지였다. 지난주 연석회의에 의원 등 206명이 참석했지만 반대 의견은 2명에 그쳤다고 한다.
지금대로라면 월요일 중앙위원회가 추인하면 절차는 끝난다. 하지만 이 대표의 대통령 꿈은 오히려 반발짝 멀어질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첫째, 옳지도 않고 이익도 생기는 게 없는 일이다. 전두환도 7년 대통령 단임제로 개헌하면서 임기 조항은 변경을 하더라도 ‘다음 대통령부터’ 적용된다고 했다. 그게 신군부도 알던 상식이고 염치다. 이런 수준의 정치가 중도층 확장에 도움이 되는 걸까. 둘째, 민주당은 “윤석열 독재”라는 비판을 반복하지만 반론을 용납하지 않는 민주당은 뭐가 다른 걸까. 김영진 의원 말처럼 민주당이란 큰 공기(公器)에 대한 역사적 책임의식 부족에서 비롯된 일 아닌가. 셋째, 이 대표를 희화화할 소지가 있다. 이 대표는 “임기 조항은 손 안 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여럿 나왔다. 그런데 조항 손질 작업이 달라진 것은 없었다. 그 말이 이 대표의 진심이 아닐 것으로 민주당 핵심부가 판단해서였을까. “손대지 말란다고 정말로 그런 줄 알았느냐”는 패러디가 나오지 말란 법이 없다.
브레이크 제때 밟는 솜씨 입증해야
이 대표가 대통령 꿈을 이루려면 이 대표 본인은 물론 참모그룹을 포함하는 ‘팀 이재명’에 액셀과 브레이크가 잘 갖춰져 있어야 한다. 추진력이 액셀이라면, 경고음에 멈출 줄 아는 능력이 브레이크다. 완급 조절 능력을 보여 준다면 국민들은 훗날 이재명 정부가 이렇게 돌아가겠구나 하고 기대감을 키울 수 있겠다. 지지지지(知止止止)라는 옛 말씀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멈출 때를 알아, 멈출 곳에서 멈춰야 하는 것은 만사의 이치다. 집권을 꿈꾼다면 이 대표도, 팀 이재명도 멈춰야 한다. 그럴 수 있음을 유권자에게 입증해야 한다.
-김승련 논설위원, 동아일보(24-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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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통진당 사태 발생 땐 민주당이 책임져야
윤종오 진보당 원내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대남대북전단 중지, 한반도 평화실현 국회결의안 제안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종덕 의원, 윤 원내대표, 수어통역사, 정혜경 의원.
진보당은 14일 김재연 전 통진당 의원을 당 대표로 선출했다. 통진당은 유사시 우리 국가 기간 시설 타격을 모의하다 적발돼 2014년 헌법재판소에 의해 해산됐다. 김 대표는 그때 통진당 의원이었다. 진보당은 그동안 자신들이 통진당과 무관하다고 주장해왔다. 당 홈페이지에서도 통진당 결성과 해산 때의 과정은 생략한 채 2017년부터의 활동만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 통진당 출신 전 의원을 당 대표로 선출하면서 통진당의 후신임을 스스로 증명했다.
강제 해산된 진보당이 원내 3석 정당으로 부활한 데는 민주당의 도움이 결정적이었다. 통진당은 해산 이후 민중당, 진보당으로 이름을 바꿔가며 활동을 이어왔지만 4년 전 총선에서 단 1명의 당선자도 내지 못한 ‘아스팔트 정당’에 불과했다. 그러나 2023년 전주을 재선거에서 강성희 의원이 당선되면서 원내 정당으로 부활했다. 민주당이 그 지역 후보를 공천하지 않는 방식으로 진보당에 길을 터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 때는 야권 연대라는 이름으로 진보당 출신 3명을 자신들의 위성정당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했다. 민주당은 울산 북구를 비롯해 지역구 60여 곳에서도 진보당과 단일화를 했다. 진보당 후보 중에는 주한 미군 사격 훈련장 폐쇄 운동을 하거나 내란 선동죄로 유죄를 받은 이석기 전 의원의 사면·복권 운동을 한 사람도 있었지만 민주당은 이를 문제 삼지 않았다. 지지율 1%대에 머물던 진보당이 이번 총선에서 비례 2명, 지역구 1명의 당선자를 내도록 밀어주고 당겨준 것이 민주당이다.
진보당 강령에는 “불평등 한·미 관계 해체” “대외 의존적 경제 체제와 재벌 해체”같은 내용이 담겨 있다. 대한민국 발전의 동력이었던 시장경제와 한·미 동맹을 근본적으로 부정하고 있다. 이런 사람들이 국회에 진입했다. 국회의원은 상임위가 무엇이든 정부의 정책과 예산을 사실상 무한대로 들여다볼 수 있다.
북한을 도와 우리 사회 내에서 파괴 활동을 하려던 정당이 국회에 다시 들어와 무슨 일을 할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년 전에는 헌법재판소가 통진당을 강제 해산했지만 이번에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게 되면 민주당도 함께 그 책임을 지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24-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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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북 송금 기소된 이재명 대표 “검찰 애완견 된 언론이 조작.” ‘방북비 대납’은 이화영 판결 내용인데 웬 언론 탓?
-팔면봉, 조선일보(24-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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