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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방산, 화려한 수출 성과 뒤엔 운송 물류의 힘] ....

뚝섬 2024. 10. 23. 09:28

[K방산, 화려한 수출 성과 뒤엔 운송 물류의 힘]

[정치에 정신 팔려 제 발등을 찍어도 제대로 찍었다]

[17조원 美 훈련기 입찰 앞두고, 'T-50 세일즈맨'의 죽음]

 

 

 

K방산, 화려한 수출 성과 뒤엔 운송 물류의 힘

 

[변종국의 육해공談] 

CJ대한통운이 태국에서 무진동 차량을 이용해 T-50TH 전투기를 운송하고 있다. CJ대한통운 제공

 

국내 기술로 만든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 계열 항공기는 올해 10월 기준 6개 국가에 총 138대가 수출됐다. T-50은 주로 동남아 국가들이 많이 찾는데,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등 4개 나라가 총 66대를 도입했다.

 

그렇다면 고등훈련기는 어떻게 동남아까지 전달될까? 전투기와 훈련기 등은 일반적으로 현지로 직접 날아가는 방법(페리 방식)과 분해를 해서 화물기 등으로 보내 현지에서 재조립하는 방식으로 운송된다. 공중 급유를 받을 수 있거나 항속거리가 긴 전투기라면 직접 전달도 가능하다. 그러나 T-50의 항속거리는 2000km에 미치지 못하고, 공중 급유도 할 수 없어서 동남아로 한 번에 갈 수 없다. 중간에 기착지(목적지로 가는 도중 잠시 들르는 곳)에 내려 급유를 받고 날아가는 방법도 있다. 실제로 T-50을 완제품 형태로 만들어 기착지를 거쳐 인도네시아와 태국 등으로 보낸 적이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중간에 여러 국가를 진입해야 해서 다른 나라로부터 영공 통과 및 착륙 허가를 받아야 한다. 진입 허가를 받더라도 기착지에서 연료 주입, 운용 인력 등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으면 운송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또한 직접 날아가던 중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하거나, 훈련기 내외부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납품 전에 발생한 문제는 전적으로 제작자 책임이기에 시간과 비용이 들더라도 ‘분해-조립’이라는 운송 방법을 선택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최근 CJ대한통운은 T-50TH 2대를 태국으로 운송하는 데 성공했다. 먼저 경남 사천의 KAI 공장에서 T-50을 동체와 날개, 수직꼬리날개, 엔진 등 4개 부분으로 나눈다. 이후 차량에 부품을 실어 인천국제공항으로 이동한 뒤, 화물기에 실어 태국으로 날아간다. 현지에서 다시 육상 운송 후 공장으로 이동해 재조립한다.

운송업계에서는 전투기 운송을 가장 난도 높은 작업 중 하나로 꼽는다. 크기와 무게가 상당하고, 부품 파손 시 재조달에 긴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에 안전한 내륙 운송을 위해 ‘무진동 차량’이 투입된다. 압축된 공기를 활용해서 화물 적재 공간에 가해지는 충격을 줄이는 ‘공기서스펜션’이 장착돼 있다. 부품의 정확한 무게를 측정하고 무게 중심을 계산해서 정밀하게 싣는 것도 중요하다.

CJ대한통운도 경남 사천에서 인천공항으로 이동할 때, 태국 우타파오 공항에서 최종 목적지인 따클리 공군기지까지 이동할 때 모두 무진동 차량을 사용했다. 또한 차량 이동 시 시속 70km를 넘지 않게 운행한다. 태국에 파견을 가 있는 KAI 작업자들이 부품을 재조립하면 배송이 마무리된다.

2년 전 영국 국제에어쇼에 참가하는 공군 블랙이글스의 T-50B 9대를 옮길 때도 ‘분해-조립’ 방식을 사용했다. 당시에 B747-400F 화물기 3대와 무진동 트레일러 27대, 콘보이 차량 18대, 크레인, 지게차 등이 대거 투입됐다.

최근 들어 K방산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운송도 K방산의 중요한 일부이지만, 노력에 비해 성과가 잘 드러나지 않았다. 방산 물자 수출의 마지막은 운송으로 마무리된다. K방산 화려한 성과 뒤엔 K방산을 묵묵히 돕는 물류가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변종국 산업 1부 기자, 동아일보(24-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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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에 정신 팔려 제 발등을 찍어도 제대로 찍었다

 

KAI가 불량 헬기 만들고 T-50 값 뻥튀기했다는 건 도를 넘은 매도
이 '적폐' 소동으로 미국 17조 시장 놓치면 누구 발등 찍는 건가

 

18일 아침 신문에 문재인 대통령이 방위산업 전시장에서 한국항공우주(KAI)가 만든 비행기와 헬기에 타고 웃는 사진이 실렸다. 정권 교체 후 불과 얼마 전까지 비 새는 불량 헬기를 만든 '방산비리 적폐'로 손가락질받던 게 이 기업이다. 그런데 전 정권 임명 사장을 구속하고 현 정권 선거캠프 인사가 새 사장으로 부임하자 이 기업은 갑자기 우리나라 항공산업을 짊어지고 나갈 유망 기업으로, 불량 헬기는 명품 헬기로 바뀌었다.

정권이 바뀌었는데 물정 모르고 사장을 더 하겠다고 사표 내지 않고 버틴 사람도 참 딱하다. 그 한 명으로 인해 많은 사람이 고초를 겪고 멀쩡한 기업이 냄새나는 '폐기물' 취급을 받았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 한 사람을 몰아내기 위해 앞뒤 살피지 않고 기업 자체를 난도질한 것은 도를 넘었다.

 

이 세상의 모든 기계는 개발 과정과 양산 이후에 지속적으로 문제가 발생한다. 세계 최고 자동차회사들의 차량도 리콜이 있다. 그 문제를 고쳐나가면서 신뢰도 높은 장비로 발전해나가는 것이다. 귀중한 '기술'이 이 과정에서 축적된다. 이 당연한 과정이 한국에선 용납되지 않는다. 특히 관련 기업이 정치 표적으로 찍히면 보완해야 할 문제가 '비리'로 둔갑한다.

감사원이 '적발'한 KAI의 수리온 헬기 문제는 세계의 다른 헬기들도 겪은 문제들이다. 그렇다면 국민이 사실을 균형 있게 알 수 있도록 감사 결과를 발표해야 한다. 하지만 '비 새는 헬기' '유리창 깨지는 헬기' '날개가 동체를 때리는 헬기' '금 간 헬기' '얼음 어는 헬기'라는 식으로 문제만을 지적한다. 내용을 잘 알지 못하는 언론은 '명품 헬기라더니…'라고 보도한다.

헬기 동체에 금이 가고 비가 새는 것은 개발 초기 헬기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미국 헬기도 마찬가지다. 수리온은 이미 고쳤다. 돌이 날리는 헬기 주변 상황상 앞 유리창이 깨지는 경우가 있다. 미군은 여분 유리창을 준비해서 다닌다. 수리온은 유리창 소재를 바꾸고 보호 필름을 붙였다. 날개가 동체 일부를 친 것은 조종사가 너무 과도하게 조종간을 조작한 때문이었다. 경고장치를 단 이후엔 한 건도 사고가 없었다. 지금 국군이 운용하는 여러 다른 헬기가 수리온과 같은 수준의 얼음 결빙 방지 기능을 갖고 있는데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고 있다. 수리온만 문제 삼는다. 최고 수준 결빙 방지 시험도 곧 미국서 한다고 한다.

미국이 자랑하는 F-35 스텔스 전투기는 문제가 발생해 고친 건수가 1500여 건에 달한다. 지난 7월 취역한 미 차세대 항공모함 포드호는 크고 작은 수많은 문제가 발생해 돈도 엄청 더 들었다. 우리나라였다면 비난 폭격에 침몰했을 것이다. 수리온은 세계 최고 헬기는 아니다. 그러나 결코 불량 헬기는 아니다. 지금 생산되는 헬기 중 최소 중간은 되며 비록 많은 기술을 해외 도입했지만 그래도 우리가 이런 헬기를 만들게 됐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새 정부 출범 두 달 만에 감사원이 상당 부분 보도되거나 알려진 수리온 헬기 문제를 모아 발표했다. '적폐 청산' 신호탄이었다. 감사원이 검찰에 고발하고 검찰이 나서는 예정된 수순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쏟아져 나올 줄 알았던 '비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그래서 찾아낸 것이 '분식회계'다. 검찰은 애초 목표로 한 수사가 성과가 없으면 수사를 그만두지 않고 '분식회계'로 방향을 돌린다. 기업 회계는 문제 삼으려면 삼을 수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성완종씨가 그렇게 분식회계 수사를 당하다 자살했다. KAI 회계법인은 수년간 '적정' 의견을 내왔고 검찰 수사 이후에도 이 의견을 바꾸지 않았다. 업계에선 검찰 지적 사항이 실제 분식 회계가 벌어진 대우조선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한다. 검찰은 KAI가 T-50 국내 납품가를 뻥튀기했다고 했다. 수출용과 우리 군용은 사양이 다르다. 수출 판로를 위한 마케팅도 있다. 설사 값을 더 받았다 해도 사실상 공기업인 KAI의 수익이 어디로 가겠나.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미국 공군은 차기 고등훈련기 기종을 결정한다. 총 1000대로 50조원 규모 시장이다. 1차분만 17조원이다. KAI의 T-50이 선정되면 일자리 17만개가 생긴다. KAI 미국 파트너인 록히드마틴은 전통적으로 현 공화당 정권의 후원자이기도 하다. 그런데 미국은 비리 기업은 입찰 자격을 제한한다. 보잉 등 경쟁사들은 KAI가 '얼마나 형편없고 믿을 수 없는 회사'인지 한국 감사원, 검찰 발표를 인용해 홍보전을 펼 것이다. 정치에 정신 팔려 제 발등을 찍어도 제대로 찍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록히드마틴은 최근 KAI에 투명성 관련 질의서를 보내왔다. 정부 내에 '이러다 T-50이 탈락하면 누가 책임지나'라는 위기감이 돌았을 것이다. 그 직후 열린 방위산업전시회에 문 대통령이 참석했다. 총리가 가던 자리다. 대통령은 "T-50은 23억달러 이상 해외 판매됐고, 성능과 가격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했다. "꼭 미국 수출을 이뤄달라"고도 했다. 대통령의 T-50 판촉이 반갑지만 왠지 앞뒤 안 맞는 부조리극을 보는 것 같다.

-양상훈 주필, 조선일보(17-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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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조원 美 훈련기 입찰 앞두고, 'T-50 세일즈맨'의 죽음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개발한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은 이제 FA-50이란 경공격기로 진화해 있다. 기관총과 공대공 미사일을 장착할 수 있고 지상 폭격도 가능하다. FA-50은 지난 1월 필리핀군이 필리핀 남부 라나오 델 수르 주(州)에 있는 이슬람 무장반군을 공격했을 때 처음으로 실전에 투입됐다. 필리핀군 참모총장은 "FA-50이 매우 뛰어났고 정밀했다"고 평가했다고 한다.

 

▶T-50은 지금은 여러 나라에 수출됐지만 처음엔 고배의 연속이었다. 아랍에미리트(UAE), 싱가포르, 이스라엘 수출 시도가 모두 실패했다. 모두 항공 선진국 벽에 막혔다. '한국의 초음속 비행기 수출은 불가능한가'라는 비관론이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결국 2011년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이라크(2013년), 필리핀(2014년), 태국(2015~2017년) 등 4개국 수출에 성공했다. 현재 아시아와 남미 여러 나라에 수출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21일 경남 사천의 사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김인식 부사장은 줄곧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 수출에 매달린 사람이다. 공군 준장으로 예편한 그는 자신이 현역 시절 몰았던 전술통제기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T-50을 자랑스러워했다고 한다. 하지만 초반 수출이 연속 고배를 마시면서 퇴직했다가 재입사하는 곡절도 겪었다. 그가 돌아왔을 때 직원들은 "T-50 세일즈맨이 돌아왔다"고 했다고 한다.

▶지금 KAI는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를 받고 있다. 전임 사장이 박근혜 정부와 인연이 있었다고 '적폐 기업'으로 찍혀 있다고 한다. 처음에는 뇌물, 비자금과 같은 엄청난 방산 비리가 있는 것처럼 요란했다. 그런 얘기는 거의 없어지고 이제는 분식회계가 주된 혐의라고 한다. 수사가 옆길로 새서 먼지 털기를 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 부사장은 검찰의 소환 조사를 받은 것도 아닌데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유서엔 "회사에 누를 끼쳐서 죄송하다"는 내용이 있었다는데 무슨 사연인지 궁금하다.

분식회계는 IS와 전투를 치르고 있어 어수선한 이라크로부터 아직 받지 못한 대금 40%가 문제라고 한다. 손실 처리를 했어야 하는데 하지 않았으니 회계 장부에 분칠을 했다는 혐의를 둔다고 한다. 회계 원칙 문제는 법정에서 다툼의 여지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T-50은 17조원 규모의 미국 공군 훈련기 입찰을 앞두고 있다. 한때는 우리 측 수주가 꽤 유력했다고도 한다. 하지만 미국에서 분식회계 기업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KAI에 얼마나 큰 비리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피해가 너무 큰 것 같다.


-이진석 논설위원, 조선일보(17-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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