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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을 파는 코스트코… 팬데믹 위기도 이겨냈다] ....

뚝섬 2024. 10. 27. 05:46

[‘환상’을 파는 코스트코… 팬데믹 위기도 이겨냈다] 

[민주당 독점 ‘광주의 그림자’]

 

 

 

‘환상’을 파는 코스트코… 팬데믹 위기도 이겨냈다

 

코스트코는 환상(fantasy)을 판다.”(미국 뉴욕타임스·NYT) 이게 무슨 소릴까. ‘꿈과 희망의 나라’ 디즈니랜드도 아니고. 창고형 할인매장인 코스트코가 고객에게 환상을 선사한다니. 가본 이들은 알지만, 백화점 같은 세련미와는 동떨어진 꾸밈새를 떠올리면 선뜻 수긍하기 어렵다.

이를 이해하려면, 40년 전인 1984년 미국 알래스카주에서 개장했던 코스트코 매장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1983년 창업한 코스트코는 이듬해 앵커리지에서 자신들의 ‘나아갈 길’을 발견한다. 혹독한 추위 속에 몇 시간씩 운전해야 식료품 가게를 찾을 수 있던 주민들에게 화려한 장식이 뭔 소용이겠나. 몇 달을 두고 먹을 거대한 양(mammoth quantities)의 땅콩버터와 토마토소스가 필요할 뿐. 픽업트럭 가득히 짐을 싣고 돌아가며 ‘이제 한동안 걱정 없이 살겠구나’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하는 것. 그게 코스트코가 주는 환상이자 착시다.

 

NYT에 따르면 코스트코의 이런 이미지는 팬데믹 때 더 큰 힘을 발휘했다. 전무후무한 비접촉의 시대. 집 앞까지 배달하는 온라인 쇼핑몰이 가장 큰 이득을 챙겼지만, 코스트코도 만만치 않았다. 어떤 일이 닥칠지 몰라 주방 가득 생필품을 채워 둬야 하는 이들에게 코스트코는 머리에 “첫 번째 선택지”처럼 떠올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트 나들이는 배달로 충족시킬 수 없는, 콧바람을 쐴 기회로 여겨진 것도 장점이었다.

코스트코가 소비자에게 심은 환상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미 경제지 포브스는 “사람들은 그곳에서 ‘합리적(reasonable) 소비자’란 만족감을 얻는다”고 했다. 단지 저렴하게 구매했기 때문만이 아니다. 10만 원 쓰겠다고 왔다가 20만 원을 썼더라도, 여기서 사면 과소비가 아니란 ‘인식(psyche)’을 갖는 게 중요하다. 미 브랜드 컨설턴트 제러미 스미스는 “코스트코의 상술은 사람을 홀리는 마법 같은 게 아니다”라며 “소비자와 기업이 가치를 공유한다고 믿는 문화를 형성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난해 미 코스트코에서 가장 빠른 판매율을 올린 상품은 1온스(약 31.1g) ‘금괴(gold bar)’였다. 생필품도 아닌데 이토록 인기가 많았던 건 ‘코스트코에선 금괴도 합리적으로 판다’는 믿음 덕이었다. 당시 금값이 오른단 보도가 이어졌지만, 막상 일반인들은 어떻게 금에 투자할지 모르는 경우가 상당하다. 하지만 코스트코에선 편하게 장 보듯, 좋은 조건으로 금을 살 수 있단 기대가 소비를 부추겼다.

코스트코도 이제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다. 8월 기준 세계 15개국 890개 매장을 가진 코스트코는 올해 아마존, 월마트에 이어 글로벌 3위의 유통업체로 올라섰다. NYT는 “메이저 빅3로 자리를 굳힐지 갈림길에 섰다”고 평했다. 특히 코스트코 영업이익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회원비를 지난달에 올리며, 견고했던 고객 충성도(royalty)가 시험대에 올랐단 평가가 나온다. 최근 한국에서 논란이 됐듯 ‘해외에선 미국과 달리 현지와의 상생을 외면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점 등은 개선이 필요하다.

세계 유통업계가 경기 불황으로 비명을 지르는 지금, 코스트코는 앞으로도 고객들에게 환상을 안겨줄까. 코스트코가 1985년 선보인 핫도그 세트는 지금도 가격이 1.5달러(한국에선 2000원) 그대로다. 신뢰는 깨어지기 쉽다. 하지만 지켜낼수록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정양환 국제부 차장, 동아일보(24-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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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엔 코스트코도 스타필드도 없어… 대전까지 원정쇼핑 갑니다” 

 

광주광역시의 복합쇼핑몰 문제는 지난 대선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였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광주에 복합쇼핑몰을 짓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하자 더불어민주당이 “재래시장에서 쇼핑몰 공약을 한다”며 비난했고 이후 광주의 열악한 쇼핑 여건 문제가 불거지며 전국적으로 논란이 확산했다. 이후 치러진 대선에서 국민의힘은 광주에서 득표율 13%를 얻었다. 역대 최고이자 첫 두 자릿수 지지율이다. 

2015년 윤장현 당시 광주광역시장과 신세계 대표이사가 ‘지역 친화형 랜드마크 복합 시설 개발’을 위한 투자협약(MOU)를 맺자 광주시청 앞에서 일부 자영업자가 대형 쇼핑몰 건립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광주에 대형 쇼핑몰이나 창고형 할인 마트를 들이려는 계획은 시민 단체가 주도하는 반발로 종종 무산됐다. /연합뉴스

 

주동식 국민의힘 광주 서구갑 당협위원장은 “복합쇼핑몰은 정치와 이념이 경제를 지배해 발전을 가로막아온 광주, 나아가 호남의 문제를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윤 당선인의 복합쇼핑몰 공약이 그런 불만에 불을 지폈고 결과적으론 의미 있는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대선에서 복합쇼핑몰은 광주시 유권자의 표심(票心)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지난 21일 광주를 찾아 시민들을 만났다.

 

◇5성급 호텔, 창고형 할인매장 모두 ‘0’

 

신세계 ‘스타필드’로 상징되는 복합쇼핑몰은 광주뿐 아니라 전남·전북을 통틀어 하나도 없다. 2015년 광주신세계가 광주광역시와 특급호텔 및 복합시설을 짓기로 하고 투자협약(MOU)도 맺었지만 골목상권 보호 논란이 불거져 무산됐다. 복합쇼핑몰 이슈가 확대되자 민주당 지지자들은 “광주에 백화점이 있고 그것으로 충분하다”는 논리를 폈다. 

 

전남대 휴학생 이모(25)씨는 이에 대한 의견을 묻자 “그럼 신세계백화점에 같이 가 보자”라고 했다. “지난 주말 서울에 놀러 갔다가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스페이스원이라는 복합쇼핑몰에 다녀왔습니다. 어마어마하게 크고 재밌었어요. 남양주 인구가 70만, 광주는 150만명입니다. 그런데 광주엔 딱 이 백화점 하나 있어요.” 백화점 1층은 명품 매장이 즐비한 서울의 신세계와는 달랐다. 매장이 있어야 할 자리를 할인 매대가 채우고 있었다. 백화점이라기보단 중소 상가 분위기가 났다. 이씨는 “때때로 지역 특산물 판매 행사를 한다. 서울 백화점과 다르지 않냐”고 했다.

 

광주에 없는 것이 복합쇼핑몰만은 아니다. 5성급 호텔이나 코스트코, 이마트 트레이더스, 이케아 등도 ‘0개’다. 이들 중 상당수는 신세계 복합쇼핑몰처럼 광주에 입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지역 시민단체와 정치인들이 소상공인 보호를 명분으로 반대 목소리를 높여 번번이 무산시켰다. 다른 지역에서도 때때로 자영업자 등의 반발이 일지만 수십 년 동안 대형 상업시설 신설이 전무(全無)한 경우는 드물다. 직선 지자체 단체장이 유권자 목소리를 무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광주광역시 신세계백화점 1층 모습. 매장이 있어야 할 자리에 할인 매대가 설치돼 있다. /김신영 기자

 

광주에서만큼은 시민단체 측이 늘 이겨 왔다. 광주에서 복합쇼핑몰 유치 캠페인을 벌였던 카페 사장 배훈천씨는 “복합쇼핑몰 하나 때문이라기보다, 광주가 시민단체 및 지역 기득권의 카르텔에 갇혀서 발전 못 하고 가로막힌 분노가 복합쇼핑몰을 통해 폭발한 측면이 크다”라며 “용달차 빌려서 대전 코스트코까지 원정 쇼핑을 가야 하는 불편함을 이념 때문에 감당할 수는 없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5·18 주먹밥이 광주 대표 음식이라니”

 

지난 21일 KTX 광주송정역에 내리자마자 가장 먼저 보인 가게는 주먹밥 식당이었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시민군에게 주민들이 만들어 주었다던 이른바 ‘518 주먹밥’을 상품화했다. 1980년 5·18 당시를 묘사한 만화도 붙어 있었다. ‘오빠는 악몽 같은 일들을 다 잊어버린 채 그날의 따뜻한 주먹밥 맛만 기억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5월 광주 정신을 담아 마음으로 먹는 밥.’ 광주광역시는 이 주먹밥을 2019년 광주 대표 음식으로 선정했다. 올해도 마케팅에 시 예산 5억원을 지원한다.

 

이날 저녁 광주 시내 ‘생고기(두툼하게 썬 육회)’ 식당에서 20대 광주 청년 3명을 만났다. 서울선 맛보기 어려운 별미다. 지난 대선 때 두 명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한 명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찍었다고 했다.

 

윤 후보에 투표했다는 한모(29)씨는 “주먹밥을 누가 먹는다요? 우리도 안 먹는데”라고 했다. “전남에 놀러 오는 사람들은 맛집을 기대하지 않습니까. 광주에도 이런 요리(생고기)처럼 맛있는 게 정말 많아요. 시에서 주먹밥에 왜 돈을 쓰는지 이해가 안 됩니다. 관광객이 ‘광주 정신을 담은’ 주먹밥 사먹으러 광주에 올까요?” 취업준비생 정모(29)씨는 “민주화 운동이 의미 없다는 뜻이 아니다. 하지만 그 어떤 시장 논리도 5·18로 상징되는 ‘광주 정신’ 앞에서 무력화되는 현실이 답답한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광주시는 주먹밥 세트 가격을 5180원으로 정했다. 수요·공급과는 무관하고, ‘518’이란 숫자를 그냥 담은 가격이다.

 

국민의힘이 복합쇼핑몰 공약을 발표하자 민주당 측이 바로 내건 것이 바로 이런 ‘광주 정신’이었다. 한씨는 “’광주 정신을 살려 복합쇼핑몰이 아닌 명품 재래시장을 만들겠다’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공약에 어이가 없었다. 5·18과 광주 정신이면 광주는 다 된다는 듯한 민주당의 접근법에 화가 났다”고 했다. 오승용 킹핀정책리서치 대표는 “그 발언은 첨단 전기차를 원하는 사람한테 ‘명품 달구지’를 사주겠다고 한 셈이었고 청년층을 중심으로 역풍이 거셌다”고 했다.

 

◇“어떻게 만날 잘한다요”가 만든 불편

 

윤석열 당선인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당선 후에도 광주의 복합쇼핑몰 건립 약속을 지키겠다고 다시 강조했다. 광주 시민 중엔 하지만 6월 지방선거가 끝나고 ‘표’에 대한 정치권의 갈증이 사라지고 나서도 복합쇼핑몰이 속도감 있게 추진될지, 의구심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 지역에 뿌리 깊게 박힌 보수 정당에 대한 반감과 민주당 외에는 대안이 없는 정치 현실, 오랜 기간 형성된 시민단체와 민주당의 끈끈한 네트워크가 한순간에 무너지긴 어렵지 않겠느냐는 얘기였다.

 

주동식 위원장은 “바깥으로부터 오는 ‘선물’ 같은 혜택에 기대기보다는 광주 스스로 발전하고자 하는 변화가 필요하다”며 지난 총선 때 겪은 한 일화를 소개했다. “한 할머니에게 ‘민주당만 밤낮 지지하니 낙후된 도시가 되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할머니가 답하십디다. 아따, 어떻게 만날 잘한다요. 나중엔 잘하것지.’ 이렇게 민주당의 독점이 40년 이어졌습니다. 이런 너그러움이 쇼핑몰 하나 없는 도시를 만들지는 않았을까요.”

 

[광주 남구 봉선2동, 尹지지율 39%, 왜?]

 

이번 대통령 선거 때 광주광역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였다. 과거와 비교하면 높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몰표’ 현상이 사라졌다고 보긴 어려운 수준이다. 다만 투표소별로 차이는 있었다. 국민의힘 득표율이 40% 가까이 나온 투표소도 있었다. 남구 봉선2동 제5투표소. 국민의힘 득표율이 39%를 기록했다.

 

봉선동은 광주의 대표적인 부촌(富村)이다. 고소득층의 보수 정당 지지율이 높다고 해도 이번 대선에서 이 지역의 국민의힘 득표율은 과거보다도 높아졌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후보는 11%, 2017년 19대 대선에서 안철수(국민의당) 후보는 33%, 홍준표(자유한국당) 후보는 3%를 득표했다.

 

이 지역에서 국민의힘이 이례적으로 높은 표를 얻은 배경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그중에서도 종합부동산세 인상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 봉선동은 부동산 가격이 지난 5년 사이 2배 가까이 올랐다. 그 결과 광주에서는 거의 유일하게 종부세를 낸다. 나연준 ‘제3의 길’ 편집위원은 “봉선동엔 의사 등 소득이 높은 전문직이 많이 산다. 소비 여력이 있음에도 광주엔 이를 소비할 만한 제대로 된 공간이 거의 없어 서울로 원정 쇼핑을 가는 등 불편을 느끼는 이들도 이 지역에 많다”고 했다.

 

대학가 주변에서도 국민의힘이 많은 표를 얻었다. 동구 서남동 제1투표소, 북구 용봉동 제4투표소, 동구 동명동 제1투표소 등에서 국민의힘 득표율이 20%를 넘겼다. 대학생 거주자가 많은 전남대·조선대 주변 지역이다. 취업 준비생 정모(29)씨는 “청년층은 소셜네트워크 등을 통해 전국의 또래들과 이슈를 공유해 ‘광주 청년’이란 지역적 정체성이 옅다. 이번 대선 때 젠더 갈등이나 취업의 고충 등 대부분 20대가 관심 갖는 이슈에 더 관심이 많았다”고 했다.

 

-김신영 기자, 조선일보(22-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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