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다무'가 쏘아올리는 희망]
[외국인 관광객 득시글한 '올다아무'를 아십니까?]
'올다무'가 쏘아올리는 희망
재벌·80대 기업인·MZ의 혁신
K뷰티와 K패션 부흥 이끌어
세상에 사양 산업은 없다
단지 사양 기업만 있을 뿐이다
퀴즈1. 지난해 매출 4조7900억원, 순익 4702억원. 1년 새 각각 24%와 35% 고성장. 매출 3조원 돌파한 지 1년 만에 4조원 돌파한 이 기업은?
퀴즈 2. 1000~5000원짜리 제품 팔아 작년 매출 3조9689억원, 영업이익 3711억원.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 42% 성장한 이 기업은?
퀴즈 3, 2018년 매출 1000억원 돌파에 이어 6년 만에 11배 커진 1조2427억원을 기록한 기업은?
불황을 입에 달고 사는 시대, 이런 기업도 있다. AI(인공지능) 기업도, 실리콘밸리의 스타트업 얘기도 아니다. CJ올리브영(올영), 다이소, 무신사 얘기다. 이들 기업 이름 앞 글자를 딴 ‘올다무’란 말까지 생겼다. 더 대단한 것은 이들 기업은 자체 성장뿐 아니라 수천 개의 K중소기업과 함께 K제조업 부흥을 이끈다는 것이다. 게다가 단군 이래 가장 우수하다는 우리 젊은이에게 세계 무대에서 뛸 발판까지 만들어 주고 있다.
먼저 무신사 얘기다. 이 회사 간판만 봤을 땐 일본 기업인 줄 알았다. 유니클로의 ‘동생’ 정도. 알고 보니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란 뜻이었다. 창업자 조만호(42)가 고3 때 프리챌에 만든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출발했다. 지금은 패션이 주력인 무신사의 수익 구조는 크게 두 가지. 중소 브랜드를 입점시켜 매출을 올리는 것이고, 또 하나는 젊은 디자이너 등을 발굴해 ‘K패션의 TSMC’ 격인 팬코 등에 맡겨 시장을 장악하는 것이다. 팬코는 베트남, 미얀마 등 공장에 1만6000여 명의 직원을 거느린 의류 위탁 생산 업체로 한국 산업화의 노하우를 간직한 기업이다. 무신사에 입점한 브랜드만 8000여 개. 그중 매출 10억원 이상이 500여 개, 100억원 이상은 50여 개다. 매출 1000억원을 넘긴 피스피스스튜디오는 상장을 추진 중이다. 무신사 본사엔 기획 및 디자이너 인력만 50여 명이다. “1조원 넘는 업체를 만들어 볼 거야” 20년쯤 전 무신사 창업자가 주변에 했던 말이다. “꿈은 이뤄진다”는 말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 같다.
CJ올리브영(올영)은 재벌인 CJ그룹 계열사로, 이젠 그룹 내에서 덩치로 넷째, 성장세는 단연 1위다. 미국식 드러그스토어를 표방했는데 10년 이상의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K뷰티의 영역을 발굴해 초고속 성장 중이다. 올영에도 성공 신화가 넘친다. 입점 업체 중 올영에서만 연 매출 100억원 돌파가 100개를 돌파했고, 그중 3개 브랜드는 ‘1000억 클럽’에 가입했다. 다이소 역시 1000~5000원짜리 물건만 찾아 영업이익률 9.35%로 이마트(0.16%)와 쿠팡(1.46%)을 압도한다. 요즘은 10대를 상대로 ‘가성비’ 화장품까지 뚫었다. 올다무의 꿈은 여기에 멈추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알테쉬’로 대표 되는 값싼 중국산의 공세, 높은 인건비 등으로 경쟁력을 잃어 K제조업은 종말을 고했다고 믿고 있다. 그런데 현장은 그렇지만은 않다. 그 주역은 젊은이다. 올영에 납품하러 가면 심사역들이 모두 20대라서 놀란다고 한다. 무신사 기획자 대다수가 2030들이다. 이들이 쇠락할 거라던 K패션과 K뷰티를 다시 키워낼 줄이야. 이들 기업의 탄생 배경은 재벌 계열사, 올해 여든을 넘긴 기업인, 고3 때 창업한 40대 창업자 등 제각각이다. 올다무에서 또 하나 배운 건 사양 산업은 없다는 것이다. 사양 기업만 있을 뿐이지.
-이인열 산업부장, 조선일보(25-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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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관광객 득시글한 '올다아무'를 아십니까?
쇼핑 패턴 달라지며
면세점은 빙하기
K뷰티·패션·팬시 제품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로 서울 명동 올리브영·다이소·아트박스·무신사(위 왼쪽부터 시계방향)가 북적이고 있다. 묶으면 ‘올다아무’다./이건송·김용재 영상미디어 기자
#1. 지난 3일 오전 서울 명동 ‘올리브영’ 매장. 평일인데도 메이크업 베이스, 로션, 마스크팩 등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북적였다. 출국 직전인지 큰 캐리어를 끌고 다니며 쇼핑하는 관광객도 여럿이었다. 100여m 떨어진 생활용품점 ‘다이소’ 매장도 손님의 절반 이상이 미국·필리핀·인도네시아 등에서 온 외국인. 반려견 용품 코너에서 만난 미국인 모자(母子)는 “우리가 사는 시카고에는 이렇게 다양하고 저렴한 곳이 없다”며 쇼핑 바구니에 물건을 쓸어 담았다.
패션 플랫폼 무신사의 오프라인 매장인 ‘무신사 스탠다드’는 20대 핀란드 커플, 유모차에 아들을 태워 온 카타르 부부 등 모든 손님이 외국인 관광객이었다. 팬시·디자인 브랜드 ‘아트박스’에서 만난 홍콩 여성은 “(아트박스 토종 캐릭터) ‘아이렌’ 키링과 ‘빤쭈토키’ 파우치를 샀다”며 “홍콩에서 구하기 어려운 귀엽고 아기자기한 물건이 많아서 좋다”고 했다.
#2. 이날 서울 명동 한 백화점 면세점은 한산했다. 손님보다 매장 직원이 더 많아 보였다. 한때 줄 서서 입장하던 명품 매장들은 텅 빈 곳이 많았고, 세계적 유명 브랜드로 채워진 화장품 코너도 손님이 적었다. 화장품 매장 직원은 “예전 같으면 중국인 관광객으로 북적일 시간인데 손님이 너무 줄어 무서울 정도”라고 했다. 빈손으로 면세점을 나오던 상하이 출신 여성은 “세계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브랜드 제품들인 데다 특별히 더 싸지도 않다”고 했다.
면세점에서 고가의 명품과 화장품을 주로 구매하던 외국인 관광객들이 로드숍(길거리를 따라 쇼윈도를 갖춘 매장)을 찾고 있다. 특히 올리브영과 다이소, 무신사는 한국 여행 필수 코스가 됐다. 불황 속에서도 세 업체는 폭발적 성장세다. 2023년 올리브영은 3조8682억원, 다이소는 3조4605억원, 무신사는 993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올리브영은 4조7000억원을 넘겼고 다이소는 4조원에 근접했으며 무신사도 1조원을 돌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통업계 강자로 등극한 이 세 업체는 앞글자를 따 ‘올다무’로 묶인다. 여기에 외국인 관광객에게 새롭게 ‘K팬시용품 성지’로 뜬 아트박스까지 합치면 ‘올다아무’로 불린다.
올리브영은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K뷰티의 성지’로 불린다. /김용재 영상미디어 기자
◇“명품보다 한국 중소 브랜드 사고파”
면세점은 한때 ‘황금알 낳는 거위’로 불릴 만큼 호황을 누렸다. 이젠 옛말이다. 한 유통그룹이 서울 시내에서 운영 중인 면세점 특허권을 반납하려 한다는 소문도 들린다. 롯데·신라·신세계·현대 등 국내 4대 면세점의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적자는 1355억원. 코로나 팬데믹 이후 외국인 관광객이 돌아왔지만 면세점 매출은 돌아오기는커녕 악화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면세점 대신 쇼핑을 위해 찾는 곳은 로드숍이다. 여행·소비 패턴이 달라졌다. 요즘 특히 중국인 관광객들은 개별 여행을 선호하는 추세. 단체로 우르르 몰려다니기보다는 개성과 취향에 따라 한국 문화를 체험하는 여행을 선호한다. 태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에서 온 관광객과 미국·캐나다 등 북미 지역, 프랑스·이탈리아·덴마크 등 유럽 지역 관광객이 늘어나는 등 국적도 다양해졌다.
여행 패턴이 변하고 관광객 국적도 다양해지면서 소비 패턴이 변했다.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속에 값비싼 명품 대신 가성비(가격 대비 품질) 높은 제품을 찾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발표한 ‘외래 관광객 조사’에 따르면, 개별 여행객 1일 평균 지출 경비는 2019년 234달러에서 2023년 215.7달러로 줄었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명품 대신 찾는 물건은 가성비 뛰어난 한국산 화장품·의류·식품. 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24 외래 관광객 조사’를 보면, 외국인 관광객 상당수가 ‘한류 콘텐츠를 접하고’(39.5%) ‘한국 전통문화를 접하고’(30.9%) 한국을 찾는다. 이들은 쇼핑도 한국 제품을 원한다. 면세점에서 만난 싱가포르 여성은 “면세점도 한국 화장품 구색을 갖췄지만 올리브영만큼 다양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명품 브랜드 자체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기도 하다. 과거에는 부와 신분을 과시하는 수단이었다. 아무나 사고 들지 못하던 명품이 이제 너무 흔해졌다. 코로나 기간에 이른바 보복 소비로 누구나 하나쯤 갖게 됐다. 명품이 상징성을 잃은 것이다. 한 명품 브랜드 관계자는 “에르메스와 샤넬 등 극소수 브랜드를 제외하면 매출이 심각하게 감소해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라고 했다.
게다가 전 세계적 달러화 강세로 면세점과 일반 매장 가격 차이가 사라지다시피 했다. 지난 3일 기준으로 한 면세점에서 33달러에 판매되는 샤넬 립밤이 일반 매장에서는 5만1000원(약 34.9달러)이다. 격차가 2달러(약 2900원) 정도인 셈. 합리적 가격과 다양한 한국산 제품을 제공하는 ‘올다아무’가 면세점보다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K뷰티·패션·가성비·팬시 성지
올다아무는 면세점에 없는 로컬(현지) 쇼핑과 한국 최신 트렌드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올리브영은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K뷰티의 성지’로 불린다. 올리브영에서 만난 20대 필리핀 여성들은 “소셜미디어(SNS)에서 올리브영 명동타운과 홍대타운은 꼭 가야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고 했다.
품질 좋은 한국 중소 뷰티 브랜드의 다양한 상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다고 소문났다. 전체 상품 중 약 80%가 중소·신진 브랜드 제품. 올리브영이 ‘중소 브랜드의 등용문’이라 불리는 이유다. 스킨케어 제품과 마스크팩이 특히 인기라고. 크게 늘어난 북미 지역 관광객들에게는 선크림이 구매 0순위로 꼽힌다.
무신사 스탠다드는 K패션 트렌드를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인식된다. 무신사는 온라인 패션 플랫폼으로 출발했지만 오프라인 매장인 무신사 스탠다드를 확장하고 있다. 명동·홍대·성수 등 주요 관광지에 있는 매장들은 외국인 고객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명동점에서 만난 20대 핀란드 남성은 “한국 영화·드라마로 본 남성들 패션이 미니멀하면서도 세련돼 관심이 갔다”며 “가격이 합리적이면서 품질도 좋아 슬랙스(바지)는 검정·회색 등 여러 벌 구매하려 한다”고 말했다.
(좌) 다이소는 ‘가성비 쇼핑 명소’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다. /이건송 영상미디어 기자 /(우) 무신사 스탠다드는 K패션 트렌드를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인식된다. /김용재 영상미디어 기자
다이소는 ‘가성비 쇼핑 명소’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리고 있다. 1000~5000원이라는 부담 없는 가격에 누구나 큰손 기분을 낸다. 화장품과 의류, 생활용품까지 한 번에 구매한다. 상품이 3만 개가 넘는데, 대부분 중소 브랜드 제품. 알려지지 않았던 브랜드가 ‘다이소템’으로 유명세를 얻기도 한다.
특히 일본과 동남아 관광객 사이에서 필수 쇼핑 장소로 자리 잡았지만, 북미·유럽 등 다른 지역 손님도 늘고 있다. 명동 본점에서 만난 40대 미국인 남성은 “1달러도 되지 않는 돈으로 이렇게 품질 좋은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니 믿기지 않을 정도”라며 “내가 필요한 생활용품 외에도 딸이 부탁한 한국 과자, 아내가 부탁한 패션 제품 등 여러 아이템을 허겁지겁 담고 있다”며 웃었다.
올다무에 이어 신흥 강자로 떠오른 아트박스는 ‘K팬시 상품 성지’로 알려졌다. 1986년 시작한 국내 토종 브랜드로 유니클로·자라 등 SPA(제조 직매형 의류 전문점) 브랜드처럼 상품 기획부터 디자인·생산·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관리한다. 트렌드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게 강점. 캐나다에 산다는 김세경(25)씨는 “아트박스 같은 팬시·문구용품 매장이 한국과 일본을 제외하면 세계적으로 드물기 때문에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찾는 것”이라고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 A씨는 “면세점 불황은 일시적 문제가 아닌 세계 여행·소비 트렌드 변화에 따른 것이라 앞으로도 업황이 좋지 않을 것”이라며 “반면 K뷰티·패션은 반짝 유행이 아니라 올해도 전망이 밝다”고 했다.
-김성윤 기자, 조선일보(25-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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