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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광물 전쟁 2라운드… 희토류 이어 바다 밑 망간·니켈 쟁탈전]

뚝섬 2025. 4. 23. 10:33

미·중 광물 전쟁 2라운드… 희토류 이어 바다 밑 망간·니켈 쟁탈전 막 올라

 

[최준영의 Energy 지정학]

수심 4000∼6000m 해저 평원에
망간·구리·니켈·코발트 등 풍부

 

미국과 중국의 대결이 바다 밑바닥까지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 관세 폭탄과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에 이어 이제는 심해저 광물 자원 쟁탈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트럼프는 중국이 희토류를 통한 반격에 나설 것을 예상하고 지난달 즉각적인 미국 광물 자원 생산 확대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바 있다. 신속한 인·허가 절차 도입과 더불어 미국국제개발금융공사(DFC)를 비롯한 정부 기관의 재원을 광물 개발 프로젝트에 투입해 생산량을 늘리겠다는 내용이었다.

 

취임 직후 트럼프는 희토류를 포함한 핵심 광물을 에너지 관련 행정명령에 포함시켰다. 주요 광물의 생산 및 가공에 있어 미국이 취약하다는 점을 그는 잘 알고 있다. 우크라이나와의 광물협정 체결 추진, 그린란드 및 캐나다에 대한 집착은 광물자원 확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일관성이 있다. 미국은 중국과의 갈등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고 유사시 물자 생산에 필요한 광물자원 확보에 나서고 있다.

 

지구 표면의 70%를 구성하는 바다 밑바닥에는 대량의 광물자원이 존재한다. 수심 4000~6000m의 해저 평원에 주먹 크기의 덩어리 형태로 분포하는 망간단괴가 대표적이다. 이런 덩어리들은 니켈, 코발트, 망간, 구리 등과 더불어 희토류 광물을 풍부하게 포함하고 있다. 금속 덩어리들이 바닥에 그냥 놓여 있는 것이다. 태평양의 하와이 남단과 멕시코 사이에 위치한 600만㎢ 면적의 클라리온-클리퍼턴 지역(CCZ)은 망간단괴가 밀집된 곳이다. 이곳에 분포한 코발트는 육상 매장량의 6배, 니켈은 3배에 달한다. 망간단괴는 매우 높은 순도의 물질로 이루어져 있어 육상 광물자원에서 필수적인 정련, 제련 등 복잡한 과정이 필요 없다. 가공 과정에서 소요되는 에너지와 환경오염 물질 발생량도 적다.

 

트럼프는 이런 해저에 존재하는 광물자원을 신속하게 채취할 수 있도록 하는 행정명령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상업적 심해 채굴 신청이 접수되면 상무부 산하의 국립해양대기청(NOAA)이 신속하게 허가하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에 더해 국방부를 통해 해저에서 채취한 단괴를 국방 분야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심해에 분포하고 있는 희토류를 포함한 광물자원을 최대한 빨리 대규모로 채굴하여 최대한 빨리 활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해저 광물 개발에 있어 가장 큰 장애물은 불분명한 소유권이다. 망간단괴가 영해 또는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존재할 경우 문제가 없다. 하지만 심해 광물 상당수는 태평양, 대서양 등의 공해(公海)에 존재한다. 공해는 누구의 것도 아닌 지역으로 항해와 어업 등이 자유롭다. 누구의 것도 아니기 때문에 심해 광물의 존재가 알려진 이후부터 누가, 어떻게 이것을 개발할지를 둘러싸고 갈등이 지속됐다. 환경 훼손에 대한 우려도 크다. 프랑스, 독일, 네덜란드, 스웨덴 등 25국은 환경 훼손을 이유로 상업적 목적의 심해 채굴을 반대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를 포함한 중국, 인도, 일본, 러시아는 심해 채굴 추진 의사를 밝혀왔다. 양쪽이 팽팽하게 맞서 왔는데 미국이 심해 광물 채굴에 나서면 상황은 바뀌게 된다.

 

공해상 해저 광물 관련 현안의 중심에는 해양법에 관한 유엔 협약이 존재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영해, 배타적경제수역 및 대륙붕 등에 관한 사항과 더불어 심해저에 대한 내용도 포함하고 있다. 이 협약은 심해저의 자원은 인류의 공동 유산으로 국제 공동 관리 대상이라고 규정한다. 하지만 해양법에 관한 유엔 협약의 가장 큰 한계는 미국의 불참이다. 미국은 유엔 협약이 자국 기업의 심해저 자원 접근을 제한하고 개발도상국과의 이익 배분 등은 자유 시장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하며 비준을 거부하고 있다.

 

유엔 협약에 따라 심해저 자원의 관리를 위해 1996년 만들어진 기구가 국제해저기구(ISA)다. ISA는 공해상 해저 광물자원의 탐사 규칙 제정과 탐사 면허 발급을 담당해왔다. 미국은 해양법에 관한 유엔 협약에 가입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협약에 근거해 설립된 ISA의 규정을 따를 필요가 없다. 대신 미국은 1980년 제정한 심해광물자원법(DSHMRA)을 통해 독자적인 해저 광물자원 탐사 및 허가 체계를 운영 중이다. 심해 광물자원을 둘러싸고 국제법과 미국법이 충돌하는 형국인 것이다.

 

미국이 참여하지 않는 ISA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가는 중국이다. 중국은 지금까지 ISA가 발급한 31개의 탐사 면허 중 가장 많은 5개를 보유하고 있다. 가장 많은 ISA 예산을 부담하고 있으며 모든 부처에 전문가를 파견하고 있는 국가가 중국이다. 시진핑 주석이 2016년 심해 관련 핵심 기술 습득의 중요성을 강조한 이래 중국은 12개에 달하는 심해 연구 기관을 통해 해저 광물 채굴을 위한 다양한 기술과 장비를 개발해왔다. 중국이 자체 제작한 잠수정은 지구에서 가장 깊은 수심 1만m의 마리아나 해구까지 잠수할 수 있게 됐다. 중국의 심해 탐사 기술 및 국제적 영향력은 이제 미국을 능가한다.

 

ISA는 그동안 상업적 목적의 해저 채굴을 허용하지 않았지만 상황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캐나다 기업인 메탈스 컴퍼니(TMC)와 태평양의 소국 나우루는 2021년에 상업적 해저 광물 채굴을 위한 절차 개시를 선언했고, 2026년부터 상업 채굴을 시작한다는 신청서를 올해 6월 말까지 제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본격적인 심해 자원 개발이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중국 역시 ISA가 심해 채굴에 대한 별도의 규정을 제정하지 않을 경우 그동안 탐사해온 약 24만㎢의 해저에 대한 채굴을 독자적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트럼프의 해저 광물 관련 행정명령은 이러한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않으면 중국에 밀릴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해저 광물을 둘러싼 미·중 경쟁은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대한민국은 국토 면적보다 넓은 11만5000㎢의 심해에 대한 독점적 탐사권을 확보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해저 광물 채굴에 나설 경우 우리도 확보된 지역에서 광물 자원 채굴에 나설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우리의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미·중 양국 모두와의 전략적 협력이 필요하다. 트럼프에 의한 기존 질서의 붕괴 속에서 유리한 기회를 포착하고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가 있으면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가 찾아올 것이다.

 

◇한국, 국토 면적보다 넓은 11만5000㎢의 심해에 대한 독점 탐사권 확보

 

현재 5곳의 독점 탐사 광구 보유… 해저 광물 채굴 기술 세계 5위권

 

해저 광물은 크게 3가지 유형이 있다. 가장 잘 알려진 건 망간단괴다. 수심 4000~6000m의 해저 평원에 3~10cm 크기로 분포하는 망간단괴는 40여 종의 금속 성분과 희토류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 망간이 가장 많다는 이유로 망간단괴로 불린다. 망간각이라는 광물 유형도 있다. 수심 800~2500m의 해저 경사면에서 발견된다. 모양은 껍질 같고, 내용물 중에서는 코발트가 많다. 산소 농도가 매우 낮은 해저에 축적된 금속 이온들이 산소가 풍부한 저층 해류를 만나 침전되면서 만들어진다. 금·은 같은 귀금속류를 많이 함유한 석순 모양의 해저열수광상이라는 광물 유형도 있다. 마그마로부터 분출되는 뜨거운 해수 속에 포함된 금속물질이 퇴적돼 만들어진다. 주로 수심 350m 내외 지역에 분포돼 있다.

 

우리나라는 일본, 중국, 러시아와 함께 이상의 3가지 종류의 광물 유형에 대한 탐사권을 모두 보유한 소수 국가 가운데 하나다. 어떻게 탐사권을 확보하게 됐을까. 우리나라는 현재 태평양과 인도양에 모두 5곳의 독점 탐사 광구를 보유하고 있다. 독점 탐사권은 심해 탐사를 촉진하고 무질서한 선점 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됐다. 독점 탐사권을 신청하기 위해서는 국제해저기구(ISA)가 정하는 계획서를 작성해서 제출하고 이사회의 승인을 받은 후 15년간 유효한 계약을 체결하게 된다. 이때 신청 국가는 동등한 상업적 가치를 지닌 2개의 지역을 의무적으로 제안해야 하는데, ISA는 이 가운데 하나를 유보 지역으로 지정해 추후 개발도상국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ISA는 5개 그룹 36국 이사회가 주요 의사 결정을 담당하는데 우리나라는 2009년부터 5회 연속으로 주요 투자국 그룹의 이사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해저 광물 채굴 기술은 세계 5~6위권으로 평가되고 있다. 본격적인 상업 채굴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채굴 효율성 향상, 환경 영향 저감 기술 등의 보완이 필요하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수석전문위원, 조선일보(25-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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