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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전쟁’ 포문 열린 날 1000억$ 지른 TSMC.. 진퇴양난 韓 기업]

뚝섬 2025. 3. 5. 09:22

[‘관세 전쟁’ 포문 열린 날 1000억$ 지른 TSMC… 진퇴양난 韓 기업]

[ 미국에서, 미국의 방식으로 트럼프와 만나야 한다]

[中 축구장의 '전두환 사진' 그 이후]

 

 

 

‘관세 전쟁’ 포문 열린 날 1000억$ 지른 TSMC… 진퇴양난 韓 기업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3일(현지 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미국 내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대만 대표 기업 TSMC의 웨이저자(魏哲家·오른쪽) 회장을 격려하고 있다. TSMC는 향후 4년간 미국에 1000억 달러(약 146조 원)를 투자하며 반도체 공장을 5개 더 지을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대만이 미국 반도체 산업을 훔쳤다”며 대만 반도체 산업의 약진에 불만을 표했으나 이번 투자를 “엄청난 일”이라고 반겼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왼쪽)은 “여러분은 트럼프 대통령의 힘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게티이미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수입품에 20%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캐나다·멕시코에 대한 25% 관세도 어제부터 부과하기 시작했다. 같은 날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대만 TSMC는 1000억 달러의 대미 투자를 약속해 트럼프의 환심을 샀다. 반면 정책 컨트롤타워 부재, 반도체 경기 악화, 미 정부 보조금 축소 가능성의 3중 악재를 맞은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대미 투자 결정을 놓고 진퇴양난의 고민에 빠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4일부터 물린 10% 추가 관세에 10%를 더함에 따라 중국산 제품의 대미 수출은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됐다. 그 여파로 한국의 반도체, 기계 등 중간재의 대중 수출도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캐나다·멕시코산 제품에 대한 예외 없는 관세로 두 나라에 진출해 있는 200여 한국 기업 현지 법인들도 상당한 충격을 받을 것이다.

관세 폭탄이 협상카드나 엄포로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 분명해지자 각국 정부, 기업의 대응은 빨라지고 있다. 대만 TSMC는 4년간 146조 원을 미국에 신규 투자해 공장 5곳을 더 짓겠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물지 않게 된 TSMC는 게임에서 훨씬 앞서가게 된 것이라고 추켜세웠다. 일본은 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8000억 달러인 대미 누적 투자액을 1조 달러까지 늘리겠다고 약속하면서 일본산 철강·자동차의 관세 예외를 꾀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은 난감한 상황이다. 미국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칩을 위탁생산해 작년에 50조 원 이상의 사상 최대 이익을 낸 TSMC는 투자 여력이 넘친다. 반면 한국산 메모리반도체는 중국산 범용반도체의 덤핑으로 가격이 내려 16개월 만에 수출이 감소하고, 이익도 줄고 있다. 바이든 정부 ‘칩스법’에 따라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약속받은 보조금 지원 여부마저 불투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대미 투자를 대폭 늘리자니 높은 현지 생산비가 부담스럽고, 투자를 미루자니 미국 기업이나 먼저 투자해 관세 부담을 없앤 해외 경쟁 기업에 시장을 내주게 된다.

상황이 이렇게 절박한데도 계엄·탄핵 사태로 혼란에 빠진 한국 정부는 대미 협상 패키지의 전체 틀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대미 무역흑자를 많이 내는 나라부터 순차적으로 통상 압력을 가해 나가고 있다. 한국이 집중적인 공략 대상이 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동아일보(25-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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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미국의 방식으로 트럼프와 만나야 한다

 

총성만 없을 뿐 도널드 트럼프가 시작한 전쟁, 각자도생의 ‘뉴노멀’이 막을 올렸다. 한국도 남은 시한이 얼마 없다. 지난달 트럼프는 “반도체·의약품에 대한 관세도 검토 중”이라며 “25%나 그 이상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미국은 1997년 세계무역기구(WTO)의 정보기술협정(ITA) 이래 반도체 관세를 매기지 않았다. 28년 만에 처음으로 반도체를 두고 칼을 빼 든 것이다.

그 위협 수준을 가늠하기 위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본다. 1980년대 미국 주도의 반도체 시장에서 서서히 성장한 일본 반도체는 1985년을 기점으로 미국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이에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은 자국 반도체산업협회의 청원을 빌미로 대대적인 덤핑 조사에 착수했다. 1986년 굴욕적인 ‘미일 반도체협정’이 체결됐고, 수출 제한과 관세 압박이 이어지며 일본 반도체는 서서히 쇠락했다. 그 틈을 비집고 미국의 지원을 등에 업은 채 신흥 반도체 기술국으로 떠오른 국가가 바로 한국이다.

다시 2025년의 트럼프로 돌아오자.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 칼을 휘두르고 있지만 역시 한국에 가장 위협적인 건 반도체다. 그 사이 대미 수출 의존도 커졌다. 한국의 전체 반도체 수출에서 미국과 대만(TSMC를 경유해 미국으로 수출) 비중이 2020년 13.9%에서 지난해(1∼11월) 21.7%로 올라섰다. 반면 중국으로 가는 비중은 40.2%에서 33.3%로 떨어졌다.

 

기존 수출 창구였던 중국은 앞으로도 더욱 문이 닫힐 것이다. 트럼프는 자국 첨단 기업의 중국 수출도 막았고, 더 나아가 중국과 거래 관계가 있는 기업들에 대한 투자까지 촘촘히 심사하겠다고 하는 판이다. 무엇보다 중국 반도체의 자력 굴기가 심상치 않다.

39년 전 일본과 지금 우리가 다른 건 하나다. 1986년 당시 미국 반도체산업협회는 일본 반도체를 잡아 달라고 정부에 청원을 넣었다. 지금 미국 반도체 업계는 “우리까지 다 죽는다”며 제재를 비토하고 있다. 우리가 이미 글로벌 공급망에 촘촘히 얽혀 있고, 엔비디아에 필수적이고 애플에 필수적인, 대체 불가능한 HBM과 D램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시작한 각자도생 뉴노멀은 유럽을 거쳐 아시아태평양까지 뻗어올 것이다. 당장 독일에서도 우파가 재집권하고 극우정당이 제2정당에 올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의 굴욕을 보고 유럽조차 가슴이 서늘하다. 위로 북한과, 더 위로 중국과 맞대 있으면서 오직 한미 동맹과 기술력에 기대어 왔던 한국이야말로 주어만 바꾸면 똑같은 상황이 되기 십상이다.

 

기업의 트럼프 대응을 자문하는 한 로펌 관계자는 “틱톡의 사례처럼, 결국 미국에서 미국의 방식으로 트럼프에게 대체 불가능하고 협상 불가능한 존재가 돼야 한다”고 했다. 지금 트럼프가 짜 놓은 판에 들어가는 걸 피할 수 없다면 미국의 이익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카드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기업들이 목 놓아 “전 세계에서 우리만 이럴 수 없다”고 호소하는 상법개정안, 반도체특별법조차 여론 따라 간을 보며 우회전했다 좌회전했다 할 때가 아니다. 이제 트럼프와 마주하기 위해서라도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등 우리의 무기를 갈고닦는 데 국론을 모아야 한다. 역사는 반복되지만 강소국의 생존법은 늘 같다.

 

-곽도영 산업1부 기자, 동아일보(25-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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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축구장의 '전두환 사진' 그 이후

 

한국 축구장 경기 돌연 기권
공산당 '한일 민심 쟁취' 지시
트럼프 폭력, 시진핑 미소 때
美中 싸움보다 우리 내분이 걱정

 

지난달 19일 울산에서 예정된 산둥 타이산과 울산 현대의 아시아축구연맹 경기는 시작 휘슬이 울리기 두 시간 전에 취소됐다. 산둥 측이 “선수들 몸 상태가 좋지 않다”며 돌연 기권했기 때문이다. 집단 식중독에 걸린 것도 아닌데 경기 직전에 단체로 건강 이상이라는 것이다. 향후 클럽 대항전 출전 금지와 벌금 등 중징계도 감수하겠다고 했다. 

 

지난 11일 중국 올림픽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24-25 ACLE 7차전 산둥 타이산과의 경기에서 산둥 팬들이 원정 서포터즈석을 향해 '전두환 사진'을 펼치며 도발하고 있다. /광주FC

 

산둥 구단이 이랬던 건 11일 중국에서 열린 광주 FC와 경기에서 산둥 일부 팬이 전두환 전 대통령 사진을 꺼내 들고 광주 선수들을 자극한 사건 때문이다. 중국 매체는 울산전 포기 이유로 ‘경기 중 통제할 수 없는 결과’를 우려했다고 전했다. ‘전두환 사진’에 분노하는 한국 민심에 중국 정부가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다. 산둥 구단은 중국 국영기업 소유인 만큼 공산당이 맘대로 할 수 있다.

 

‘전랑(늑대) 외교’를 내세우던 중국이라면 사드 배치 때처럼 한국의 반발은 힘으로 누르려 했을 것이다. 최근 국내 일부의 ‘혐중 자극’에 대해서도 우려 정도로 끝내지 않았을 것이다. 중국의 대외 정책 설계자는 왕후닝 정치국 상무위원이다. 장쩌민·후진타오에 이어 시진핑까지 3대 연속으로 중국 전략을 짜고 있다. 왕후닝은 올 초 전국통일전선부장 회의에서 “해외 통전(통일전선) 공작으로 인심을 쟁취하라”고 지시했다. 공산당은 불리할 때면 늘 통일전선 전술을 쓴다. 동조 세력을 확보해 주적과 싸우는 것이다. 국민당과 내전 때 소자본가와 지식인을 끌어들인 것이 대표적이다. 지금 시진핑의 주적은 트럼프일 것이다. 트럼프가 중국을 포위하기 전에 ‘주변국 인심’을 최대한 얻을 필요가 있다.

 

얼마전 중국은 동일본 대지진 이후 막았던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재개하기로 했다. 일본과 영유권 분쟁 중인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 인근에 설치했던 부표도 스스로 철거했다. 한국에 대해선 무비자 조치를 먼저 하더니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도 곧 해제할 것이라고 한다. 이달 말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가 예정돼 있다.

 

트럼프가 예측 불가라지만 중국 견제만큼은 1기 때부터 변함이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칠게 끝내려는 것도, 가자지구 주민을 강제 이주시켜서라도 중동 분쟁을 봉합하려는 것도 미국 힘의 분산을 막아 중국에 집중하려는 사전 정지 작업일 수 있다. 트럼프는 형제국 같은 캐나다와 유럽의 나토는 험하게 다루면서도 한·일에 대해선 아직 별말이 없다. 오히려 한국에는 중국군에 밀리는 미 군함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푸틴과 가까워지고 한·일이 동맹으로 있으면 중국을 지정학적으로 에워쌀 수 있다.

 

지금 트럼프의 폭주에 세계가 경악하고 있다. “세계 경찰이 보호비 갈취하는 마피아 두목이 됐다”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김정은과 ‘북핵 쇼’, 방위비 청구서, 주한 미군과 한미 연합 훈련 등에 대한 걱정이 쏟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상대적으로 시진핑이 정상적으로 보일 정도다. 왕후닝 전략대로 한·일 민심을 쟁취하려는 통전 공작도 본격화할 것이다.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여론조사상 민주당이 유리하다. 그런데 이재명 대표는 중국에 ‘셰셰’하면서 미군을 ‘점령군’이라고 표현했던 사람이다. 일본이 오염수를 방류하자 “제2의 태평양 전쟁”이라고도 했다. 미국은 북중 견제를 위해 한미일 군사 협력을 중시하는데 한미일 해상 훈련을 두고 “자위대 한반도 진입” “극단적 친일”이라며 반대했었다. 요즘 한미, 한일 관계를 중시하는 말을 하고 있지만 자신의 말을 뒤집은 사례는 셀 수도 없다. 트럼프의 폭력과 시진핑의 미소가 교차할 경우 미중이 싸우기도 전에 우리 내분부터 격화하지 않을 까 걱정이다.

 

-안용현 논설위원, 조선일보(25-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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