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산불 막으려 세종대왕도 “寒食 땐 불 사용 금지”]
[산불까지 중국 괴담]
봄철 산불 막으려 세종대왕도 “寒食 땐 불 사용 금지”

한식(寒食)은 동지(冬至)로부터 105일째 되는 날이다. 올해는 5일이다. 봄철 성묘를 가는 날이기도 하다. 예로부터 한식에는 찰 한(寒), 밥 식(食)이라는 한자 그대로 찬 음식을 먹었고 불의 사용을 금했다. 이런 전통의 유래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건조한 봄철 화재를 예방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조선왕조실록에는 1431년 세종대왕이 “한식 사흘 동안 불의 사용을 금지한다”는 왕명을 내린 기록이 있다. 봄철 실화 대책을 논의하던 자리에서 나온 것이었다.
▷한식의 전통이 ‘불조심’의 경고를 담고 있지만 한식만 가까워져 오면 성묘객의 부주의로 인한 산불이 자주 발생한다. 연간 산불 발생 건수의 절반 이상이 3∼5월에 발생한다. 건조한 대기, 강한 바람, 그리고 불쏘시개가 될 수 있는 바싹 마른 나무까지 불이 나기 쉬운 조건을 고루 갖춘 시기다. 성묘를 와서 축문(祝文)을 태우거나 음식을 조리하고, 담배꽁초를 아무 데나 버렸다간 삽시간에 산불로 번진다.
▷지난달 21일 경남 산청에서 시작돼 149시간 35분 동안 서울 면적의 75%를 태운 ‘영남 산불’ 대부분은 실화가 그 원인이었다. 주불이 가장 크게 번졌던 경북 의성은 성묘객이 라이터로 묘지를 정리하다 불을 냈다. 경남 김해 산불은 문중 묘지에서 과자 봉지를 태우다가, 경남 통영 산불은 부모님 묘소 앞에 피운 초가 넘어지며 발생했다. ‘영남 산불’은 아니지만 전북 김제에서는 성묘객들이 부탄가스로 음식을 조리하다 산불을 냈다. 산림청의 최근 10년간 산불 통계에 따르면 한 해 평균 발생 산불 546건의 원인은 입산자 실화(37%), 쓰레기 소각(15%), 논·밭두렁 소각(13%), 담뱃불 실화(7%) 순이었다.
▷산불 위험을 피하기 위해 명문 종가들부터 이미 성묘 절차를 간소화해 왔다. 광산김씨대종회는 향 피우기를 생략하고 있고, 안동김씨대종회는 산에선 축문을 태우지 않는다. 자식들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향을 피우고 축문을 태우는 건 고인도 바라는 일이 아닐 것이다. 우리 조상들도 한식에는 불을 사용하지 않았다.
▷‘설마’ 하는 부주의가 산불로 번지면 사람도 다치지만 산속에 살던 식물, 동물까지 모조리 떼죽음을 당한다. 이번에 ‘영남 산불’로 잿더미가 된 산이 다시 회복되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가늠조차 어렵다. 더욱이 갈수록 산불이 대형화되고 있어 애초에 불씨를 만들 일은 하지 않아야 한다. 향 초 축문 등을 태우지 말고, 라이터 부탄가스 등도 휴대해선 안 된다. 담배도 금물이다. 산에 화기, 인화 물질, 발화 물질을 가져가는 것만으로도 산림보호법 위반이다. 쓰레기도 함부로 태우지 말고 가지고 온다. 만약에 대비해 통상 300∼500g 정도의 가벼운 휴대용 소화기를 지참하는 것도 방법이다.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경임 논설위원, 동아일보(25-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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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까지 중국 괴담

19세기 말 유럽에는 중국인이 서구 백인 사회를 파괴할 것이라는 ‘황화론(Yellow Peril)’이 퍼졌다. ‘중국인은 악마 숭배자’ ‘중국 여성이 전염병의 숙주’ ‘중국 상점은 범죄 소굴’ ‘청나라가 쳐들어와 백인을 대체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근거 없는 편견이었지만 과거 유럽을 휩쓴 훈족과 몽골에 대한 공포감을 타고 들불처럼 번졌다. 미국에선 ‘중국인 배척법’이 나왔고, 청나라풍 만화 캐릭터인 ‘후만추’는 악당의 전형이 됐다. 그런데 이 소동은 독일 황제 빌헬름 2세가 ‘용을 탄 부처상이 침략하는’ 꿈을 꾼 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중국이 ‘G2’로 부상하면서 ‘차이나 공포증’이 되살아났다. 코로나는 혐중 괴담에 기름을 끼얹었다. 국내에서도 ‘중국의 생물학 무기이자 시진핑의 국제적 기획 범죄’라는 등의 소문과 영상이 돌았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엔 중국발 부정선거론이 번졌다. ‘비상계엄 당일 선관위 연수원에서 체포된 중국인 99명이 미군에게 조사받고 부정선거를 자백했다’ ‘2020년 코로나 때도 중국인이 선관위에 머무르며 총선에 개입했다’ ‘탄핵 찬성 집회에 중국인이 조직적으로 참가한다’는 내용이었다. 일부 유튜버는 ‘경찰 내부에 중국이 침투했다’고 주장했다. 근거로 ‘CN1400’이라는 경찰 깃발 사진을 제시했지만 이는 ‘충남’의 약자였다. 일부에선 ‘화교는 특례로 서울대 의대에 쉽게 진학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화교 출신은 없다. 중국이 우리 기업·언론 등을 사실상 소유·장악했다는 주장도 나돈다.
▶최근 산불에도 중국 음모론이 번졌다. ‘중국인이 산불을 질렀다’는 것이다. 산불 현장에서 라이터가 발견됐는데 중국산이라는 이유였다. ‘방화한 중국인 간첩이 붙잡혔다’거나 ‘중국 관련성이 있으면 주한 미군이 투입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의성 산불은 성묘객의 실화로 추정되고, 중국산 라이터는 어디서든 구입할 수 있다. 결국 주한 미군이 나서서 “가짜 뉴스”라고 발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음모론이 끊이지 않는 것은 그간 중국이 보여온 오만하고 불합리한 행태 탓이 크다. 사드 보복에 ‘3불(不)’을 강요하고 서해 구조물 설치 등으로 우리 주권을 위협했다. 세계 50여 나라에서 비밀 경찰서를 운영하고 각종 해킹 의혹도 받는다. 이 때문에 혐중 정서가 퍼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산불에까지 중국을 끌어들이는 건 도가 지나치다. 의혹을 제기하려면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혐중 정서에 기댄 마구잡이 음모론은 외교 갈등을 일으키고 국격만 떨어뜨린다.
-조선일보(25-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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