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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도적 능력 군 수송기 대형 산불 진압 투입 검토를] ....

뚝섬 2025. 4. 1. 09:18

[압도적 능력 군 수송기 대형 산불 진압 투입 검토를]

[불타지 않는 박물관]

[일본 20%도 못 미친 林道·진화대원 평균 61세… 산불 위험은 계속된다]

[해인사에 묻어놓은 소금 단지]

[잡힐 듯 안 잡히는 지리산 불..."가파른 경사·두터운 낙엽층 때문"]

[산불에 비행기로 3만L 내화제 뿌리는 미국 vs 헬기로 600L 물 뿌리는 한국]

[윤택 "산불에 연락 안닿는 '자연인' 있어…애타고 불안"]

 

 

 

압도적 능력 군 수송기 대형 산불 진압 투입 검토를 

 

경남 산청 산불 발생 10일째로 접어든 30일 오전 산불진화헬기가 시천면 구곡산 일원에서 진화작업을 펼치고 있다./뉴시스

 

영남 지역 곳곳에서 발생한 산불이 9일 만에 가까스로 진화됐다. 이 산불로 30명이 숨지고 역대 최대 규모인 4만8000ha가 불탔다. 여의도 면적의 165배에 달하는 면적이다. 이재민은 3만7000여 명에 달했다.

 

앞으로도 매년 봄철 이런 대형 산불이 동시다발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부족한 ‘임도(林道)’ 증설, 불이 잘 붙지 않는 ‘수종(樹種)’으로 교체 등 여러 대책이 나오고 있지만 대형 산불이 났을 때 한꺼번에 많은 물을 뿌리는 것이 핵심적인 문제일 것이다. 헬기가 찔끔찔끔 물을 붓는 것에 답답함을 느낀 국민이 적지 않다. 현재 산림청이 보유한 산불 헬기 50대 중 담수 용량이 5000L 이상인 대형 헬기는 7대밖에 없고 이마저도 2대는 정비 중이어서 이번 산불에 투입하지 못했다. 담수 용량이 1000∼5000L인 중형 헬기가 32대로 가장 많고, 11대는 1000L도 싣지 못하는 소형이다.

 

우리도 공군 수송기(C-130·C-390)를 이용한 산불 진화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미국을 포함해 14국에서 이를 운용 중이다. C-130 수송기 내부 화물칸에 시스템(MAFFS·모듈형 공중 화재 진화 시스템)을 장착하면 된다. 공중에서 약 10만~13만L의 물이나 소화제를 투하해 폭 20m, 길이 400m 규모 방화선을 형성할 수 있다. 기지로 복귀해 20~30분 충전한 후 바로 재출동할 수 있다. 대부분의 헬기는 야간·안개·연기·강풍 등의 상황에서 운용이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수송기는 야간에도 작업이 가능하다. 화재가 끝나면 군 수송 임무로 복귀할 수 있다.

 

도입 비용도 세트당 80억~100억원으로, 초대형 헬기 1대 구입 비용(350억원)보다 저렴하다. 우리나라엔 C-130 수송기가 20대 가까이 있다. 산불 아닌 해상 유류 사고 시 흡착액제 살포도 가능하다. 산림청도 2023년 도입하려고 예산까지 편성했으나 공군과 협의가 안돼 불발됐다. 물론 군 수송기를 산불 진화에 투입하려면 기체 보강이 필요하다는 반론도 있다. 산림 당국과 군이 충분한 검토와 협의를 통해 적극적으로 도입을 추진했으면 한다.

 

-조선일보(25-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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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지 않는 박물관 

게티 빌라 박물관, 1954년 설립, 1974년 개관, 2006년 재개관, 미국 캘리포니아 퍼시픽 팰리세이즈 소재.

 

게티 빌라는 1954년, 미국 석유 재벌이자 미술 컬렉터 J 폴 게티(Jean Paul Getty·1892~1976)의 캘리포니아주 퍼시픽 팰리세이즈 소재 자택에서 시작된 박물관이다. 게티는 세계 최고 부자로 기네스북에 오를 정도로 돈이 많았지만 악명 높은 구두쇠였다. 박물관 임원이 허락 없이 자동 연필깎이를 구입했다고 호통을 치고, 심지어 손자의 납치범과 벼랑 끝 흥정을 벌여 몸값을 깎을 정도였다. 그래도 미술에는 돈을 아끼지 않았다. 1974년 완공된 게티 빌라는 수집품이 늘어나 자택마저 비좁아지자, 인접한 대지를 매입해 신축한 건물이다. 그 원형은 로마 황제 카이사르의 장인 소유였던 ‘빌라 데이 파피리’의 저택과 정원이다. 현재 게티 빌라는 기원전 6500년에서 기원후 400년 사이에 만들어진 고대 그리스, 로마, 에트루리아 문명의 유물 4만4000여 점을 소장하고 있다.

 

올해 1월 LA 지역을 휩쓴 초대형 산불에서 가장 큰 피해를 당한 곳이 바로 퍼시픽 팰리세이즈다. 그 한가운데 있던 게티 빌라는 지을 때부터 ‘예술 수준의 방재 시스템’으로 유명했지만, 화마(火魔)가 예술을 알아보고 피해가지는 않았다. 난폭한 불길은 아니나 다를까 박물관 경내로 들어왔다. 하지만 내화 콘크리트, 이중 벽체, 외부로부터의 연기 유입을 막는 양압(陽壓) 공조, 정원에 쉬지 않고 물을 댄 스프링클러, 촘촘하게 경내를 감시하는 카메라에 막혀 발화 6분 만에 진압됐고 추가 피해는 없었다.

 

그 뒤에는 한 달간 지속된 화재 기간에도 위험을 무릅쓰고 박물관에 상주했던 직원들이 있었다. 방재 시스템을 완벽하게 만들어 주는 건 사람의 헌신이다. 그리고 시스템이 궁극적으로 지켜줘야 할 것은 바로 그 헌신하고 희생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우정아 포스텍 교수·서양미술사, 조선일보(25-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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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 산불로 없어진 개미 돌아오는 데 13년, 삵은 35년 이상. 실수는 작았지만 그 대가는 계산도 안 돼.

 

-팔면봉, 조선일보(25-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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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20%도 못 미친 林道·진화대원 평균 61세… 산불 위험은 계속된다

 

불에 잘 타는 소나무가 산림의 27%, 낙엽 건조 현상은 뚜렷해져
화재 진압용 임도 태부족하고 고령화로 진화대원들은 이미 60대
국토 녹화 기적 이후엔 무관심… 미래 내다보는 산림 계획 절실하다

 

경북 지역 산불이 4만5157헥타르(ha)의 면적을 태우고 6일 만에 진화됐다. 역대 최대 규모의 산불이었다. 수십 명이 숨졌고 수만 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매년 대형 산불이 반복되면서 백두대간 주변과 동해안 지역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피해 면적 100ha 이상, 산불 지속 시간 24시간 이상일 경우 대형 산불로 분류한다. 이런 대형 산불은 2017년부터는 2024년만 제외하고 매해 발생하고 있다. 대형 산불은 숲만 잿더미로 만드는 게 아니라 산림 생태계를 초토화한다. 개미들이 돌아오는 데만 14년이 걸린다. 산림의 형태를 갖추기까지는 30년, 생태적 안정 단계에 이르기까지는 최장 100년 이상 걸린다.

 

대형 산불이 빈번해지는 건 이유가 있다. 산림이 울창해지면 나무의 부피가 커지고 낙엽이 두껍게 쌓인다. 불에 탈 수 있는 ‘산불 연료’가 많아진다는 얘기다. 기후 변화로 숲 구조가 바뀌는 것도 영향을 준다. 산림 하층부에는 조릿대, 진달래 등의 관목이, 상층부는 굴참나무와 소나무 등이 빽빽하게 자라는 다층 구조로 변하고 있다. 그래서 헬기에서 물을 투하해도 지표면까지 도달하지 못해 진화가 어려워지고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으로 봄철 낙엽층 건조 현상도 심각하다. 대기 습도가 40% 이하로 내려가면 낙엽 수분 함량은 10% 수준까지 낮아진다. 수분 함량이 15% 이하인 낙엽은 35%인 낙엽에 비해 발화율이 25배나 높다. 지표면에 80cm 이상 높이로 낙엽이 쌓여 있는 곳에 불이 붙으면 지표면 아래 깊은 곳까지 불이 침투하기 때문에 진화가 어렵다.

 

일단 발생한 산불에 3월 말에서 4월 초까지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돌풍인 양간지풍이 겹치면 대형화된다. 초속 6m의 바람이 불면 무풍 때에 비해 26배 빠르게 확산되는데, 양간지풍은 초속 20m를 훌쩍 넘어선다. 2019년 고성·속초 산불에서는 최대 풍속 초속 35.6m의 강풍이 불면서 시속 5.1km의 속도로 확산됐다. 이번 경북 산불에서는 그보다 빠른 최대 시속 8.2km의 속도로 불길이 확산됐다. 여기에 경사도 영향을 미친다. 30도 급경사지에서는 평지보다 3배 빠르게 확산된다.

 

대형 산불은 그동안 강원도에서 많이 발생했지만, 사실 경상북도 북부 지역이 전국에서 가장 대형 산불 위험이 높은 곳이다. 2021년 산림과학원은 시·군·구별로 얼마나 많은 산불 연료가 쌓여 있는지를 평가해 전국 산불 연료 지도를 펴냈다. 산불 연료는 크게 낙엽과 관목 등 땅 위에 쌓인 인화물질을 가리키는 지표 연료와 1.8m 이상에 위치하는 잎과 나뭇가지 등을 가리키는 수관 연료로 나뉜다. 낙엽 두께가 1m에 이르는 곳은 그 무게만 ha당 300~400톤에 이른다. 지도에 따르면 경북 북부의 안동, 영덕, 영양, 의성, 청송 등은 거의 모든 산림 지역이 숲 관리 우선 지역으로 분류됐다. 산불 예방을 위해서 시급하게 나무를 제거해서 밀도를 관리해야 하는 곳이다. 앞으로도 경북 북부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의미다.

 

여기에 더해 경상북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45만7902ha의 소나무 숲을 보유하고 있다. 경상남도(27만3111ha)와 강원도(25만8357ha)보다 훨씬 넓다. 우리나라 전체 산림의 27%를 차지하고 있는 소나무는 대형 산불의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소나무의 송진은 테르펜 같은 유류 성분을 20% 이상 포함하고 있다. 그래서 활엽수에 비해 1.4배 더 높은 온도로 타오르고 연소 지속 시간도 2.4배 더 길다. 일단 소나무 숲에 불이 붙으면 나무 전체가 타오르면서 대량의 불똥이 만들어진다. 불똥이 상승 기류를 만나면 2km 정도는 쉽게 날아가 화재를 급속히 확산시킨다.

 

자연적 조건 이외에도 고령화와 인구 감소라는 사회적 변화도 대형 산불의 원인을 제공한다. 예전에는 산불이 나면 동네 주민들이 나서서 불이 크게 번지기 전에 불길을 잡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고령화로 인해 이제 그럴 수 없게 되었다. 산불 진화대원 평균 연령이 61세에 이르고 있기 때문에 효과적인 화재 진압은 어렵다. 지자체 공무원들도 화재 발생 시 산불 진화보다는 거동이 어려운 고령의 주민들을 대피시키는 데 우선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진화 인력은 더욱 부족해졌다. 산림 당국은 산불이 발생하면 어디로 번져나갈지를 예측하는 산불 확산 예측 시스템을 도입했다. 나름 체계적인 대응 태세를 갖추긴 했지만, 정작 최전선에서 산불을 진압할 인력은 점점 부족해지고 있는 것이다.

 

대형 산불은 무관심의 결과물이다. 산불 예방을 위해서는 숲을 가꿔야 한다. 소나무 같은 침엽수를 솎아내고 6m 이하 높이의 나뭇가지를 제거하는 활동은 산불 억제에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숲 가꾸기 과정에서 발생한 가지와 잎을 나무 주변에 쌓아놓는 경우가 많아 오히려 화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당연히 외부로 반출해야 하지만 부족한 임도(林道)로 인해 쉽지 않다. 임도는 평소 산림 관리는 물론 화재 억제와 진압에서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우리나라의 임도는 일본의 2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방치된 숲은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화재 위험만 높아지는 위험한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대한민국은 짧은 시간에 국토 녹화에 성공한 기적을 만들어냈다. 지도자의 강력한 의지와 효과적인 행정력, 그리고 국민의 인식 전환이 결합되면서 만들어진 결과물이었다. 하지만 민둥산이 없어진 이후 사람들의 산림에 대한 관심은 사라졌다. 산은 그대로 놓아두는 것이 최선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방치됐고, 국토의 70%는 쓸모없는 공간이 되었다. 그리고 방치의 대가는 대형 산불로 매년 돌아오고 있다. 하지만 5년마다 모든 것이 뒤집어지는 대한민국에서 적어도 한 세대가 걸리는 장기적인 산림 관리와 개선은 과연 가능할 것인지 궁금해진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수석전문위원, 조선일보(25-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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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인사에 묻어놓은 소금 단지

 

[조용헌 살롱]

 

경상도 지역 산불로 천년 고찰 의성 고운사(孤雲寺)가 전부 불에 탔다. 목조건물인 사찰에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는 자주 있는 일이다. 사찰 화재는 누군가 앙심을 품고 고의로 방화를 하거나 아니면 실수로 불이 나거나 한다. 그래서 사찰 주지를 맡으면 가장 신경 쓰는 일이 화재 방지다. 이번처럼 대규모 산불로 인하여 절이 불에 탄 경우는 매우 드문 사례다.

 

조선 시대 기록을 보면 금강산의 유점사(楡岾寺)가 여러 번 화재로 소실되었으나 왕실의 특별한 지원으로 복구된 사례가 눈에 띈다. 1452년에 유점사 143칸이 화재로 모두 소실되었다. 당시 주지가 한양으로 불려 올라와 엄중한 조사를 받았다. 유점사의 승려들이 효령대군에게 지원을 부탁했고, 효령대군의 부탁을 받은 임금의 특별한 지원으로 건물이 복원됐다. 정부기관인 예조에서도 강원도 전체에서 경비를 걷어 지원했다. 1595년에도 또 화재가 나서 절이 불탔는데 승병장이었던 사명대사가 인목왕후에게 부탁하여 왕실의 비용으로 다시 복원했다. 1759년에도 불이 나자 왕실에서 지원해 10년간 복원 공사가 진행되었다. 조선 말기 고종 때에도 유점사 3000칸의 전각이 소실되자 고종이 공명첩 500장을 발행하도록 허가해 건축비를 지원했다.

 

조선조는 억불 정책에도 불구하고 금강산 유점사는 그 영험함으로 인해 왕실의 지극한 보호를 받았던 것이다. 유생들이 격렬한 반대를 했지만 무시하고 조선 왕실은 금강산에 대한 특별한 불교 신앙을 가지고 있었다.

 

금강산은 개골산(皆骨山)이라는 명칭에서도 드러나듯이 온통 뾰족뾰족한 바위산이다. 불꽃의 형태인 화체산(火體山)은 화재가 자주 발생한다는 게 감여가(堪輿家)의 주장이다. 설악산도 역시 바위 봉우리들이 불꽃같이 생긴 화체산에 해당한다. 그래서 설악산의 사찰에서도 불이 많이 났다. 백담사(百潭寺)라는 이름도 화재 예방 차원에서 지은 작명이다. 100개의 연못이 있으면 그 물로 불을 끌 수 있다는 바람이 투사되어 있는 이름이다.

 

또 하나의 유명한 화체산이 합천 가야산이다. 특히 해인사에는 팔만대장경이 보관되어 있어서 화재에 각별한 신경을 썼다. 몇 년 전에 강연을 가서 주지 스님에게 들으니 법당 주변 여러 군데에 소금 단지를 묻어 놓았다고 한다. 매년 날짜를 잡아서 소금을 새로 채워 넣는 게 수백 년 동안 내려온 절의 전통이다. 소금을 묻어 놓으면 화재를 예방할 수 있다는 비보풍수의 전통을 눈으로 확인한 사례였다.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문화컨텐츠학, 조선일보(25-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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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힐 듯 안 잡히는 지리산 불..."가파른 경사·두터운 낙엽층 때문"

 

경사 진 만큼 확산 속도 빨라
현장엔 1m 두께 낙엽층도
 

 

경남 산청에서 발생한 산불 9일째인 29일 산림 당국이 마지막 남은 화선인 지리산권역 주불 진화를 목표로 진화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이날 오전 6시경 산청군 황점마을 일대의 모습./연합뉴스

 

“경사도 30도 지형에서 초속 6m 바람이 불면 바람이 없는 평지 조건과 비교해 약 79배까지 불이 더 빨리 확산합니다. 지리산 현장은 이보다 더 하죠.”

 

경남 산청에서 발생한 산불이 9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지리산으로 번진 불길이 잡힐 듯 잡히지 않고 있다. 헬기가 물을 뿌리고 간 산자락에는 여전히 흰 연기가 연신 피어오르고 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소속 권충근 박사는 “지리산 현장의 경사가 매우 급한데다, 진화 요원이 접근할 진입로(임도)가 없어 어려움이 크다”고 했다.

 

경사가 심한 곳에서 발생한 산불은 확산 속도가 가속화된다고 한다. 이는 불길이 상승하는 성질이 있기 때문. 권 박사에 따르면 경사도 30도 지형에서 초속 6m 바람이 불 경우 바람이 없는 평지에서 발생한 불에 비해 확산 속도가 79배 빠르다. 급한 경사에서는 불길이 더욱 위로 빠르게 올라가고, 바람까지 강하게 불면 더욱 빨라질 수밖에 없다. 산림청은 산불 브리핑 때마다 “경사는 곧 풍속과 비슷하다”고 설명하고는 했다. 

육군 39사단 장병들이 29일 새벽 경남 산청군 산불 현장에서 산불 진화 작업을 펼치고 있다. /육군 제39보병사단/29일 경남 산청 산불현장통합지휘본부에서 지리산 산불이 지속하는 원인을 설명하고 있는 권충근 박사. /산청=김준호 기자

 

지리산으로 번진 산불 현장은 환경이 열악하다. 천왕봉 턱밑까지 접근한 불길을 잡기 위해 방화선을 구축하러 갔던 한 산불진화대원은 “손으로 땅을 짚어서 가야 할 정도로 가파르다. 경사도가 40도가 넘는 구간도 많다”면서 “바람도 순간적으로 초속 15m 안팎으로 불고, 계곡 쪽에는 돌풍이 불 때도 있다”고 했다. 

 

지난 26일 밤부터 27일 새벽 사이 산림청 공중진화대, 산림청 산불재난특수진화대가 산청군 시천면 동당리에서 지리산 국립공원 방향과 민가로 옮겨가는 불길을 저지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곳은 큰 경사와 두터운 낙엽층, 산죽(키작은 대나무)으로 인해 진화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이다./산림청 제공

 

두터운 낙엽층도 지리산에 번진 불이 계속 살아나는 데 일조하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연구진이 지난 28일 밤부터 29일 새벽 사이 지리산 산불 현장을 직접 조사한 결과 현장에 쌓인 낙엽층 깊이는 최대 1m 정도였다. 성인 허리 높이다. 권 박사는 “1ha로 보면 300~400t의 연료량이 쌓여 있는 셈이다”고 했다.

 

여기에 두터운 낙엽층 내부로 바람에 날린 불씨가 침투하면서 새롭게 불이 붙는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현장에는 활엽수인 굴참나무와 침엽수인 소나무가 빽빽하게 자라고 있다고 한다. 남송희 국제산림협력관은 “헬기가 공중에서 물을 아무리 뿌려도 고밀도의 숲 때문에 실제로 지표면까지 물이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면서 “공중진화대 등 사람이 직접 들어가 불을 끌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육군 39사단 장병들이 29일 새벽 경남 산청군 산불 현장에서 산불 진화 작업을 펼치고 있다. /육군 제39보병사단

 

산불 현장까지 인력과 장비가 접근할 진입로도 부족하다. 사실상 길을 새로 뚫으면서 현장에 접근하는 상황이다.

 

산림청은 “급경사지와 고밀도의 숲 구조로 효과적인 진화가 어렵고, 진입로 부족으로 진화대원과 장비 투입에 어려움이 크다”면서 이번 산불을 계기로 대용량 산불진화 헬기 등 장비 확대, 적절한 수목 밀도를 조절하는 숲 가꾸기, 임도 추가 개설, 전문진화요원 양성 등의 필요성이 확인됐다고 했다.  

 

28일 오전 11시30분 경남 산청 산불 진화를 위해 투입된 육군과 공군의 치누크 헬기가 인근 산청양수 상부댐에서 물을 담고 있다./산청=김준호 기자

 

한편, 지리산으로 번진 산청 산불은 오후 3시 기준 진화율이 99%다. 남은 불길은 약 1km다. 지리산 천왕봉(1915m)과 직선거리로 4.5km까지 근접했던 불길은 총력전을 벌여 약 2km 뒤로 후퇴시켰다고 한다. 진화율은 높지만 바람에 불씨가 이리저리 날리는 비산화(飛散火) 때문에 안심하기는 이른 상황이다. 산림청 소속 공중진화대·특수진화대 등 전문 진화 인력을 중심으로 지상에서 잔여 불길을 제거하는 중이다.

 

공중에서는 주한미군·육군·공군의 치누크 헬기를 비롯한 54대의 헬기가 지리산국립공원 안으로 번진 불길을 잡기 위해 물 폭탄을 쏟고 있다. 경남도 관계자는 9일째 얼마나 물을 퍼날랐는지, 저수지 물이 말라갈 정도라고 했다.

 

이번 불로 인한 피해 면적은 1858ha다. 지리산국립공원 내 산림 132ha도 불에 탄 것으로 추정된다. 축구장 184개 크기다.

 

지난 22일 불을 끄러 현장에 투입된 창녕군 소속 산불진화대원 등 4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이제까지 2135명의 이재민이 발생했고, 주택 등 83곳이 불에 탔다.

 

-산청=김준호 기자, 조선닷컴(25-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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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불에 비행기로 3만L 내화제 뿌리는 미국 vs 헬기로 600L 물 뿌리는 한국 

 

내화제를 살포하고 있는 초대형 에어탱커. /미국 농무부

 

국내서 발생한 산불을 끄는 핵심 장비는 헬기다. 작년에만 10건 중 8건꼴로 국내서 발생한 산불을 헬기로 진화했다. 국내서 산불 진화에 투입되는 헬기는 600L~8000L(리터)의 물을 실어 나를 수 있다.

 

미국에서는 산불이 발생하면 비행기도 투입한다. 헬기보다 덩치가 큰 비행기로 3만리터 규모의 내화제(耐火劑)를 상공에서 뿌려 불길 확산을 방지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산악지형이 많은 국내 특성을 고려해 산불 진화에 적합한 장비를 늘려야 한다고 했다.

 

◇가동중단 헬기 느는데 예산 문제로 도입 계획은 ‘들쭉날쭉’

 

산림청은 지난 2017년 강원도 삼척, 강릉과 경북 상주 등에서 발생한 산불에 대응해 올해까지 산불진화 헬기를 60대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이달 29일 기준 산림청이 보유한 산불진화 헬기는 50대다. 예산 등의 문제로 제때 도입되지 못한 것이다. 

 

육군 치누크 헬기(CH-47)가 산불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뉴스1

 

현재 보유한 헬기도 멀쩡한 헬기만 있는 게 아니다. 가장 많이 보유한 KA-32 29대 중 8대가 가동 중단 상태다. 이 기종은 러시아에서 제작했는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부품을 공급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이런 헬기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산림청은 2026년도부터 14대, 2027년에는 15대의 가동이 중단될 것으로 보고 있다.

 

KA-32 기종은 산림청이 산불 진화를 위해 보유한 핵심 헬기이기도 하다. 이 헬기의 담수량은 3000리터로, S-64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산림청이 보유한 헬기 중 담수량이 가장 큰 헬기는 S-64로, 8000리터의 물을 실을 수 있다. 총 7대를 보유 중이다. 나머지 헬기는 담수량 600리터의 벨 206 7대, 담수량 800리터의 AS 350 4대, 담수량 2000리터의 수리온 3대다.

 

이 밖에도 산불 진화에 투입할 수 있는 헬기는 157대가 더 있다. 보유 주체별로 지자체 임차가 80대로 가장 많고, 산림청 50대, 군 35대, 소방 31대, 경찰 10대, 국립공원 1대 등이다. 다만 유사시를 대비해야 하기 때문에 모두 산불 진화에 동원할 수 없다. 

 

산불이 민가로 번지기 전 내화제를 뿌리고 있는 항공기. /유튜브 캡처

 

◇야간 투입 어려운 헬기…美, 항공기로 3만ℓ 내화제 뿌린다

 

미국은 산불 진화 작업에 항공기도 투입한다. 산불 진화에 투입되는 항공기는 최대 8000갤런(약 3만283리터)의 내화제를 탑재할 수 있다. 초대형 에어탱커(VLAT)로 불리는 이 항공기를 통해 지상에서 산불을 진화 중인 소방관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800갤런(3028리터)의 내화제를 공급할 수 있는 싱글 엔진 에어탱커, 2000갤런(7570리터)~ 4000갤런(1만5141리터)을 공급하는 대형 에어탱크 등도 있다.

 

이렇게 항공기를 투입한 산불 진화 작업은 한 번에 많은 양의 화재 방지 물질을 상공에서 뿌려 효과적으로 불길 확산을 방지할 수 있다. 또 항공기는 안전상의 이유로 야간 운행이 어려운 헬기와 달리, 밤에도 투입할 수 있다. 이번에 국내 산불 피해가 컸던 이유 중 하나로 헬기 투입이 되지 않는 밤사이 불길이 커진 영향도 있다.

 

한국에서도 산불 진화에 비행기를 투입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모두 무산됐다. 지난 2012년 경남도는 국내서 처음으로 산불 진화를 위해 캐나다에서 제작된 항공기를 도입했다. 당시 이 항공기의 담수량은 5400리터였다. 그러나 수십억원의 임대비용을 문제로 결국 흐지부지됐다. 또 산림청이 2024년 강릉 산불 이후 공군의 C130 수송기에 물탱크를 설치해 산불 진화용 항공기로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군 측에서 난색을 보여 무산됐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는 “한국은 미국과 달리 비행기가 이착륙할 수 있는 공간이 한정적”이라며 “대형 헬기를 도입하는 것이 현실적인 방안이다”고 말했다.

 

-김양혁 기자, 조선닷컴(25-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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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택 "산불에 연락 안닿는 '자연인' 있어…애타고 불안" 

 

방송인 윤택, 그가 인스타그램에 게재한 산불 현장의 모습이 담긴 사진. /인스타그램

 

대형 산불로 경북, 경남 지역이 큰 피해를 입은 가운데, MBN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를 이끄는 방송인 윤택이 산불 피해를 입은 자연인들을 향한 걱정스러운 마음을 전했다.

 

윤택은 2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에서 “몇몇 자연인 분들과 통화를 나눴다”라며 “산불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고, 소중한 생명을 떠나보낸 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자연인이다’를 14년 동안 이끌어 오면서, 자연의 품에 살아가는 분들을 가까이 만나왔다”며 “그분들의 삶을 통해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위대한 선물과, 동시에 그 소중함을 지켜야 하는 책임이 얼마나 큰지를 깨달았다”고 했다.

 

이어 “이번 산불 피해가 얼마나 크고 가슴 아픈 일인지 더욱 실감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평생을 가꿔온 터전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고, 함께했던 소중한 존재들을 잃은 아픔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윤택은 “몇몇 자연인 분들과 통화를 나누며 무사하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아직 연락이 닿지 않는 분들도 있어 마음이 애타고 불안하기만 하다”라며 “부디 아무 일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자연은 다시 살아난다. 불탄 숲에도 새싹이 돋고, 황폐해진 땅에도 생명이 깃든다. 그리고 우리도 다시 일어설 것”이라며 “힘들고 지치는 순간이 찾아올지라도, 끝까지 희망을 놓지 마시길 바란다”고 산불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위로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지금 이 순간에도 고통을 견디며 하루하루를 버텨내고 계신 분들께 진심 어린 응원의 마음을 보낸다. 자연의 회복력처럼, 여러분의 삶도 반드시 다시 피어날 것”이라며 “함께 힘을 내고, 서로를 응원하며, 다시 푸르른 날을 맞이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29일 경찰 등에 따르면, 경북 지역 산불 관련 사망자는 26명으로 확인됐다. 지역별로는 의성 2명, 안동 4명, 청송 4명, 영양 7명, 영덕 9명이다. 지난 22일 경남 산청면에서 숨진 산불진화대원 4명을 포함하면 이번 영남권 산불 전체 사망자는 30명으로 집계된다.

 

-김가연 기자, 조선닷컴(25-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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