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가에 등장하는 그 소나무가 유죄라고요?]
[비 만드는 '구름 씨앗'조차 못 뿌린 까닭은?]
애국가에 등장하는 그 소나무가 유죄라고요?
최악의 영남 산불
남은 의문과 과제들
올해 봄 산불은 유난히 지독했다. 지난달 21일부터 9일간 이어진 산불로 30명이 숨지고 여의도 면적의 165배에 달하는 4만8000ha가 불탔다. 역대 최대 규모. 이재민은 3만7000여 명. 끌 수는 없고 지속되는 대형 산불이 결코 바다 건너 미국·호주 같은 나라의 일만은 아니라는 걸 온 국민이 실감했다.

경북 의성에서 산불 진화 헬기가 추락한 현장을 수습하는 소방대원들. /뉴스1
화마가 할퀴고 간 자리, 사회 각계각층에서 도움의 손길이 이어졌다. 회복과 복원을 위한 발걸음이 바쁘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불길을 지켜보며 아쉬웠던 순간들, 남은 의문과 과제들을 짚어봤다.
①산불 골프녀·성묘객 등 빌런들
이번 산불에도 빌런(악당)이 여럿 등장했다. 곳곳에서 실화가 이어졌다. 경북 의성 산불의 최초 실화 용의자로 지목된 인물은 성묘객이었다. 경북경찰청 형사기동대는 지난달 30일 26명의 사망자를 낸 혐의(산림보호법 위반)로 A(56)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A씨는 지난달 22일 의성군 안평면 괴산리의 한 야산에 있는 조부모 묘소를 정리하던 중 불을 낸 혐의를 받고 있다. 최초 발화 당시 그의 딸이 119 상황실에 “불이 나서 (증조부의) 산소가 다 타고 있다”고 신고했다. 신고 의무 등을 져버렸다고 할 수는 없지만 예상 밖으로 산불이 크게 번지며 사망자까지 나오자 여론은 “패가망신할 정도로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들끓었다.
실수로 산불을 낸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실화는 고의성이 없다고 보는 만큼 징역형을 받는 경우는 드물다. 일각에서는 형량이 낮아 경각심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지만, 미국·일본 등과 견줬을 때 실화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다고 하기는 어렵다.

골프장 해저드에서 물을 퍼 나르는 소방 헬기 쪽으로 공을 쳐 논란이 된 ‘산불 골프녀’. /온라인 캡처
또 논란이 된 인물은 ‘산불 골프녀’. 골프장 해저드(연못)에서 물을 퍼 가는 소방 헬기를 촬영하고, 소방 헬기가 시야에 있는 상태에서 공을 치는 장면까지 인스타그램에 게시해 구설에 올랐다. 이 골퍼는 비난이 계속되자 “헬기 쪽으로는 치지 않았다” “진행에 피해를 주는데 마냥 기다릴 수 있느냐”는 해명을 올리면서 ‘#산불헬기녀등장’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한 시민단체가 소방기본법 위반 및 특수공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면서 수사를 받게 됐다.
②소방관의 부실한 밥
콩자반이라 부르기도 민망한 삶은 강낭콩과 김치, 그리고 미역국에 만 밥. 또 다른 지역에서는 김치와 깻잎 장아찌가 전부였다. 산불에 맞서 싸운 우리 소방관들의 끼니 말이다.

한 소방관이 공개한 식사. 학교 급식보다 못한 밥을 먹으며 산불과 싸우는 소방관의 현실에 대중은 분노했다. /온라인 캡처
규정에 따르면, 이런 대형 재난 상황 등에 동원된 소방관에게 제공되는 급식비는 9000원. 논란이 된 식사는 구호 단체가 후원한 것이었다. 받지 않았다면 정해진 예산 9000원에서 해당 지역 소방본부가 인근 식당 등을 통해 식사를 제공한다. 소방청은 “봉사 단체 등에서 후원·기부받는 식사는 메뉴 구성이나 제공 열량 등의 기준이 없다”며 “해당 단체가 납품 계약을 맺은 곳에서 대규모 식사를 마련할 역량이 되지 않아 생긴 일”이라고 설명했다. 반찬 투정할 새도 없이 다시 현장에 달려간 영웅들 대신 여론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며 또 다른 후원이 잇따른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하지만 체력 소모가 많은 소방관의 ‘밥’은 대형 재난 상황에서만 불거지는 문제가 아니다. 일선 소방서 급식도 먹고 나면 금방 배가 꺼지긴 마찬가지. 작년 10월 국감에서 공개된 급식 단가가 가장 낮았던 곳은 대구의 한 소방서로, 3112원에 불과했다. 119 안전센터 중 가장 저렴했던 충북의 한 센터는 2435원이었다. 인건비와 운영비, 재료비 등을 포함한 금액이라는 점을 고려해 3분의 1로 나눠도 식자재 비용으로 쓸 수 있는 돈이 끼니당 1000원인 셈. “급식만 먹으면 배가 고파 도시락을 싸서 다닌다”는 민원이 속출했다. 김수룡 전국공무원노조 소방본부 대변인은 “대규모 동원 첫날은 식사가 부실하게 나오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동원 급식을 담당하는 부서가 메뉴 등에 제한을 두지 말고 지역별 대량 제조가 가능한 식당을 파악해 지원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③73세 헬기 조종사의 사망
지난달 26일 경북 의성의 산불을 진화하던 헬기가 추락해 조종사 박현우(73) 기장이 순직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최근 몇 년 사이 ‘고령 운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노인들을 대상으로 ‘운전 면허 자진 반납 인센티브’ 사업이 진행 중이다. 운행 난도가 자동차에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높은 헬기를 70대 기장이 혼자 운행하며 산불까지 껐다니,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앞서 2022년 양양, 2023년 포천에서 발생한 소방 헬기 추락 사고에서 사망한 조종사는 모두 60~70대였다.
국내 항공기 조종사의 실질적 정년은 만 65세지만 화물 수송 등은 예외다. 이번 사고 헬기는 인제군이 임대 업체에서 빌린 것으로, 사실상 연령 제한이 없는 상태였다. 산불 진화에 소방 헬기는 물론 민간 헬기까지 가용 인력을 총동원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현재 산림청·소방청이 운용하는 산불 진화 헬기 조종사 중 90% 이상은 육·해·공군 출신 퇴역 조종사들이다. 정년(55세) 언저리까지 복무한 뒤 공공기관이나 민간 기업에 재취업한 경우가 대부분. 비용이 적게 드는 노·장년 조종사로 채워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사고 당시 의성 지역에는 초속 27m의 강풍이 불었고, 산불로 시계도 좋지 않았다. 기상청 기준 초속 27m는 매우 강한 바람이다. 나무가 뿌리째 뽑히거나 큰 구조물이 손상될 수 있고, 제대로 걷기 어려운 수준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헬기는 제자리 비행에서 특히 고도의 집중력과 전문성을 요구하는데, 산불 진화 같은 제자리 상하 비행을 반복해야 할 경우 위험도가 더 높아진다”고 했다.

2019년 고성 산불 이후 촬영한 사진. 소나무는 다 타버린 반면 활엽수로 이루어진 숲은 타지 않았다. 활엽수는 물을 많이 머금고 있어 불에 잘 타지 않는다고 한다. /MBC
④소나무가 정말 유죄?
애국가 2절은 “남산 위에 저 소나무 철갑을 두른 듯~”으로 시작한다. 한국 사람들이 유독 좋아하는 토종·대표 수종인 소나무가 이번 산불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됐다. 경북 지역의 울창한 소나무 숲이 일종의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소나무의 송진은 기름 성분이 20%를 차지해 상대적으로 불에 잘 타고 오래 타는 것도 사실. 큰 산불 때마다 소나무의 유무죄 논란이 제기돼 왔다. 이번에도 정치인들까지 나서서 “화마의 촉매제 역할을 하는 소나무를 참나무류로 바꿔 심자”는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산불을 이유로 활엽수로 바꾸자는 주장에 대해 갑론을박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 생육하는 소나무 숲은 산림의 4분의 1이다. 그런데 전체 면적의 6%만이 인공림이고 나머지는 자연 발생적으로 조성됐다. 우리나라의 토양과 환경 자체가 소나무가 자라기 좋은 환경이라는 뜻이다. 조선 시대에는 소나무가 전체 수목의 절반을 차지했다. 단단하고 잘 썩지 않는 국산 소나무는 한옥 등 고급 건축 자재로 많이 쓰여 왔고, 농가의 효자인 송이버섯은 소나무에 기생한다.
남성현 전 산림청장은 “소나무가 많은 건 자연 현상인데 전국의 소나무 16억그루를 어떻게 대체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산불 피해 현장에서는 침엽수는 물론 고로쇠나무 등 활엽수도 다 탔다고 합니다. 우리 산의 3분의 2는 개인 소유예요. 나무 바꾼다고 산불을 잡는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닌데 대체 무슨 수로 일괄적으로 갈아엎는단 말입니까.” 활엽수가 많은 지역은 낙엽층이 두껍게 쌓여 있어 산불 확산의 원인이 되고, 불씨가 오래 살아 있어 잔불 정리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경북 의성의 한 창고에 보관 중이던 사과가 산불에 검게 불탄 모습. /뉴시스
⑤사과·송이 값 폭등하나
산불이 휩쓴 경북 지역은 한국인의 밥상을 책임지는 마늘(의성)과 한국인 과일 소비량 1위인 사과(청송), 명절 고급 선물인 송이(영덕)의 주산지다. 산불이 밥상 물가마저 휩쓸 것이란 불안감이 높아지는 이유다.
평야에서 재배하는 마늘의 경우 직접적으로 화마를 입은 면적은 좁고 충북 단양, 전남 해남, 제주 등 기타 산지에서 수급할 수 있다. 단년생으로 불이 지나가 산성화된 땅을 재정비하고 나면 내년엔 재배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산비탈에서 키우는 작물의 피해는 가늠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병해충 유입 우려로 수입조차 불가능한 사과는 한동안 더 비싸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과를 키우는 농부들은 사과나무들이 뜨거운 불 속에서도 꽃 몽우리를 잃지 않았길 기도할 뿐이다.
배민식 농림축산식품부 농식품수급안정지원단장은 “4월 중순, 꽃을 피우는 사과나무가 얼마나 있는지가 1차 관건”이라며 “착과가 안 되는 사과나무는 베어낼 수밖에 없는데 묘목을 기르고, 키워내는 데 5년 이상 걸리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대형 마트들은 올해 추석 명절 과일 선물 세트에서 사과를 빼고 망고·샤인머스캣을 넣거나 송이 선물 세트를 다른 고급 작물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김경화/이미지 기자, 조선일보(25-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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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만드는 '구름 씨앗'조차 못 뿌린 까닭은?
영남 산불 진화할 때
'인공강우' 왜 못 썼나
하늘도 무심하시지. 기우제라도 지내고 싶었다. 우리 조상들은 논에 물을 대는 시기인 하지(夏至)가 지나도록 비가 오지 않으면 비를 기원하며 하늘에 제사를 지냈다. 그러다 어느덧 발전을 거듭해 제사 대비 비교적 높은 확률로 비를 내릴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그것을 ‘인공강우’라고 부른다.

기상 항공기 ‘나라호’에 구름 씨앗을 담은 연소탄을 장착했다. /기상청
인공강우는 하늘에 ‘구름 씨앗’ 역할을 하는 물질을 뿌려 비가 내리도록 하는 기술이다. 산불 진화에는 비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적은 양이라도 불길을 늦추는 효과가 있기 때문. 우리나라는 2017년 기상 항공기를 국내에 들여오면서 인공강우 연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번 산불 진화 작업에 사용할 수 없느냐”는 목소리가 나온 이유다. 그러나 당시에는 이마저 어려운 상황이었다.
◇구름 없이는 비 못 만들어
인공강우의 원리는 이렇다. 구름은 ‘구름 입자’인 수증기로 이뤄져 있다. 수증기가 모여 무거워지면 비가 되어 땅으로 떨어진다. 구름에 수증기가 뭉칠 수 있도록 구름 씨앗을 항공기로 뿌리는 기술이 인공강우의 핵심. 구름 씨앗에는 요오드화은, 염화나트륨, 염화칼슘 등이 사용된다. 그 물질을 중심으로 주변 수증기가 달라붙으면 덩치가 커지며 비가 된다.
비가 오도록 도울 수는 있지만 없는 비를 만들 수는 없다. 인공강우를 만드는 데 필요한 기상 조건이 바로 ‘비의 재료’인 구름이다. 산불 피해가 큰 경북과 경남 지역에는 산불이 번지기 시작한 지난달 22일부터 건조 특보가 내려진 상태였다.
공기 중 수증기가 부족하면 구름이 만들어지기 어렵다. 주불과 싸우는 동안 두 차례 내린 비의 누적 강수량이 3㎜ 미만으로 적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장기호 국립기상과학원 기상연구관은 “이런 경우 구름씨를 뿌려 비를 만들어도 잘해야 최대 0.5㎜”라며 “그마저 건조한 대기와 뜨거운 바람의 영향으로 지면에 닿기 전 증발한다”고 했다.
산불 진화 헬기가 상공에 여러 대 떠 있는 상황에서는 충돌 위험 때문에 항공기를 띄우기도 쉽지 않다. 설령 성공한다고 해도 원하는 장소에 비를 뿌리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바람 부는 방향에 따라 비가 내리는 지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드론으로 구름 씨앗을 뿌리는 모습. /기상청
◇아직은 하늘이 도와야 가능
전문가들은 “이미 발생한 불길을 인공강우로 잡는 경우는 기술에 더해 하늘까지 따라줘야 하는 드문 일”이라고 말한다. 중국 당국은 2022년 쓰촨성 이빈시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을 때 구름 씨앗을 뿌려 1시간 만에 큰 불길을 잡았다. 중국과학기술협회·중국중앙TV 등은 “구름 두께가 2㎞ 이상인 데다 상승 기류가 발생하는 영역이 있어야 (인공강우가) 가능하다”고 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이런 이유로 인공강우 연구는 산불 진화보다 예방에 초점을 맞추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국내 인공강우 기술은 아직 실험·연구 단계다. 우리나라는 기상 항공기 ‘나라호’ 1대와 드론 등을 띄워 가뭄과 산불 예방 등을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산불 위험 지역에 사전에 비를 뿌려 습도를 높이겠다는 것. 인공강우 실험으로 실제 비나 눈이 온 것이 확인된 비율은 2020년 65%에서 지난해 86%까지 올랐지만, 상용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2029년부터 산불 예방 목적 인공강우를 실용화하는 것이 목표. 구름 씨앗을 만들어도 자라게 하는 건 아직 자연의 몫이다.
-조유미 기자, 조선일보(25-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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