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중매쟁이]
[항상 남의 편인 남편]
AI 중매쟁이
결혼 정보 업체가 없던 시절, ‘마담뚜’가 그 역할을 했다. 주로 상류사회 결혼 적령기 남녀의 만남을 중개했다. 마담뚜가 애용했던 정보 소스는 여대 졸업 앨범이었다. 미모의 여성을 선별한 다음, 졸업 앨범 뒤에 수록된 전화번호를 통해 집안 배경을 파악했다. 이렇게 수집한 정보와 신붓감 집안에서 원하는 신랑감 스펙 등을 기준 삼아 남녀 만남을 알선했다.
▶1990년대 결혼 정보 회사가 대거 등장, 중매 시장의 산업화가 이뤄졌다. 수요자로선 선택지가 넓어진 셈이지만 직업, 자산, 외모 등을 기준으로 철저히 등급을 나눠 욕을 먹기도 했다. 천리안, 하이텔 같은 PC통신의 등장은 ‘만남의 광장’ 확장을 의미했다. 1997년 대박을 터트린 영화 ‘접속’은 PC통신을 통한 불특정 다수 비대면 미팅이 새 풍속도로 자리 잡았음을 보여주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의 발전은 ‘짝짓기’ 세계를 한 단계 더 진화시키고 있다. AI가 던지는 다양한 질문에 답을 하면, 성격, 가치관, 호감을 갖는 이성 유형 등 본인 속마음까지 읽어내 걸맞은 짝을 찾아준다. 저출산 문제로 고민 중인 일본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AI 중매를 도입했는데, 효과가 탁월하다고 한다. 한 소도시에선 5년간 845쌍의 결혼을 성사시켰고, 다른 소도시에선 그해 결혼한 38쌍 중 21쌍이 AI 커플이었다. 우리나라도 경남 하동군에서 AI 중매 서비스를 도입했다. AI가 남녀 성향을 파악한 다음 하동군을 포함한 인근 시군 10곳의 처녀 총각 중에서 적절한 상대를 찾아준다. AI 중매에 적용되는 매칭 기술은 구인·구직, 과외 선생, 돌보미 등을 찾는 데도 적용되며 쓰임새가 확장되고 있다.
▶과학계에선 올해가 AI 기술이 한 단계 더 도약하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개발 중인 세계 최고 딥러닝 AI 모델(GPT4)이 1조개가 넘는 신경망 회로를 통해 신의 영역을 넘보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한다. 앞으로는 AI 알고리즘이 자신조차 인지하지 못했던 내밀한 욕구, 선호를 파악해 딱 맞는 상대를 찍어줄지 모른다. 길을 가다 그런 배우자감을 만나면 스마트폰에서 경보가 울릴 수도 있겠다.
▶몇 년 전 넷플릭스에서 방영된 영국 드라마 ‘블랙미러’는 미래의 짝짓기 모습을 보여준다. AI가 짝지어준 남녀가 가상현실에서 먼저 만나 아바타(가상 세계 대리인)를 통한 데이트를 해본 뒤 실제 세계에서 만나는 수순이다. 가슴 뛰지만 불안한 연애냐, 가상 세계의 실패 확률 제로(0) 연애냐. 미래 세대는 이런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될 것 같다.
-김홍수 논설위원, 조선일보(23-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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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남의 편인 남편
여자들 속 터지게 하는 남자의 대사는 두 가지라더군요
1) 말을 해야 알지!
2) 그걸 꼭 말로 해야 아나?
그런데 오늘의 사연을 읽고 보니 제 3의 대사 하나를 추가해야겠습니다.
3) 도대체 무슨 말이 그렇게 많나!
화법이 다르기에 화성과 금성까지도 어긋나 버릴 수 있는 게 남녀의 대화라는데
최소한 성의를 가지고 대화에 임해주기만 해도 고맙겠다는 오늘의 손님.
그녀의 배우자는 또 어떤 불만이 있으실지... 궁금해지기도 하는군요.
항상 남의 편인 남편
말허리를 자르고 면박만 주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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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십대 주부입니다.
여느 사십대들 못지않게 저도 이런저런 고민들을 끌어안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시집 문제로 저도 이십 년째 속앓이하고 있고, 자식들도 내 맘대로는 안 되기에 버얼써 욕심을 내려놓았습니다.
밥은 먹고 사니까, 돈 때문에 고민되는 순간들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갑니다.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 제가 바라는 거 하나는 이 각박한 세상에 남편하고나 마음을 맞춰서 살아가자는 건데요.
정말 안 맞아도 너무 안 맞습니다.
나쁜 사람은 아닙니다.
그래도 가족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고요.
대화가 안 통할 만큼 머리가 나쁜 사람도 아닙니다.
공부도 저보다는 잘 했고, 밖에서 일하는 것도 능력 인정받고 있습니다.
문제는 화법입니다.
대화를 하면 5분 안에 가슴이 답답해 옵니다.
중년 부부들이 주로 무슨 이야기를 주고 받나요?
티비 보다가 그 내용 가지고 한마디씩 하고, 이웃이나 아는 사람들한테서 보고 들은 얘기 서로 전하고.. 그런 거 아닌가요?
남편은 그런 얘기를 모두 ‘쓸데없는 얘기’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제가 ‘내 친구 OO 이번에 재혼한대. 상대가 애가 둘이라는데 괜찮을지...’
그러면 말허리를 자르고 이렇게 마무리 짓습니다.
‘본인이 알아서 잘 하겠지.’
티비를 보다가 어느 탤런트를 보며 지나가는 말로, ‘쟤가 OOO하고 사귄다네.’ 하면 남편은
‘사귀든 말든...’ 하며 채널을 돌립니다. 연예인 얘기는 또 그렇다 치고, 이웃 얘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늘 낮에 경찰이 출동해서 6층 벨을 누르더라. 부부싸움하다가 경찰 불렀나봐. 그 집 아저씨는 왜 술만 먹으면....’
그러면 남편은 ‘그건 그 집이 알아서 할 일이고... ’ 하면서 티비를 딱 켭니다.
그 순간 제 기분이 어떻겠습니까?
누가 재혼을 하든 말든, 누구랑 사귀든 말든, 경찰에 붙들려가든 말든, 저 역시 별로 상관없습니다.
그저 얘기를 하다 보니, 화제가 거기까지 흘러가는 것뿐이지요.
이런 얘기 저런 얘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자는 건데,
매번 면박을 주며 말을 잘라버리면 더 이상 무슨 얘기를 하자는 건지요.
뿐만이 아닙니다.
남의 일이 아닌 제 일을 이야기해도 남편의 반응은 엇박자입니다.
제가 오늘 하루 겪었던 일 중에, 억울한 일이 있어서 설명을 하면,
남편은 항상 제 편이 아닌 상대편이 되어 저를 나무라죠.
‘당신이 잘못했네.’
‘그럴 수도 있지. 뭘 그렇게 오바해.’
잘 모르는 분들은 제 성격이 너무 호들갑스러워서 남편이 그러는 줄 아시겠지만 절대 아닙니다.
저도 어디가면 무디고 무뚝뚝한 편이라는 말 듣거든요.
최근에 있었던 일 하나만 예로 들자면 이런 겁니다.
아들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이웃집 여자가 꼬마 하나를 데리고 저쪽에서 오고 있더군요.
그래서 우리 아들이 문 열림 버튼을 누른 채로 한참을 기다려줬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순간에 아들녀석 손가락이 미끄러져서 문이 움찔 닫힐 뻔했지요.
그래도 문에 부딪힌 사람 없이 잘 들어왔습니다.
그랬는데 그 집 여자가 갑자기 우리 아들에게 화를 내기 시작하는 겁니다.
자기 아들 다쳤으면 어쩔 뻔했느냐고요.
애 놀라는 거 봤느냐고요.
아들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저는 황당해서 쳐다보고 있었지요.
그 얘기를 남편에게 했더니, 아들 탓을 하더군요.
띨띨한 자식.... 이렇게요.
그리고 더 이상 아무 말도 못하게 합니다.
애 엄마가 얼마나 놀랐겠느냡니다.
많은 걸 바라는 게 아닙니다.
저보다 더 길길이 뛰며 그 여자한테 따지러 가달라는 게 아니에요.
그런 남자 저도 별로 안 좋아합니다.
다만, 배우자의 말에 고개는 끄덕여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거 참 희한한 여자네. 당신 잘도 참았네. 정도요.
가만 보면, 남편이 원하는 건 대화가 없는 삶인 것 같습니다.
각자 알아서 자기 일 열심히 하고, 한상에서 밥 먹고 한 이불 덮고 자되, 구구절절 말은 하지 말자는 거죠.
아마 제가 말을 안 걸면 한 마디도 안 한 채로 불 끄고 자게 되지 싶습니다.
저는 여자라서 그런지, 그렇게 살고 싶지 않습니다.
살아지지가 않습니다.
내가 다시는 저 인간한테 말을 안 걸어야지 하면서도 또 시작을 하게 됩니다.
평생 일해서 가족들 먹여살려준 고마운 남편인데
계속 이런 식으로라면 남만도 못하게 느껴질 것 같습니다.
다른 가정의 중년부부는 어떤지 궁금합니다.
남자는 다들 우리 남편 같은가요?
아니면 대화 없이도 잘들 지내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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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g*******
2014.07.08 15:23
물론 쉽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두분의 교감과 소통에 문제가 엄연히 존재하며, 이런 문제를 현명하게 제대로 풀어 나가지 않으면, 결국은 지옥으로 떨어 질수도 있습니다. 우선 부인의 말씀에 동감합니다만은, 남편은 사랑하는 부인을 아끼거나 이해 하려고(부인이 원 하시는 만큼) 하지도 않고 이미 무슨 이유에서인지 지쳐 있는듯 보입니다. 물론 좋은 남편이지만 올바른 부부관계는 별개의 문제 입니다.
win*****
2014.07.08 14:52
제 남편과 너무 비슷한데요. 젊은 시절 저도 참으로 억울했었습니다. 지금도 나아지진 않았지만요... 저는 나이와 상관 없이 그 사람의 살아온 과정을 생각해 보게 되더군요. 칭찬 못듣고 혼만 난 경우이지 않을까 싶어요. 칭찬에 인색한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칭찬할 줄 모릅니다. 편들어주기란 것도 말한마디면 됩니다. 속상했겠다고 잊어버리라고 하면 되는것이지 구구절절 수다스럽게 할 필요도 없고 그런거 바라지도 않아요. 그런데 그런걸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합니다. 분위기, 얼굴표정에서 야단치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외롭고 소외된 느낌의 날들이 많았지요. 지금은 제가 타내지 않아요. 사람 변하는 것은 참으로 힘든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이지요. 모든 남자들 힘들지요. 힘든 기분을 그런식으로 표현하는거는 스스로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결혼은 왜 했는지요...
kyu************
2014.07.08 14:26
40대 아주머니, 남편 정말로 잘 만났습니다. 1절만하면 좋은데 자꾸 애국가 끝까지 불러라고 하니 남편과 대화가 안되지요. 남편분께서는 요령껏 잘 파악하고 계시네요. 아주머니께서는 남편분이 맞장구라도 쳐주면 속이 좀 나아지겠지만, 남편분이라고 그것을 모를까요??? 그러니 1절만 하시기 바랍니다. 아마도 남편분은 가족을 속으로 끔찍히 생각할 것입니다. 여자들은 내 주변에 일어난 일을 하루의 대화주제로 얘기하지만 남자들은 그 전권을 부인에게 맡겨 놓았는데 새삼 니가 가져가라고 하니 황당하지요. 그래서 단답이 많습니다. 말씀마다 옳고 바른 말만 했네요. 아주머니 자신을 한번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남자가 시시콜콜 얘기하면 가정의 평화가 몇십배 더 쉽게 깨어집니다.
skg*
2014.07.08 14:21
그 남편과 같은과에 속하는 사람입니다. 지금은 위의 애기가 귀에 와 닿습니다... 나이가 들어야 합니다. 왜 화성에서 오고 금성에서 왔다고 하겠습니까?... 저도 마찬가지로 똑같이 그랬더랬습니다. 지금도 개선되었다지만 별반 차이는 없는 것 같고요.... 제 경우는 만사가 귀찮았았습니다. 사회생활하면서 받는 중압감이라 해야 겠지요... 마음의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와이프는 잘 대화하다가 결국에는 조그만 일로 부부언쟁이 생기는 경우도 많아서 말로서 말 많으니 말말을까 하노라 하는 심정이었는지 모릅니다. 이제는 조끔 변화를 느끼고 와이프와 어떻게 대화하는지를 조금은 알게 되는 것 같지만 평생을 무뚝뚝하게 산 삶이 금방 바뀌지는 않습니다. 그냥 포기하시고 세월가기를 기다리십시요. 실제로 아들에 대한 마누라의 집착증도 있었는데 옳은 것을 옳다고 말하는 분위기가 아닌 무조건 적인 자기편을 들으라 그러면 그것도 곤란합니다. 남자는 틀리는 것을 틀리다라고 얘기하고,여자는 남자는 우리와 다르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러나 남자도 세월이 가면 점점 여성화 될 것임으로 조그만 참으십시요.
mei*****
2014.07.08 14:17
글쓰신 님께서는 남편분이 단답형 내지는 말이 없으셔서 답답하시지요? 근데 반대로 남자가 말이 많으면, 그건 더 환장합니다. 만약 말 많은 남자랑 조금이라도 살아보시면, 차라리 말 안하는 남편분이 훨씬 좋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낄겁니다. 물론 말이 없지도 않고, 말이 많지도 않으면서, 다정한 남자가 있다면, 그런 남편이 최고겠지만, 그런 남편을 만나기란, 목사님이 천국에 가는 것 만큼 힘들다고 봅니다....
-조선일보(14-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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