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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천] [진천읍 건송리-두건마을] 백곡저수지변 양성이씨(陽城李氏) 집성촌

뚝섬 2015. 2. 10. 10:33

진천읍 건송리 두건마을은 행정구역 상으로는 진천읍이지만 백곡면의 한 마을인 것 같은 것은 백곡저수지를 떼어 놓고는 두건마을을 이야기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백곡저수지가 확장되고 수몰면적이 넓어짐에 따라 두건마을 주민은 서너 차례 이주를 하였고, 결국 세 개의 부락(응당골, 국적골, 낙잡골)으로 나누어 졌다. 양성이씨 집성촌 마을의 상징인 식파정은 일제강점기인 1943년 처음 옮겨진 이후 점차 저수지 바깥쪽으로 네 번이나 옮겨졌다.

 

[백곡저수지 수몰로 인하여 3곳으로 나누어진 두건마을: 응당골-국적골-낙잡골 ]

 

진천읍에서 백곡호 주변을 따라 이어지는 34번 국도는 백곡면을 지나 경기도 안성으로 넘어가는 길이다. 진천읍내의 행정리 교차로를 지나 잠시 후면 좌측으로 백곡호 제방이 보이고 진천역사테마공원과 종박물관을 지나게 된다. 이곳에서 진천읍 경계를 벗어날 때 까지 구불구불 백곡저수지를 끼고 달리는 도로는 주변 경관이 멋진 만큼 위험한 구간이다. 주변경관에 운전자의 시선을 빼앗기기 때문이다.

 

조심스럽게 차를 몰아 백곡면 방향으로 4~5km 진행하면 진천읍을 벗어나기 직전 좌측 사송리로 들어서는 도로를 만난다. 이 길을 100여m 들어가면 식파정으로 오르는 급한 경사길이 나온다. 사륜구동 차량이 아니면 오르기 힘든 길이다. 간간이 양성이씨의 묘지들이 보이고 시원한 시야는 아니지만 두건마을의 포근한 전경이 시야에 들어온다. 차량 한 대가 가까스로 지나 다닐 수 있는 길을 10분 정도 들어가면 드넓은 백곡저수지 돌출지형 끝부분에 자리 잡은 단아한 모습의 식파정(息波亭)을 마주 하게 된다.

 

[백곡저수지 돌출 부분으로 옮겨진 식파정]  

 

숨 쉴, 또는 잠재울 식(息), 물결 파(波). 이름 그대로 물결을 잠재우는, 인간의 욕심과 욕망을 잠재우기 위하여 양성이씨 16세손 이득곤이 세운 정자이다. 사람의 마음은 물결과 같아 바람이 일면 욕랑((慾浪)이 이니 마음의 욕랑을 잠재워야 한다는 의미이고, 끊임없는 사람의 욕심을 경계하고자 세운 정자이다. 이득곤은 1587년(선조 20) 지금의 진천읍 행정리(杏井里)(일명 살구우물)에서 태어났다. 옛적에 행정리 입구에는 살구나무가 있었고 그 살구나무 밑에 물맛이 좋은 우물이 있어서 살구우물 또는 살구물이라 불리었다고 한다.

 

살구우물마을 자랑비에는 마을의 유래가 다음과 같이 전한다. “전설에 의하면 옛날 향기 좋은 살구나무 아래 큰 우물이 있어 수량이 풍부하고 물맛이 뛰어나 마을 사람들의 식수는 물론이며 지나는 길손들의 휴식처였고, 특히 과거 시험 보러 갈 사람들이 이 우물에 살구꽃잎을 띄워 마시고 가면 반드시 과거에 급제한다는 말이 널리 알려져 살구우물이라 불렀다.”

 

[정자 안 벽과 천정에는 최명길(崔鳴吉), 채지홍(蔡之洪), 김득신(金得臣), 송시열(宋時熱) 등 22명의 후학 들이 감탄하여 읊은 시문이 걸려있다]    

 

이득곤의 자는 덕후(德厚), 호는 식파정이다. 본래 학문을 좋아하여 사서오경에 달통하여 문장으로 이름이 높았으며, 당대의 식견 있는 많은 학자들과 교류하였다. 높은 학식으로 이름이 널리 알려지자 벼슬길에 나갈 것을 권유받았으나, 광해군 때 혼탁한 정쟁에 몸담지 아니하고 향리에 은거하여 학문에 정진하며 후진 양성에 힘썼고, 속세를 떠난 듯한 선경에 식파정을 짓고 제현문인(諸賢門人)들과 식파지의(息波之義)를 맺고 친교를 나누었다. 이에 세상 사람들은 그를 ‘세가군자(世佳君子)요 상산진처사(常山眞處士)’라고 불렀다고 한다.

 

양성이씨의 시조 이수광(李秀匡)은 고려 문종 때 송나라에서 귀화해 온 사람이다. 이수광이 고려에 온 유래는 알 수 없으나 당시 송과 빈번한 문화 교류가 있었던 점으로 미루어 고려에 사신으로 와 화평 관계를 맺는 데 공을 세워 삼중대광보국(三重大匡補國)으로 양성군(陽城君)에 봉해진 것으로 여겨진다.

 

이후 이수광의 후손들이 400여 년 전부터 진천군 진천읍 두건리에 텃밭을 일구며 집성촌을 이루어 살아오다가 두건리가 수몰된 뒤 건송리, 행정리 등에 흩어져 살게 되었다.

 

이후 조선 후기의 시인인 백곡(栢谷, 호) 김득신(金得臣)이 「식파정 중건기」를 썼고, 1893년(고종 30) 후손들에 의하여 중건되었다. 소산학인(韶山學人) 민관식(閔瓘植)이 「식파정 중수기」를 썼으며 1954년 중수하였다. 정자 안 벽과 천정에는 최명길(崔鳴吉), 채지홍(蔡之洪), 김득신(金得臣), 송시열(宋時熱) 등 22명의 후학 들이 감탄하여 읊은 시문이 걸려있다.  

 

이득곤의 11대손 이영환이 1991년 재건하면서 세운 사적비에 따르면, 본래의 정자는 1616년 두건리 앞 냇가에 세우고 그 호를 따서 식파정이라 하였고, 이후 백곡저수지 확장 공사로 수몰됨에 따라 1943년 1차로 옮겨졌고, 1954년과 1983년에 또 옮겨지게 되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2014년 4대강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방조제를 높혀 쌓으면서 지금의 위치로 옮겨 자리잡게 되었다. 

 

주민들에 의하면 2014년 식파정을 옮기는 과정에서 송강 정철의 시현판(詩懸板) 등 몇몇 중요한 문화재를 도난당했다고 한다. 만뢰산 산자락 아래의 백곡저수지 깊숙한 안쪽에 자리한 식파정으로 부터 주민들이 거주하는 건송리 두건마을의 응당골까지는 걷기에 무척 먼 거리다. 불순한 무리들이 문화재를 훼손하거나 떼어가도 속수무책일 정도로 외진 곳에 자리하고 있다. 행정기관으로부터 다소간의 유지관리비를 지원받아 마을자체에서 주변청소를 포함한 정자관리를 맡아하는 문제도 생각해 볼 과제인 것 같다.

 

[건송리 두건마을.. 양성이씨 집성촌이다.. ]

   

건송리 두건마을은 마을 전체 30가구 중 26가구가 식파정을 세운 이득곤 선생의 후예인 양성(陽城)이씨 집성촌이다. 식파정을 세운 이득곤 선생이 16세손이고, 현재 대부분의 마을주민은 31세손이다. 주된 생업은 쌀농사이며, 일부 고추, 콩, 팥 등의 작물도 재배하고 있다. 고령화는 두건마을도 예외가 아니어서 최연소 주민이 56세(서국향)이고 최고령 주민은 97세이신 이규학 어르신이다(인근 대성사 스님이 입양한 7세의 손녀는 예외).

 

두건마을에는 어느 마을에도 없는 아주 특별하고 진귀한 자랑거리가 있다. 그 중 첫째가 마을에 홀아비, 과부가 없다. 설마하니 마을 주민들은 두 눈을 크게 뜨고 사실이라고 한다. 둘째는 마을전체가 작년부터 흡연을 하지 않는 금연마을이 되었다. 주민 어느 누구도 흡연을 하는 사람이 없다. 마지막으로 축사가 없다. 백곡저수지로 흘러들어가는 계류의 수질보호차원이겠지만 지하수를 그냥 마신다.  

 

풍광좋고 물 맑은 청정마을에 사는 대신 골치 아픈 문제가 있다. 몰지각한 낚시꾼들이 투기한 쓰레기 때문이다. 행정기관 등에 수십 차례 민원을 제기하였지만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백곡저수지 주변 요소요소에 투기해 놓은 쓰레기가 지천이다. 청정자연 속에서 낚시를 즐기는 것 만큼의 양식이 필요한 대목이다.

 

[백곡저수지 뒤로 (갈미봉)-만뢰산 정상능선]

   

또 하나는 매우 위험한 마을입구 버스승강장 부근으로 매년 어김없이 3~4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한다. 지난달 30일에도 대형 교통사고가 발행하였다. 몇 가지 교통사고 유발요인을 갖추었다. 버스가 승객을 태우기 위하여 정차를 하는 동안에는 2차선 도로 중 1차선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주변 낚시터 등 행락지에서의 음주 후 운전, 주변 경관이 좋다보니 운전자의 시선이 분산이 되고, 도로마저 구불구불 곡선커브의 연속이다. 역대 이장 등이 수 없이 민원을 제기하였지만 백곡면과 진천읍의 경계이어서인지 적절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우리동네 사람들

 

이규종 노인회장

수몰되기 전 백곡저수지 안 두건마을에서 태어난 토박이로 1954년에 저수지 밖으로 이주를 하였다. 금년 79세로 3년간 두건마을의 이장을 맡았고, 금년 새롭게 노인회장직을 맡았다. “두건마을 남자들은 한사람도 빠짐없이 이장을 거쳤다”고 한다. 노태근 진천노인회장과는 상산초등학교 40회 동창이다.

   

오정순 부녀회장

2년째 부녀회장으로써 마을의 대소사를 챙기고 있다. 73세이지만 연세에 비해 무척 젊고 건강한 모습이다. “열심히 맛있는 식사를 준비하니까, 많이들 오셔서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다...”는 아주 평범한 바램을 말했다.

 

이정숙 이장

금년 62세로 33년간 마을 부녀회장을 맡아오다 금년에 이장직을 맡았다. 남편과 함께 두건마을 토박이로 제법 큰 규모의 벼농사와 약간의 고추농사를 하고 있다. “마을 주민 모두가 건강하고, 농사일도 가족같이 공동영농을 하며 화기애애하게 지내는데에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마을이 수몰된 백곡저수지를 중심으로 세 곳으로 떨어져있어 관리하기가 쉽지 않지만, 직접 운전하는 차량으로 오가기 때문에 그런대로 업무처리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진천자치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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