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국내]

[음성] [감곡면 영산1리-잿말] 천혜의 마을, 연분홍 병풍을 수 놓다

뚝섬 2015. 4. 9. 15:11

감곡면 원당리에서 잿말 입구를 지나 충주시 노은면으로 연결되는 520번 지방도로. 도로변에 있는 주천저수지에서 바라보는 원통산 능선마루금의 모습이 무척 시원하고 편안하다. 마을 뒤 좌우로 4~5개의 봉우리가 오르락 내리락 늘어서 있고 산자락 앞으로 유서깊은 잿말이 평화로운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다. 마을 뒤 원통산의 병풍과 앞으로 주천저수지의 큰물이 ‘배산임수’의 지형이 아닐까도 생각해 보기도 하지만, 주천저수지의 물이 고인 물이고 마을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그렇게 부르기엔 다소 무리인 듯 싶다.

 

[주천저수지에서 바라본 원통산과 그 아래의 감곡면 영산1리-잿말 전경]

 

잿말은 본래 충주군 감미곡면 지역이었으나 1906년 음성군에 편입되었다. 1914년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거동·영촌·공산리·외주리·장축리 일부를 병합하여 영촌의 ‘영()’자와 공산리의 ‘산()’자를 따서 영산이라 하여 음성군 감곡면에 속하게 됐다. 마을이름 ‘잿말’은 고개 ‘재’와 마을 ’말‘ 그대로 고개마을을 의미한다. 한자로 표기하여 ’영()‘ ’촌(마을 )‘이라고도 불리운다. 마을 뒷산인 원통산은 음성군 감곡면의 진산으로, 요즘 한자 산 이름 개명작업이 진행 중이다. 구자평 감곡면장이 앞장을 서고 있는데, 지금까지 불리워 온 산 이름이 ’원한이 사무친‘의 ’원()과 ’통탄할‘ ’통()‘의 두 글자로 되어 ’원통하고 서러운 산‘이라는 의미의 밑도 끝도 없는 정체불명의 이름이라는 것이다. 

 

[‘원만할 원()’과 ‘어디로나 통한다’는 ‘통()’으로 개명작업이 진행 중인 원통산]

 

이 정체불명의 산 이름은 일제가 악의적으로 우리 민족정기를 말살하고 민족의 패배의식을 고착시키기 위해 일제강점기에 일방적·의도적으로 변경한 것이다. 이에 대신하여 여러 역사적 고증과 주변 정황을 감안 ‘원만할 원()’과 ‘어디로나 통한다’는 ‘통()’자를 사용하는 개명작업이 진행 중인 것이다. 더불어 구 면장은 적지 않은 예산을 확보하여 원통산 일대의 등산로를 정비하여 전국의 명산(名山)으로 가꾸어 나갈 계획이다.

 

['잿말' 지명이 유래된 고개 우측으로 잿말이 평화롭게 자리하고 있다]

 

잿말은 옛부터 청정지역이었고, 타지역과 비교할 수 없는 전국 최고 특상품 복숭아 산지였다. 특히나 감곡(, 계곡 )이라는 지명에서 볼 수 있듯이 이곳에서 생산되는 복숭아는 당도·색감과 크기까지, 전국 어느 지역의 복숭아와도 비교할 수 없는 최고의 복숭아다. 지형적으로도 동북향이 막히고 남서향을 향한 약 200~300미터의 완만한 경사지로 이루어져 동해 피해의 우려가 없는 곳이다. 과수원이 산 중턱에 위치해 배수가 잘되고 사양토와 양토로 이루어져 내습성이 강한 복숭아 재배에 가장 적당한 곳이다감곡면 복숭아의 당도는 14~15도로 타 지역산보다 월등히 높고 특히 미백복숭아는 표피가 얇고 수분이 많을 뿐 아니라 연 황백색의 색택으로 소비자들에게 최고의 인기라고 주민들은 자랑이 대단하다. 지금은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남쪽지방과 북쪽지방 산지에서의 복숭아 출하 시기가 큰 시간차 없이 거의 동시 다발적으로 출하가 되고 있어 가격이 많이 하락했다. 복숭아 과수농가에게는 달갑지 않은 현상이다. 

 

[지방문화재 제141호인 김주태 고택]

 

복숭아와 더불어 상추와 연초담배도 한때는 잿말을 부유하게 만든 천혜의 효자 농산품이었다. 연세 높으신 할머니께서는, “이곳 잿말에서는 복숭아와 담배 밭에서 1년 품삸만 받아서도 송아지 1마리 살 수 있었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특별할 것 없는 일반 농작물이 됐다.

 

잿말마을의 문화적 역사는 아주 깊다. 매년 음력 정월 3일 산신에게 올리는 산신제가 있는데 100년 넘게 계속되어 오고 있다. 마을의 평온과 무탈, 건강을 기원하는 제사로 매년 정월 초가 되면 인격과 인품을 갖춘 제관을 정하고 그 제관은 제사를 지내기 며칠 전부터 집 마당에 황토를 뿌려 잡인의 출입을 금하고, 마을 입구에도 금줄을 치고 산신제를 지낼 때까지 고기 및 비린 것을 먹지 않았다. 마을에 초상이 나거나 부정이 들면 산신제를 지내지 않고 정월 보름날 마을 사람들이 모두 참여하여 줄다리기 행사를 하여 그 해의 액운을 몰아낸다고 한다. 이제는 세월이 흘러 이러한 제사법도 많이 현대화가 되었다. 제관은 이장이 주축이 되어 하고, 초저녁에 산신제를 지내는 등 많이 현대화된 모습으로 제사를 지낸다.

 

잿말은 많을 때는 100가구 이상의 주민이 거주하였던 큰 마을이었지만, 지금은 70여 가구에 주민은 200명 정도이다. 고령화는 이곳도 예외는 아니어서 60세 이상 주민이 전체 200여명의 주민 중 130명을 넘는다. 학생은 초등학생이 8, 중학생 3, 고등학생 3명이 전부이다. 마을에 학년마다 7~8명의 학생이 재학을 하였던 상평초교가 있었으나 1990년 폐교됐다.

 

마을의 중심에는 중요민속자료 141호로 지정된 김주태 고택이 자리하고 있는데 약 300여년 전에 지어진 구옥이다. 가옥의 전체 배치는 남향이며 외부로 개방된 바깥마당에 2단의 석축을 쌓고 그 위에 사랑채가 높은 축대 위에 당당하게 서있어 지체가 높은 사대부 집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때 충주목사를 역임한 박규희(朴圭熙)가문이 장기간 거주하여 박참판댁으로도 불렸다. 현재는 이청범씨가 거주하고 있다.

 

다른 마을과 특이한 또 하나는 참전용사가 많이 거주하고 있는데, 월남전에 참전한 마을분이 6가구로 지금도 2가구는 생존해 있다. 마을에 기업체는 한곳도 들어와 있지 않고 다른 단체나 마을과 특별한 결연관계도 없다. 작년부터 마을단합 차원에서 대동회를 실시하고 있으며 매년 정월대보름에는 마을 전체가 참가하는 척사대회를 열고 있다. 또 마을 부녀회가 주관이 되어 매년 연세 높으신 어른들을 모시고 가까운 곳으로 여행도 다녀오고 있다. 

 

[마을 풍경]

 

주민의 생업은 벼농사, 복숭아 과수원과 축산업(원유)이며, 과수원은 40가구로 매 가구당 4.5kg 3,000상자 정도를 수확하는 비교적 큰 규모로 운영을 하고 있다. 축산농가는 6가구로 200여두의 젓소를 사육하고 있다. 마을의 현안은 특별히 없으나, 젓소 축사로 인한 개울오염이 무척 조심스러운 상황이다. 마을의 현안차원에서 수질오염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하여 아주 신중하게 마을 주민 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마지막으로 행정기관의 예산만 허락된다면 마을회관 밖에 있어 불편한 화장실을 실내로 옮겼으면 하는 작은 바램을 전했다.

 

우리동네 사람들

 

진형균 이장

진형균 이장(61) 재임기간은 1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처음 4년 이장을 역임하고, 4년을 건너 뛰어 다시 이장직을 맡아 금년 8년 째 이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오랜 기간의 이장역임 기간을 바탕으로 “감곡면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고, 또한 행정적인 지원도 많이 받고 있다”고 한다. 잠시 잿말을 떠나 있기도 하였으나, 1999년 다시 돌아와 7000여평의 복숭아과수원을 경작하고 있다. “옛부터 청정마을로 소문난 잿말을 자연친화적인 과수농가마을로 이어 나가겠다”는 진 이장은 잿말을 사랑하는 의욕 넘치는 진정한 애향인이다.

 

이종근 노인회 전임총무

잿말에서 태어나 한번도 마을을 떠난 적이 없는 잿말 토박이인 이종근 노인회 전임총무(78)는 거듭되는 노인회장직을 사양하고 있다. 큰 농사는 짓지 않고 텃밭 정도만 가꾸며 소일을 하는 그는 “진 이장이 면내 38개 마을 중에서 이 마을을 위하여 가장 잘하고 있다”며 계속 그를 열심히 돕겠다고 말했다.

 

정종훈 새마을지도자

6000평의 복숭아과수원을 경작하고 있는 그는 마을 주민가운데에서 가장 젊은 세대이다(46). 잠시 잿말을 떠나 있었으나 이제는 정착을 하여 진형균 이장과 마을 대소사를 챙기고 있다. 잿말을 “사람사는 동네”로 가꾸어나가겠다는 그는 동절기에는 마을 안팎 도로의 제설작업에 앞장 서는 등 마을을 위하여 헌신적으로 나서는 다음 세대의 마을일꾼이다.

 

                                                                                                                                                                                                              -음성자치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