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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남자’ ] [50대 남자와 색(色)]

뚝섬 2023. 3. 26. 08:12

[‘고개 숙인 남자’ ] 

[50대 남자와 색(色)]

 

 

 

‘고개 숙인 남자’

 

한국인 89% 성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해

동양의 성(性) 문화를 관통하는 공통적 흐름은 ‘음양사상’이다. 중화민족의 전설적인 시조(始祖)인 복희씨(伏羲氏)가 하늘의 계시를 받아 만들었다는 《주역(周易)》은 음양사상을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남녀가 정기를 합하여 만물이 변화하고 생성한다. 건괘(하늘: 남성)가 움직일 때는 바르고 곧아 크기(음경의 발기)가 생긴다. 곤괘(땅 : 여성)가 움직일 때는 열리니 이로써 넓이(질의 내부가 확장되는 흥분기)가 생긴다. 천지가 교접치 않으면 만물이 흥하지 않는다.’ 

 

성행위가 인간의 가장 신성한 생산활동이자, 인류문명의 동력이라는 의미다. 즉, 성생활은 쾌락만을 탐닉하는 유희가 아니라 신성한 행위라는 주장이다. 이런 이유로 유교 사상을 존중한 우리 선조들 역시 ‘자식 많이 낳는 것’을 최선의 가치이자 의무로 인식했다. 경제적 어려움과 육아에 대한 부담으로 ‘다산(多産)’을 기피하고 있지만, 성에 대한 인식은 오늘날에도 변함이 없다.

 

한 글로벌 제약사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89%(남성 96%, 여성 82%)가 ‘성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응답해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세계 평균인 73%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며, 일본인의 53%에 비하면 곱절에 해당했다. 성행위를 이처럼 중시하고 있어 우리나라 남성들은 발기부전이나 성기능장애로 성생활을 하지 못하거나 파트너를 만족시켜주지 못할 경우 68.2%가 ‘자존심이 심하게 상처받는다’고 응답했다. 또한 의욕이 떨어져 ‘일에 지장이 있다’는 고백도 41.9%에 달했다. 그러나 42%는 성기능장애를 겪으면서도 치료를 소홀히해 ‘생각 따로 몸 따로’라는 이중적 심리를 보였다. 성적장애를 치욕스럽게 여기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정력제 효능은 기대 이하


부부 불화의 대표적 원인인 발기부전은 중세 유럽에서도 파혼과 이혼 사유로 인정을 받았다. 17세기 유럽에서는 ‘물렁물렁한 후작에게는 잔혹할지라도 / 나는 나는 아내이면서 처녀’라는 노래가 불려졌는데, 남편의 발기부전으로 처녀막을 보존하고 있는 여인의 한이 담겨 있다. 

 

종교의 절대적 영향을 받았던 유럽인은 부부생활도 교회의 지침을 준수했지만, 결혼식을 올리기 전에 예비신랑의 불능을 알게 되면 혼인서약을 무효화할 수 있었다. 무효 소송은 예비신부의 아버지가 제기할 수 있었으며, 혼전 성교를 통해 신랑의 발기력을 확인했다. 이때 신부의 아버지나 신부 측이 지명한 덕망 있는 원로가 혼전 성교가 이루어지는 옆방에서 감시하는 한편, 신부에게 결과를 듣고 소송 여부를 결정했다고 한다. 

 

이런 풍속으로 프랑스 법원은 엄청난 불능재판을 하게 되었는데, ‘지난 몇 년간 고등법원이 다룬 대부분의 소송이 불능재판이라 시민들이 분노했다’는 한 검사의 증언이 남아 있다. 불능재판은 10명 내외의 의사가 신랑을 조사해 결론을 내렸으며, ‘음경이 약하다’, ‘고환에 가스가 차 있다’ ‘한 번도 사정을 못 했다’, ‘방광에 상처가 있다’, ‘허약 체질이다’ 같은 진단이 나오면 결혼서약이 무효화되었다.

 

불능 판결이 내려지면 신부 측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신랑은 불명예로 차마 얼굴을 들고 살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일부 총각들은 흠모하던 처녀가 다른 남자와 혼인서약을 하면 못 먹는 감 찔러본다는 심사로 ‘아름다운 에밀리 양! / 불가능한 장과 빨리 헤어져 자유의 몸이 되어라 / 어서 결심하고 소송하라’는 노래를 부르며 불능소송을 부추겼다고 한다. 

 

또한 돌팔이 약장사들이 만든 발기부전 특효약이 각광을 받았는데, 효과는 고사하고 부작용이 심각했다. 정력제는 유감주술에 따라 대부분 ‘심벌’을 닮은 것이 많았는데, 바나나·버섯·굴·조개 등이 대표적이다. 이밖에 지칠 줄 모르는 정력을 과시하는 물개의 해구신이나 벌의 꿀도 인기가 높았다. 

 

우리나라도 이미 신라시대에 쓰인 《신라법사비방》이란 책에 발기부전치료제가 기록되어 있다. 스님들이 제조한 이 정력제는 100일 동안 말린 말벌을 가루 낸 것이다. 절반은 술에 타 마시고, 나머지는 개어서 음경에 바르면 정력이 향상된다는 입소문으로 비싼 값에 팔렸다고 한다. 하지만 고대로부터 현재까지 민간에 알려진 대부분의 정력제는 그 효능이 영양제 한 캡슐에도 미치지 못한다. 

 

발기력 강화는 곧 정력과 건강의 주춧돌


성반응은 ‘흥분-고조-절정-해소’기의 단계를 거치는데, 흥분기의 핵심은 발기력이다. 오감자극을 통해 성욕을 느끼면 자연스레 음경이 팽창한다. 혈관이 충혈되면서 통상적으로 2배 이상 커지고 단단해진다. 여성들도 분비액으로 질이 촉촉해지며 말초신경이 밀집되어 있는 음핵이 팽창한다. 따라서 성행위는 발기를 통해 시작되고, 발기력에 의해 만족도가 좌우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발기력이 약해지면 ‘고개 숙인 남자’가 되어 성욕은 물론이고 자신감까지 상실하기 마련이다. 

 

음경에 뼈가 없는 남성의 원초적 비애인 발기부전(Erectile Dysfunction)은 성생활에 충분한 발기가 되지 않거나 유지되지 않은 상태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상태가 3개월 이상 지속된 경우 발기부전으로 정의한다. 

 

발기부전의 원인은 고령, 흡연, 음주, 당뇨, 고혈압, 뇌혈관질환, 약물 부작용 등으로 다양하며, 뇌와 척수, 골반의 수술 및 손상도 발기부전을 야기할 수 있다. 또한 스트레스, 우울증, 불안장애 등 심리적 요인도 원인이 될 수 있다.발기부전은 성생활의 장애로만 그치지 않는다. 발기부전은 생명과 직결되는 질병과 연관되어 있다. 따라서 적극적인 치유가 필요한 질환이다. 

 

첫째, 발기부전은 뇌졸중과 심장마비의 위험신호이다. 발기부전은 체내 혈류의 흐름이 원활하지 않아 발생한다. 이는 심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발기부전 환자가 심장마비 걸릴 확률이 15%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에 주목해야 한다. 

 

둘째, 발기부전은 관상동맥질환의 경보음이다. 콜레스테롤 등이 싸여 동맥을 좁히는 관상동맥질환은 미국인의 사망원인 1위로 꼽힌다. 동맥이 막혀 피가 흐르지 않는다면 협심증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셋째, 고질적 질환인 당뇨병은 발기부전을 부른다. 당뇨병 환자는 일반인에 비해 발기부전 걸릴 확률이 무려 4~6배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넷째, 발기부전은 간경화나 간암, 그리고 전립선암과도 관계가 있다. 간경화나 간염 등에 걸리면 단백질 분비가 늘어나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감소를 초래하는데, 고환 기능부전 등이 동반되어 성욕감퇴와 발기부전을 야기한다. 

 

또한 전립선암으로 인한 방사능 치료나 수술도 발기부전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처럼 발기부전은 단순한 성기능장애가 아니라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과 상관관계가 높다. 따라서 발기부전을 예방하는 것은 굿섹스와 장수의 비법이다. 

 

발기부전 특효약은 혈액순환에 좋은 식습관


발기의 요체는 ‘혈액순환’이다. 따라서 혈액순환에 좋은 식습관을 갖는 것이 장수는 물론이고 발기부전 예방과 발기력 강화에 효과적이다. ‘발기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대표적인 식습관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달리기 같은 유산소 운동이 좋다. 특히 뒤로 걷는 운동은 그 효과가 몇 갑절이다. ▲금주·금연을 당장 실천해야 한다. 특히 흡연은 치명적이다. 허공에 흩어지는 담배연기에 정력도 건강도 날아가고 만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유의한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며, 무엇보다 성적 욕구를 저하시킨다. ▲40대 이후 정기검진은 필수적이다. 당뇨, 고혈압, 전립선, 심장질환 등 발기부전과 밀접한 질환을 주기적인 건강검진으로 예방해야 한다. ▲신선한 채소와 해초를 즐겨 먹는다. 수용성 식물섬유가 풍부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콜레스테롤 을 흡착해서 체외로 배출시켜준다. ▲비만에 걸리지 않도록 한다. 특히 기초대사 능력이 떨어지는 중년 이후 비만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규칙적이고 활기찬 생활이 회춘의 비법이다. 규칙적인 성생활과 수면습관, 그리고 스트레스를 해소해주는 취미생활은 삶을 젊게 해 준다.

 

이밖에도 발기력 강화에 좋은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효과를 보려면 최소한 몇 달간 꾸준히 실천해야 한다. 더불어 발기부전이나 발기력 저하 등으로 이미 성생활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면 속히 전문의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김재영(강남퍼스트비뇨기과 원장)/사진 셔터스톡, 조선닷컴(16-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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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남자와 색(色)

 

50대의 화두는 색(色)과 사(死), 즉 섹스와 죽음이다. 색은 밀물이고, 죽음은 썰물이다. 50대는 색이라는 밀물과 죽음(질병)이라는 썰물이 서로 교차하는 시점이 아닌가 싶다. 색을 되돌아보고 죽음을 바라보는 시점인 것이다. 그렇지만 양쪽 언덕을 모두 관조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이때 균형을 못 잡으면 우울증이다.

성욕은 인간이 진화의 출발점이었던 아메바 시절부터 지녀왔던 근원적인 욕망이다. 성욕을 이처럼 강력한 욕망으로 만들어 놓은 조물주의 의도는 종족 번식 때문이 아니겠는가? 생명체는 종족 번식을 통해서 죽음을 극복한다. 늙어서 손자가 그토록 사랑스러운 이유는 자신의 죽음을 극복할 수 있게 해주는 자그마한 희망을 주기 때문이다.

죽음의 해독제는 섹스인 것이다. 따지고 보면 섹스의 오르가슴은 '에고(ego)'의 소멸에서 오는 쾌감이다. 죽음도 그렇다. 불교에서 죽음을 '모든 고통으로부터 해방된 상태'를 가리키는 용어인 '열반(涅槃·Nirvana)'으로 이름 붙인 이유도 에고의 소멸로 보기 때문이다. '오르가슴'이나 '니르바나'나 에고의 소멸이라는 점에서는 차원이 같다.

복상사(腹上死)는 이 두 개가 겹치는 현상이다. 그러나 우리 장삼이사들은 성적인 오르가슴은 그토록 밝히면서 죽음의 니르바나는 왜 그토록 두려워하는지 모르겠다. 필자가 20년 전쯤 장좌불와(長坐不臥·밤에도 눕지 않고 앉아있는 고행)의 치열한 수행을 하고 있던 어떤 고승에게 질문한 적이 있다. "스님은 성욕을 못 느끼십니까?" "느끼죠. 못 느끼면 죽은 목숨이고, 에너지가 없으면 수행도 못합니다. 그러나 수행자는 성욕을 컨트롤할 수가 있죠. 범부는 컨트롤 못하죠. 여기서 차이가 납니다".

무이구곡(武夷九曲)의 중심이 오곡(五曲)이지만, 50대는 인생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색'과 '사'가 양쪽에서 서로 끌어당기는 중도분열(中道分裂)의 연령대이다. 통합은 어렵고 분열은 쉽다.

 

-조용헌살롱, 조선일보(13-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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